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3일 화요일

경향신문 특집 --길 잃은 박근혜 복지/ 정원식, 송현숙, 박병률, 최희진 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022218315&code=940601
[길 잃은 박근혜 복지]학생 준다고 학급 통째 없앨 수 있나… 현실 모르는 ‘교육재정’
정원식·송현숙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ㆍ단순히 줄어든 학생 수만큼 학급·교사 수 조정하긴 어려워
ㆍ신도시 등 학교 수요는 증가… 공약했던 OECD 수준과 격차
ㆍ세수 증가 낙관론에 근거해 재정 편성 ‘보육대란’ 불러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불을 댕긴 ‘교육재정 개혁론’이 격론에 휩싸이고 있다. 학생 수가 줄면 지방교육재정 소요도 따라서 줄 테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진보·보수를 떠나 학생 수와 예산 조정의 탄력성은 많지 않다는 전문가·교육단체들의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의 질이 악화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박근혜표 미세조정’이 교육 현장에선 착시가 있다고 본 것이다.


■ 학생 수 줄면 예산 주나… 대선공약 다 버리라는 ‘자가당착’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가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 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추산을 보면 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7년 학생 수는 2012년보다 유치원 3만8000여명, 초등생 19만7000여명, 중학생 45만여명, 고교생 27만여명이 줄고 특수학교는 1500여명 늘어 총 95만5800여명이 줄어든다. 2012년의 87%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줄어든 학생 수만큼 교육예산을 줄일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의 시각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재정의 특징과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교육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이고, 한 학교에서 수명~수십명이 줄어든다고 해서 학년당 학급 수와 교원 수를 조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연말정산 파동 때처럼 평균치를 따져서는 개별적인 사례를 예측할 수 없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기본적인 학교교육 재정수요(인건비·운영비·시설비)는 늘어나는 추세다. 세종·동탄 등 신도시와 혁신도시 등 개발에 따라 올해만 119개교가 신설된다. 2017년 교원 수는 2012년보다 1만2000여명 늘고, 학급 수는 1만7000여학급, 학교 수는 2000여개가 증가한다. 

외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교육환경에 근접하려면 아직도 현실은 한참 부족하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집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를 2017년까지 OECD 상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통계를 기준으로 발표한 2014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5.2명, 중학교 33.4명으로 OECD 평균(초 21.3명, 중 23.5명)을 훌쩍 넘었다.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상위 수준은 고사하고 조사 대상 44개국 중 가장 많았다.

■ 매번 장밋빛 재정전망에 맞추다 펑크 나는 교육예산

교육복지 정책들이 표류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재원 부족이다. 정부는 각종 교육복지 공약을 확대하며 ‘추가 비용은 내국세가 늘어 충당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기댔다. 현실은 반대였다. 세수 감소로 인해 올해 유·초·중·고교 예산을 위해 교육청에 전달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은 1조3500억원가량 대폭 깎였다. 진행 중인 사업 충당에도 부족할 판에 누리과정·초등돌봄교실 등 각종 시책사업까지 국고지원 없이 교부금으로 감당하라고 떠넘긴 상황이다.

2011년 교육부는 “향후 (정부가 주는) 교부금이 3조원씩 증가해 교육청은 추가 부담 없이 누리과정 예산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장담했고, 이런 잘못된 예측이 보육대란으로 불붙었지만, 기재부는 또다시 2011년의 장밋빛 전망 자료 그대로 교육청에 ‘출혈’을 강요하고 있다. 2014~2018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연 6.3%씩 증가할 것이니 교육청이 빚을 내 예산을 편성해도 늘어나는 교부금으로 갚을 수 있다는 논리다.
설상가상으로 수요자들의 요구나 전체 효과를 생각지 않은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은 정책의 체감도를 떨어뜨린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돌봄 담당부서를 맡았던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기존 저소득층 중심의 초등돌봄 서비스는 알찬 프로그램과 안정적인 환경이 소문나면서 항상 대기자가 줄을 서 있었는데 현 정부는 이를 양적으로만 확대하다 보니 예산은 많이 쓰면서도 프로그램은 부실해졌고 지원 대상도 결국 원래대로 축소되는 쪽으로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북의 고교에서 학년부장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학비를 못 내는 아이들이 한 학년에 10명이 넘는다”며 “대통령이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했지만, 교육예산은 현 정부에선 항상 뒤로 밀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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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박근혜 복지]보육투자 감소, 저출산·저성장 ‘악순환’ 부른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ㆍ생산·소비인구 줄어들어
ㆍ내수시장 위축·세수 감소
ㆍ고령자 늘며 재정지출 증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보육투자를 줄이면 ‘소탐대실’의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당장은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해도 몇 해 안 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회의 저주’가 현실화될 수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소비인구가 감소해 내수시장이 위축된다. 기업 경영이 좋아질 리 없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수는 점점 더 쪼그라든다. 게다가 청년층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 수가 늘어나면서 재정지출이 더 큰 폭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다. 2060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고갈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해 부족한 인구를 채워야 한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의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보면 부양인구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5~0.29%포인트 하락한다. 부양인구비율이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제외한 인구의 비율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육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그냥 방치해서는 안될 정도로 한국의 출산율 하락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3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꼴찌다. OECD 평균 1.71명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15년 45만6000명인 출생아 수는 2040년 32만5000명으로 28.7%인 13만1000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첫 번째 고비는 2017년에 온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2013년 3671만명이던 생산가능인구가 2040년 2887만명으로 무려 784만명이 감소하게 된다. 부산, 대구, 광주의 인구를 합친 규모다. 이들이 베이비부머의 부동산과 주식을 사주지 못할 경우 고령자들의 자산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최근 전세가격이 치솟는 와중에도 집값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은 수급 불일치의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2035년부터는 아예 인구가 감소한다. 남한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에는 5109만명까지 줄어든다. 인구 규모는 2013년(5022만명)과 비슷하지만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는 36.8명에서 7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생산성 향상이나 소비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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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박근혜 복지]돌봄교실·무상보육 표류… 거짓말 된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ㆍ(1) 무상보육·교육

▲ 고교 무상보육 논의도 못해… 반값등록금은 대학에 분담
“예산 확보 없이 약속만… 책임 못 지는 정부 한심”


“시설과 돈은 없죠. 덜컥 하자고 해놓고 지침도 왔다갔다하고…. 학교와 교사들만 가운데서 죽어난 1년이었죠.”

서울의 초등학교 ㄱ교사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시작한 돌봄교실을 “악몽”이라고 비유했다. 민원과 혼란에 파묻혀 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1·2학년 돌봄교실 수요를 조사하자 60여명이 신청했다. 기존 이용자의 3배가 넘었다. 학교 공간을 생각하면 무리였다. 답이 없다고 결론짓고 신청자들과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학교 사정을 설명하고 부득이한 분들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에 10명이 취소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낼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은 시작부터 뒤틀렸다.

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교사와 학생들이 놀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올해 1~2학년에서 3~4학년까지 확대된 돌봄교실은 국고지원이 없고 교육청 예산도 줄어 ‘꼭 필요한 사람’만 이용하도록 제한된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3월 학기 시작 후 어려움이 몰려왔다.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데도, 정부가 “전액 무료”라고 앞서가면서 모든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부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교사들의 근무 환경과 고용안정성은 악화됐다. 2013년엔 8시간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가 1개 학급을 맡아 21명의 아이들을 돌봤지만, 교실이 3개로 늘자 4시간만 담당하는 시간제 교사를 추가 고용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딱 오후 돌봄시간만 채웠고, 세 학급 몫의 늘어난 행정부담과 저녁돌봄은 8시간 교사가 떠안았다. 간식도, 프로그램도, 교사의 돌봄의 질도 부실해졌다. 학부모들의 불만과 민원이 빗발치자 여름방학부터 학부모들이 원하면 수익자 부담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할 수 있는 숨통이 하나 열렸다.

올 3월부터 돌봄교실의 3·4학년 확대를 앞두고 ㄱ교사는 또 다른 악몽을 예상하고 있다. 1월 중순 학교에 전달된 사항을 보니 1년 새 정부 정책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서비스가 꼭 필요한 3·4학년 학생에 한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중간중간에 모아서 임시로 돌보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공간이나 정부의 프로그램 지원비는 일절 없다고 했다. 시·도교육청이 올해 편성한 예산 2162억원은 대선공약 시행 전인 2013년(2518억원)보다 줄었다. ㄱ교사는 “현장은 돌봄서비스 확대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며 “개학 후 학부모 반발과 불만이 속출할 텐데 어떻게 설득할지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초등돌봄교실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육아 복지 공약들은 여기저기서 축소되고, 표류 중이다. 박 대통령이 “5세까지의 아이는 국가가 무상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은 3년도 안돼 빛이 바랬다.

지난해 말 청와대와 교육감들이 정면충돌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비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휴화산’이다. 교육감들이 유치원 예산 등을 어린이집 보육료 2~6개월분으로 긴급 편성해 급한 불은 껐지만, 당장 3월부터 교육청별로 문제가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 초등학교 2·4학년,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7세 4남매를 키우는 조정옥씨(서울 금천구)는 “올해 셋째까지 입학하면 막내만 누리교육 혜택 대상이고, 3명은 무상급식 대상인데 정부가 누리교육·무상급식 중에 택일하라니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귀에는 익지만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공약도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고교 무상교육, 2017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두 공약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빠졌다. 교육부는 “세수 감소와 지방재정 악화 등으로 올해는 어렵고 가능하도록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논의를 할 시점조차 기약하지 못했다.

그나마 정부에서 성과가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 대학 반값 등록금이다. 정부는 지난달 “올해 등록금 총액 14조원 중 3조9000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3조1000억원은 대학 측이 장학금 등으로 부담하니 반값 등록금이 완성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양대 4학년 조희원씨는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져 장학금이 꼭 필요했을 때는 아르바이트로 바빠 성적 기준을 맞추지 못해 장학금을 못 받았다”며 “반값 등록금 체감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는 반값 등록금이 완성된다고 하지만 3조원가량의 몫을 대학에 맡긴 상황이라 대학들이 실제 이행할지는 미지수”라며 “소득분위 산정 논란과 과도한 행정비용까지 들여가면서 소득연계형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봐야 한다. 국고지원액 3조9000억원을 등록금 평균액을 낮추는 데 쓰면 명목등록금 26%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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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박근혜 복지]‘증세 없는 복지’ 허상… 핵심공약 ‘파산’
최희진·송현숙 기자 daisy@kyunghyang.com
▲ 국정과제로 발표한 ‘공약가계부’
0~5세 무상보육·반값등록금 등
집권 3년차에 예산 90% 이미 지출


▲ 담뱃세·연말정산·건보료 등 파동
국민 80% “꼼수 증세”…신뢰 추락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가계부가 3년 만에 ‘파산’에 맞닥뜨렸다. 생애맞춤형 복지 공약들이 줄줄이 ‘예산 절벽’을 맞고 뒤틀리면서 시민들의 고통과 아우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손쓸 힘이 없다. 첫해 8조5000억원, 지난해 11조1000억원까지 치솟으며 세수결손 사태를 빚은 재정적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구호인 ‘증세 없는 복지’가 축소된 복지 공약마저 유지하는 데 허덕일 정도로 바닥을 드러내고 길을 잃은 것이다.

경향신문이 2일 박근혜 정부가 2013년 5월 발표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올해까지 0~5세 보육료·양육수당 4조7000억원이 편성돼 공약가계부의 5년간 재정소요액 5조3000억원의 89%에 달했다. 지난해 달성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올해 사립대에선 소득 3분위(하위 30%)까지 적용되는 반값 등록금도 5년간 재정소요액 5조2000억원 중 4조5825억원(88%)이 올해까지 집행된다. 반환점을 도는 해에 잡았던 예산의 9부 능선까지 다다른 셈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주겠다”며 약속한 3~5세 누리과정 지원단가 인상(6조5000억원)과 고교 무상교육(3조1000억원)은 아예 시작도 못했다.

현장의 아우성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시설비 1008억원을 지원한 초등돌봄교실은 올해 국고지원이 끊기고, 교육청도 예산을 줄여 초긴축 살림이 불가피해졌다. 1~2학년에서 3~4학년까지 넓혔지만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이용자를 줄인 게 단적이다. 서울에서 초등돌봄교실 교사를 하는 ㄱ씨는 “지금까지 예산에 쪼들려 시늉만 내왔는데 이젠 정부 지원이 끊기고 지원금도 줄어든다니 왜 시작했느냐고 묻게 된다”고 말했다. 밥벌이하기 바쁜 아들이 취직했다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ㄴ할아버지, 중앙정부에서 떠밀려오는 복지예산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시청 공무원 ㄷ씨의 얼굴도 화가 나 있었다. 보육이 무너지면 출산율과 세금(성장)도 악순환할 거라는 유치원 교사의 경고도 나왔다. 뒤틀고 줄이기만 하는 복지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과 약자들이었다.

정부의 복지·세금 정책도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기초연금·4대중증·초등돌봄교실·등록금·누리과정 갈등까지 ‘복지 파동’이 이어질 때마다 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 것”이라며 증세 논의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서민 부담이 큰 담뱃세를 인상하고, 주민세·연말정산 파동과 고소득 직장인·자산가·피부양자의 부담을 키우는 건강보험 개혁 중단을 거치면서 세금 정책은 방향과 신뢰를 잃었다. 지난달 28~2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80%가 ‘현 정부가 증세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부의 ‘꼼수 증세’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복지를 줄이자는 소리가 나오지만 그 직후 뒤로 돌리기 힘든 복지의 속성상 대한민국은 비생산적 논쟁에 휘말릴 것”이라며 “이 상황이 증세 논의의 골든타임이고, 임기 후반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대통령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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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박근혜 복지]“교육투자 효과, 가장 길고 크다” “국가 보육시설 확대가 먼저다”
ㆍ교육·보육 전문가의 제언

■ 미래와균형 김현국 연구소장
“교육투자 효과, 가장 길고 크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박근혜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누리과정 등 정부시책 사업을 교육청으로 넘기고, 교육재정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수 관리를 잘못한 경제 관료들의 실패를 유·초·중·고 학생들이 떠안게 된 황당한 상황이다. 당장 돈이 없다고 교육재정 부분을 줄인다는 발상은 정부가 미래경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교육투자가 가장 장기적이고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연구 결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하는 사회적 편익을 보면 정부의 모든 지출은 1.0 근처인데 교육은 5.0 이상이다. 사회적 편익이 1이면 1조원을 썼을 때 사회에 돌아가는 편익이 1조원이라는 얘기다. OECD 분석 결과 유아교육은 투자 대비 8배, 초등학교는 6~8배, 중·고교는 5배의 효과가 있다. 교육 투자를 하면 향후 국민소득 증가와 실업률 저하, 안전비용 감소, 사회보장·가족부양 효과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이 거듭 실패하니 정부가 부동산 띄우기나 부자감세 등 단기 처방에만 매달리면서 세계 추세와 거꾸로 교육투자를 줄이려고 한다.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증세를 고려할 수 있고, 방위산업·자원개발같이 경제성·형평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줄이거나 속도를 조절하고, 예산 누수를 막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최정은 연구원
“국가 보육시설 확대가 먼저다”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현실은 암담해도 보육의 판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외려 막막해졌다. 잘못된 방향으로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보육예산 지원은 민간시설 중심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연간 수조원씩 아무리 정부 지원이 들어가도 저비용으로 고이윤을 남기는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열악한 시설과 저임금 보육교사의 과중한 부담은 아동학대 사고를 낳는 구조적 출발점이기도 하다.

보육예산은 선거 때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2년 0~2세 어린이집 보육비 전 계층 지원 얘기가 나왔고, 3~4세 학부모의 원성이 커지자 바로 다음해 0~5세의 보육비·양육수당 국가지원체제로 확대됐다. 가야 할 방향이지만 정책 순위가 잘못돼 꼬였다. 국공립시설의 확대 없이 이용자만 급증해 예산은 부메랑을 맞고, 정작 아이들은 대안 없이 민간시설로 쓸려가는 구조를 심화시켰다.

청와대가 지난해 예산국회에서 누리과정은 국가사무, 무상급식은 지자체 사무라고 구분해 예산 갈등이 벌어졌다. 수요자 입장에선 대통령의 공약인지, 교육감의 공약인지를 떠나 둘 다 중요하다. 교육의 질과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부가 교육예산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확대로 보육의 공공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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