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갑갑증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에 들었으나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나라마다 독특한 검색의 '습관'이 있지만, 지금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환경'이 세계적으로 어떤 위상 속에 있는지 잘 파악되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것은 '갑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갑갑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비스 업체의 문제이기도 하고, 정부의 갖가지 규제 때문이기도 하다.(그런데 그렇게도 규제 완화를 외치는 정부가 왜 인터넷에서만은 예외가 되는 것일까?)

 

오늘 강인규--<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는 책의 저자인지 오마이뉴스의 기사만으로는 분명치 않다.<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의 책날개에는 저자 강인규가 위스콘신대학의 강사인 미디어 학자다--의 짤막한 글, 트위터 '2등'으로 밀어낸 한국... 뿌듯해?라는 글을 읽었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의 기사, 트위터도 당한 고추장 마케팅이라는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실 한겨레의 기사는 흥미로운 기사이기는 하지만, 좋은 기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기사다. 왠지 '민족주의적'이다. 그리고 이 한겨레의 기사는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환경'이 지닌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을 강인규 씨는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이 이메일뿐만 아니라 메신저까지 감청한다고 하니, 그 독특함에 기이한 독특함까지 더욱 더해질 거라는 생각뿐이다. 외국 서비스의 진입만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 진출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한국적 환경'은 어떤 환경인가라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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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기술, 독과점과 담합에 의한 시장왜곡, 표현의 엄격한 규제 등 한국의 독특한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는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형제국가' 한두 군데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한국적 환경'이 외국 서비스의 진입만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 진출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일본시장 실패나 싸이월드의 미국과 유럽시장 실패에서도 보듯,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국제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전무하다. 앞으로 전망은 더욱 어둡다. 게다가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던 하드웨어 분야는 급속도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예컨대 휴대폰 산업은 애플이나 구글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업체들의 지배권 밑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하드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세계 최강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 주식이 올 들어 16퍼센트 하락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삼성과 엘지 등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긴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심비안'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가진 노키아는 한국의 어떤 업체보다 나은 상황이다.) '토종'도 좋고, '삼성 만세'도 좋지만, 한국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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