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6일 금요일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기록

다음에 옮겨놓는 글은 <용인시민신문> 2010년 7월 14일자 "도서관과 함께 한 2년"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을 쓴 이는 신영희 씨. 도서관과의 첫 인연을 시작으로 도서관활동가가 되고, 이웃과 더불어 잘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자아의식이 싹트는 이야기른 찬찬하게 들려주고 있는 글이다. 아주 짤막한 글이지만, 한 여성이 도서관 활동을 통해 어떻게 '성숙'해졌는지, 잘 드러내어 보여주는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기록이다.

 

우리 아파트에 이사 온 지 6개월쯤 지났을 무렵 놀이터에서 큰아이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도서바자회를 한다며 와 보라고해서 간 것이 나와 도서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지치기도 하고 내 안에 에너지가 소진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던 그때 독서토론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틈틈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현실의 힘듦을 잊고 꿈을 꿀 수 있었다.

도서관과 나와의 인연은 평소 나답지 않게 큰 고민 없이 참여하면서 계속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다는 편안함에 부담 없이 도서관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소식지 만드는 일도 맡게 되었다.

소식지 만드는 일을 통해 나는 많이 컸다. 우선, 아이들 엄마는 ‘컴맹’이라고 놀릴 정도로 컴퓨터가 낯설었었다. 지금은 우리 큰아이가 “엄마가 컴전문가가 되었네!” 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렇다. 정말 문서작성이 낯설었던 내가 지금은 ‘한글’은 웬만큼 다룰 줄 알고, 컴퓨터에 겁을 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소식지를 통해 글을 쓰면서 지금 하는 일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또 자신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 가족 중심에서 벗어나 사고의 틀을 넓혔다는 것이다. 이웃을 생각하게 되고 더불어 잘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여러 도서관 아줌마들과 부녀회, 관리사무소 직원들과도 친근한 사이가 되어서 아파트 생활을 아주 잘 하고 있다.

강의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통해서도 나는 성장했다. 비누 만들기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강사와 연락을 몇 번 했는지 모른다. 내 머릿속에 강의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틀없이 주먹구구로 했었던 것 같다. 한두 번 강의를 맡아서 진행해 보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다. 빛 그림 제작을 해 보면서는 멀게 만 느껴지던 포토샵과 MS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할 줄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 기계나 컴퓨터가 두려우신 분은 도서관으로 오시라고.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그야말로 ‘산지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힘든 시간도 있었다. 연체료에 항의를 하며 도서관이 무슨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시던 분도 있었다. 지금도 도서관을 우려의 눈으로 보는 주민들도 있다. 직접 도서관에 들어와 일을 해 보면 될 것을 얘기해서만은 절대로 모르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다섯 살인 둘째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 활동을 하느라 힘든 점도 많았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일을 하거나 모임중 시간이 길어지면 짜증내며 힘들어 해서 갈등할 때가 있었다. 또 밀린 집안일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들과 내게 모두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항상 아이 데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우리 도서관이 5살 생일을 맞는다. 정말 감회가 남다르고, 도서관 활동은 내가 여태까지 했던 일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지난 2년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도서관에서 함께 한 모든 자원활동가들도 도서관이라는 둥지에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신영희 자이행복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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