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목요일

"손으로 쓴 일기가 일기다"

<겨레말큰사전누리판> 제27호에서 만난 문정화(일산 백마고) 교사의 글. '손으로 쓴 일기가 일기다'에서 한 대목을 옮겨놓습니다. 문정환 선생은 "삐뚤삐뚤 쓴 반성문 속에서 아이들을 읽고 싶다"고 하셨는데, 반성문을 많이 받으시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DMB, PMP, MP3 등 이런 말들이 무슨 말의 약자죠?

 

나는 워드로 깔끔하게 정돈된 글보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일기, 삐뚤삐뚤 쓴 반성문 속에서 여전히 아이들을 읽고 있다.

 

요즈음은 자율학습시간 직접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연습장에 단어를 써가며 공부하는 녀석들을 찾기가 참 어렵다. 무슨 약자인지도 모른 체 사용하고 있는 DMB, PMP, MP3로 인터넷 영상 강의를 듣거나, 전자사전, 핸드폰의 버튼을 눌러 단어를 찾으며 공부한다. 아예 더 나아가 깜00 기계를 노려보며 눈으로 깜빡깜빡 단어를 왼다. 아이들은 이미 빠르고 편한 속도감에 익숙해져,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은 헌납한 지 오래다. 빠르고 편하니 그렇겠지 생각하지만 사전에 손때 묻히며 침 묻히며 공부하던 때와 뭐 그리 좋아졌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월이 흘러 자기 앞에 하나씩 더 빠르고 더 다양한 기계를 두고 아이들이 그 기계 속 문학 작품을 읽을 생각을 하면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워드로 깔끔하게 정돈된 글보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일기, 삐뚤삐뚤 쓴 반성문 속에서 나는 아이들을 읽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흘려 쓴 글씨 속에서 아이들이 내 마음을 읽게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정작 잃지 않아야 할 그 무엇...... 나는 그것을 아이들과 미련스럽게 지켜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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