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일 금요일

주민들이 만든 아시아도서관, ‘교류의 場’으로 거듭나


주민들이 만든 아시아도서관, ‘교류의 場’으로 거듭나

13/01/31 16:19


나팔꽃으로 뒤덮힌 건물 현관을 지나자 목제 불상이 양손을 모아 환영해 주었다. 좁은 통로 주변에는 다양한 국가의 서적들이 천장 근처까지 빼곡히 있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외국어가 들려온다.

한큐(阪急)전철 노선가에 자리잡은 한 주택가. 30여 년에 걸쳐 간사이(関西) 지역에서 아시아 각국과 교류하는 거점이 된 ‘아시아 도서관(오사카시 히가시요도가와구=大阪市東淀川区)’을 찾아가 봤다.

사카구치 가쓰하루(坂口勝春, 69) 사무국장은 “우리들 손으로 직접 만든 도서관”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아시아에 관심을 갖고 있어 자영업을 하면서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들과 연구회를 가졌지만 이로는 부족해서 아시아에 관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장서 규모는 50여 개국의 약 50만 권으로 소규모 공공 도서관 수준을 이미 넘어선다.

운영비는 회원 약 1,200명의 회비로 충당하고 매일 자원봉사자들이 책 분류 작업을 도와준다. 삼나무 책장도 직접 만들었다. 국가와 분야별로 정리된 서적 중에는 귀중한 원서도 많이 포함돼 있다.

“최근 태국에는 정치를 소재로 한 유명 개그맨이 있다”, “아야노코지 기미마로(綾小路きみまろみ, 일본 만담가)같은 사람이군”. 2층에 올라가자 태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선생님을 맡은 유파완 소핏밧티왕(29) 씨는 “나도 여기서 일본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수도 방콕 출신 유학생으로, 모국의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게 꿈이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노무라 게이코(野村啓子, 65)씨는 이 곳 학생이다. 지난해 봄 퇴직해 태국 북부 산간 지방에서 지내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교육 지원을 시작했다. “보잘 것 없는 회화지만 직접 이야기를 하며 어린이들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센카쿠제도(尖閣諸島, 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다케시마(竹島, 한국명 독도) 문제로 일본과 이웃 나라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사카구치 씨는 “지금이야말로 상대방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쌓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풀뿌리 국제교류는 평범했지만 꾸준하게 국가간의 앙금을 풀어나가고 있었다.【교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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