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1일 월요일

인문학 신열풍-주간동아의 커버스토리 요약

주간동아 2011.03.14 778호 커버스토리 '인문학 신열풍'-이설, 구희언 기자 외

1. '인문학 꽃’이 피었습니다-강의실에만 머물다 거리와 사람들 사이로

그 나름의 영역을 개척해온 대안 인문 공간은 지난 5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다. ‘철학아카데미’ ‘수유+너머’ ‘문지문화원 사이’ ‘다중지성의 정원’ ‘KT·G 상상마당’ ‘독서대학 르네21’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아트앤스터디 인문숲’ ‘시민예술학교’ ‘예술의전당 예술아카데미’ 등 주요 인문 공간만 10여 군데. 각종 세미나 클럽과 지역 공간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중략) 풀뿌리 인문학’ 열기도 거세다. ‘풀뿌리 인문학’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강의나 노숙인을 돕는 강의 등을 아우르는 말로, 지난 5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인문학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한 서울 강남구부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상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다. (중략) 지금의 인문학 바람을 바라보는 인문학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주객이 전도돼 인문학이 트렌디한 것으로 변질될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변화의 지점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도정일 교수는 “영혼도 보살피면서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아울러 인문학이 사고력, 판단력,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며, 궁극적으로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인식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 여세를 몰아 적극적으로 인문학을 부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 삶에 진지한 대답이거나 비즈니스 수단이거나

김헌(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인문학은 소수 학자의 전유물이어선 안 된다. 삶을 살아가며 그 삶을 이해하고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난 다양한 사람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인문학 강좌의 확산을 두 손 들어 환영한다. 함께 배를 타고 삶의 대양을 항해하는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새롭게 모색한다.

허경(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인문학 열풍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역시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다. 인문학을 배우겠다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노력은 물론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 지향적 기업을 가능케 할 참다운 투자와 이노베이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개인과 자신의 기업만을 배타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인문학 배우기는 새로운 인문학적 기복신앙이나 다름없다.

3. 나는 인문학과 바람나고 싶다

이권우(도서평론가): 우리 사회는 인간을 ‘기능에 충실한 밥그릇’으로 만들어왔다. 이제는 양, 물질에서 행복, 가치, 성찰을 담는 질적 변화를 꾀할 때다. 나라나 사회가 이 일을 해야 했는데 사람들이 대중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서 자발적으로 이런 문화와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제는 공공영역에서 보도블록만 깔 게 아니라 그 돈으로 대중인문학 강의를 늘리는 상상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인문학자에게도 꼭 대학 안이 아니라 대학 밖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강신주(철학자): 우리 시인은 있지만 우리 철학자는 없다. 외국 철학을 들여다가 남 얘기처럼 말하고, 그걸 암기시키고…. 넓게 보면 직업적 인문학자만 많았던 것이 위기를 부른 이유다. 반성해야 한다. 인문학자는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고민을 풀게 할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강유원(철학자): 먹고사니즘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지면 하는 일이 없다. 인문학을 진정한 소프트웨어 산업이라 하는데, 이는 틀렸다. 단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하고 또 사람의 한계가 어딘지, 살고 있는 영역이 과연 전부인지 묻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조정환(도서출판 갈무리 대표, 문학평론가): 인문학 열풍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한 개인이 수많은 정보와 관계를 맺는 복잡한 상황에서 고전으로 사상의 혼란 상태를 벗어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요즘 같은 대중지성의 시대에 고전을 접목해 사람들을 지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민승기(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우리 시대는 ‘왜’라는 질문이 생략된 시대다. ‘왜’라는 질문을 하면 멈춰 서야 하는데, 그러기에 현대인은 너무 바쁘다. 인문학은 ‘왜’라는 질문을 상기시킨다. 그러면 ‘중지’의 순간이 생기고, 그 순간이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어쩌면 혼돈이자 구원의 지점인지도 모른다. 고통스럽지만 환희에 찬 이중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인문학의 효용성이다.

김진영(철학 아카데미 상임위원): 인문학은 전통에 의해 뿌리내리는 것이지, 지금처럼 목적에 따라 부침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독일에서 15년 유학했는데, 그곳은 교육방식 자체가 인문학 전통 아래서 이뤄진다. 자유로운 의견, 자기 판단, 주체 의식은 단기간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문학이 현실과 만나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시장화와 엉켜 비판정신을 잃어버릴까봐 걱정이다.

전헌(동인문화원 강사, 성균관대 객원교수): 인문학은 사람 공부다. 요즘엔 인문학에서 자연과학, 사회과학 다 빼고 인간만 이야기한다. 인문학은 인간뿐 아니라 만물을 포함하는데, 인간만 다루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이기적 존재인 인간’이 인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니 인문학이 썩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잘해봐야 전쟁이나 하지, 평화를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인문학이 무너지는 거다.

4. 잡스를 불러볼까? 샌델을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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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간에 대한 타는 목마름 ‘인문학 바다’로 풍덩

고승철(동아일보 경제부장 등 역임, 소설가):
필자는 기업체나 사회단체에 강사로 여러 번 초청받았다. 강의 주제는 주로 ‘인문학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다. 몇 달 전 이사를 하면서 서재에 잔뜩 쌓였던 경제, 경영 서적을 버렸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영시스템에 관한 자료를 쓰레기통에 던지며 경영 지식의 생명은 너무 짧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500여 년 전 플라톤이 쓴 ‘국가론’이 요즘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의 원조 격이라는 사실을 알면 인문학의 오랜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삶, 사랑, 죽음 등은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가장 절실하게 품는 인문학 화두다. 이 화두를 풀기 위해 인문학의 망망대해(茫茫大海)에 기꺼이 몸을 던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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