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아이 정치가

쉬는 날, 돌아보는 것, 주변을 돌아보고 옛날 보았던 책들을 다시 뒤적거려 보고 혹 내가 놓쳤던 선현들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겨 보는 것, 이런 날을 참 즐겁습니다. 즐거움은 아주 느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호흡할 때 생겨나는 것이 즐거움입니다. 기쁨은 왠지 반짝거리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잠시 왔다가 문득 가버리는 것, 그것이 기쁨입니다. 즐거움은 신생아를 안은 엄마를 위해서 잔불에 오랫동안 끓여내는 미역국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석헌 선생의 글 가운데 '모산야우(毛山夜雨)'라는 짤막한 글이 있습니다. 함석헌 전집 제8권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1'에 나오는 글입니다. (아래 아 자가 이 블로그에서는 써지지 않습니다.) 오늘 그 한 대목을 다시 읽어봅니다.

 

정치한다는 사람들 보십시오. 저 사람도 일찍이 아이였던 일이 있나, 또 아이들을 길러본 일이 있나, 의심날 만큼 어른인 척하려 하고 건방지고 무정하고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입니다. 나는 그래서 정치가 싫습니다. 나는 죽음 죽었지, '일벌백계'를 방패로 내세우며 앞날이 바다를 내다보는 강물 같은 젊은 목숨을, 설혹 죄가 있다 한들, 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놈의 말에는 귀를 기울여보잔 생각도 없이 어찌 내 생각만 절대화할 수 있습니까? 남들은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라고까지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아이들과 놀 줄 아는 정치가여야 참 큰 인물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래서 황희 정승을 존경합니다. 종의 자식들도 그 무릎에 올라가 수염을 끄들며 놀았다 하지 않습니까?

 

씨알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의 심정을 알고 아이들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어른 정치가 아닌, 아이 정치가들, 천하를 좀 둬둘 줄 아는 정치가를 좀 보내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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