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9일 금요일

군대 내 불온서적과 책 읽을 권리-5

 서점서 파는 책, 군대선 맘대로 못보게 할수있다

» 군대 안 불온서적 지정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던 박지웅(오른쪽부터)·한창완·지영준·신성수 전 군법무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군대 안이라도 불온서적 지정은 국가적 수치다”라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국방부의 자의적인 불온서적 차단 지시를 수용한 헌법재판소의 28일 결정으로 60만 국군장병은 군부대 안에서는 시중서점과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된 23권의 책을 아예 읽을 수 없게 됐다. 그나마 헌재에 기대를 걸었던 불온서적 판단을, 기초적인 인문·사회과학적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국방부에 내맡겨버린 셈이다.
» 불온서적 사건 헌법재판관별 의견

 

■ “불온성은 고사하고…” 국방부의 불온도서 목록에는 불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도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 소설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정부·학술단체·언론기관 등에서 우수·추천 도서로 선정된 책들이다. 또 국가의 예산지원을 받아 공공도서관에 비치돼 있기도 하다. 이공현·송두환 재판관은 “다수의견이 인정한 ‘제한적 불온성’조차 인정하기 어렵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이런 책이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것은 군인복무규율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정신자유의 핵심인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불온의 개념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어야 하는지 △체제비판적 도서도 포함되는지 △그보다 못한 정부비판적 도서도 해당하는지를 “군인복무규율로는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강국 재판관(소장)도 군인의 기본권은 조직의 특성상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는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 대해 “이는 고전적 이론으로, 오늘날 법치주의 헌법질서에서는 기본권 제한도 예외 없이 사법적 통제를 따라야 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조대현 재판관은 청구자격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기본권 침해는 아니다”라고 봤다.

■ 군이 정신세계 통제 장하준 교수는 “금서 규정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시대상항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착잡하다”고 했다. 불온서적 목록에 올라 있는 <대한민국사>를 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장병 인권 수준을 과거로 되돌리는 결정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정신전력을 이유로 책 읽을 권리까지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은 위헌적”이라며 “개인의 정신세계에 정부와 국방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사상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헌재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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