2021년 7월 8일 목요일

독서도 인권이다, '독서신문' 특별기획-독서인권 시리즈, 서믿음, 안지섭, 송석주 기자,

 [특별기획 - 장애인, 독서인권을 말하다]지적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교육을 매개로 한 계층 대물림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독서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것은 개인 삶의 질적 저하는 물론 종국에는 공동체 사회의 파괴로 이어집니다. 장애인의 독서 접근성은 비장애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에 <독서신문>은 국내 언론 최초로 장애인의 독서 인권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마련합니다. 시각·청각·발달장애인별 독서 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체계적으로 점검합니다. 또 김예지(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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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책을 읽고 싶다”... 장애인, 독서인권을 말하다 

시리즈 우리는 이렇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1-1 “도서관을 갔다이용은 불편했고, 직원 이해는 낮았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912월 기준으로 집계된 국내 장애인 수는 291만명이다. 장애 분류별로 나누면 시각장애인이 25만명, 발달장애인이 24만명, 청각장애인이 37만명, 지체장애인이 122만명이다. 그중 다수는 도서 접근성을 저해 받는 독서장애인이다.독서는 모든 이가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다. 독서에 장애가 존재한다는 것은 삶의 질의 저하로 이어진다. 하지만 장애인은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도서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이들도 적지 않다.장애인의 독서율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낮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독서율은 52.15%였다. 반면 2020(조사대상 7세 이상 장애인 3,545장애인 독서율은 26.6%였다. 장애인 독서율은 비장애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장애 중에서도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시각장애가 34.6%로 높은 반면 발달장애 33.8% 지체장애 26% 청각장애가 18.5% 순서로 조사됐다. 청각장애인의 독서율이 발달장애보다 낮게 측정된 데 대해 의아할 수 있는데, 이는 지적능력과 문해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교육을 받으면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지적능력을 지닐 수 있기에 어느 정도 독서가 가능하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지적 능력은 높지만 문해력이 떨어져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문해력이 낮은 청각장애인은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 독서로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특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고령층의 경우 사실상 혼자 책을 읽기 힘든 경우가 많다요즘 젊은층의 경우 나아지고는 있지만 다른 장애보다 독서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도서관 등을 찾아 도움을 받으면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도서관을 찾아가는 게 불편(30.9%)하다. 그렇다고 점자도서관 등 장애인도서관을 찾아가자니 집에서 멀어(19.9%)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반 도서관에 장애인을 위한 자료실이 부재(7.1%)하고, 직원(사서)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3.5%)도 방문을 꺼리게 하는 이유다. 실제로 발달장애와 청각장애의 경우 독서를 하면서 특유의 발성음을 내기 마련인데, 비장애인은 물론 소리에 민감한 시각장애인들마저 불편감을 토로하면서 차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다.도서관 측에서 별도의 독서 공간을 제공하면 좋겠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은 곳이 많고, 무엇보다 직원들도 장애에 관한 이해도가 부족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저시력자인 배희진(25)씨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서관 직원이나 사서분들이 도와주고 싶어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장애인을 대해야 하는지 매뉴얼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농아인(청각장애인) 노경섭씨는 겉보기에 괜찮다고 장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다. 수어를 할 줄 아는 직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국립장애인도서관 이용이 제한되기 전까지 노경섭씨는 거의 매일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며 수어대면낭독’(수어통역사가 책 내용을 쉽게 설명)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는 집 근처 도서관에도 수어대면낭독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 관계자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는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고 방음 설비도 잘 되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적지만 시설이 협소해 늘 이용객이 넘친다. 일반 도서관에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신체적 장애를 능가하는 정서적 불편감은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장애인이 집 주변 도서관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장애인 관련해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다양한 온라인 사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지다. 도서관 직원도, 장애인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장애인 독서 생활은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활성화는 오프라인 독서 제약의 해소책이 될 수 있다. 발달장애와 청각장애의 경우 책 내용을 쉽게 풀어낸 콘텐츠를 선호하는데, 일례로 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는 챗북등의 채팅형 콘텐츠는 책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도구로 작용한다. 다만 앱에서 책을 선택하는 이용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대다수 도서 서비스가 이미지에 관한 음성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시중 도서앱을 이용할 때 어찌어찌하면 이용은 가능하지만 사용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사실 이건 장애, 비장애를 떠나 접근성 기준에 충실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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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 독서생활기 2 

저시력 장애 배희진씨의 도서관 탐방기 깨알만한 글씨에 도서관 이용 힘들어전맹 한혜경씨의 전자책 활용기 정부문서, 제목만 읽어준 뒤 문서 끝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지난 16일 서울 중랑상봉도서관 4층 종합자료실. 저시력 장애를 갖고있는 배희진(25)씨가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 방의 대여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배씨에게 세상은 흐릿하게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얼굴은 분별할 수 있지만, 점이나 잡티 등 세세한 특징은 알아보기 힘든 정도다.먼저 도서관에 비치된 PC에서 도서관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도서 검색 목록을 들여다봤다. 미간이 좁혀졌다. 저시력확대기를 이용해 화면 배율을 500% 확대한 상태에서 웹사이트를 훑어보았다. 검색결과는 중랑구 내 다른 도서관의 해당 도서 보유현황부터 먼저 보여줬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만 큰 글씨를 한줄씩 눈으로 읽어가며 스크롤을 내려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과잉 친절이었다. 몇 번의 작업 끝에 겨우 외딴 방을 찾아냈다. 책 위치 확인을 위해 용지를 출력했다. 손바닥만한 용지에는 도서명’ ‘청구기호’ ‘등록번호’ ‘저자’ ‘자료실 위치등이 적혀 있었다. 깨알만한 글씨는 읽기에 너무 작았다.책 보관 위치를 제대로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책장에 붙은 번호표 역시 작은 글씨로 되어있었다. 몇 차례 오고간 끝에 800번대 한국문학 류 책장을 찾아 훑었다. 번호표와 책 제목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필요하면 한권씩 책을 빼 확인했다. 그는 한 책장을 두 번씩 훑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책을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정도. 비장애인이면 2~3분이면 끝나는 일이다. 그나마 이번에는 원하는 도서를 빠르게 찾는 편이었다고 했다.배씨는 시각장애인 중 흔치 않게 오프라인 방식의 독서를 좋아하는 몇 안되는 독자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그의 친구들은 모바일 독서 어플리케이션 소리책으로 책 낭독을 듣거나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한 도서를 읽는다고 했다. 그는 전자 책으로 읽으면 진짜 책을 읽는 맛이 안 난다책의 냄새를 맡고 질감을 느끼면서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거지 인근 도서관을 찾는 것은 월 평균 다섯 차례 정도이다. 한번 책을 읽으면 많게는 4시간 정도 정신없이 책에 집중한다. 몇 년전에는 청소년 수필을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여행 관련 도서나 비건 레시피가 손에 잡힌다고 했다.독서 활동 공간은 집이다. 그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집에 갖고와 저시력 확대기로 정독한다. 책을 저시력 확대기 판에 펼쳐놓으면 위에 달려 있는 카메라가 모니터에 큰글씨 화면으로 보여준다.

그가 도서관에서 독서 활동을 꺼리는 것은 장비가 마뜩잖은 게 가장 큰 이유이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서관은 시각 장애인의 독서를 돕기위한 장비나 배려가 미미하다. 농아인의 경우 전문 도서관조차 없다. 상봉도서관은 2019년에 설립된 최신 도서관으로 42,000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저시력 장애인을 위해 저시력 확대기 1대를 비치해놓은 게 전부이다. 그나마 비치돼 있는 저시력 확대기는 도서관마다 모델이 달라 조작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저시력 확대기가 낡아서 책을 비춰주는 모니터 화면이 깨져서 나오면 더 난감해진다. 책을 찾기위해 도서관 사서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배씨는 그분들도 도와주고 싶어도 어떻게 도와드려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직원분들이나 사서분들이 어떻게 장애인을 대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 시각장애인 한혜경(25)씨는 1년에 80~100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앞을 볼 수 없는만큼 주로 오디오북 어플리케이션이나 PC의 스크린 리더(화면에 나타나는 텍스트를 읽어주는 낭독 프로그램)로 책을 듣는다. 주로 사용하는 독서 앱은 SK텔레콤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함께 만든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LG그룹의 책 읽어주는 도서관이다. 한씨와 함께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을 이용해봤다.한씨가 켠 독서 앱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텍스트를 자연스럽게 읽어나갔다. 기계음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는 자원봉사에 참여한 성우가 녹음에 참여해서 담은 것이라고 했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아이폰에 설치된 보이스오버(VoiceOver) 음성이 안드로이드폰보다 한결 자연스럽다고 했다. 

물론 오디오북 서비스에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씨와 함께 구글 'Play '의 오디오북 서비스 결제과정을 확인해봤다. 앱 선택 화면에서 독서 앱을 탭하니 화면이 나타났다. 조작은 간단해보였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클릭하고 도서 구매하기를 누르니 보이스오버가 웹사이트에서 도서를 구매한 후 여기로 돌아와서 재미있게 즐기세요라고 말했다. PC로 접속해 해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도서 구매를 해야 했다. 어떤 결제 방식에는 PC에 나타난 QR코드를 핸드폰 카메라로 읽게 해서 접속하라는 절차도 있었다. 전맹인 한씨의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었다. 그는 정기 구독이 아닌 책 한권을 일일이 대여해야 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불편감이 더하다고 말했다.책 내용(e-book)을 들려주는 방식도 핸드폰 음성(보이스오버)이 한 줄을 읽으면 사용자가 탭을 해서 다른 줄을 읽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텍스트를 자세히 읽게 하는 친절한 방식 같지만 점자를 읽고 일상에서는 사물을 감별하느라 손을 많이 쓰는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고난 그 자체였다. 그는 화면을 손으로 넘겨서 책을 다 읽어내면 나중에는 손목과 엄지가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PC를 사용할 때는 스크린 리더로도 읽을 수 없는 이미지 기반의 PDF 파일 때문에도 고초를 겪는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기자에게 직접 자신의 노트북으로 보여줬다. 특정 PDF 파일을 골라 열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정당에 금액을 기탁한 내용을 공개한 1쪽짜리 문서였다. 기탁한 정당과 기탁 금액, 기탁 일시 등이 적혀 있었다.파일명부터 문서 전체 내용을 쭉 읽어내려갈 것이라고 기대와는 달리 스크린 리더는 순식간에 음성 낭독을 마쳤다. “공고 제2021-722021년도 1/4분기 기탁금 지급 공고 PDF 1페이지 문서 시작문서 끝”. 한씨는 이 외에도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정부 전자 문서가 중증 시각장애인들이 읽기 힘든 상태로 다수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시대에 재난지원금 관련된 문서를 이미지 기반의 PDF로 올려주면 시각장애인들은 읽을 수가 없다시각 장애인이 국민으로서나 소비자로서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배씨와 한씨 두 사람 모두 책을 좋아하는 시민이다. 하지만 비시각장애인이 만든 온오프라인 독서 시스템은 이들의 독서 욕구와 정보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시각장애인 독자의 욕구와 정보접근성 보장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낮은 장애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한씨는 장애인들이 책을 주체적으로 찾을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적다시스템을 설계하는 분들은 시각 장애인이 독서를 못할 거라 으레 짐작하고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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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노경섭씨 "우리에게 한글은 제 2외국어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장애없다 판단 안돼-‘휠체어 탄 사람은 안돼라는 말 없애는 게 사회통합-독서는 동등한 삶 사는 데 크게 중요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인터뷰에 앞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농인, 농아인, 청각장애인... 적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검색을 거듭했다. 고민 끝에 청각장애인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노경섭(54)씨는 청각장애인 중에는 듣지 않고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노인성 난청도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농아인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부탁했다. 그때부터 청각장애가 있는 농인’(聾人) 중에서도 언어장애가 있는 농아인’(聾啞人)으로 호칭을 바로잡았다국립중앙도서관 1층에 자리한 장애인정보누리터에서 만난 노경섭씨는 수어통역사와 함께 수어대면낭독을 하고 있었다. 수어대면낭독은 문해력이 낮은 농()인들에게 책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수어로 설명해주는 서비스로, 노경섭씨가 가장 애정하는 독서법이다. 다만 코로나 때문에 이용이 제한되면서 수어대면낭독을 하지 못한 것이 벌써 14개월째(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비대면 묻고 답하기로 전환), 영상을 통해 단발적으로 모르는 것만 묻다가 인터뷰를 계기로 오랜만에 직접 마주한 수어통역사와 책 승정원의 일기(사계절)를 읽는 노경섭씨의 얼굴은 밝게 빛났다노경섭씨는 어떻게 책과 인연을 맺었고, 맺어가고 있으며, 맺어갈 예정일까? 국립장애인도서관 6층 동아리방으로 자리를 옮겨 수어통역사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외국어 통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무지가 없었다. 통역사는 수어는 음성언어가 아닌 ()언어이기 때문에 (눈을 뗄 수 없어 메모조차 어려운 탓에) 순차통역보다 동시통역이 편하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비장애인을 뜻하는 청인이란 말에 정상인이란 말이죠라고 되묻는 실례를 저질렀다. 다행히 통역되기 전에 통역사가 바로잡아 주었지만 무관심에 따른 무지의 발로라는 생각에 뜨끔했다. 그런 순간을 통해 얻은 농아인에 관한, 농아인의 독서생활에 관한 이해를 공유해본다

- 농아인으로 살아오신 삶에 관해 여쭤봐도 될까요“2살 때 고열로 청력을 잃어 청각장애인이 되었어요. 이후 농인으로 자랐는데, 당시에는 농인인지, 청인(비장애인)인지 모르고, 듣는 것에 불편함 없이 살았습니다. 가족들과는 보디랭귀지로 대화를 했고,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이웃과 대화할 때는 형들(위로 형만 셋)이 수어 비슷한 동작을 만들어서 소통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 배려 덕분에 어린 시절에 힘들거나 우울한 기억이 없습니다.” 

- 듣는 문제로 학습을 포함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국민(초등)학교를 부산농학교(구 부산맹아학교)에서 다녔는데, 그때는 선생님과 선후배들이 수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은 농아인들을 위한 학교가 없더라고요. 당시에는 수어통역서비스도 없었어요. 미국에 갈로뎃 대학이라는 농인대학교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학비가 부담이 되더라고요. 먼저 학비를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죠. 그런데 막상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려니 비자 문제 등 규정이 깐깐하더라고요. 그래서 방향을 틀어서 캐나다로 갔어요.” 

- 어떤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나요?옷 디자인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어요. 29세에 결혼해서 아내가 있었는데,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설득해 허락을 받았죠. 영어와 미국 수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캐나다로 떠났어요.”

- 미국 수어가 따로 있나요?. 수어는 언어마다 다 달라요. 영어권에 가려면 영어 수어를 다시 배워야 해요. 한글과 알파벳의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달라요.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과 캐나다는 수어도 같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 60% 정도만 유사하다고 들었어요.” 

- 캐나다 유학 생활은 어땠나요“1년 정도 유학했는데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학교에서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했기에 학교 공부에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지금은 한국에도 그런 서비스가 있지만 당시에는 생전 처음 접하는 경험이어서 무척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장애인은 안 된다라고 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차별 없는 캐나다에 가서 부정이 긍정으로 뒤바뀌었어요.” 

- 책을 읽는데 불편하신 점도 있으실 것 같아요책 내용을 깊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수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농아인에게 한글은 제2 외국어나 마찬가지예요.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뜻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데 사전을 찾아봐도 글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수어통역사의 요약설명을 듣고 읽으면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제 경우에는 수어통역사에게 단어의 의미를 들으면 그냥 외워버렸어요. 이해력이 늘어가면서 차츰 스트레스도 줄어가고 있어요.”

- 독서 생활이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책을 읽고, 책 정보는 어떻게 얻는지, 어떤 방법으로 독서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역사책 그중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을 좋아해서 많이 읽고 있어요. 2018년부터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책을 읽지 않고 역사를 설명할 때는 어려웠지만 책을 읽고 나서 해보니 효과가 실로 엄청났기 때문이에요. 그때부터 역사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어요. 책은 주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방문해서 대면낭독서비스를 통해 읽어요. 일 년에 15권정도 읽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탈무드를 좋아해요. 지혜도 쌓고 사고력도 늘리고 감동도 가득 담겨 있어요.”

-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보통 청각장애인분들이 선호하는 도서가 있을까요? 수어책이 편중되게 출간되지는 않나요딱히 선호하는 책이 있는 건 아니에요. 일반적으로 취향 따라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르거든요. 과거에는 책들 중에 극히 일부만 변환되어 불편이 컸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수어영상도서는 정말 큰 도움이 돼요. 극장에 외국영화를 보러 갈 때 자막 없으면 못 보잖아요, 그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셨는지.사실 농아인이 책 읽는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많은 분들이 독서를 좋아하시지 않아요. 단어 의미를 몰라 읽다가 화를 내는 경우도 많고요. 근데 개인적으로 저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서 통역사를 통해 들으니 정말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책을 읽고 해석하는 게 너무 편해졌어요. 2011년부터 10년간 거의 매일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찾고 있는데, 요즘 코로나로 이용이 제한되다 보니 너무 아쉬워요. 코로나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 독서와 관련해 친구들과 자주 의견을 나누는 편인가요독서왕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매일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눠요. 그 친구도 농아인이에요. 얼마 전엔 친구가 일본책 국화와 칼(느낌이있는책)을 읽고 수어로 설명해줬는데 그 설명을 듣고 정말 너무 즐거웠어요. 책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 싶었죠.”

 -일반 도서관이나 장애인도서관을 이용하거나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나요. 고쳐졌으면 하는 대목이 있을까요“(장애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손책누리 독서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하는 편이에요. 책 범위를 정해서 강사분이 설명을 해주었던 적이 있고, 강사분이 의미를 설명하고 OX 퀴즈를 냈던 적도 있어요. 책을 함께 읽고 그에 관한 경험을 나눴던 적도 있고요. 나이대를 나눠서 진행했는데, 보통 그룹당 열명정도가 참여했어요. 수업일수가 많지 않은데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전자책 등을 읽은 경험이 있나요전자책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주로 이용하는데요. 주로 책 내용을 요약한 전자책을 많이 읽습니다.” 

- 독서 보조기(음성 증폭 장치나 의사소통기기)를 쓴 적이 있나요음성을 글자로 변환해주는 음성 자막 변환앱을 사용한 적은 있습니다.”  

-독서가 내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책을 읽기 전에는 지식이 충분하지 못했고, 사회적으로도 비장애인보다 낮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농아인들과만 지내다 보면 비장애인보다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 점이 염려가 됐고, 그래서 독서란 도전에 나섰죠. 동등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꿈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은 소리로도 정보를 얻지만 농아인은 오로지 눈으로만 정보를 얻기에 정보 습득에 취약해요. 따라서 독서가 가진 힘과 영향은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독서로 삶에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 문화해설사로 근무하시는데, 주변 청각장애인분들은 주로 어떤 직업군에 근무하세요건설업 일용직이나 공장에 다니시는 분들이 많아요. 여성분 중에는 바리스타로 일하시는 분들도 꽤 있고요. 요즘에는 택배 일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주로 육체노동 일이 많은 편이에요.” 

- 장애인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성숙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한국 사회를 완전히 안다고 자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제가 느낀 바로는 아직까지 차별이 많은 사회예요. 특히 캐나다에서 차별 없는 동등한 사회를 경험한 뒤로는 아직까지 차별이 잔존하는 한국 사회에 화가 나기도 했어요. 캐나다처럼 모두가 동등한 복지사회가 빨리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통합이란 말은 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에요. 농인,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가 계단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휠체어 탄 사람은 안돼라고 하지 않는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정한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해요.”

- 청각장애인을 위한 여러 지원이 있는 걸로 알아요. 어떤 게 있고, 개인적으로 이건 좋았더라, 하는 내용이 있으실까요정부 관련 뉴스에 수어통역이 나오고, 구청 업무나 KTX 표를 예매할 때 수어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예전보다 불편함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특히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수어통역과 청각장애인 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만족합니다.” 

- 그럼에도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그동안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수어대면낭독과 손책누리 독서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정보를 얻었는데 코로나19로 이용하기가 어려워서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수영하다 물에 깊이 빠진 느낌이랄까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수어대면낭독 서비스 등을 가까운 도서관에서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해 말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 연설문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할 때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어요. 하지만 최근 대통령 방미 연설이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의 항의가 터져 나오기도 했어요맞아요. 저 또한 같은 생각이에요. 비장애인의 경우 대통령이 연설할 때 자막을 보면 되지만 글 읽기가 어려운 농아인에게는 수어통역이 유일한 창구에요. 앞서 대통령 선거나, 지방의회 선거 당시 수어통역이 중지됐을 때는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지난해 선거 관련 행사 때 이유 없이 수어통역이 중단됐던 적이 있었어요, 청문회 때도 통역사 한 사람이 여러 후보의 통역을 맡으면서 어느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요.”

- 다른 장애보다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이 적다는 우려도 있어요시각장애인은 애로사항이 있을 때 음성언어로 바로 표현이 가능하기에 건의해서 빠른 개선이 가능하지만, 농아인은 그렇지 못해요. 수어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과 통역을 요청해야 하고 또 시간이 걸리는 문제로 건의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특히 농아인은 겉모습만 보고 장애가 없다고 생각하고, 책 읽는 데 문제가 없다고 오해하는 일이 많아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들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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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한혜경씨 "온라인 세계에서도 우리는 배제되고 있어요" 

-이미지 기반 재난지원금 문서, 전자 공보 등 불친절한 점 투성이-휴대전화 읽기 기능, 안드로이드폰 부실하기 짝이 없어-수험서와 교재 등은 비장애인보다 6개월 이상 늦게 접해-독서는 삶의 태도와 지식 전해주는 선생님 같은 존재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중증 시각장애인 한혜경(25)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그는 독서하기에 어려운 조건 속에서 꿋꿋이 한줄한줄 읽어냈다. 빛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전맹이 되어서도 책을 놓치 않았다. 점자를 배워 손으로 세상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후천성 요인으로 시각을 잃는다. 한씨는 남아 있던 시력을 점차 잃은 경우에 속한다.과학의 발전은 한씨에게 스마트폰과 PC로도 독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점자 문맹률 95%, 점자책 보급률 1% 상황에서 이같은 환경변화는 분명 놀라운 진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다.디지털 역량이 강조되는 비대면 시대에도 시각장애인이 받는 차별은 여전하다. 비시각장애인들이 만들어 낸 디지털 세상은 은연중에 시각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 학생으로서,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온라인 교육과 온라인 정보제공, 온라인 쇼핑 등이 일상화됐지만 정보 접근성은 여전히 쉽지않다. 정부의 전자 문서 조차도 이미지 기반의 PDF 파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독서신문>은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현실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11일 한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그는 자유소프트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문서 내용을 읽고 녹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유소프트는 시각장애인이 PDF 등의 디지털 문서를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이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모임 디지털시각장애연대대표로서도 활동 중이다. 언론에서도 여러번 등장해 장애인들의 디지털 문서 접근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는 서울 송파구 자유소프트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독서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저는 1년에 100권 정도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항상 100권까지 읽지는 못하고요. 80권 정도는 읽는 것 같아요. 책 정보는 온라인 서점 사이트나 블로그 리뷰, 유튜브에서 하는 책 리뷰를 보고 저랑 독서 스타일이 맞는 분들의 콘텐츠를 보고 책 읽기에 참고하고 있어요.또 책 읽기 좋아하는 환경도 있어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피 터지는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다든가(웃음), 자연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요.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책으로 먼저 나오고 후에 영화로 구현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버스에서 책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멀미가 나기 때문에 점자로 책을 읽지는 못해요. 어떤 분은 눈이 안 보이니까 멀미도 안 할 거라고 말씀하시는 데 그건 아니에요. 대중교통 이용하면서의 30~40분 시간은 자면 되긴 하지만 무언가를 들으면서 내가 하나 더 알았다는 사실이 진짜 재미있을 때가 있어요.”

-기억에 남는 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에요. 치매 노인들이 7일 동안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내용이요. 치매 노인들이 7일동안 식당 운영을 하는데 정말 손님들이 무엇을 주문했는지 틀리는 경우가 번번이 일어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장애가 있지만 저 역시 치매 노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또 우리가 치매 노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너무 일찍 포기해버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독서하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저는 어느 시점부터 빛조차 볼 수 없게 됐어요. 그 전에도 사실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죠. 어렸을 때 시력이 어느 정도 됐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당시는 읽는 데 큰 문제는 없었어요. 나중에는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돼서 큰 글자로 쓰인 도서를 봐야 했어요. 스탠드를 켜 놓고 책을 눈에 가까이 대고 볼 만큼 그때도 책을 좋아했어요. 나중에는 점자를 배웠어요. 어머니께서 차라리 점자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시기도 했고, 마침 시각장애인이셨던 친구의 이모에게 배워서 다른 방식으로 읽기 시작했죠. 나중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한 덕에 독서 보조기나 핸드폰으로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점자 도서라고 완벽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진짜로 불친절한 점자 도서는 아예 그림 설명 같은 걸 생략해버려요. 꼭 도서가 아니어도 정부 부처에서 올려주는 문서에도 불친절한 점은 발견할 수 있어요. 어떤 정보는 문자보다 이미지로 설명됐을 때 와닿는 것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어떤 유명 정치인의 공약집을 보면 손글씨로 ○○○이 걸어온 길이라고 써있는 경우가 있는데 시각장애인들이 받아본 전자 공보물에는 정작 아무런 표현이 없었어요. 또 어떤 동화의 경우 지금 이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를 표현해주는 게 아니고 단순히 텍스트를 옮겨주는 데 그쳐요. 동화를 읽는 시각장애 아동이나 시각장애인 부모가 비장애인인 자녀들에게 읽어줄 때 너무 불편해요.”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문맹률이 95%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점자보다 PC나 모바일로 읽는 경향이 크다고 들었어요. 스크린으로 나타나는 텍스트는 어떻게 읽는지 궁금합니다.휴대전화에 읽어주는 기능들이 다 있어요. iOS(애플사 제조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같은 경우에는 읽어주는 기능이 자동으로 탑재가 돼있어요. 그 기능은 시각장애인이 따로 신청을 하거나 하지 않아도 아이폰은 다 탑재돼 있어요. 안드로이드에도 탑재돼 있는데, 반응 속도가 느리고 읽어주는 음성 자체가 듣기가 불편해요. 기계음이 심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안드로이드폰이 아닌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점자 문맹률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의 25만 명 정도가 시각장애인이고, 고령화층과 미등록 시각장애인까지 생각해보면 대한안경사협회에서는 4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계시더라고요. 점자 문맹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후천적인 시각장애인이 80~90%에요. 그러니까 태어난 이후, 그리고 65세 이상이신 분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분들이 사실 나이들어서 점자를 읽을 일이 많지 않잖아요. 나이든 비시각장애인 분들도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점자 독서가 전혀 효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화면에 나타난 디지털 글씨로 읽는 것과 종이로 된 책을 읽는 거랑 비교해봤을 때 과학적으로 당연히 인쇄된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일례로 저도 책을 라디오처럼 많이 듣는데요. 성우 분들이 자원봉사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있기도 하고, 독서 어플리케이션으로 책을 듣기도 하는데요.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남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맥락으로 흘러갔는지는 알겠는데, ‘주인공이 누구였지’ ‘그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었지등 구체적인 정보는 잘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직접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경향이 생겼죠.하지만 아무래도 종이를 출력해서 책을 만드는 것이 비효율적이긴 해요. 묵자로 하면 A4용지 한 장을 쓰면 될 걸 점자로는 3~4페이지 씩이나 찍어내야 돼요. 점자 도서 제작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만들어진 책은 더 두껍죠. 이용자 입장에서도 (손으로 읽어야 하니까) 어깨도 아프고요. 사실 점자 도서 보급이 중요하지만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서 이용자가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크린 리더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설명해 주세요.말 그대로 PC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그램은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왔지만 아직도 이미지를 읽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요즘 PDF 문서를 이미지 기반으로 만드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로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스크린 리더로 내용을 읽을 수가 없어요.”

-디지털시각장애연대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언택트 문화가 생겼잖아요. 직접 만나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수업을 한다든지 행사를 연다든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온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여기서 시각장애인의 권리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정부에서 사이트에 올려주는 문서는 어떨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학교 교재로 제공받는 이 PDF 문서들은 어떨까 살펴봤어요. 결과를 확인해보니 시각장애인들은 학생으로서도, 국민으로서도, 소비자로서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코로나 시대에 재난지원금 관련된 문서를 이미지 기반의 PDF로 올려주면 시각장애인들은 읽을 수가 없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디지털시각장애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막상 만들고나니 문의가 빗발치더라고요. ‘팟캐스트 들을 때 이게 안 된다’ ‘3개월 째 비밀번호를 못 찾고 있다는 등의 불편 사항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어요.시각장애인에게 인식시켜주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 방법을 몰라서 아직까지 잘 실행되지 않았을 뿐이죠. 사실 시각장애인들은 소비자로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시각장애인들에게 온라인 쇼핑은 너무나 필수적이잖아요. 나중에 마트에 눈 감고 쇼핑을 해보면 아시겠지만 상품이 너무 많아서 내가 원하는 걸 찾는 건 힘들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내가 검색하는 키워드가 그대로 나오잖아요. 그래서 이런 어플리케이션에 보이스오버(VoiceOver, 화면에 있는 내용을 읽어주는 아이폰의 기능)가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만 잘 개선해 놓으면 시각장애인들에게 온라인만큼 편리한 곳이 없죠. 그런 부분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소비자로서 배제되고 있다는 걸 느껴서 디지털시각장애연대를 만들었죠.”

-독서 어플리케이션은 어떻게 활용하나요.사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만든 어플인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이에요. 이 어플은 성우가 자원봉사로 직접 낭독해 듣기에도 편하고, 속도 조절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 국립장애인도서관에는 드림이라고 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어요. 거기에 올라온 책들은 아이폰 보이스오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데 사실 저한테는 그게 제일 편한거 같아요. 왜냐하면 항상 듣던 음성이다보니 더 인지를 빠르게 할 수 있으니까요. 또 한 복지기관에서 만든 어플리케이션에도 듣기 편한 음성으로 낭독을 해주고 있어요.”

-독서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시각 장애가 있다보니 드라마나 영상물은 자주 놓치게 돼요. 그런데 책은 제가 놓치지 않고 똑같이 읽을 수 있는 거에요. 어떤 장면에서 작가가 서술한 그대로 우리는 똑같이 상상할 수 있죠. 특히 소설 같은 경우에는 그림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동화책만큼 그림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동일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거기에서 제가 상상해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독서는 저한테는 선생님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삶의 태도라든가, 모르는 과학 지식을 전해주죠. 예컨대 고백이라는 추리소설을 읽으면서는 내가 믿고 있던 사실이 정말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하는 것들을 깨우치면서 보다 겸손해지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독서현실에 관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까.독서보다는 교재 얘기를 더 하고 싶었어요. 물론 이게 한번 이슈가 되기는 했었어요. 비시각장애인들은 수험서나 교재가 서점에 나오면 서점에서 바로 사서 읽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그에 비해 3~4개월 늦게 그 교재를 접할 수 밖에 없어요. 완벽한 편집본으로서 그걸 접하게 될 때는 6~7월이 돼서야 접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대학 때 와서도 불편은 이어졌어요. 제가 너무 불편했던 게 교수님들마다 사용하는 교재가 다 다르고, 같은 교수님이라도 작년에 이 교재를 썼지만 올해는 다른 교재를 쓰고 싶어져서 바꾸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되면 저희로서는 국립장애 도서관이나 대체 교재를 만들어주는 곳에 이 교재가 등록이 되어 있는지, 이미 제작이 돼있는지 확인을 해요. 만약에 없으면 이걸 제작해 주겠다고 하는 기관으로 책을 사서 보내야 하고요. 그렇게 보내게 되면 기관마다 다 다른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보통 3월에 맡기면 중간고사는 끝나야 편집된 완성본을 맏을 수 있어요. 그러면 이 학습권이 정말 보장이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성숙도를 평가해 본다면요.보통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줄 알아요. 비시각장애인과 지능적으로 많이 차이가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우리가 내년에 감기 걸릴지 안 걸릴지 모르잖아요. 시각장애도 마찬가지에요. 80~90%에 해당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내가 시각장애인이 될 줄 몰랐던 분들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을 알 수 없는 지병이나 사고에 의해서 생긴 것이고요. 우리는 그 장애를 가진 분들을 배제하고 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들의 일상은 너무 다르니까 배제하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대학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요. 수업 거부 사유로는 동그라미를 칠 수 없어서라는 말도 안되는 사유를 드는 경우도 있어요.또 얼마 전에는 병원에서 일이 있었는데요. 보호자와 동행했을 때에는 물리치료를 받자고 말씀하셨다가 보호자 없이 혼자 가니까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나중에 보호자와 동행을 했을 때에는 제가 아닌 보호자한테 말씀을 하셨고요. 일부 병원에서는 보호자만이 냉정하게 시각장애인의 병을 진단할 거라고 생각해요. 의사선생님은 저를 집에만 있는 사람으로 인식을 하고 계셨어요. 은행에서는 적금을 해지할 때 눈 앞에 있는 저를 두고 저와 동행한 친구한테 얼마 해지하신대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근데 그 친구는 제가 얼마를 해지하는 지 모르죠. 이런 부분에서 그 사람의 인식 수준이 드러나잖아요.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느낄 때마다 너무 슬픈 것 같아요.”

-비장애인이 장애인들을 도와주려는 시도가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다고 들었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의 경우에는 어떤가요.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도와주실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나는 진짜 이 쪽으로 가고 싶었을 뿐인데 누가 거기로 가는 거 아니야라고 일러준다든가, 가고 있는데 누가 안쓰럽다는 이유로 확 잡아당겨서 데리고 간다든가하는 일들이 있어요. 맞아요. 제가 비장애인이었어도 사실 안쓰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럴 때는 먼저 물어봐주시면 되게 좋아요. 어느 장애 유형이든 마찬가지에요. 휠체어가 어디 걸렸어도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혹시 제가 조금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시면 서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나 텍스트가 있다면 추천을 부탁드립니다.저는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추천하고 싶어요.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내가 되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모두가 시각장애인이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각장애를 가졌던 분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삶과 일상의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둠 속의 대화라는 체험 전시도 추천하고 싶어요. 아예 암흑 속에서 걸어다니면서 내 감각이 얼마나 민감한지 체험하는 거예요. 다섯 개의 감각 중 시각이라는 감각 없이 얼마나 내가 예리하게 100분의 시간을 걸어왔는지 체험할 수 있는 전시예요. 이것 외에도 가끔 한번씩 익숙한 공간에서 눈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상을 살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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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김예은씨 중학교에 원서를 냈어요. 교육청에서 난리가 났지요 

- “‘시끄러워도 되는 도서관은 왜 없을까요- “해리포터 책을 큰 글씨체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60대 후반 어머니는 커 가는 딸의 돌봄에 늘 염려- 시설에는 다양한 장애인이 뒤섞여있어 곤란한 점 많아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장애인 당사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대부분의 가족들이 장애인 당사자의 그림자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장애인 돌봄에 헌신하다보니 자신들의 삶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과 관련한 복지 제도는 장애인 당사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가족, 친구 등 그 주변인들의 삶의 질 및 행복추구권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발달장애인 김예은(23)씨의 어머니 최인혜(65)씨는 내가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 귀한 딸을 낳았는데, 기르다보니 하나님이 너무 귀한 딸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은이는 기억력도 좋고, 노래도 잘하고, 끼가 참 많은 아이라고 덧붙였다. 딸과 함께 북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 행복이 깨지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되려면 장애인 돌봄의 사회화가 더욱 절실하다.최씨에게 발달장애인 자녀를 교육하면서 겪은 어려움에 관해 질문했다. 대답은 공간읽기 쉬운 자료라는 키워드로 수렴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으으하는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떠들어도 되는 도서관등 관련 독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문해력이 낮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읽기 쉬운 자료도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독서 환경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며 발달장애인 독서권 문제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 자녀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 언제 처음 알았나요.어머니 : “예은이를 마흔 셋에 가졌어요. 병원에서 노령 산모라 특별 관리를 받았죠. 그런데 임신 6개월 차에 의사 선생님이 아무래도 아이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검사를 했어요. 뇌수종이라 하더라고요. 당시에 우리 가족이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서울대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죠. 우여곡절 끝에 애를 낳았는데, 이후에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아서 퇴원도 못했어요. 태어난 지 43일 만에 머리에 관을 삽입해서 물을 빼는 수술을 했어요. 그렇게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아홉 번이나 수술을 했어요.저는 질병만 고쳐지면 우리 아이가 일상생활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주치의 선생님이 예은이가 이상한 것 같다고 하시면서 소아정신과에 상담을 신청하더라고요.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병실에 와서 진찰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예은이를 보더니 어머니, 아이가 자폐입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너무 당황해서 선생님 자폐가 뭐예요?’라고 물으니 자폐는 사회생활도 할 수 없고 등등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래서 검사를 했는데 자폐 1급이 나왔어요.”

-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어머니 :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치료를 시작하려고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당시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 시설도 많지 않아서 주로 개인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분위기였어요. 1회 치료 받는데 7~8만원이 기본이고 아무리 싸더라도 5만원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부산에 내려가지도 않고, 인천에 있는 동생 집에 머물면서 인천에서 서울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치료실을 다녔어요. 치료비로 한 달에 200만원 넘게 썼던 것 같아요.”

- 발달장애인에 관한 교육은 특별히 힘들다고 들었습니다.어머니 : “이 세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요. 있는 사람들은 편을 나눠 정보 교환을 합니다. 좋은 치료실을 찾아다니면서 우르르 몰려다니고, 어디에 미술치료, 연극치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거기에 또 우르르 몰려가고그럴 때 느끼는 소외감은 말도 못하죠.”

- 예은씨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요.어머니 : “특수학교는 대체로 사정이 열악해요. 그래서 일반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노력했죠. 초등학교는 일반학교를 보냈는데 중학교가 문제였어요. 우리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중학교가 있는데요. 그 중학교에 특수학급이 없어서 학교를 멀리 보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 있는 중학교에 원서를 넣었어요. 근데 교육청에서 난리가 난거예요. 특수학급도 없는 학교에 왜 지원을 했느냐는 거죠. 이후 교장선생님이랑 면담도 하고 그렇게 씨름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입학하게 됐어요. 그랬더니 교육청에서 보조교사를 보내주시더라고요. 2년을 그렇게 생활했어요. 그 학교에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계속 입학하게 되면서 제가 교육청에 직접 특수학급을 만들어달라고 건의를 했어요. 그게 성사돼 특수학급을 두 학급이나 만들었죠.”

- 주로 어떻게 아이를 교육하셨나요.어머니 : “제가 간혹 착각을 해요. 예은이가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죠. 가령 아이를 가르칠 때, ‘왜 너는 이게 안 되느냐고 말하면서요. 나중에 가서는 포기를 하고, 예은이가 좋아하는 거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예은이가 노래를 좋아하고 외우는 걸 잘하거든요. 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는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요. 팝송 가사를 엄청 잘 외우거든요. 컴퓨터가 굉장히 도움 됐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사이트 같은 데 들어가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죠.”

- 예은씨는 어머니랑 했던 활동 중에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아있나요.예은씨 : “저는 주로 노래 연습을 하고, 책 녹음을 해요.”

-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요.예은씨 : “책 녹음이요?”- 기억나는 거 아무거나 말해주세요.예은씨 : “민요 자매와 문어 래퍼』 『어린왕자』 『겨울왕국이요.”

- 이유가 있나요.예은씨 : “제가 요즘 가족이나 동료들을 위해서 연기를 하거든요. 원래 연기를 잘하니까요. 근데 저는 가수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내 목소리로만 노래를 했어요.”어머니 : “예은이가 요새 어린왕자책에 꽂혀서요. 거기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잖아요? 뱀도 있고또 누구지?”예은씨 : “여우.”어머니 : “많이 있어요. 각각 캐릭터의 대사를 자기 휴대폰에 녹음을 해요. 예은이가 연극을 좋아하는데 잘 따라하더라고요.”

- 어린왕자에 나오는 캐릭터 중에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나요.예은씨 : “저는제 역할은 작가예요.”어머니 : “아니, 어린왕자중에서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예은씨 : “좋아하는 인물이요? 어린왕자요.”

- 이유가 있나요.예은씨 : “주인공이잖아요. 책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좋아하고요.”어머니 : “어린왕자 목소리는 어때?”예은씨 : “왕자 목소리? 저는 목소리를 따라 해봤어요.”어머니 : “. 해봐.”예은씨 : “이게 뭐지? 이 물건은 뭐야? 안녕? 내가 도착한 곳이 무슨 곳이니?”어머니 : “뱀도 하고, 아주 잘해요. (웃음) , 뱀 해봐.”예은씨 : (뱀 연기) “내가 건드린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지. 하지만 너는 착하고 게다가 별에서 왔으니까. 지금 또 어린왕자속에 있는 역할이 있어요. 여우라고. 제가 연기를 잘해요. 여우 연기도 했었어요. 실례지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시작할게요. (여우 연기) “난 너와 놀 수 없어.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너는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오해의 원인이 되기가 쉽거든.”

- 발달장애인이 책을 읽는 데 특별히 불편하거나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어머니 :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병실에 입원했을 때도 카세트를 갖다 놓고 계속 들려줬어요. 지금도 예은이가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근데 어린왕자의 경우도 글자가 너무 많고 작아요. 그러면 애들은 금방 지루해하거든요. 예은이도 그림 많고, 글자도 큰 책을 좋아하는데, 그런 책이 잘 없어요. 예은이 같은 경우는 녹음을 하면서 읽으니까 그나마 한 장이라도 넘어가는 거지 사실 읽기가 힘들어요. 글자가 크고, 그림도 있고 이렇게 좀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해리포터>도 영화로 봤는데, 글자가 너무 작아서 책을 사주지 못했어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읽기 자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은씨의 독서 생활이 궁금합니다. 함께 도서관에도 가시나요.어머니 : “가요. 가서 예은이에게 책 좋아하는 거 가져와라고 하면 가져와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글자가 많고 이러면 금방 지루해하고, 다른 책 빼와서 다시 보고하죠.”-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어머니 : “그렇게 자주는 못가요. 더군다나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못 갔고, 그전에는 북카페를 주로 갔어요. 북서울미술관에도 북카페가 있거든요. 거기 가서 차 마시면서 책 읽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죠.”

- 예은씨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뭐예요.예은씨 : “민요 자매와 문어 래퍼. 이 책도 어린왕자겨울왕국을 읽을 때처럼 역할을 나눠 녹음하면서 읽어요.”

- 예은씨가 일은 하고 있나요.어머니 : “예은이가 7월부터 장애인부모연대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게 됐어요. 예은이와 같은 처지의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을 예은이가 직접 도와주는 거예요. 예은이가 교육을 받긴 받았는데잘 할 거예요. (웃음)”

- 발달장애인의 경우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돌봄서비스가 중요할 것 같아요.어머니 : “제가 부모운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 장애인활동보조인이라는 제도가 도입됐을 때예요. 장애인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집회를 하면서 얻어낸 결과물이거든요. 근데 그게 시간이 부족해요. 그나마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땐,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데, 학교를 졸업하면 계속 엄마가 24시간 돌봐주어야 하거든요. 활동보조시간을 받아도 예은이의 경우엔 시간이 많이 안 나와요. 기준이 이상한데, 걸어 다닐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예은이는 걸어 다니지만 혼자 생활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하지만 겉보기에 말도 잘하고 걸어 다니니까 그냥 약식으로 대충 면접보고 등급을 매기더라고요. 엄마들은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장애인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는 거죠.”

- 장애인탈시설법이 제대로 정착되어야 할 것 같아요.시설은 자유가 없어요. 제가 시설 전수조사를 몇 번 간 적이 있었어요. 오후 5시 전에 저녁을 다 먹이고, 이후에는 아무 것도 주질 않아요. 거기 식당에 계시는 분들도 퇴근을 해야 하니까요. 근데 한참 먹을 나이에 얼마나 배고프겠어요. 그래서 저는 시설에 보내는 게 꺼려져요.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아이 키우기 힘들면 시설에 보내지 왜 데리고 있냐고 하시는데요. 막상 자기 자식이 발달장애인이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치킨이랑 콜라를 좋아한다고 살이 쪄도 계속 먹이는 거예요. 왜 먹이냐고 물어보면, 내가 죽고 나면 아이가 먹고 싶어도 누가 사주겠느냐는 거예요. 나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아이 좋아하는 거 실컷 먹이고 싶다고 말해요. 참 가슴 아프죠.”

- 발달장애인들만의 공동체나 터전의 필요성이 필요해 보입니다.“‘피플퍼스트라고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었어요. 앞으로 이런 센터가 많이 생겨야죠. 또 정부에서 사회복지사가 상근하는 발달장애인 자립주택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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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보다 못한 장애인 정책... 공적 영역에 왜 장애인은 없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머저리, 벙어리, 절름발이, 애꾸눈, 병신... 장애인을 대하는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지양되는 표현이지만 이제껏 장애인은 다양한 표현으로 지칭되며 세상에 존재해왔다. 장애인은 장애에 따른 신체 제약으로 교육과 직업 선택을 제한받았는데, 사실 언제나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조선 시대에는 장애인이 고위 관직에 임용될 정도로 열린 사회였으나, 일제강점기 암흑의 시대를 통과했다가 다시 장애인의 삶을 존중하는 진보 사회로 전진하고 있다.조선 시대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선진적인 장애인 등용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북학파의 선구자인 홍대용은 담헌서에서 소경은 점치는 데로, 궁형당한 자는 문 지키는 데로 돌린다. 벙어리, 귀머거리, 앉은뱅이까지도 모두 일자리를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 역시 인정을 통해 장애인도 배우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종 2(1400)에는 임금이 폐질자(장애인) 가운데 산업이 있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를 제외하고, 궁핍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자는 소재지 관아에서 우선적으로 진휼하여 살 곳을 잃지 말게 하라고 지시했다.정창권 고려대 교수는 책 근대 장애인사(서유)를 통해 조선시대 장애인 정책은 비록 성문화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어쩌면 조선 시대가 현대보다 더 앞섰다고도 볼 수 있다장애인을 크게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어 정책을 펼친 점, 장애인도 모두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 범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도록 노력한 점 등이 그렇다고 설명한다. 이어 조선시대에는 어느 왕이 들어서더라도 시각장애나 청각·언어장애, 지체장애. 뇌전증, 정신장애 등 각종 장애인 관료들이 한두명씩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다고 부연한다.실제로 조선 후기 개화기에도 장애인을 향한 정책은 진보적이었다. 당시 발행됐던 <황성신문> 등에 따르면 장애인에게는 각종 세금 면제 혜택이 주어졌고, 죄를 범한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한 등급을 낮춰 처벌됐다. 장애로 인한 애로점이 정상 참작되는 배려가 이뤄졌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근대화, 산업화, 식민지 상황으로 장애인 수가 급증했지만 지원정책은 거의 전무했다.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장애인 복지가 사회문제로 주목받자 1944년 일제는 뒤늦게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라 할 수 있는 조선구호령을 제정했다. 불구, 폐질, 질병, 부상자, 기타 정신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노동에 지장이 있는 자에게 생활부조, 의료, 조산(助産), 생업부조 등의 혜택 제공을 골자로 하는데, 해방 직전 이뤄진 데다 전시 상황이었던지라 실효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일제강점기 장애인 보호시설 역시 사실상 역행을 거듭했다. 1911년 세워진 장애인 복지·교육기관인 제생원 맹아부는 명목상 기관에 불과했고, 1944년 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세운 불구자 수용소는 보호시설이라기보다는 장애인 걸인들을 데려다 가두는 수용시설에 가까웠다. 정 교수는 역사는 때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해방 이후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건 19816. 심신장애자복지법으로 제정되었다가, 198912월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 보장을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의 제정으로 생존권 이상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할 권리를 얻게 되었다.독서권도 그중 하나다. 2007년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로 개소한 현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12년 별도의 도서관으로 개관했다가 2019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승격됐다. 다만 승격된 이후 적절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대표 발의한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발행·제작처에 디지털파일 형태로 납본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다만 그럼에도 장애인의 도서관·도서 접근성은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장애인도서관을 찾기 위해서는 먼 걸음을 해야 하기 마련이고, 인근 도서관을 찾자니 장애인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도서관 직원과 이용객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번 정도는 공적 영역에 장애 당사자가 없는 게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주시길 바란다. 나는 여기 올 수 있는데, 장애인은 오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도대체 어느 문턱에 걸려 넘어져 여기로 오지 못한 걸까? 그런 의문을 한 번쯤은 품어주셨으면 좋겠다.”

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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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의원 특수반 보내는 게 아니라 포용하는 게 진짜 장애인 교육

-고도 발전 사회됐지만 장애는 여전히 가족문제로 치부-장애인 자율생활, 정보접근권 보장위해 전력투구-독서는 경험, ‘떠들어도 되는 도서관은 왜 없나-시혜·동정 아닌 권리 관점에서 장애인 대해야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화감독, 작가, 유튜버 등의 직업을 거쳐 지금은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사람. 바로 장혜영이다. 그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지만, 언제나 하는 일은 똑같았다. 영화감독이었을 때도, 작가였을 때도, 유튜버였을 때도 그는 늘 차별과 싸우는 사람이었다. 단지 지금은 정치라는 무대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장혜영을 처음 본 것은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때였다. 그때 그는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의 일상을 녹여낸 영화 <어른이 되면>을 연출해 여성영화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박남옥상을 받았다. 그는 무대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영화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한명의 관객이기도 했던 그는 현재 국회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하면서 과거의 구호와 행동을 법과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장애인 독서권에 관한 문제 역시 그가 주창하는 차별금지법과 무관하지 않다. 장애인 독서권 증진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 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장애인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관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청원에 10만명이 넘게 동의하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와 관련한 문제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 최근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이 우수법률안으로 선정돼 입법 활동 부문 1회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을 수상했다. 장애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었나. 장애인의 독서 인권 증진 부분도 있나.내가 장애 인권 이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건 탈시설(장애인이 장애인수용시설에서 나와 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공동발의해서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장애인 시설들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을 보호할 법률적인 근거가 없었다. 이를 위해서 코로나 긴급탈시설법(감염병예방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이 외에 장애인의 독서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진 않지만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에 관한 입법 활동을 했다. 국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거기에서 발신되는 정보가 장애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국회방송을 할 때, 한국수어와 폐쇄자막, 화면해설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최근 본회의를 통과했다.”

- 지난 2월에는 미 타임이 선정한 100명의 떠오르는 인물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선정됐다.내가 선정된 이유는 자질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발전 가능성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중요한 미래의 가치로 다양성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의미를 찾고 싶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내가 중점을 두고 있는 탈시설법과 차별금지법에 관한 활동을 상징적으로 봐준 게 아닐까. 내가 잘해서 선정된 거라기보다는 소수자 인권 문제에 사람들이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부각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 의정활동 슬로건이 차분하고 급진적인이다.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돌이켜보면 어떤가.나는 사실 화려하게 이슈를 띄우는 사람이 아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굉장히 생각이 많아지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좀 더 순발력 있게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내가 놓치거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하는 활동이 급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안에서 숙고한 것들을 내놓는 거다. 그게 내가 정치를 하는 방식이다.”

- 논란이 많은 이슈에 담대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이렇게 말하면 다들 안 믿어주지만, 나는 사실 되게 겁이 많다. (웃음) 긴장도 엄청 하고, 삶에 대해서 정말 불안해한다. 그렇게 겁이 많고 불안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한다. 대학을 그만둔다는 결정을 할 때도, 가령 학교를 계속 다니면 졸업 후에 가게 되는 어떤 정해진 길이 있지 않나? 그런 길이 한정된 행복혹은 경우에 따라서 불행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정해진 길을 갈 건지, 아니면 불확실하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길을 갈 건지 고민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단 1%라도 늘려가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말하는 공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일단 공정이라는 가치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시험은 당연히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공정은 결국 시험의 공정까지인 것 같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단지 시험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국가는 계속 부를 쌓아가고 있지만, 국가의 부가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아가 시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적 불평등이 전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체념하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다. 이걸 어떻게 시험으로 풀겠나? 이준석 대표가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대표라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런 불평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국회의원을 하기 전에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다. 장애 관련 영화를 만드는 것도 광의의 정치 활동으로 보이는데, 영화 제작과 입법 활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화적인 변화를 통해서 제도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장애를 가진 동생과 살았기 때문에 장애인과 공존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럴 기회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간접 경험으로라도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분명히 그렇게 해서 사회가 변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바로 입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바꾸는 두 번째 방법은 제도적인 변화를 통해서 문화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울퉁불퉁하게 형성되어 있는 사회적 인식을 입법을 통해서 다질 수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길을 선택했다.”

-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장애인 돌봄을 오직 가족들이 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걸 실감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건 너희 집안 문제지라고 치부한다거나 누가 장애인을 낳으라고 했어?’라며 심한 비난의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장애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문제를 삼아야 할 것은 장애인이 아니다. 이렇게 사회가 고도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 우리 사회다. 차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가 변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회에 알아서 맞추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런 구조를 느낄 때가 가장 힘들었다.”

- 그래서 의정활동 내내 장애인 돌봄의 사회화를 외친 것인가.그렇다. 장애인 돌봄을 오로지 가족 구성원이 사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거라고 한다면, 비장애인 부모나 형제자매들은 평생 장애 당사자의 그림자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그러한 삶을 기꺼이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 모든 것을 가족이기 때문에 강요받아야 한다? 이건 너무 가혹하고 불합리한 일이다.”

- 이번 인터뷰를 기획한 이유는 장애인의 독서 인권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독서신문>독서는 인권이다라는 판단 아래 독서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전하고,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따져서 개선점을 찾아보려한다. 혹시 이와 관련한 생각을 한 적이 있나.독서라는 것은 단순히 책의 물성을 넘어선 하나의 경험이다. 이 경험을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공간이 필요하다. 근데 동생을 데리고 도서관에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조용히 해야 하니까. 내 동생은 늘 으으으하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서 조용히 해야 하는 공간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 내가 만든 영화를 느티나무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상영하게 됐다. 근데 그 도서관은 떠들어도 되더라. 당시 동생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서가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관심 있는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이런 공간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독서를 단순히 책 안에 있는 글자나 내용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독서가 경험이고, 시공간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 일부 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동화 구연 및 독후 활동,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인 독서 인권 증진을 위한 처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발달장애인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바로 이 두 가지다. 근데 분명히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있고, 학습하고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분명하게 느끼는 존재다. 다시 말해 교육이 가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독서 인권 증진을 위해서 읽기 쉬운 글과 그림 등 다양한 자료들이 지역 사회의 곳곳에 보급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발달장애인의 문해력(文解力) 증진을 위한 폭넓고 전문적인 환경도 갖추어져야 한다. 가령 어떤 분들은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다른 분들은 귀로 듣는 걸 좋아할 수 있다. 굳이 시각장애인만 오디오북을 듣는 것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독서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장애인 독서권은 최종적으로 장애인이 교육 전반에서 차별받지 않게 하는 일과 연결된다. 장애인 교육권에 관한 생각도 궁금하다.근본적으로는 내실 있는 통합 교육을 위한 정책적 선회 혹은 그런 교육 정책의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공교육이 장애를 가진 학생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배제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가 대입(大入)이기 때문이다. 그런 목표를 상정해 놓고, 학생들을 줄세우기 하는 게 문제다. 능력의 탁월성’ ‘수월성등의 기준으로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낙오시키는 걸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의무 교육의 가장 큰 목표를 대입이 아니라 그 어떤 학생도 낙오하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뤄서 잘 지낼 수 있는 것으로 삼는다면 굉장히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떤 교육을 말하는 것인가.어느 교실에서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한 학생이 혼자서 떠들거나 다른 행동을 한다고 치자. 이로 인해서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 학생을 특수반으로 보내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 순간에 학생들에게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주는 것보다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 관한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앞으로의 삶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4차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인간적인 가치를 학교 교육의 목표와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장애 관련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을 것 같다.장애인에 관한 정책을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보는지, 아니면 장애 당사자의 권리의 관점에서 보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파생되는 정책들은 굉장히 폭넓은 공감대를 얻는다. 하지만 탈시설의 경우에는 장애 당사자의 권리에 관한 문제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의원님이 잘 모르시거나 그건 너무 많은 권리를 보장하는 게 아닌가, 라는 식의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사회에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 장애 관련 입법 활동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과거에 비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특히나 도시 지역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일상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장애 당사자들이 그런 일상의 공간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주셨으면 좋겠다. 가령 내가 동생의 손을 잡고 버스나 지하철역에 있으면 거기에 계신 분들이 다들 내 동생을 빤히 쳐다본다. 근데 그런 종류의 시선도 차별이다. 그저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아무렇지 않게 봐주시면 좋겠다. 나아가 교실이나 회사 등 공적 영역에 장애 당사자가 없는 게 너무 이상하다, 라는 생각을 한 번 정도는 해주시길 바란다. 나는 여기 올 수 있는데, 장애인은 오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나? 도대체 어느 문턱에 걸려 넘어져서 여기로 오지 못한 걸까? 그런 의문을 한 번쯤은 품어주셨으면 좋겠다.”

장혜영 의원은 누구?영화감독, 작가,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지금은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애인수용시설에서 18년 동안 살아온 발달장애인 동생과의 일상을 녹여낸 영화 <어른이 되면>을 연출하여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여 차별금지법 등을 발의하며 여성, 소수자, 장애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어른이 되면(시월)이 있다

출처 :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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