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카데미에서 2012년 12월 8일(토요일) 제가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강의록을 정리해서 보내주었군요. 몇 군데 문구를 고쳐서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제목은 '도서관문화운동의 현장에서'
처녀총각 사서 아카데미 강의록
제 7강, 도서관문화운동의 현장에서
날짜 : 2012년 12월 8일(토)
강사 :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사무처장 안찬수
장소 : 책읽는사회만들기문화재단
● 시작하면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도서관종합발전계획을 보면 큰 장으로 정보격차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을 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이에 대한 세목 또한 적혀 있지 않다. 정부에서는 국립장애인지원센터를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확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앞으로 펼쳐야 할 정보격차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적극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노인, 다문화 가정, 환자, 교련시설에 수감된 자, 병역의무를 하는 장병 등, 아직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있어 대선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캠프에서도 뚜렷한 도서관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잠깐씩 등장하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표현된 정책은 없다. 이는 도서관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의 한 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낙담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앞으로 만들어 가면 되기 때문이다.
● 더 나은 세상을 여는 대안 경영(페터 슈피겔 저, 강수돌 역), Social impact business
이 그림에서의 빨간색은 사회, 파란색은 경제, 초록색은 생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만 개선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와 생태 모두가 악화되고 말았다. 이에 대하여 페터 슈피겔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진전했지만, 아직 3분의 2에 달하는 인구가 빈곤상태인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런 만큼 혁신을 위해 사회문제와 생태문제를 함께 고려하다보면 가운데 색이 검정색이 아닌 흰색으로 보이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분명 도서관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에게 제안을 하려 한다. 페터 슈피겔이 사회, 생태, 경제를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도서관계의 개선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제안해보라고 말이다.
● 도서관은 도서관다운가? - 영상을 보기 전에
얼마 전에 1985년도에 제작된 영상를 구할 수 있었다. 해당 영상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은 엄대섭 선생님, 이용남 교수님, 조원호 선생님, 이이종 선생님이다. 이 분들 중에서도 엄대섭 선생님은 마을문고가 새마을문고로 넘어간 이후, 대한도서관연구회를 만든 분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은 1980~1990년대에 태어났기에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결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엔 공공도서관이 150개 정도밖에 없었으며, 그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출발할 당시에 막 400개를 넘어섰다. 현재는 900여개가 넘어섰는데, 그 시절에 비해서는 몇 배나 늘어난 것이다.
당시 엄대섭 선생님은 도서관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도서관에 혁신을 일으키려 했고, 이를 위해 직접 공공도서관 150개를 돌면서 도서관 운영평가를 하였다. 질문은 이것이었다. ‘실제로 도서관이 도서관답게 운영되는가?’ 이 질문에서 언급된, 앞의 ‘도서관’은 현실이며, 후자의 ‘도서관’은 이념이다. 당시 도서관의 문제는 입관료와 폐가식 운영이었고, 장서의 질,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서비스의 부재 등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도서관을 살펴보는 것이었고, 영상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잠시 이 영상의 뒷이야기를 하자면, 대한도서관연구회에서는 엄대섭 선생님의 호인 ‘간송’ 을 붙여 울진군립도서관의 이이종 선생님에게 상을 주었다. 그러나 그 여파로 동료들에게 시기와 반감을 산 이이종 선생님은 교육공무원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종의 '왕따 현상'이다.
여러분 역시 도서관을 위해 앞으로 헤쳐 나가다보면, 장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뛰어 넘을 것인가? 그 해답을 영상을 보면서 얻어가길 바란다.
● 추적 60분 - 공공도서관, 그 현주소
시민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을 뿐이지, 거리가 멀기에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들은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면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만큼이나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1년간 우리가 읽는 책이 한 권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로, 문화민족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간적 여유와 여건 조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충족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되는데, 그 근거는 이동도서관을 들 수 있다. 이동도서관은 책을 가득 싣고 다니는 자동차로, 국립중앙도서관 분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 지역에서 2시간씩 머무는 이동도서관을 애용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상설도서관에서 1년 동안 대출되는 책보다 이동도서관을 통해 대출되는 책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동도서관은 이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도서관 방문이 힘든 주부들과 어린이들에게 자주 이용되곤 한다. 전국에 150개밖에 되지 않는 공공도서관으로 인해, 인구 27만 명이 도서관 한 개를 이용해야하는 현실에서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동도서관은 전국을 통틀어 15대밖에 되지 않아 서비스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조원호 분관장은 도서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나마 있는 도서관들도 대부분이 자습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일 뿐, 개가제와 관외대출을 실시하지 않기에 일반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전에 도서관 현실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도서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현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은 없다는 처참한 결론이 나온바가 있다. 주민들이 도서관에 가면 책을 빌릴 수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대한도서관연구회의 엄대섭 회장은 전국에 있는 127개의 공공도서관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현실을 확인하고, 그 문제를 일일이 분석 및 기록한 바가 있다. 취재진이 결과를 물어보자 그는 너무 비참해서 허탈한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대도시에 있는 약 30개 정도의 도서관을 빼고는 도서관이 아니라 그저 독서실일 뿐, 내용이 없다고 말이다. 개관시간에 서고에 자물쇠를 잠가놓은 곳이 스무 곳이 넘으며, 나머지는 잠그지는 않더라도 활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책을 이용하지 않게 하고 있고,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를 원치 않는 것이다. 또한 장서량이 많은 도서관들은 일제 때의 책들까지 소장하고 있으며, 신간도서 자체는 찾아보기조차 힘들고, 설렁 있더라도 도서선정이 잘못되어 있었다. 책은 이용자가 직접 만지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도서관에 그런 장치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폐가식인데다가 관외대출이 되지 않았으며, 먼지 쌓인 책들만 가득하거나, 사서가 없는 도서관들도 많았다. 심지어 어떤 곳은 도서관에서 보유한 신문을 읽기 위해 사무실까지 찾아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이에 대하여 엄대섭 회장은 건물과 좌석 위주로 도서관을 보지 말고, 규모가 작더라도 도서관의 수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료와 봉사프로그램이 도서관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개가제와 관외대출을 도입하여 독자에게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예로 몇 도서관을 볼 수 있었다.
- 정독도서관: 17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였으며, 사서직 30명을 포함한 113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용자 수 또한 1년에 150만 명이 넘는다. 이곳은 전국에서 불과 3~4개밖에 되지 않는 개가식과 관외대출이 가능한 도서관 중 하나이다. 정독도서관에서는 어느 책이든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작년 한 해에만 무려 3만권이 넘는 책들이 대출되었다.
- 울진군립도서관: 초등학교의 운동장 뒤편이라는 불리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부시설에 규모조차 작지만, 이용자가 많이 찾고 있다. 그 이유는 내부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은 정리도 잘 되어있고 신간도서가 많을뿐더러, 신문과 월간잡지 및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만화책과 진학 잡지 또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개가제를 실시하는데다가, 관외대출 또한 가능하다.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을까? 울진군립도서관의 이이종 관장은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어려움을 타파하고자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해 울진 주민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었다. 원예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끌어들인 주민들을 독서회 회원으로 변화시켰으며, 그들로 하여금 도서관을 위해 애쓰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공공도서관보라는 소식지를 펴내 주민들에게 돌리면서 주위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이 두 도서관은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 도서관들의 직접적인 표본이자 교재가 될 것이다. 물론 공공도서관이 개선되어야할 문제점은 많지만, 도서관에서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 사서 및 관장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여 먼저 활성화를 시켜놓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 소감
박세미 님: 당시에 비하여 지금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어쩜 저렇게 도서관의 문제는 지금과 똑같을까.
정승기 님: 30년 동안 얼마 바뀌지 않은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점차 도서관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기에, 퇴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 그런 행동을 하였고,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런 자리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새암 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러나 도서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그때에 비해, 지금은 학과도 많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이나, 개척할 수 있는 방향은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지애 님: 사실 30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가깝게 느껴지지도 않았었는데, 그 시절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만큼 더욱 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보승 님: 솔직히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발전이 된 부분은 분명히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일반 사람들이 도서관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만큼 문헌정보학과 계열에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설득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최민해 님: 30년 전에 대부분의 도서관은 입관료 제도와 폐가제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서관과 독서실을 동일시하는 생각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그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김경민 님: 그때도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자고 강조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도서관에서는 책을 많이 읽자는 이야기만 할 뿐, 실재적으로 시설만 확충해놓고, 내용이나 프로그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책임소재가 2개로 나뉜 모습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되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박희원 님: 지금은 생각조차 못하는 입관료, 폐가제와 같은 모습들이 그때는 당연한 일이었고,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아찔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그 시절의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듯이,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가능성은 희박할지언정, 우리의 행동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김보현 님: 지금이나 30년 전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0년 뒤 미래의 누군가도 우리를 보면서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변화한 부분이 있듯이, 그 때 역시 우리르 통해 변화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임소재나 낙후된 시설 등을 살펴보면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고 실현시킬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은주 님: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마음이 바뀌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 도서관이 바뀌지 않을까?’ 라는 말이 머리에 박혀왔다. 비록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로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어려웠을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한나 님: 아직 사서 분들 중에, 현실에 안주하면서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너무 사서들이 소극적인 것은 아닐까. 함께 대응을 해서 힘을 합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인해 아쉬운 점이 생겼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는 점은 괜찮게 느껴졌다.
정승기 님: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사서가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김은주 님이 말씀하신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성북구에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도서관을 1년에 한 번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80%가 넘었고, 간다고 하더라도 2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 사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그리고 영상에서는 자원봉사 어머니회가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힘을 쓰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사서를 통해 마음이 움직인 이들이 도서관을 발전시킬 수도 있겠지만, 본인은 이익당사자인 우리의 말보다 이용자들이 먼저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도서관이 변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홍보라는 측면에 집중할 필요를 느꼈고, 이것이 바로 사서의 의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마무리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하고자 하고, 해야만 되는 일들이 여기에 담겨 있다. 그 시절에 대한독서연구회가 제기한 핵심적인 문제는 ‘현재 있는 도서관은 도서관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그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말이다. 질문이 있어야 한다. 여러분들이 어떤 곳에 있든지 그 질문은 항상 유효할 것이다. 도서관의 본질은 무엇인가. 1980년대 초반의 몇몇 분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처럼, 지금의 도서관도 아직은 독서실이라고 한다면 도서관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그 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 상을 뚜렷하게 만들어야 한다. 도서관은 사회의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곳으로, 아무렇게나 색을 칠하면 검정이 되지만, 빛을 쬐면 하얀색으로 바뀌는 곳이다. 그러니 관점을 달리하면 비전이 보일 것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아직까지도 바람직한 곳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해야 될 일들이 굉장히 많다. 또한 그것에 비해서 너무나 사람들이 없다. 어떤 이들은 사람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사람이 없다. 대부분의 이들이 자기 근무처에서 기존 인식의 프레임에 갇혀 나오려 하지 않으며,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되는가?’ 라는 질문조차도 배제하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것이 이러한 현실이라면, 사서인 사람은 그것을 찾아서 존재 자체로 시민에게 찾아줘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영혼이 담긴 마음에 무엇인가를 연결해주는 매개자로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흔히 말하는 지식정보사회인데, 이를 권장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재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상이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산이 많아서 골짜기 주의라고 한다. 그렇기에 산 너머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며, 골짜기를 넘어서거나 산을 넘어가면 말과 풍습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골짜기를 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서로서의 정체성과 도서관의 현실은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거기에 매몰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부, 관심, 활동, 소통 등의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결국 도서관만 보아서는 결코 그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흐름이 있다면 그 흐름 밑의 도도한 정신을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는데, IMF 이후 한국사회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제는 "이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면서 활동하기를 바란다. 한 세대가 지나면 조금이라도 발전되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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