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2일 일요일

Guyon Chung-architecture of correspondance

건축가 정기용.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를 비롯한 도서관 관련 일을 진행하면서 정기용 선생을 가까이서 뵈었다. 정 선생을 모시고 지방으로 출장 가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다. 정 선생은 몸이 고단하여 잠시 눈을 붙였다가도 일어나서, 도시, 건축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시곤 하였다. 그런데 그 말씀을 통해 나는 도시, 건축물, 공간에 대한 내 안목의 치수를 키울 수 있었다.

 

언젠가 고속도록 휴게소에서의 일이다. "이 휴게소라는 것들은 다 돌아앉아 있어야 한다"고 하신다. 지금의 고속도로 휴게소란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차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뱉어낸다. 지금의 휴게소에는 고속으로 질주하던 사람들의 심신을 쉴 수 있도록 배려한 동선이 없다.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자들이 음식과 물건에 접근하게 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휴게소를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이 고속도록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가 고속으로 사람들의 휴식을 처리하는 듯하다. 이건 편의나 편리와는 거리가 멀다. 고속도로 위에서의 휴게는 달리던 차의 굉음이나 빠르게 지나치던 풍경을 잠시 잊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고속도로 휴게소의 본질이 있다면, 그리고 그 본질에 맞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연을 향해 배치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도로를 향해 배치되어 있는 휴게소는 언뜻 편리한 듯싶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장 불편한 휴게소다.

 

이후 고속도록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주차장에 꽉찬 차량과 사람들의 혼잡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괴롭다. 그리고 사람들의 '쉬는 모습'이 달리 보인다. 정 선생님은 지나치듯 말씀을 하신 것이지만 이렇듯 휴게소 하나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주셨던 것이다.

 

정기용 선생이 쓰시는 단어에는 어떤 시적 광채가 있다. '공간의 시인'이라는 별칭이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다. 그 언어에서는 인문적, 사회적 사유의 두께가 느껴진다. 어느 날인가 도정일 교수님은 정기용 선생에 대해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능력을 돈과 맞바꾸지 않으려는 사람"이라 평하였다.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의 건축물들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기용 선생이 몇 해 전에 암투병을 하게 되었다. 홍성태 교수 등이 이에 문집 만드는 일을 시작하였다. 모두 5권으로 기획되었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책인 <서울이야기> <사람/건축/도시>가 작년에 발간되었고, 이번에 <감응의 건축>이 나왔다. (아마도 네번째 책은 '기적의도서관'이 될 듯싶다.) 2008년 10월 10일 오후 6시, 대학로 아르코극장 옆의 한 공간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잠시 다녀왔다.

 

<감응의 건축>은 '무주군 공공건축 프로젝트(1995-2006)'에 대한 책이다. 지난해 도정일, 정기용, 김정헌, 조한혜정, 박원순 등을 모시고 무주군을 방문한 바 있다. 그때 실로 10여 년 동안 한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의 의지와 한 건축가의 지난한 공공건축 기획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직접 볼 수 있었다. 몇몇 건축물 가운데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설운동장의 등나무와 납골당이었다. 공설운동장에 무슨 행사가 열려도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내빈석에는 그늘이 있지만 일반 스탠드에는 땡볕이 쏟아졌던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에 감응하는 것, 그러니까 등나무가 자라고, 그 그늘 속에 사람들이 쉬고, 보고, 산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공설운동장의 등나무 프로젝트였다. 조그마한 산자락에 위치한 납골당은 바로 아래 건너다보이는 인삼밭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납골당과 인삼밭이 조형적으로 감응하고 있었다. 사람과 자연과 풍광이 감응하도록 하고, 민과 관이 감응하도록 하고, 땅과 하늘과 바람이 감응하도록 하는 것이 감응의 건축이다.

 

감응은 커뮤니케이션이고, 소통이고, 만남이다.

감응은 응답이고 떨림이며 공감이다.

감응은 몸과 마음과 영혼의 울림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

참고1:
Guyon Chung studied craft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Architecture
D'Amenegement at Ecole National Superior Des Art Decoratifs(ENSAD),
architecture at Unite Pedagogique D'Architecture No. 6(U.P.A.6) Paris,
Institute D'Urbanism at Universite Paris?. After getting architect
diploma(D.P.L.G) in France, opened an architectural firm in Paris. Working
as a chief architect of Guyon Architects Association, a member of steering
committee at Seoul School of Architecture, and invited professor of
architect department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 at present.
Recently, awarded Achun Architect Award by Korea National Architect
Association. His magnum works are a catholic church, Kaywon School of Art
and Design, Dong-myong High School and outbuilding plan of the French
Embassy in Korea.(출처: http://www.nettime.org/Lists-Archives/nettime-l-0112/msg00047.html)

 

----------------------------------------------------------------

참고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South Korea in the last decades has experienced an unprecedented series of transformations at all levels in society: in the economics, in the culture, and in the politics. More specifically its capital Seoul has become in the last few years one of the densest urban zones in the world. After a long period of dictatorship and along with an extraordinary process of economic development that characterized the last years, South Korea opened up to experimentation in all major arts, not least architecture. And architecture is at the center of the exhibition curated by Francisco Sanin, which presents an overview on the research which revolves around that emerging yet configured urban landscape that constitutes this unique city and is continuously engulfing the entire population of the South Korean peninsula.

Six among the most well-known Korean architects are the protagonists of this evolution. Their work represents an ongoing research and exploration, a critical view to the processes taking place in this unique context. Chung Guyon, Joh Sung-yong, Kim Young-joon, Min Hyun-sik, Seung H-sang, Yi Jong-ho represent the generation of those who have been able to trigger a debate, an interaction, a research which is aimed at rousing Korea from a feverish moment of great political turmoil. Their architecture testifies the consequences of this transformation. It ripened over time and is permeated by the several investigations and relations with the international experience.

SeOUL SCAPE. Towards a New Urbanity in Korea’ is part of the program of traveling exhibitions produced and organized by iMage (
www.image-web.org).

http://www.arqchile.cl/seoul_scape.htm

-----------------------------------------------------------------

참고3: http://cafe.naver.com/paju97.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6686

 

「 건축정책 국제컨퍼런스 2007 」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rchitectural Policy and Innovating Projects 2007.

○ 주    제 : “좋은 건축ㆍ좋은 도시를 만드는 건축정책”
○ 일    시 : 2007년 5월 10일(목) ~ 11일(금) / 2일간
○ 장    소 : 서울역 옛 역사
○ 주    최 : 건설기술ㆍ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대한주택공사
○ 주    관 : 새건축사협의회
○ 후    원 :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대한건축학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도시설계학회, 한국조경학회,
               국토도시계획학회,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 개최 취지
•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에 대한 희망은 크다. 시민들은 활기찬 길, 아름다운 건축, 쓰기 좋은 공공 공간, 쾌적한 환경을 소망하고,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를 꿈꾼다. 또한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생기고 인재들과 관광객이 찾아든다. 건축과 도시는 중요한 공공 인프라인 것이다.
•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업들 뿐 아니라 그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 지자체 차원의 건축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은 국토정책, 지역개발정책, 도시정책, 주택정책에 더하여 이제 건축정책이 보완되어야 한다.
•  선진사회, 특히 21세기형 ‘기술 강국, 문화 강국’을 지향하는 나라들에서는 1990년대부터 ‘건축정책’의 기치를 들고 삶의 공간에 대한 국가아젠다를 설정해왔다. 그 결과, 도시의 품격, 시민의 자긍심, 매력 장소의 창출, 전문분야의 경쟁력, 공공 투자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함으로써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크게 높인 바 있다.
•  이번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건축정책에 대한 선진 사례들과 다양한 실천 프로젝트 사례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하고 우리의 건축정책 도입의 필요성과 미래방향을 모색함으로써, 건축도시공간문화를 통한 21세기 국가 발전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고자 한다.

* 발표 주제 및 토의 논제
■ 건축정책
‣ 어떠한 정치적 여건과 사회문화적 여건에서 건축정책과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가?(예: 네덜란드, 영국, 핀란드, 한국)
‣ 공공공간의 질 향상을 위하여 어떤 건축정책이 채택되어야 하나?
‣ 건축정책을 실현함에 있어 공공•민간협조체제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조직과 체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 시민적 지지와 정치적 지지를 받아 건축정책을 실현할 방법은?
‣ 건축정책을 수립•실현하는 관련 전문가들의 역할은 변화하는가?
‣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리더십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세계시장화와 지역보호주의 간에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가?
■ 혁신적 건축정책 실천 프로젝트
‣ 각 사례는 어떤 디자인 전략과 실천전략을 채택했는가?(예: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이탈리아 등)
‣ 건축정책의 실천 프로젝트 진행시 관련 전문가들의 협력 체계는 어떻게 구축하였나?(예: 싱가포르, 독일 등)
‣ 공공•민간파트너십은 어떤 진행 과정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가능하였나?(예: 베를린 포츠담 플라츠)
‣ 커미셔너/MA/MP는 어떤 제도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어떤 정책적 환경이 필요했나?(예: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아산배방신도시 등)
‣ 시민과 정치 리더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을 얻어내는 방법은?(예: 한국 무주, 일본 구마모토 등)
‣ 지역친화적 건축과 지속가능한 개발은 어떻게 가능한가?
‣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

참고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감응의 건축/정기용 지음/384쪽·2만5000원·현실문화

이 책은 전북 무주군에서 1996∼2006년 일어났던 유쾌하고도 희망 가득한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 변화는 대부분 농촌
인 이곳의 공공
건축물을 사람과 자연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것. 문화재위원이자 건축가인 정기용 성균관대 석좌교수의 ‘무주 공공 건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10년간 농촌의 삶을 반영한 공공 건축물 30여 개를 설계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지론은 건축이 “어디서 자연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답게’는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라는 말과 같이 ‘따로 살지만 이웃과 함께 하는, 잊혔던 공동체의 힘을 다시 살리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촌 지역의 공공 건축은 삶과 동떨어져 사람들에게 감응을 주지 못했다.

저자의 프로젝트를 통해 무주 공설운동장
은 등나무운동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운동장은 자연을 건축에 부수적인 조경으로 홀대하는 현대 건축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운동장의 스탠드를 자연스럽게 자라는 등나무 그늘로 뒤덮어 건축에서 자연이 주인임을 상기시켰다.

이는 주민들의 요구에 감응하는 것이었다. 당시 무주군수는 공설운동장에서 군내 행사를 많이 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오지 않았다. 한 노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여보게 군수, 우리가 미쳤나! 군수만 본부석에서 비와 햇볕을 피해 앉아 있고 우린 땡볕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무슨 벌 받을 일 있나”라고 화를 냈다.

저자는 스탠드 위에 둥그런 파이프 구조물을 설치해 등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했고 등나무는 빠른 속도로 자라 어느새 자연과 인공 건축이 하나가 됐다.

무주군 안성면사무소는 농촌 주민들의 뜻을 받든 대표적 사례다. 면사무소를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을까. 독서실? 강당? 휴게실? 아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면사무소는 뭐 하러 짓는가, 목욕탕이나 지어주지”라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안성면에선 목욕을 하기 위해 승합차를 빌려 대전까지 가야 했다. 이렇게 면사무소에 지어진 공중목욕탕은 마을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주군 부남면사무소와 복지회관 사이에는 천문대가 생겼다. 두 건물은 입구가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어 건물 사이 땅은 거의 쓸모없게 놓여 있었다. 저자는 부남면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만들 겸 쓸모없는 땅을 이용할 겸 두 건물 사이에 천문대를 세웠다.

무주군의 버스정류장 벽에는 넓은 창을 만들어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의자는 ‘’자가 아니라 ‘ㄱ’자 모양으로 만들어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얼굴을 보며 자연스레 대화하게 했다.

 

유명 건축가를 지방의 작은 군으로 이끈 계기는 뭘까. 저자는 1990년대 초 지인들과 전국을 돌았다. 외국 도시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에 대해선 제대로 모른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전국을 돌던 어느 날 무주를 만났다.

‘아니, 한국 땅에 이처럼 변치 않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경이 남아 있다니!’ 저자는 이 아름답고 좋은 땅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건축물을 짓기로 한 것. 그는 “단순히 집을 설계하고 짓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정신이 원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감응한다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10110037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