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0일 화요일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 채현국 선생 이야기/김용만, 청보리의 함께 사는 세상


http://yongman21.tistory.com/480

지난 2월 8일, 정말 간만에 진주까지 갔습니다. 이유인즉, 
2015년 진주문고 인문학 특강 그 첫번째 자리였던 "우리시대의 '큰바위얼굴'채현국 선생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간에 맞게 도착했고, 예상외로 너무 많은 인파에 새삼 놀랬습니다.
채현국 선생님

아시는 분도 많이 계셨고, 특히 놀랬던 점은 청중들의 연령층이 다양했다는 것입니다.

2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솔직히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습니다. 이 날 채현국 선생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내가 돈이 많고, 내가 의로워서 그랬다고들 하는데, 아니야. 내가 혼자 한 것이 절대 아니야. 함께 한 거야. 내만 잘나서 내가 특별해서 그렇다고 하는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야. 가치관이 다르다고 원수짓는 일들이 많아, 특히 정치적인 가치관이 다른 경우 원수짓는 일이 가장 많아. 이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학습된 것일수도 있어,

 정치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은 원수다! 꼭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든 시각을 달리하면 알수 있어. 내가 진정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정관념과 통념에서부터 자유로워 졌으면 좋겠어. 모르는 것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내가 확실하게 안다는 것! 그 것 또한 고정관념이야. 여러분이 확실하게 아는 것, 정말 확실한 거야? 그것 또한 확실하지 않아. 통념과 고정관념에서부터 자유로워 지기를 바래, 그래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어.

이 날의 강연은 채현국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고 함께 근무하셨던 여태전선생님(현 남해 상주중 교장)과 간디학교의 이임호선생님(산청간디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패널들과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패널과의 대화가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패널로 참여하신 이임호 선생님과 여태전 선생님.
여태전 선생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채현국 이사장님께서는 평소 유명해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리 유명해지셨습니다. 왜 유명해지면 안된다고 하셨나요?

-유명해지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돈, 명예, 권력은 확실한 중독이예요.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올수가 없죠. 해서 더 강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해서 시시한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을 안하고 진실되게 살 수 있잖아요.

-그러셨군요. 그리고 한 때 저에게 "여선생,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그냥 열심히만 해, 열심히도 하지마."라고 하셨는데 그 말뜻이 궁금합니다.

-잘할려는 마음은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잘하려고 하다보면 낙담하게 되고, 실망하게 됩니다. 신나게 하세요. 열심히 하지말고 신나게 하세요. 열심히 하면 그만큼 실망하게 됩니다. 물론 열심히도 좋으나 신나게 하는 것 보다 기쁘지 않아요. 싫은 일도 이왕 하는 것이면 신나게 해요. 못난 신랑과 살아도 신나게 살자구요. 

잘하려는 마음 속에선 남을 이길려는 마음, 남을 짓밟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니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남의 삶도 존중합시도. 남의 삶도 부끄럽게 하지 않게 합시다. 만델라가 그런 삶을 살았지요.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 마세요. 남을 도왔다 하지마세요.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마세요. 기백을 가지세요. 베짱을 가지세요. 뻔뻔함이 낫습니다. 염치없는 놈이 되세요. 단! 남을 위해서 베짱을 부리세요. 남을 위한 기백을 가지고 남을 위한 염치없는 놈이 되세요. 지 잘났다는 것은 기백이 아닙니다. 베짱이 아닙니다. 함께 할때 기백이 됩니다. 자기만 위한 삶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

채현국 이사장님의 말씀은 계속됩니다.

-제가 올해 80입니다. 아직도 철이 들 든것 같은데요. 더 정복적이고 발상을 뒤집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직업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이 그것입니다.
타인을 불행을 이용해서 자기가 서는 직업이 장의사적인 직업이고, 생명을 받아내서 자기가 서는 직업이 산파적 직업입니다.

산파적인 직업이 많아져야 세상이 더 나아질 것입니다. 결국 세상은 희망적으로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은 대게 산파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인기있는, 돈 잘 버는 직업이 주로 장의사적인 직업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세요.

이임호 선생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봐주지 마세요.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세요. 평생을 속고만 살았어도 그게 속은 건지도 모르는 노인들이 엄청 많습니다. 자기 삶을 자기가 사랑해야 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참 사랑입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줏어 먹는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 찰나찰나 기를 쓰고 사세요.

늘 속아 살아온 늙은이들 어찌보면 지가 게을러서 저리 사는 것입니다. 세상을, 진실을 알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자기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게을러서 저리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도 원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원래 아버지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쓰레기는 거름이 못됩니다. 쓰레기 보다는 거름이 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패널과의 대화 형식 후 청중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질문을 소개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반죽을 부풀리는 누룩같은 삶을 살라.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찌해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 없으신지요?

-사실 여러분들은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아는 게 아는게 아닙니다. 삶 자체는 기적입니다. 아는지도 모르게 16년을 교육 받아 왔습니다. 생각을 바꾸세요. 효모가 되는 길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까? 를 항상 고민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기적이 우리를 발효하게 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발효 할 수 있는 데 자신이, 스스로가 안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소박한 마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소박한 마음을 가지세요. 정말로 방법을 몰라서 그런게 아닙니다. 소박한 마음만 가지시면 이미 훌륭한 효모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좀 이쁘게 봐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소박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발효할 수 있습니다.

2시간의 강연은 끝이 났고 사람들은 큰 박수를 쳤습니다. 영화 UP의 칼할아버지, 스머프의 파파스머프를 닮으신 채현국 이사장님은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영화  up의 칼할아버지           그림출처 맥스 무비
채현국 이사장님은 칼할아버지처럼 꿈을 잊지 않고 살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많은 강의를 들어왔습니다. 오늘 강의를 함께 들으신 분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김샘은 참 운이 좋아. 내가 지금까지 채선생님의 강의를 3번 정도 들었는데, 오늘 강의가 제일 정리가 잘 된 것 같아, 이전 강의에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거든, 어르신이 워낙 가르치고 설교하시는 것을 싫어하시고, 잘난 척 하시는 것을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일꺼야. 오늘 패널식, 토크식 진행이 참 인상적이네."

소위 말하는 좋은 말씀만 하신 강의는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솔직한 강의였고 시대의 어른의 말씀이라 더 신기하면서도 의미깊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 중 아직도 생생한 말이 있습니다.

"소박하게 사세요. 시시한 삶이 최고로 행복한 삶입니다. 돈, 권력, 명예는 중독입니다. 중독되면 거짓말을 하게 되요. 그 삶은 행복하진 않을 것입니다."

행복과 성공이 꼭 함께하는 것만은 않아 보입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언제든 고정관념속에 파묻히게 됩니다.

늙은이에게도 일침을, 젊은이에게도 일침을 가하시는 채현국 이사장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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