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4일 수요일

아기 낳고 싶은 사회

아기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가. '저출산'도 아니고 이제 '초저출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마디로 우리사회 구성원들은 다들 이런 말을 되뇌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낳아!" 예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어느 선임연구원(지금은 어느 대학의 교수)은 연구원 내에서 저출산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저출산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했다. 저출산?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그거 괜찮은 거 아니냐는 이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논의의 초기에는 저출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은 오히려 소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땐가 정부의 경제부서에서 특히 노동력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일순간 저출산 대책에 드라이브가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잘 알듯이 우리의 저출산 대책이란 아직도 여전히 '무늬만 대책'일 뿐이다. 문제는 저출산을 경제적인 관점, 특히 노동력 감소라는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대책은 '무늬만 대책'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를 아기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는 시각과 그에 따른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서 저출산의 문제를 바로 노동력 부족으로 연결시키거나 여성의 사회진출과 육아부담만을 강조(이미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인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옳지 않다.

 

아기 울음이 끊긴 마을의 그 적막함이란!

 

아래 기사는 <경향신문> 2009년 1월 14일자 기사다. 이 기사도 초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의 우려를 바로 연결시키고 있다. 정책 당국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 이해되지만, 이 낡은 프레임을 깨야 한다. 아기 낳고 싶은 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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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울음 끊긴 ‘늙은 한국’ 출산율 1명 미만 가능성

ㆍ작년 출산율 1.2명… 경제위기로 더 심화
        ㆍ출산·양육 부담 덜어주는 대책 서둘러야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사상 처음 30명 이하(29.2명)로 떨어졌다. 1970~80년대 학생수가 50~60명에 달했던 시절의 절반밖에 안되는 셈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의 여파로 학생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제위기는 저출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 미만, 골드만 삭스 등 외국 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성장률을 1% 전후로 보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1%로 내려가면 이듬해 출산율이 0.85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실이 낮아진 출산율을 반영하듯 대부분 비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가가 발전하려면 일정 수준의 인구 규모가 유지돼야 하지만 한국은 저출산의 ‘덫’에 걸려 성장동력까지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超)저출산 시대 도래 = 한국은 ‘저출산 국가’의 문턱을 이미 넘어섰다. 저출산 국가를 규정하는 합계 출산율 1.60명선은 90년에 무너졌다. 정부에서는 출산율이 1.76명을 기록한 84년을 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원년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합계 출산율이 1.30 이하인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2007년 출산율은 1.26명을 기록했다. 2005년 사상 최저 출산율(1.08명)을 보인 뒤 2006년(1.13명)에 이어 2년째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다. 현 국내 총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성 1인당 출산자녀’(2.1명·대체 출산율)의 60% 수준밖에 안된다.

그나마 2년째 증가한 출산율도 지난해엔 다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1.22~1.24명, 출생아수는 2007년(49만6000명)보다 2만6000여명 감소한 47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2050년엔 유소년 인구 반토막 = 유소년(0~14세) 인구는 국가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초저출산 기조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엔 유소년 인구가 현재의 절반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2006년 말 통계청 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소년 인구는 818만명이지만 2050년엔 376만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올해 519만명에서 1616만명으로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근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올해 3537만여 명에서 2242만여명으로 1300만명이나 감소할 예정이다.

인구의 ‘노쇠화’는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노동력 부족과 노령화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투자 위축으로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06년 합계출산율 1.19명을 기준으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현재 4%선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50년엔 0.7%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노령화에 따라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재정부담은 증가하는 반면 부양인구 부족으로 젊은층의 노인부양부담이 급증하는 등 세대간 문제도 예상된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7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꼴이지만 2050년에는 1.4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출산·양육 부담 덜어줘야=저출산을 유발하는 요인 중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출산 기피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육·교육비 등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복지부가 지난해 5월 전국 가임기 여성 1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임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여성(49.9%)의 53.5%가 임신기피 이유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2500명 중 68.6%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보육·사교육비 등 ‘경제적 요인’을 들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출산·양육환경 조성, 고령친화 생활환경 조성 등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 시행 중이지만 당장 출산율을 반전시키기란 쉽지 않다.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유계숙 교수는 “모자 건강관리 지원과 보육·교육비 지원 등과 같은 직접 지원책들이 출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보육지원금을 확충하고 민간보육시설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부모에 대한 직접지원으로 바꾸는 등 수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식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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