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9일 월요일

뉴레프트리뷰

'신자유주의 천국’ 부도위기 예견됐다
 
“소득세·노조·야당 없는 두바이 등
소수 갑부 위한 자본주의 시스템
지속 불가능한 전략 ‘환부’ 터질 것”

“슈페어가 아라비아의 해안에서 디즈니를 만나고 있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 등의 책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크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교수(역사학)는 다들 ‘사막의 기적’이라 예찬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 토후국 두바이를 끔찍한 디스토피아로 그렸다. 슈페어는 나치 독일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히틀러에게 발탁돼 2차대전 때 군수장관을 지낸 이다.

 

데이비스 교수가 슈페어에 빗댄 인물은 한국 경제가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떠받들던 ‘신자유주의의 총아’ 두바이의 총지휘자 셰이크 무하마드 알 막툼 수장이다. 데이비스가 신자유주의를 이끈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의 해변 클럽이라고도 부른 두바이는 분명히 소득세·관세·노동조합·야당·선거도 없는 ‘자유기업’ 성공의 전시장, 풍요의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800미터급의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타워 등 600여곳의 마천루와 쇼핑몰, 환상적 볼거리로 해마다1500만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던 알 막툼의 호언을 허풍으로 여긴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데이비스가 런던에서 발행되는 대표적 진보담론 잡지 <뉴레프트 리뷰>에 ‘두바이의 공포와 돈’을 쓴 것은 2006년 9~10월호. 그로부터 2년여 만에, 투기적 과열에 들뜬 ‘과대망상 추구병’, ‘지속 불가능한 전략’이라고 했던 데이비스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미국발 금융공황과 함께 두바이는 지금 부도위기에 처했다. 150만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벌집 같은 캠프에서 칼잠을 자며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640㎞ 해안에서 유일하게 수심이 깊은 천혜의 항구였던 두바이를 영국이 점령한 것은 19세기 중반. 알 막툼 일족을 앞세워 대리통치하던 영국이 1968년 철수했고 1979년 이란에서 호메이니 혁명이 일어났다. 쫓겨난 팔레비 쪽 부자들이 두바이에 대거 망명해 이란과 인도를 상대로 금지품목인 술·금괴 등의 밀무역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 진행 중인 부동산 개발사업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두바이는 페르시아만 최대의 돈세탁 장소가 됐고 폭력단과 테러리스트 은신처가 됐다. 9·11 사태 이후 두바이는 테러와의 전쟁을 감행한 미국의 협력자가 됐으며, 물 건너 이란 정탐활동의 전초기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책임자로 있던 핼리버턴 직원들과 민간인 용병들과 미군들로 붐비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기지, 미국 기업들의 주요 전진기지가 됐다. 제벨 알리 항에 정박하는 미국 핵항공모함이 주권을 보장해 주고 투기를 법률로 보호해 주는 두바이에 인근 사우디 등 산유국들에서 거액의 투기자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술과 매매춘이 넘쳐나는 홍등산업도 번창했다.


이 억만장자들을 위한 신자유주의 투기천국의 최대 수익자는 알 막툼 일가와 그 친척들. 그 밑에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이 있고, 10만명 이상의 옛 종주국 영국 출신 유한계급들이 있으며, 또 별도로 10만명의 영국인들이 두바이에 주택과 콘도, 인공섬 등을 소유하고 있다. 그 밖의 유럽인과 레바논·이란·인도인들이 있고, 나머지 절대다수의 인구는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남아시아 출신 계약노동자들이다. 시민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한 달 임금 100~150달러를 받는 계약노동자들은 한 해에 880명이 사고로 죽어나가고 성폭행을 당해도 호소할 데 없는 열악한 상태에서 등골이 휘었다.

 


 

 

 


 

 

 

 

 

 

 

 

 

 

 

 

 

 

 

 

 

**» 한때 한국 경제가 본받아야 할 신자유주의 성공신화의 대명사였던 두바이를 상징하는 세계 최고 마천루 버즈 두바이 타워. 하지만 금융공황과 함께 신자유주의 투기 전시장이던 이곳의 영광도 저물고 있다. 그래픽 이임정기자

 

데이비스가 알 막툼을 슈페어에 빗대고 디즈니를 거론하며 “두바이에 건설 중인 미래는 과거의 악몽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두바이 얘기를 담은 <뉴레프트 리뷰> 한국어판이 나왔다. 창간(1960년) 50돌을 앞두고 1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한국어판엔 “비타협적 현실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제2창간을 선언한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실린 글들 중 18명의 글이 선별돼 담겼다.
영국에서 나오는 <뉴레프트 리뷰>는 본디 격월간이지만 한국어판은 1년에 한차례 발행되는 단행본 선집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에릭 홉스봄이 자서전 <미완의 시대>에서 이 잡지의 탄생과정을 언급하면서 “엄청나게 똑똑한” 마르크스주의 청년(당시 22살)으로 그린 창간 주역 페리 앤더슨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출현한 것이라며, 미국이 눈에 띄게 쇠퇴하면서 다른 자본주의 권력 중심들이 떠오르고 있으나 강자들끼리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협력하는 ‘열강 협력체제’ 속에서 미국의 막강한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빈 블랙번은 현 금융위기의 기폭제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메커니즘을 정치하게 해부하면서 새로운 금융규제 시스템 도입을 비롯한 “실용적이고 급진적인” 체제변혁 행동을 주문했다.

한국어판 편집위원을 맡은 백승욱 중앙대 교수는 한국어판이 “마르크스적 이론과 운동의 쇄신을 위한 전망을 열고자 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이론수입이나 정보제공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현 시기 정세에 대한 객관적 분석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동시에 운동의 전망을 둘러싼 논쟁의 쟁점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세계정세 현황, 각 지역 쟁점들, 정치사상의 재구성, 자본주의와 미학, 회고 등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중국 신좌파의 기수 왕후이(‘탈정치화된 정치, 동에서 서로’), 타리크 알리(‘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중동정세’), 알랭 바디우(‘사르코지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공산주의적 가설’), 테리 이글턴(‘자본주의와 형식’), 자크 랑시에르(‘미학혁명과 그 결과-자율성과 타율성의 서사 만들기’) 등 1급 학자들 글이 실렸다.

이탈리아 공산주의 여전사로 ‘68 혁명’에 동조해 당을 뛰쳐나온 로사나 로산다의 파란만장한 반생기는 사회민주당과 공산당 등 좌파의 정통 교설에 반발하면서 역경을 헤치며 대안 모색을 계속해 온 <뉴레프트 리뷰>의 역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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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레프트 리뷰’ 한국판 편집위원 맡은 백승욱 교수
“비타협적 현실주의로 자본주의 위기 진단”



» ‘뉴레프트 리뷰’ 한국판 편집위원 맡은 백승욱 교수
 
<뉴레프트 리뷰>는 영어판 외에 에스파냐에서 격월간으로 내고 있고, 터키·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에선 매년 한권씩 선집으로 간행한다. 이 연간 선집 형태로 내는 나라들 가운데 한국도 이제 끼게 됐다. 한국어판 서문을 쓴 편집위원 타리크 알리는 “한국어판의 발행은 우리의 목소리가 극동에까지 이르렀음을 뜻하며, 이를 계기로 중국어판과 일본어판도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지난해 봄 도서출판 길 쪽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 진태원 고려대 교수,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 한국어판 편집위원을 맡은 백승욱(43·사진) 교수는 “실은 <뉴레프트 리뷰> 필자들과 글은 이미 국내에 많이 소개됐다”고 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먼슬리 리뷰>,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함께 ‘세계 3대 진보지’의 하나라는 이 잡지에 등장한 필자는 이제까지 1천여명에 이른다. 모두 쟁쟁하고, 그들 중 상당수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래서 ‘세계 지성사를 압축한 지식인 지도’라는 얘기도 듣는다.

백 교수는 마르크스주의의 쇄신을 핵심 목표로 삼아 좌파 진보운동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해온 이 잡지를 통해 우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이 전지구적 차원에서 동시대적인 것인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지를 살피면서 이론과 실천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잡지가 일관되게 관심을 기울여 온 정치·이론·문화 세 영역 중 특히 마르크스 이론의 공백과 취약점에 대한 자기성찰을 거듭해 온 것이 이 잡지를 “마르크스주의 이론 진영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의 하나로 살아남게 만든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왜 마르크스인가? “자본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마르크스적인’ 상황이고, 마르크스적 해석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그런 마르크스적 해석과 대응은 전혀 중심에 떠오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점점 더 주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지금 위기의 심각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2000년 이후 <뉴레프트 리뷰>가 비타협적 현실주의 모토로 엄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세분석의 비중을 높이고 있고, 지역적 맥락을 중시해 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지금 시기 주요 쟁점들을 검토하려는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중문화의 저항성이 포섭되고 텔레비전 중심의 시각문화 시대가 문화의 탈정치화를 동반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문화연구도 할리우드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생동하는 구체적 관심들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금융으로 먹고사는 나라는 아니지만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금융중심 체제로 바뀌어온 건 사실”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그로 말미암은 취약점을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원문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373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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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09. 2. 7)‘뉴레프트 리뷰’ 한국어판 나왔다

2000 ~ 2008년 주요논문 18편 묶어 단행본으로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 유용한 논쟁점 제공”

영미권의 권위 있는 좌파 격월간 학술지인 <뉴레프트 리뷰> 한국어판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 잡지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먼슬리 리뷰>,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함께 세계 3대 진보지로 일컬어진다.

책 출간을 맡은 도서출판 ‘길’은 2000~2008년에 실렸던 논문 가운데 중요한 논문 18편을 묶어 단행본을 출간하고, 앞으로 매년 해당 연도의 주요 논문을 단행본 형식으로 묶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출간 50주년을 맞는 이 잡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깊이 매몰된 한국사회에 유용한 논쟁점들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편집위원장인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마르크스적 해석과 대응이 요구됨을 의미한다”며 “전지구적 맥락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다른 사회와 비교하면서 경제위기와 촛불정국을 거치며 대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도 고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출간취지를 설명했다.

1960년 영국에서 창간된 격월간 잡지인 <뉴레프트 리뷰>는 에릭 홉스봄, 장 폴 사르트르, 레비 스트로스, 루이 알튀세르, 위르겐 하버마스에서부터 테리 이글턴,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노엄 촘스키, 데이비드 하비, 조반니 아리기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논쟁의 장을 제공해 왔다.

백 교수는 “소련의 교조적 마르크스 해석을 극복하려 한 대표적 사례”라면서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해석하기 위한 국제적 허브의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신좌파(New Left)’라는 제호처럼 마르크스주의의 쇄신을 목표로 삼아온 이 잡지는 99년까지 238호를 발간하고 2000년부터 다시 1호를 내기 시작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상황에 맞게 이론적 쇄신을 계속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한국어판 첫호에는 페리 앤더슨(21세기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로빈 블랙번(세계 경제위기의 신호탄, 서브프라임 위기), 타리크 알리(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중동 정세), 테리 이글턴(자본주의와 형식) 등의 글이 실렸다. 번역은 원문 필자의 저작을 한차례 이상 번역한 경험이 있고, 학문적 전문성이 검증된 30대 중·후반의 젊은 연구자들이 담당했다.

<뉴레프트 리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자와 대중 독자 사이에서 눈높이를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앞서
2006년 한국판을 냈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경영난으로 출간을 접었다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나오는 것처럼 대중적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사회적 변화에 관심이 있는 학부 고학년과 대학원생, 사회운동가를 주요 독자층으로 삼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정보이므로 대중지식 향상과 사회운동의 대안 모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중기자> 
원문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06173520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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