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6일 월요일

도서관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한 해

<책과 인생> 2001년 12월호(2001. 12. 1. 발행)에 실린 이용훈(당시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의 글 '도서관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한 해'라는 글을 여기에 옮겨놓는다.

도서관 살리기@지식사회

도서관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한 해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2001년 도서관계의 동향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폭과 이로 인한 도서관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학교도서관 분야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여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전체 도서관 분야에서는 여전히 도서관정보화 사업이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0년 초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과 지시로 시작한 도서관정보화 사업은 해방 이후 국가가 주도한 도서관 분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미 일부 자원의 디지털화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실제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자료실 설치 작업은 올 하반기 들어와 사업자를 선정하고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일부 도서관은 사업을 마치고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한 곳도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도서관은 지방비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보화시대를 맞아 도서관이 국민들의 정보화 기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인데 실제 사업이 도서관의 시설개선과 일부 지식과 정보자원의 디지털화에 맞추어져 있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도서관정보화도 중요하지만 도서관 운영개선과 질적 향상, 풍부한 장서, 직원의 충실한 확보를 통한 도서관 서비스 능력 향상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도서관 발전책이 더욱 절실하다.

공공도서관 분야에서는 꾸준히 새로운 도서관들이 건립, 개관되고 있으며, 외형적으로는 서비스 등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시설, 인적자원과 장서의 부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천적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교육청 소속 도서관들이 또다시 평생학습기관으로 바뀌었으며, 또 다른 일부 도서관들은 민간단체에 운영권이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과 지역주민간 갈등이 표면화된 곳도 있다. 전체적으로 지역주민들의 도서관 이용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크게 부족한 전문직원으로 늘어나는 서비스 요구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학교도서관 분야는 올 한 해 나름대로 큰 진전이 있었다. 상당수의 학교에서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교육청과 학교당국, 학부모, 나아가 시민단체들까지 함께 팔을 걷고 나서고 있어 그 성과 또한 크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서교사를 정식으로 채용하지 않고 단기간 임시직 형태로 채용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간 노력한 결과로 최근 시행될 예정인 신규 교원임용시 정식으로 사서교사를 채용하는 일이 생겨났으며,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학교도서관실리기국민연대를 중심으로 학교도서관법 제정운동이 강력히 전개되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해는 문화부문 시민단체와 도서관계, 출판계 대표적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가 '도서관콘텐츠확충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하여 우리 사회의 도서관 문제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의 도서관 정책 강화를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도서관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억될 만한 한 해가 되었다. 이 단체를 통해 비로소 도서관이 '위로부터 주어진 혜택'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지탱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스스로 확보해야 할 권리'의 차원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2002년 정부예산수립 과정에서 초기 공공도서관에 대한 자료구입비가 전액 삭감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올해보다 일부 증액된 금액이 예산안에 반영되도록 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또한 텔레비전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들의 책읽기와 도서관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에는 이러한 계기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도서관계가 스스로 자기 개혁을 통해 도서관에 대한 국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에 부응하는 노력을 통해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층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을 것이다. 이를 통해 도서관이 국민들의 일상생활의 중심에서 늘 열려 있는 지식과 정보의 보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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