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0일 화요일

올림픽과 스포츠 정신

올림픽이 오늘 공식적으로 열립니다 . 불행히도 이러한 행복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주간의 뉴스는 드라마와 지속적인 위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시리아 정권의 살벌한 억압 콜로라도에서의 살인 , 그리고 유럽의 끊임없는 경제적 문제 사이에서 , 전 세계 사람들은 올림픽이 대표하는 잠시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올림픽의 꿈은 2012년 어느 때보다도 전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노력, 공정한 플레이, 우수성 및 팀 정신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는 국경, 문화 및 민족성을 초월한 친교를 조성하여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하나로 묶습니다.
스포츠 이외의 분점은 종교적, 문화적, 경제적 또는 정치적 분열이 거의 항상 다른 고려 사항보다 앞서가는 세계에서 그러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까? 스포츠는 우리가 대화에 참여하고 다리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며, 심지어는 국제 관계를 재구성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올림픽 게임은 이 보편적 인 사명을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개별 운동 선수들의 업적에 대한 상징적 중요성은 때때로 외교관이나 정치인의 협상보다 더 생산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아이랜드 럭비 선수는 평화 과정 이 분야에 있는 동일한 저어지를 착용하기 위하여 기다리지 않았다 독일 축구 대표팀은 공식적으로 정치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의 나라를 재결합에 성공했다 올해 1월 아프리카의 멋진 아프리카계 모임에서 아프리카는 분열을 잊어 버렸습니다.
이 예들은 스포츠에 내재적인 단결을 이루는 사명을 설명합니다. 이 사명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분열 때문에 더 필요합니다. 스포츠는 사람들이 신뢰와 우정의 정신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해 배울 수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스포츠는 젊은이들의 개인적인 발전을 지원하는 훌륭한 학교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자신을 위해서도 가르칩니다.
그러나 스포츠의 가치와 이익을 넘어, 올림픽 개막 직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올림픽은 전세계에 열정과 꿈을 공유하는 매혹적인 순간을 선사하는 보편적 인 흥분감을 선사합니다.
2012년 초 카타르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 문제와 스포츠에 대한 세계적인 반영의 길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인 도하 목표 포럼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는 스포츠의 경제적, 정치적, 교육적, 외교적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해결했습니다.
Doha Goals Forum의 행동 중심 플랫폼은 곧 NGO의 후원하에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를 시작합니다. 이미 수백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런던 올림픽 2012에서 우리의 모든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있는 스포츠와 운동 경기의 진정한 역량이 드러날 것이라고 Doha Goals Forum이 밝혔습니다.

The Olympics opens formally today. Unfortunately despite such a happy event, the news of recent weeks has been fraught with drama and ongoing crises. Between the bloody oppression of the Syrian regime, the killing spree in Colorado, and the never-ending economic problems in Europe, people from all around the world need the break, the brief respite, which the Olympics represent.
More than ever in 2012, the Olympic dream brings together people from around the world. Its positive values of hard work, fair play, excellence and team spirit foster a communion that transcends borders, cultures and ethnicity — values to unite us in these troubled times.
What denominator other than sport has such power in a world where divisions (whether religious, cultural, economic or political) almost always take the lead over other considerations? Sport allows us to engage in dialogue and to build bridges, and it may even have the capacity to reshape international relations. The Olympic Games embody perfectly this universal mission.
The symbolic significance of individual athletes’ achievements has sometimes proved more productive than the negotiations of diplomats or politicians. Irish rugby players did not wait for the peace process to wear the same jersey in the field; and German footballers succeeded (by playing for the World Cup at the same time) in reuniting their country before the political process brought it formally about. During a wonderful African Cup of Nations in January of this year, Africa forgot its divisions.
These examples illustrate the mission of achieving unity that is implicit and inherent in sports. This mission is all the more necessary today because of the fragmentation of our societies. Sport is one of the few spaces where people can learn about different cultures in a spirit of trust and friendship.
Sport is and should remain a great school of life that supports young people in their personal development. It teaches respect for others and also for oneself.
But beyond the values and benefits of sport, a sense predominates on the eve of the Olympics opening — no matter what age you happen to be — of the intoxicating Olympic dream and its magic. The Olympics creates a universal feeling of excitement, offering the world a moment of enchantment around passions and shared dreams.
It was armed with this knowledge that early in 2012 I created, in partnership with the Qatar authorities, the Doha GOALS Forum, an innovative platform leading the way in global reflection on social issues and sport. For the first time, we posed and addressed questions about sport’s economic, political, pedagogical and diplomatic roles.
The action-oriented platform of the Doha GOALS Forum will shortly launch a number of initiatives under the aegis of an NGO. Already hundreds of college and high school students are involved in its projects. The Doha GOALS Forum is showing — as, I believe the London Olympics 2012 will also reveal — the true capacity of sports and athletics to make a difference in all of our lives.
출처 https://www.huffingtonpost.com/richard-attias/the-olympics-and-the-spir_b_1710188.html

이언 모리스 '가치관의 탄생'

가치관의 탄생

이언 모리스 지음ㆍ이재경 옮김

반니 발행ㆍ2만2,000원

이럴 줄 알았다. 49쪽에 보면 아주 흥미로운 그림이 나온다. 두 정치학자가 2010년 세계가치관 조사를 토대로 만든 ‘문화지도’다.
세로축을 세속주의, 가로축을 개인주의 잣대로 분석해 세계 각 나라들을 배치한 것인데, 묘하게도 각 문화권에 따라 일정 정도 범주화가 이뤄졌다.
더 재밌는 건 여기서 한국을 찾아보면 일본과 유교문화권에 묶어 두긴 했는데, 좌표상 배치를 보면 러시아 근방이다. 사실상 동방정교권이라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런데 동방정교권 곁에 있는 이슬람문화권과 비교해보면 동방정교권은 이슬람문화권에 비해 조금 더 세속적일 뿐이다. 우리 스스로는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 문화가 세계적으로는 어느 지점인지 명백히 드러내준다. 쉽게 말해 함부로 푸틴을 독재자라 비판하고 그런 사람 왜 뽑아주냐고 러시아 사람 욕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 얼굴에 침뱉기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우리 가치, 우리 문화 소중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자. 그 가치, 문화라는 것이 시대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면? 긴 눈으로 봐서 상대적일 뿐이라면?

세속주의, 개인주의에 따른 세계 각국의 가치관 분포도. 한국은 동방정교권에 속한다. 반니 제공

고고학자 이언 모리스의 ‘가치관의 탄생’은 “시대의 필요가 생각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모리스는 자신의 작업을 “윤리를 철학의 품에서 떼어내 생물학적으로 따져보는” 것이라 일컫는다. 가치관이 어떻게 발생하고 변했는지 인류 역사를 더듬어 가며 거시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저자가 이언 모리스라 하지만, 실은 논쟁집이다. 2012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모리스가 인간 가치관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고, 이 강연에 대해 4명의 논평자가 각자 비판을 제기했고, 마지막에는 그 비판들에 대한 모리스의 답변이 붙어 있다. 일단 부러운 건, 논쟁의 수사학이다. 5명의 참가자 모두 은근히 상대를 깔아뭉개면서 자기 논지의 정당함을 얘기하는데, 그 노련한 수사학이 고급지면서도 은근히 웃긴다. 특히 마지막 답변에서 모리스는 “내가 틀렸다는 그들의 말이 나를 납득시키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내가 옳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시켰다는 자신은 없다”고 해놓고는 정작 그 장의 제목은 ‘나의 견해는 언제나 옳다’라고 붙였다.
모리스의 주장은 일단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주장을 전제로 깐다. 윌슨은 인류 진화가 “모닥불 주변에 둘러 앉는 행위”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생존을 위한 사회성이 필요해지면서 동료들과의 신뢰 관계 형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덕적 능력인 공감, 공평, 정의 같은 것들이 형성됐다. 진화는 유전자뿐 아니라 사회와도 관계를 맺는 다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모리스는 그 다음 단계, 그러니까 이런 기본적인 도덕적 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느냐를 따라간다. 단계는 세가지다. 개체의 생존, 집단의 번성을 가능케 하려면 에너지를 획득해야 하는데, 먹을거리까지 포함해 생존에 필요한 전체 에너지 획득 방식이 수렵채집에서 농업에서 화석연료로 넘어가면서 도덕도 그에 맞춰 진화했다고 본다.
수렵채집사회는 평등하지만 폭력성이 강하다. “최소 구성원으로 끊임없이 방랑하는 집단은 정치적 경제적 성별 위계를 가파르게 형성하고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원시사회를 인류사의 낙원으로 치장해대는 낭만적 유행도 간혹 반복되는데, 모리스는 이 낭만주의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구성원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잔혹한 폭력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농경사회는 평화와 위계화를 발달시킨다. 사실 농업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 많은 고고학 자료들은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 전환한 뒤 인류의 신체조건이나 영양상태가 오히려 악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농경사회의 도래를 두고 ‘총 균 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사 최악의 실수”,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 부를 정도다. 그럼에도 불어난 집단을 더 번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농경이 유일했다. 대신 가혹한 농업노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지배자와 피지배자 이항 대립이 극한으로 발달된 시기다. 왕과 노예, 남자와 여자 같은 대립항들은 여기서 나온다. 대신 지속적 생산을 위해 수렵채집사회보다 ‘평화’의 가치가 드높아진다.

농업사회로의 이행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가치변화를 불러왔다. 반니 제공

이 평화 때문에 농업사회에 대해서도 낭만적인 신화가 덧입혀진다. ‘평화로운 공동체’였다는 그리움 말이다. 그러나 강력한 위계화는 그런 걸 허용하지 않는다. 모리스는 농업사회에 대해 “음모, 앙갚음, 탐욕, 부정행위, 비열한 술책의 온상”이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말라 지적한다. 농업이나 공동체에 대한 신화가 강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다음 화석연료 시대는 바로 이 위계가 무너지는 시대다. 그 대신 들어서는 건 ‘상호대체 가능한 시민들의 열린 공동체’라는 가치다. “모두를 최대한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 공정하고 공평하다는 생각이 대체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런 주장은 묘한 냄새를 풍긴다. 가치의 상대주의는 결국 도덕적 단죄를 무뎌지게 하고,허무주의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오랜 의심 말이다. 가령 모리스는 탈레반 같은 단체를 악마화하는데 반대한다. 모리스는 “농경사회였다면 돌출 행동이나 판단 미숙을 지적당할 수는 있어도 사악한 무리로 취급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농경사회란 “1만년 동안 신성 질서에 대한 모독을 폭력으로 저지하고 처벌”했던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덕의 결여가 아니라 도덕의 후진성”이 문제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런 주장은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인간 내면에 평등, 평화, 조화가 존재하기에 인간은 특출한 존재라는 오랜 믿음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시퍼드(문학), 조너선 스펜스(중국사), 크리스틴 코스가드(철학), 마거릿 애트우드(작가) 4명이 제기하는 다양한 비판이 겨냥하는 지점은 결국 인간의 자존심 문제다. 모리스의 대답은 이렇다. “보편적인 인간 가치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역사를 통틀어 도덕철학자들이 한 것은 가장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가치관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 내 이론은 특정 해석을 내세워 보편의 진리를 주장하는 모두를 싸잡아 비판한다.” 생물학적 진화론 못지 않게, 도덕의 진화론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 역시 ‘겸손’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고 너무 크게 외칠 필요 없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2018년 2월 19일 월요일

네안데르탈인 증후군/ 김진경

우리는 나무가 도끼에 심하게 찍혀 있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아이고 저 나무 무지 아프겠다,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우리들에겐 참 너무 평범하고 진부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생각들이 현생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에게서 일어난 두뇌혁명의 산물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두뇌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크로마뇽인 이전의 인류인 네안데르탈인 두뇌는 서로 연결이 안된 채 놓여 있는 수많은 컴퓨터들처럼 두뇌의 방들이 서로 연결이 안된 채 병렬되어 있는 구조였다고 한다. 그런데 크로마뇽인으로 오면서 이 두뇌의 방들이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에 의해 자유롭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뇌구조의 변화가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나를 다루는 두뇌의 방과 나무를 다루는 두뇌의 방이 자유롭게 연결되기 때문에 크로마뇽인의 후손인 우리는 나무를 나처럼 상상하고 나무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 이 공감은 연대와 관계를 만들어낸다. 상대방을 나처럼 상상하고 공감하여 연대하고 관계 맺는 능력, 그것이 크로마뇽인의 두뇌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사고이자 새로운 힘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은 두뇌구조상 이러한 공감과 연대의 능력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본능이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집단을 형성할 수 없었고, 그러한 한계 때문에 인류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에 반해 크로마뇽인은 두뇌혁명이 가져온 공감과 연대의 능력으로 수천 수만 수백만의 집단을 형성할 수 있었고, 마침내 오늘날에는 60억이 넘는 사람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상상하여 인류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인류문명을 이룩해냈다. 
현생인류에게서 일어난 두뇌혁명, 그것이 가져온 공감과 연대의 능력이 오늘날의 사회와 문명을 이루어낸 기본 동력이었다는 말은 뒤집으면, 한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그 구성원들이 공감과 연대의 정신을 버리고 본능적 욕망의 집단으로 한없이 분열되어 나갈 때, 그렇게 현생인류의 본질을 망각하고 네안데르탈인을 향해 무한히 퇴화해 가는 증후군이 만연했을 때 온다는 걸 뜻하기도 할 것이다. 지난 세월호 사태 때 우리는 세월호 가족들을 시체팔이로, 국민을 개돼지로 매도 비하하는 지도층 인사들을 보며 한국사회에 ‘네안데르탈인 증후군’이 얼마나 심각하게 만연되어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꼈었다. 그리고 “적어도 네안데르탈인 증후군 중증인 자들을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자각이 촛불집회로 분출되어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곧 ‘네안데르탈인 증후군’의 말끔한 치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치유의 시작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왜 이렇게 한국사회에 ‘네안데르탈인 증후군’이 만연하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따져보는 일일 것이다.
우리 세대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에는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의 상당수가 농촌 출신이었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과정에서 농촌 대가족의 아버지는 장남이나 아들 중 공부 잘하는 아이 하나를 선발하여 도시의 대학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리고 딸들은 공장으로, 다른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어 대학에 간 아들을 뒷받침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온 아들은 누이와 형제들에 대해 부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아들에게 구로공단 여공들의 파업이나 농민들의 자살이 남의 일로 보일 수가 없다. 대학생과 노동자들의 연대, 대학생과 농민의 연대로 확산되어 간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서적 기반은 바로 이 대가족의 유대감에 있었다.
그런데 대학을 나온 아들은 그와 비슷한 여성과 결혼하고, 공장에 다니던 딸 또한 비슷한 배우자와 만나 살다 보면 서로 생활문화가 달라져 소통이 뜸하게 되고, 대가족의 유대감은 사라져 계급 계층적 구별짓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마련이다. 그 시작이 바로 1990년대 초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1970, 80년대에 사회적 구심력으로 작용했던 대가족의 유대감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강남’으로 상징되는 계급 계층적 구별짓기가 사회의 전면에 등장하여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왕따와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며, 사회구성원들이 학교교육을 계급 계층적 구별짓기의 수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는 점일 것이다.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할 때 나는 학부모 대상 강연을 가면 “우리 어머님들 왜 비싼 돈 들여서 명품 가방 사세요? 구별짓기 하려는 거 아닌가요? 왜 악착같이 돈 모아서 강남 아파트로 가려고 하시나요? 구별짓기 하려는 거 아닌가요? 아이들의 왕따도 일종의 구별짓기입니다. 어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어머님들의 그림자예요. 그런데 왜 자기 그림자를 보고 그렇게 깜짝깜짝 놀라며 경찰 동원하라고 소리소리 지르세요?”라고 어머니들을 질타하곤 했었다. 이제 나는 수능 문제든 특목고 자사고 문제든 학교교육을 구별짓기의 수단으로 보고 집착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공지능자동화가 전면화되면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관계 형성, 협업과 통합 같은 겁니다. 그래서 OECD도 이미 학력 개념에 그러한 정의적 능력을 중요하게 포함시켰고, 각 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학력 개념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과거의 잣대를 가지고 당신의 아이를 구별짓기를 위한 무한경쟁으로 내몰아 네안데르탈인 증후군에 빠트리려 하세요? 그렇게 하면 인공지능자동화가 전면화된 사회에서 아이가 잘살 수 있을까요?”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182049015&code=990100#csidx1085f5af37e47a6a981091a62728ebd 

Top 10s Top 10 books about South Korea/ Mary Lynn Bracht 소설가, 영국 가디언지

Historically known as the Hermit Kingdom for turning away western envoys, as well as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for its regal mountain ranges and tranquil valleys, South Korea has become a nation famous for its cutting-edge technology and pop-star mania, and continuously features in news headlines for its tense relations with its neighbour, North Korea. At the end of the Korean war in 1953, South Korea was one of the poorest nations in the world. Its people were starving and its cities were in ruins. Following a succession of civilian governments overtaken by military regimes and autocrats, South Korea’s Sixth Republic has finally established a liberal democracy that has seen its nation flourish. Today, many South Koreans are looking back at their nation’s past to make sense of the world they now find themselves in. The stark differences make the stories we read about this fascinating country all the more appealing.



While researching Korean history for my novel White Chrysanthemum, I was interested in both modern and historical material for the dual timelines. I came across many books that quickly became favourites – fiction and non-fiction. Each of them takes the reader into the South Korean psyche, often exploring the past and the present country. The country has a strong literary tradition, and with increasing interest in the country, translations of Korean works into other languages have given the rest of the world the chance to view it through the eyes and words of its own people.
1. Please Look After Mother by Kyung-Sook Shin (2011), translated by Chi-Young Kim An elderly woman, visiting her family in Seoul, is separated from them on a metro platform. When the train pulls away, her family are mortified to realise she has been left behind. Shin reveals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mother, her husband and their life in the countryside, as well as with each of her children as they all search for their missing matriarch. It reveals the lives of young and old, while asking big questions about the bonds of family and the struggles with the passage of time. It was a bestseller in South Korea and won the 2012 Man Asian literary prize.
2. The Guest by Hwang Sok-Yong (2005), translated by Kyung-Ja Chun and Maya West Hwang’s fascinating life reads like a novel. Born in Chinese Manchuria, his family moved to South Korea at the end of the Korean war. He reluctantly fought for the US in Vietnam, and later became a writer and political activist. He was jailed twice for his political beliefs, all the while writing and publishing novels, short stories, and plays. The Guest tells the story of a preacher visiting his childhood village in North Korea, and powerfully reveals that a massacre historically attributed to American soldiers was in fact perpetrated by Korean Christians from his village



3.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 by Sun-Mi Hwang (2014), translated by Chi-Young KimA quirky book that has been compared to Animal Farm and Charlottes’s Web. It follows a hen forced to lay eggs that will never hatch because they are destined to be sold at market, but she dreams of having a chick of her own. She escapes from her pen and sets out in search of her dream. This story explores notions of freedom, motherhood, diversity and sacrifice, and has been adapted into a successful cartoon film, play, musical and comic book.
4. 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 by Young-Ha Kim (2007), translated by Chi-Young Kim This is Kim’s first novel and has been translated into 10 languages. The story follows a man who is both a would-be novelist and “suicide assistant” – a serial killer who stalks potential victims who have nothing to look forward to in life, so that he can offer to facilitate their suicide for a fee. He then writes their stories down in a manuscript he plans to submit anonymously to publishers. We meet his victims as well as those whose paths they cross. Kim’s dark yet beautifully written novel reveals a modern Seoul, full of intriguing characters often tied up in failed love affairs.
5. Songs for Tomorrow: A Collection of Poems 1960-2002 by Ko Un (2008), translated by Brother Anthony, Young-moo Kim and Gary Gach
Ko is South Korea’s most prominent poet. He once studied to become a Buddhist monk, was imprisoned numerous times for his political stances, and while incarcerated wrote the famous Ten Thousand Lives, about every person he had met in his lifetime. He is a force to be reckoned with, both as a proponent of reunification and democracy and as a poet and novelist. This collection covers four decades, revealing the transformations of his style as the focus of his poems evolved. To read his poems is to read South Korean history.
6. No Flower Blooms Without Wavering by Jong-Hwan Do(2016), translated by Brother Anthony and Jina Park
Do is an award-winning poet who is beloved by South Koreans. His poems are noted for their beautiful cadences, enduring images, and encouragement to persevere through difficult times. His most famous poems, many of which are included here, were about his wife, who died soon after their marriage. They evoke feelings of grief, longing, anger and deep sadness, while also describing the beauty found in his natural surroundings.
7. The Great Soul of Siberia: In Search of the Elusive Siberian Tiger by SooYong Park (2015), translated by Jamie Chang
The forests of the Korean peninsula were once known for their prowling tigers, until the forests were stripped for timber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forcing the cats to migrate north. Today, there are no tigers in South Korea, and very few left anywhere. As well as a vivid storyteller, Park is a documentary film-maker and the foremost researcher of the critically endangered Siberian tiger. This book tells the true story of the lives of one family of tigers and their battle to survive in a diminishing ecosystem.
8. The Vegetarian by Han Kang (2015), translated by Deborah Smith
Originally published in South Korea in 2007, The Vegetarian was translated into English in 2015 and went on to win 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The protagonist chooses to stop eating meat, considered highly odd behaviour in a country where vegetarianism is virtually unknown. Her unusual behaviour soon catches the attention of her family, who cannot understand her choice and deem her mentally unstable. The lyricism of the prose makes this unusual book come across as a poetic tale of one woman’s attempt to follow her heart in a society wholly unprepared to comprehend an act of individualism.
9. Lost Names by Richard E Kim (1971)
Kim lived through Korea’s colonial period, and this novel is a first-hand account of a boy’s struggle against the ruling Japanese regime. Lost Names refers to the practice of forcing Koreans to adopt Japanese names in an attempt to erase all memory of Korean culture. It is heartbreaking to read about the repression, but the strength of the Korean people is also captured in this captivating story of resilience and ultimate triumph.
10. The Birth of Korean Cool: How One Nation is Conquering the World Through Pop Culture by Euny Hong (2014)
Born in the US to South Korean parents, Hong moved with her family to their homeland when she was 12. She grew up in Seoul’s Gangnam district and was privy to the rapid cultural and economic changes occurring in the late 80s and early 90s. Hong is a cosmopolitan writer with a sharp wit. Her book is an entertaining look at how the country has wilfully modernised to become the 15th-largest economy in the world. The Hermit Kingdom is no more. 
출처 https://goo.gl/hHt654

페미니즘, 20년 연구 결론은 “우리 안의 타자를 돌보는 실천 담론”

여성문화이론연구소
ㆍ세미나·저널·강좌·출판 활동…앞선 연구로 ‘급진적’ 평가도
ㆍ페미니즘 연구 늘 암흑기지만 지금이 더 어색한 시대인 듯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가운데)과 이현재 대표(오른쪽), 한우리 운영위원이 지난 7일 서울 혜화동 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가운데)과 이현재 대표(오른쪽), 한우리 운영위원이 지난 7일 서울 혜화동 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한국 사회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모이거나 종교적 신념으로 뭉치지 않은 집단이 20년 넘게 독자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단체가 아닌 학술·연구단체, 그것도 ‘마이너’한 주제인 여성주의를 다루는 경우라면 더 힘들다.

페미니스트 연구공동체를 지향하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이하 여이연)의 20년은 그 자체로 ‘역사’다. 1997년 9월 설립된 여이연은 줄곧 제도권 밖에서 ‘세미나-저널-강좌-출판’의 네 가지 축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왔다. 최근 페미니즘 열풍이 일면서 과거 펴낸 책들이 다시 소환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여이연이 구축한 담론의 저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난 7일 여이연이 21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 혜화동의 사무실을 찾았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5층 다락방에 들어서니 낡은 책 냄새가 확 밀려왔다. 원년멤버로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옥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62)와 이현재 대표(49·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한우리 운영위원(33·영문과 박사과정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이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대표하는 이들과 함께 그간의 성과와 과제, 현재 페미니즘 물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페미니즘의 죽음부터 부활까지…“그럼에도 살아남았다”

- 여이연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임옥희 이사장 = 시작할 때부터 참여한 묵은 세대다. 

이현재 대표 = 2006년부터 활동한 늦깎이다. 

한우리 운영위원 = 학부 때부터 강좌를 들었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세미나에 참석했다. 

- 21년째 소회는.

임 = 2000년대 들어 페미니즘의 죽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시기도 겪었다. 지금은 N개의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시대다. 페미니즘이 핵분열을 일으킨다. 재미있는 현상이 되살아난 것 같다.

이 = 20주년 기념행사 때 ‘굿즈’로 만든 가방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존했다(Nevertheless we persisted)’고 적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한 = 늘 암흑기였던 것 같다.

임 = 지금 상황이 더 어색하다. 많은 사람들이 해시태그에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하는 시대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여성문화이론’에 담긴 의미는.

이 = 인문학의 주요 담론을 가져와서 여성주의 안에 깔린 근본 개념이나 사고방식을 질문하는 데 주력했다. 급진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 당시 낸 책들이 판권 계약 만료로 절판됐는데, 지금 필요한 책들이다.

임 = 페미니즘을 가르치며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도권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론을 생산할지 고민했다. 한국 페미니즘 언어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 제도권 밖에서 여성 담론을 이끌다

- 가장 의미 있는 담론은.

임 = 지금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안 읽어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여/성이론’ 창간호에서 버틀러에 관해 글을 썼을 때만 해도 ‘도대체 버틀러가 누구야’라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버틀러가 가진 현재성을 맥락화시켜 과거와 달리 버틀러를 이해하려는 듯하다.

이 = 20주년을 맞아 ‘여/성이론’에 수록된 논문을 쭉 살펴보는데, 지금 논의되는 것들을 이미 해서 놀랐다. 문학·영화·드라마 비평 등 페미니즘 문화비평도 우리 줄기의 하나였고, 재생산과 생산의 노동관계 담론도 이끌었다. 페미니즘 정신분석도 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했다. 성노동 논쟁도 그랬다. 미운 짓만 많이 한 것 같다(웃음).

임 =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가지고 제도에 들어가 정책결정을 하는 ‘페모크라트’가 생산됐다. 그 이후 페미니즘이 곤두박질치는 시기가 왔다. 제도 바깥에서 비판의 목소리와 언어를 생산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연구소의 힘이었다. 

이 = 퀴어이론도 선점해서 많이 했다. 지금 밀고 있는 이론은 교차성 페미니즘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한 = 워마드 계열의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여자만 안고 가겠다’고 한다. 성소수자·트랜스젠더 등 여성이 아닌 사람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꿘페미’(운동권 페미니스트) 또는 ‘쓰까 페미’(섞는다), ‘교차 페미’로 부르면서 ‘래디컬 대 교차’라는 프레임이 생겼다. 이 대립 자체가 잘못됐다.

임 = ‘여자만’이라는 논리는 생물학적 근본주의에 입각해 있다. 페미니즘은 생물학적인 것으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를 말한다. 젠더는 관계적인 개념이고 젠더 안에는 권력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얼마 전 임은정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 갑을관계라고 지적했다.

이 = 교차성 논의는 페미니즘 진영 내 통합이 아니라 논의 풍성화의 전략이다. 



■ 페미니즘은 우리 안의 타자를 돌보는 것…실천의 기초가 되는 담론

- 성폭력 고발 등 최근 여성이슈에도 대응하나.

이 = 담론의 문제로 풀다보니 한 박자 느릴 때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형화된 모습이 존재하는데, 피해자 담론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예를 들어 한샘 성폭력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자는 섹슈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법적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얼마든지 욕구나 지향성을 가지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 = 요즘 나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감각을 가지면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이 만연한데, 그건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에 가깝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존재의 양식을 바꾸는 일이다. 어떻게 사고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지를 고민하는 게 페미니스트다.

이 = 실천이 지속되려면 방향 설정이 필요하고, 담론이라는 기초가 필요하다.

- 20주년 기념으로 펴낸 <다락방 이야기>에서 엄마, 돌봄노동자 등 현실의 여성 주체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한 = 모든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험에서 시작한다.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계속 고민한다.

이 = 여성의 경험도, 특히 계급차가 있을 경우 너무나 다르다. 트랜스젠더가 성노동을 하는 이유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결과적으로 남녀 임금격차를 가져온다. 페미니즘은 우리 안의 타자를 돌보는 것이다. 그들과 손잡는 의제를 더 찾아내려고 한다. 퀴어 관련 일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된 여성주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한 = ‘여자만 안고 간다’고 할 때 여자는 추상화되고 뭉뚱그려진 덩어리다. 교차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구체적인 여성의 이야기, 살아 있는 여성의 위치와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임 = 여성은 나이·인종·장애·계급·제3세계·이주민 등 여러 정체성을 다 가로지르는 것으로 구성된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자원이 너무나 빈약한데, 그중에도 위계가 있다.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려면 다른 여성을 고용해야 한다. 같은 여성 내에도 갑을관계가 생긴다. 여자들끼리의 싸움이 아닌데도 여자에게 아웃소싱된 문제들 때문에 싸우고 경쟁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여성들도 서로 자원을 나눠야 한다. 페미니즘이 수행해야 하는 여성의 정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여성운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임 = 모든 여성들이 한목소리를 낸 사안이 호주제 폐지였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원을 둘러싼 갑을, 권력관계로 을이 되는 남자도 존재한다. 페미니즘은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모두가 해방되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성의 이해만 주장한다면 페미니즘의 의미를 하향평준화하는 것이다. 

이 = 운동권 내에서 페미니즘을 등한시한 것, 이른바 ‘적녹보 패러다임’에서 성계급이 근본 모순이라는 점도 각성시켰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에는 성노동 이슈화도 적극적으로 했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당시 성명서도 냈다. 촛불집회 때는 ‘페미존’을 함께 만들었고, 박근혜 정권을 가부장적 카르텔로 명명했다.



■ 후속세대 양성이 과제

- 제도권 여성학 입지가 좁아졌다. 앞으로 활동은. 미래는.

임 = 여성학과는 이화여대, 계명대밖에 없다. 나머지는 협동과정인데 그나마도 성신여대, 숙명여대는 폐지했다. 페미니즘이 일자리 창출이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페미니즘이 학문으로 재생산될 역량은 계속 쪼그라들 것이다.

이 = (그나마) 요즘 학과에서 페미니즘 철학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페미니즘 담론을 주도하고 풍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가장 절실한 것은 후속세대 양성이다. 페미니즘을 하면서 먹고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나 때까지만 해도 희생정신이나 공동체의식으로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이연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게 강한 통일성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

임 = 활동 초창기부터 운동으로서의 출판을 해왔다. 대형 출판사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세미나 참석자들이 논의한 것들을 책으로 묶어내면서 이론실천을 했다. <딸에 대하여>라는 소설을 보는데, 가족 없이 혼자 늙어가는 여자의 삶이 마치 페미니즘의 미래 같다고 느꼈다. 가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에 같이하자고는 못하지 않을까. 여기는 보수부터 좌파, 안티 페미니즘까지 다 있다. 혼종성, 다성성 때문에 지속적인 가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한 = 그래서 살아남았다. 두 분은 (미래가) 비관적인 것 같다(웃음). 계속해서 강좌나 세미나를 여는 게 중요하다. 20년간 그 역할을 해왔다. 여성단체 활동가부터 대학생, 직장인, 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접속의 공간이 여이연이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 그리고 대학의 미래/ 김선재 배재대 전자상거래학과 교수


신생 출생자수의 감소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만 해도 63만 명에 달했던 출생아 수는 2010년에 47만 명에서 지난해인 2017년에는 36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리고 향후 4년 뒤인 2022년에는 30만 명 선도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인구절벽의 위기를 우리 모두가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미처 준비도 완료되기 전에 너무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인구절벽의 문제는 미래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 불을 본 듯 훤하다. 우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성장잠재력의 둔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는 다시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져 소득감소와 함께 소비위축으로 연결돼 과거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 뿐만 아니다. 교육체계, 복지재정 및 연금, 산업구조 등등 인구절벽의 파급효과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가 교육 분야이다. 당장 초-중-고-대학으로 이어지는 인구절벽의 연쇄적 파급효과는 2002년 50만 명 선이 붕괴된 신생아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4년에는 4년제 대학은 70여 곳(현존 대학의 약 35%), 2년제 전문대학은 50여 곳(현존 대학의 37%)이 폐교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암울한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 부상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또 한 번 대학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인공지능(AI)에 의해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 되어가는 사회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융복합 기술에 대한 수요증대, 플랫폼 비즈니스 급성장 등으로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할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과 대학의 교육은 이제 이 같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술과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하게 진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교수와학습자들 간 정보와 지식의 비대칭성도 인터넷이란 매개체가 등장함으로서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대학에서 교수들이 가르치는 웬만한 지식들은 인터넷에서 다 얻을 수 있다. 굳이 대학이란 물리적 공간에 가지 않더라도 최신 고급정보를 편안한 카페에서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에 대학도서관이 비어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대학과 대학교육은 아직도 이러한 위기들을 극복할 준비가 부족한 상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대학과 대학교육은 변해야 한다. 변해야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재설계를 통해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투명해진다. 우선 학과(전공)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융복합 교육과정을 충분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구성해 실행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창의융합형 인재는 토론과 발표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참여해 생각하고 그 의견을상호 교환하는 경험기반의 교육 속에서 길러진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대학의경영도 기존의 운영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는 혁신을 꾀해야 한다. 유연성 있는학사제도의 개선, 학습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지원, 다양한 산학협력 지원체계 등 행정 전반에 걸친 대변혁을 가져와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한 역할과 책임은 당연히 대학과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교수)에게 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이들 교육기관에서 양성되고 있는 이들 세대들에게 달려있다. 21세기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형태의 대학으로 변모해야 하는지, 그리고 추구해야 핵심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뼈아픈 자기성찰을 통하여 각 대학들이 거듭나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이기 때문에….

김선재 배재대학교 전자상거래학과 교수 

출처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300509

급성장하는 기업형 중고책 시장/ 백원근 소장

요즘 여러 서점에 들러보면 규모와 무관하게 한산한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시설도 제법 깨끗한 체인형 중고서점에 가보면 사정이 다르다. 손님들로 활기가 느껴질 정도다. 이른바 3대 기업형 중고서점(알라딘, 예스24, 개똥이네)의 전국 매장 수만 83개에 이른다. 새 책 판매는 어렵고 중고책만 날개를 단 근래의 출판시장 동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며칠 전 발표된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한국출판연구소, 문화체육관광부) 결과를 봐도, 도서 구입처 중 주로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성인이 ’13년 1.5%, ’15년 2.4%, ’17년 3.1%이고, 초중고 학생은 ’13년 2.0%, ’15년 3.4%, ’17년 4.9%로 4년 전 대비 2배씩의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고책의 전체 출판시장 대비 점유율은 아직 적은 편이지만 새 책 판매가 아닌 2차 시장(중고책 매매) 규모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면서 새 책 시장을 상당 부분 침식 내지 대체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대표적인 중고책 업체인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온라인에서 중고책을 취급하기 시작한지 10년,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개시한지 8년차가 되는 해이다.  

기업형 중고서점 매출 3천억 원대, 새 책 출판시장 손실액 7.6%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중고서점 수는 약 500개 정도다. 이 가운데 기업형 중고서점 매장 수는 약 20% 정도이지만 오프라인 중고서점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 파레토 법칙(80:20 법칙)과 일치하는 수치다.

중고책 시장은 매장과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소비자 매매(B2C), 판매자와 수요자 간의 직거래(C2C, P2P, 오픈마켓) 방식으로 각각 약 2천억 원(1천984억 원)과 1천300억 원(1천35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소액(약 1천억 원) 기준이라 해도 현재의 단행본 출판시장 규모로 보면 연간 7.6% 정도의 새 책 판매 기회를 잠식한 셈이다.

개인이 경영하는 중고서점은 한국전쟁 이후 형성돼 전국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1970년대까지 번창했으나 차츰 쇠퇴기를 맞이했다. 현재처럼 기업형 중고서점이 주도하는 시장이 발달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서점의 중고도서 판매, 그리고 2011년 이후 인터넷서점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궤를 함께 한다. 전통적인 개인 경영 중고서점은 신간 판매 시장을 보완하는 2차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강했다. 절판된 책, 오래 전에 발행된 책을 구할 수 있고, 호주머니가 가벼운 독자들이 저렴하게 헌 책을 구매하는 보조적인 유통 경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의 기업형 중고서점은 바이백 영업(새 책을 50% 가격에 매입)으로 중고 상품을 대량 양산하거나, 인터넷서점의 새 책 판매 코너에서 중고책을 함께 소개하는 등 수익을 위해서라면 새 책과 헌 책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인 이익 우선주의로 치닫고 있다.

결국 기업형 중고서점이 확대 재생산하는 중고도서 시장이 커질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은 저자, 출판사, 신간 서점들이다. 중고책 매매는 이들의 수익 구조와 차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새 책의 판매 기회까지 빼앗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신간 도서의 발행을 위해서는 새 책 판매에 따른 수익금의 확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이러한 출판산업 가치사슬 구조가 기업형 중고서점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1차(신간) 시장과 2차(중고책) 시장의 유통질서가 혼재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하며 보완적인 상생 관계가 되도록 혁신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인터넷서점이 새 책 판매 화면에서 중고책을 동시에 판매하는 일이 없도록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자간 거래인 오픈마켓에서도 발행 후 6개월 이상 지난 책만 취급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도서정가제 규정 위반에도 해당하는 바이백 영업의 제한 기한을, 현행 발행 후 6개월 이상에서 최소 18개월 이상으로 하는 방안 등이 사회적 협약으로나 관련법 조항으로 도입돼야 할 것이다.

독자들의 중고책 매매 수요가 커진 것은 새 책과 거의 다름없는 상태의 책을 반값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경제성에 기인한다. 특히 경제적 약자들이 중고책의 주요 매매자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대학도서관, 직장도서관 등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근본 대안이다. 중고책 수요의 상당 부분은 문학, 자기계발서, 어린이책과 같은 대중적인 출판 장르의 책이다. 독자가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독서 수요를 충족하는 방법은 도서관에서 위축되고 있는 도서구입비를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다양한 책을 구비하는 것이 사회적 해법이다. 출판 생태계를 살리면서 독자의 독서권도 보장하는 길이 여기에 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페미니즘, 20년 연구 결론은 “우리 안의 타자를 돌보는 실천 담론”,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김유진 경향신문 기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ㆍ세미나·저널·강좌·출판 활동…앞선 연구로 ‘급진적’ 평가도
ㆍ페미니즘 연구 늘 암흑기지만 지금이 더 어색한 시대인 듯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가운데)과 이현재 대표(오른쪽), 한우리 운영위원이 지난 7일 서울 혜화동 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가운데)과 이현재 대표(오른쪽), 한우리 운영위원이 지난 7일 서울 혜화동 연구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한국 사회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모이거나 종교적 신념으로 뭉치지 않은 집단이 20년 넘게 독자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단체가 아닌 학술·연구단체, 그것도 ‘마이너’한 주제인 여성주의를 다루는 경우라면 더 힘들다.페미니스트 연구공동체를 지향하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이하 여이연)의 20년은 그 자체로 ‘역사’다. 1997년 9월 설립된 여이연은 줄곧 제도권 밖에서 ‘세미나-저널-강좌-출판’의 네 가지 축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왔다. 최근 페미니즘 열풍이 일면서 과거 펴낸 책들이 다시 소환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여이연이 구축한 담론의 저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난 7일 여이연이 21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 혜화동의 사무실을 찾았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5층 다락방에 들어서니 낡은 책 냄새가 확 밀려왔다. 원년멤버로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옥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62)와 이현재 대표(49·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한우리 운영위원(33·영문과 박사과정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이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대표하는 이들과 함께 그간의 성과와 과제, 현재 페미니즘 물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페미니즘의 죽음부터 부활까지…“그럼에도 살아남았다”

- 여이연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임옥희 이사장 = 시작할 때부터 참여한 묵은 세대다. 

이현재 대표 = 2006년부터 활동한 늦깎이다. 

한우리 운영위원 = 학부 때부터 강좌를 들었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세미나에 참석했다. 

- 21년째 소회는.

임 = 2000년대 들어 페미니즘의 죽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든 시기도 겪었다. 지금은 N개의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시대다. 페미니즘이 핵분열을 일으킨다. 재미있는 현상이 되살아난 것 같다.

이 = 20주년 기념행사 때 ‘굿즈’로 만든 가방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존했다(Nevertheless we persisted)’고 적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한 = 늘 암흑기였던 것 같다.

임 = 지금 상황이 더 어색하다. 많은 사람들이 해시태그에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하는 시대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여성문화이론’에 담긴 의미는.

이 = 인문학의 주요 담론을 가져와서 여성주의 안에 깔린 근본 개념이나 사고방식을 질문하는 데 주력했다. 급진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 당시 낸 책들이 판권 계약 만료로 절판됐는데, 지금 필요한 책들이다.

임 = 페미니즘을 가르치며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도권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론을 생산할지 고민했다. 한국 페미니즘 언어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 제도권 밖에서 여성 담론을 이끌다

- 가장 의미 있는 담론은.

임 = 지금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안 읽어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여/성이론’ 창간호에서 버틀러에 관해 글을 썼을 때만 해도 ‘도대체 버틀러가 누구야’라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버틀러가 가진 현재성을 맥락화시켜 과거와 달리 버틀러를 이해하려는 듯하다.

이 = 20주년을 맞아 ‘여/성이론’에 수록된 논문을 쭉 살펴보는데, 지금 논의되는 것들을 이미 해서 놀랐다. 문학·영화·드라마 비평 등 페미니즘 문화비평도 우리 줄기의 하나였고, 재생산과 생산의 노동관계 담론도 이끌었다. 페미니즘 정신분석도 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했다. 성노동 논쟁도 그랬다. 미운 짓만 많이 한 것 같다(웃음).

임 =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가지고 제도에 들어가 정책결정을 하는 ‘페모크라트’가 생산됐다. 그 이후 페미니즘이 곤두박질치는 시기가 왔다. 제도 바깥에서 비판의 목소리와 언어를 생산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연구소의 힘이었다. 

이 = 퀴어이론도 선점해서 많이 했다. 지금 밀고 있는 이론은 교차성 페미니즘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한 = 워마드 계열의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여자만 안고 가겠다’고 한다. 성소수자·트랜스젠더 등 여성이 아닌 사람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꿘페미’(운동권 페미니스트) 또는 ‘쓰까 페미’(섞는다), ‘교차 페미’로 부르면서 ‘래디컬 대 교차’라는 프레임이 생겼다. 이 대립 자체가 잘못됐다.

임 = ‘여자만’이라는 논리는 생물학적 근본주의에 입각해 있다. 페미니즘은 생물학적인 것으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를 말한다. 젠더는 관계적인 개념이고 젠더 안에는 권력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얼마 전 임은정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 갑을관계라고 지적했다.

이 = 교차성 논의는 페미니즘 진영 내 통합이 아니라 논의 풍성화의 전략이다. 


■ 페미니즘은 우리 안의 타자를 돌보는 것…실천의 기초가 되는 담론

- 성폭력 고발 등 최근 여성이슈에도 대응하나.

이 = 담론의 문제로 풀다보니 한 박자 느릴 때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형화된 모습이 존재하는데, 피해자 담론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예를 들어 한샘 성폭력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자는 섹슈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법적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얼마든지 욕구나 지향성을 가지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 = 요즘 나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감각을 가지면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이 만연한데, 그건 라이프스타일 페미니즘에 가깝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존재의 양식을 바꾸는 일이다. 어떻게 사고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지를 고민하는 게 페미니스트다.

이 = 실천이 지속되려면 방향 설정이 필요하고, 담론이라는 기초가 필요하다.

- 20주년 기념으로 펴낸 <다락방 이야기>에서 엄마, 돌봄노동자 등 현실의 여성 주체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한 = 모든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험에서 시작한다.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계속 고민한다.

이 = 여성의 경험도, 특히 계급차가 있을 경우 너무나 다르다. 트랜스젠더가 성노동을 하는 이유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결과적으로 남녀 임금격차를 가져온다. 페미니즘은 우리 안의 타자를 돌보는 것이다. 그들과 손잡는 의제를 더 찾아내려고 한다. 퀴어 관련 일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된 여성주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한 = ‘여자만 안고 간다’고 할 때 여자는 추상화되고 뭉뚱그려진 덩어리다. 교차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구체적인 여성의 이야기, 살아 있는 여성의 위치와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임 = 여성은 나이·인종·장애·계급·제3세계·이주민 등 여러 정체성을 다 가로지르는 것으로 구성된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자원이 너무나 빈약한데, 그중에도 위계가 있다.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려면 다른 여성을 고용해야 한다. 같은 여성 내에도 갑을관계가 생긴다. 여자들끼리의 싸움이 아닌데도 여자에게 아웃소싱된 문제들 때문에 싸우고 경쟁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여성들도 서로 자원을 나눠야 한다. 페미니즘이 수행해야 하는 여성의 정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여성운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임 = 모든 여성들이 한목소리를 낸 사안이 호주제 폐지였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원을 둘러싼 갑을, 권력관계로 을이 되는 남자도 존재한다. 페미니즘은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모두가 해방되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성의 이해만 주장한다면 페미니즘의 의미를 하향평준화하는 것이다. 

이 = 운동권 내에서 페미니즘을 등한시한 것, 이른바 ‘적녹보 패러다임’에서 성계급이 근본 모순이라는 점도 각성시켰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에는 성노동 이슈화도 적극적으로 했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당시 성명서도 냈다. 촛불집회 때는 ‘페미존’을 함께 만들었고, 박근혜 정권을 가부장적 카르텔로 명명했다.



■ 후속세대 양성이 과제

- 제도권 여성학 입지가 좁아졌다. 앞으로 활동은. 미래는.

임 = 여성학과는 이화여대, 계명대밖에 없다. 나머지는 협동과정인데 그나마도 성신여대, 숙명여대는 폐지했다. 페미니즘이 일자리 창출이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페미니즘이 학문으로 재생산될 역량은 계속 쪼그라들 것이다.

이 = (그나마) 요즘 학과에서 페미니즘 철학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페미니즘 담론을 주도하고 풍성화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가장 절실한 것은 후속세대 양성이다. 페미니즘을 하면서 먹고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나 때까지만 해도 희생정신이나 공동체의식으로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이연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게 강한 통일성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왔다.

임 = 활동 초창기부터 운동으로서의 출판을 해왔다. 대형 출판사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세미나 참석자들이 논의한 것들을 책으로 묶어내면서 이론실천을 했다. <딸에 대하여>라는 소설을 보는데, 가족 없이 혼자 늙어가는 여자의 삶이 마치 페미니즘의 미래 같다고 느꼈다. 가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에 같이하자고는 못하지 않을까. 여기는 보수부터 좌파, 안티 페미니즘까지 다 있다. 혼종성, 다성성 때문에 지속적인 가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한 = 그래서 살아남았다. 두 분은 (미래가) 비관적인 것 같다(웃음). 계속해서 강좌나 세미나를 여는 게 중요하다. 20년간 그 역할을 해왔다. 여성단체 활동가부터 대학생, 직장인, 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접속의 공간이 여이연이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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