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오혜자, "이런 사람 있었네"

이런 사람 있었네

이런 사람 있었네
[아침뜨락]오혜자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2013년 11월 24일 (일) 21:28:19 지면보기 14면중부매일  jb@jbnews.com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었는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만한 인물을 알리기 위해 도서관 운동가 엄대섭 평전의 제목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먼저 도서관운동가라는 용어가 생소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도서관운동의 역사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1951년 전쟁 중에 독서보급운동으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상황이었을지 의아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작은도서관운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마을문고운동의 시작이었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엄 선생님은 1981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상을 받은 사람으로 장준하, 김활란, 장기려, 윤석중, 법륜스님 등이 있다고 하는데 올해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수상하기도 하였답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엄대섭의 활약상을 보고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공공도서관이 공부방으로 인식 돼 열람실 위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도서관이 책을 대출하고 읽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안하고 실현시켰습니다. 

공공도서관의 폐가식 서가를 개가식으로 전환하게 된 것, 50원에서 100원 정도의 도서관입장료를 폐지하고 무료이용하게 된 것, '자동차도서관'이라 하여 이동도서관으로 접근성을 높이게 한 것 등 현재 공공도서관의 모습이 되기까지 도서관의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기본을 세우는 구체적인 운동을 펼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학생시절에 폐가식서가에서 책을 빌리고 100원을 내고 입장권을 사서 도서관에 들어간 경험이 있어 어떤 변화를 이뤄냈는지 쉽게 이해됐습니다. 도서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때에 자동차도서관을 제안하고 기업후원을 받으러 다니고 공공도서관과 연계한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민간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엄 선생님은 1950년대에도 농촌마을에 책을 지원하는 운동을 하였는데 이 활동이 마을문고 만들기 운동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책을 모아 보내던 중 농어촌마을에서 보내준 책들이 도배지나 휴지, 담배마리 종이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농민들의 독서운동이 책만 주는 것이 아니라 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읽고 싶은 책이 있어야한다는 것에 생각이 닿은 것이지요.

스스로 푼돈을 모아 공동의 책을 사서 읽는 자율적인 독서운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생기고 그 과정에 마을 단위 소도서관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1960년 첫 번째 문고를 경주시 변두리 탑마을에 설치했습니다. 이때 이러한 작은도서관을 사람들은 '아기도서관' '꼬마도서관' 이라 부르거나 헛간이나 방구석 혹은 마룻방에 만들어져 '방구석도서관'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지금의 '책사랑방', '북카페'라는 이름들을 생각하니 이름 지은 사람들의 생각이 참 정겹고 재밌습니다.

20년간 계속돼 온 마을문고 운동은 1981년 새마을운동중앙회에 마을문고가 편입되면서 다른 체제로 운영되게 됩니다. 그 후 엄 선생님이 공공도서관운동에 참여해 많은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것을 보면 어느 자리에서든 우리나라 책읽기 문화와 도서관문화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하신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20년이 지나 도서관발전에 목소리를 보태고 작은도서관의 내일을 고민하는 자리에서 "마을문고는 밑바닥의 민중을 조직하여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책 읽을 권리'를 쟁취하는 하나의 문화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968, 신동아)"라는 신념을 놓지 않은 '이런 사람'을 마주하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출처 
http://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5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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