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4일 목요일

용산참사와 '파견미술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옮겨놓는다. 기사 제목은 '여기 사람이 있다. 그리고 여기 예술이 있다' 2010년 6월 21일자  고동주 기자의 보도다. 2010년 6월 16일에서 18일까지 대한민국 국회 의원회관 전시실에서는 열린 '파견미술|끝나지않는전시 "미영씨가시킨展투2' 전시회 소식.

 

 

파견미술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파견노동자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파견미술가는 처음 들어본다. 서울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대표인 전미영 씨는 "파견미술가는 이윤엽 씨가 주워온 말"이라며 "파견노동자나 비정규직노동자처럼 가장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고 그 상황으로 자신을 파견하는 미술가"라고 알려준다.

   
▲ 곽영화 <풀이하다>전에 올려졌던 그림. 장례 행렬에 등장했을 때는 바람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2010년 6월 16일에서 18일까지 대한민국 국회 의원회관 전시실에서는 '파견미술|끝나지않는전시 "미영씨가시킨展"투2'가 전시됐다. 이 전시는 2009년 4월 3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미술관, 미디어 센터 등으로 사용된 '레아' 호프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때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미술가들은 용산을 찾아왔고, 전시를 하고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레아' 공간을 철거하려는 조합으로부터 현장을 지키는 사수대가 됐다. 이들은 용산참사 1주년인 2010년 1월 20일까지 22회에 걸쳐서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 전시>를 열었고, 전시에 참여한 작가만도 42명이었다.

   
▲ 회관 측의 반대로 만장이 펼쳐지지 못했다.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 <누명을 쓴 사람>(나규환) 작품 뒤로 '용산참사 부상자와 함께하는 미술치료'가 보인다.

2010년 1월 9일, 기나긴 기다림 끝에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1월 20일 장례에 쓰이고 버려지는 만장을 챙기며 작가들은 다짐한다. "어디가 되든 이 만장들과 함께 용산의 시간을 기억하리라." 전미영 씨는 "현장에서의 활동은 종료됐지만 좀 더 깊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옮겨서 3월 성신여자대학교(성신여대)에서 '미영씨가시킨전투'를 전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 씨는 <끝나지 않는 전시>가 '미술'임을 강조한다. "그동안에는 미술인들의 활동이 사건에 같이 묻어가면서 곁들여졌지만, 이제는 전시공간에서 기록으로서의 미술을 보여준다. 누군가가 이 기록을 보고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음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전시공간이 아닌 현장에서의 전시가 미술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2010년 2월 3일 출간한 <끝나지 않는 전시>(용산참사와 함께하는 미술인들, 삶이 보이는 창)에는 "1월 9일 새벽 6시, 서울역으로 모두 모였다. 전경들만 잔뜩 깔려 있는 외로운 거리였다. 목재를 가득 실은 트럭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건설 일용노동자들도 꼭 이맘때 새벽일을 시작한다. 우린 그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삶과 예술은 같다."라고 쓰여 있다.

   
▲ 철근과 수저 등으로 만들어진 성낙중의 작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 왼쪽부터 전미영 씨와 이윤엽 씨

모든 작품은 예술가들의 자식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현장 예술 작품의 운명은 험난했다. 경찰과 구청 관리직원들은 예술 작품을 인정하지 않고 철거하기 일쑤였다. 가슴이 얼만 아팠냐는 질문에 전미영 씨는 "또 만들면 되지요. 만들고 뺏기고 또 만들고. 그 과정이 전부 예술입니다."라고 답한다. 전 씨는 "오히려 유가족과 철거민들이 자신의 가족을 빼앗아간 것처럼 분해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와 유가족이 연결되어 갔다"고 말한다.

 

대추리, 기륭전자에서 용산 현장, 지금은 남한강까지 가슴 아픈 모순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갔다는 전미영 씨는 "치열한 싸움이 있는 곳에서 마지막까지 유연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며 "최대한의 상상력과 아름다움으로 아픔과 기쁨 등 다양성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가 파견된 이유"라고 답한다.

 

<끝나지 않는 전시>는 인천 황해미술제, 부산 비엔날레로 계속 끝나지 않고 이어질 예정이다. 송경동 시인의 시구처럼 '가난한 자들의 눈물겨운 3자 동맹이 아니라 저 가공할 자본의 카르텔'이 철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책 <끝나지 않는 전시>에서 성효숙 씨는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우리 마음속에 있었던 연대의 묘목을 보았다.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이 현실을 이겨내며 희망의 나무를 만들었듯이 우리는 '용산참사역'과 그 다음 정류장에도 희망의 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썼다.
   
▲ 국회에 세워진 망루. 정치인이 국민의 눈물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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