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담배이름과 한글문화연대의 활동

    *사진출처: 어느 누리꾼의 블로그에서 http://spk32.tistory.com/107  '화랑' 담배갑에 씌어진 문구들. "유신과업 수행에 앞장서자, 멸공방첩" "우리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적과 싸우자. 전통문화와 민족의 정통성을 수호하자. 조국통일과 민족중흥을 실현하자"

    *사진출처: 어느 누리꾼의 블로그 http://philip33.tistory.com/151

 

한림대 김영명 교수가 '한글문화연대'를 처음 꾸리기 시작할 때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 무렵 우연하게 김영명 교수를 패널로 모시는 포럼을 조직할 일이 있어 잠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 서로 주고받았던 전자우편 주소(이메일) 때문에 지금도 한글문화연대의 소식들이 저의 전자우편함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동사무소를 무슨 '센터'라고 이름을 고치는 것에 대해, 한글문화연대의 활동가들은 꽤나 끈질기게 싸워왔습니다. 저 자신도 '센터'라는 이름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이름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민단체 활동의 내용으로 채워나가고 있음에 대해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보아왔습니다.

 

그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왜 담배 이름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피우는 담배는 '시즌'이라는 담배입니다만, 처음 담배를 배웠던 것은 '청자'였습니다. '청자' 이후 '은하수'그리고 '솔' 등등의 담배가 저의 입을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디스'라는 담배가 처음으로 저의 입을 지나쳐간 외래어의 담배였을 듯싶습니다. '

 

담배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입니다. 일제시대에 나왔던 '히로'에서부터 해방 이후의 '승리' 그리고 '백두산'과 '무궁화'와 '계명'. 그리고 군사정부의 상징하는 '화랑'이라는 담배, 이 담배 이름은 우리나라 문학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제가 할머니의 담배 심부름을 할 때 구멍가게에 눈에 띄던 담배 이름 가운데 기억나는 것으로는 '아리랑' '새마을' '청자' '태양'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땐가 '환희'를 숨어서 피어보다가 쉼 없이 기침을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선친은 '태양'을 태웠습니다. '한산도'와 '거북선'이라는 이름도 1970년대 박정희 독재시절의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1980년대 농촌활동에 갔을 때, 작업반장의 역할을 맡았던 친구 녀석이 '솔'을 피우던 친구들을 무척 나무라면서 끝내 일종의 자아비판을 밤새 하게 만들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 대부분의 친구들은 '은하수'를 피웠지만, 농촌활동 기간 동안에는 '청자'로 견디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군대 복무 시절, 군에서 배급해주던 담배는 '은하수'였습니다. 조훈현 국수는 나중에 금연에 성공해서 금연 광고에도 출연했지만, 그이가 '장미'를 피워 물고 반상에 몰두하던 모습은 꽤나 저의 흡연에 기여했습니다.

 

오늘 담뱃가게에 갔더니, '켄트'라는 것이 새로 나왔다고 광고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런 담배 이름의 큰 틀을 바꾼 것이 바로 '88'일 것입니다. 88올림픽이 담배 이름의 세계화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제 또 무슨 담배가 나오든 이제 그것이 그것입니다만, 정말 새로운 이름의 담배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한글문화연대의 활동,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활동에 군소리를 덧붙인다면, 담배 이름 바꾸기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글 이름의 담배가 다시 나온다면 무슨 이름이 좋을 것인지, 공모도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밤에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쓸데없는 생각이 나서, 두런두런 군소리 한 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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