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6일 금요일

이 날은 특히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혐오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2024 01주 이시무레 미치코石牟澧 道子, 김경인 옮김, 고해정토-나의 미타마타병, 200765일 제11, 2022118일 제21, 달팽이출판 

이 날은 특히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혐오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카마 츠루마츠 씨의 슬픈 산양 같은, 물고기 같은 눈동자와 바닷물에 떠밀려온 나무토막 같은 자태와 결코 왕생할 수 없는 혼백은 그날부로 송두리째 내 안으로 옮겨왔다.(129쪽)

이 원고의 일부는 19601서클촌에 발표, 같은 해 일본 잔혹이야기(平凡社, 간행)에 싣고, 후에 속편을 싣느라 1963현대의 기록을 창간했는데, 자금난으로 질소공장 안정임금반대쟁의 특집호로 일단 끝냈다가, 1965구마모토 풍토기창간과 동시에 원고를 다듬어 이 잡지의 폐간 때까지 천천히 썼다. 원제는 바다와 하늘 사이.(이시무레 미치고, 19681221일 새벽, 작가후기, 304) 

이시무레 미치코가 환자와 그 가족들과 더불어 서 있는 곳은, 이 세상 존재의 구조와 도저히 어울릴 수 없게 된 사람 즉 인간세계 밖으로 추방된 사람의 영역이며, 한번 그런 위치로 내쫓긴 사람은 환상의 작은 새를 향해 정처 없는 출항을 시도해볼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타나베 교지, 이시무레 미치코의 세계, 326) 

이시무레는 타고난 무당입니다. 이 작가가 미나마타의 비극 가운데서 포착해낸 것은 이 살아 있는 생명감각이 빚어내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극한적인 절망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 가고 있는 환자들을 통해서, 말하자면 고해정토(苦海淨土)의 원리를 발견한 거죠. 즉 지독한 절망과 고통이 도리어 축복이 되는 상황 말입니다. 이시무레는 치유 불가능한 병고의 고통과 절망의 한가운데서 호나자들이 여태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신들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지극히 순결한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누려온 토착적 삶이야말로 어디에도 비할 바 없이 지복(至福)의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김종철, 전 녹색평론 발행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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