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일 월요일

2012 독서의 해 특집

2012년 1월 1일 무등일보 기획특집, 최민석 기자의 보도.  '2012 독서의 해 특집' 

책은 지식과 정보의 보고
독서 통해 지식 늘리고 사고력 키워야

2012년은 문화관광체육부가 제정한 '독서의 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독서'는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됐고,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책 읽는 문화 자체가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독서의 해' 제정을 계기로 바람직한 독서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독서문화는 정부 주도로 단기적 시책이 나온다고 해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독서층이 늘고 자리잡아야 한다. 또 '독서'가 개인의 지적 역량을 키워주는 차원을 벗어나 국가 경쟁력의 기초이자 토대가 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주·전남지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미래 지역을 이끌 인재를 키우고 성장동력 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독서문화'조성이 시급하다. 올해 독서의 해를 맞아 지역사회 전반에 읽기 문화를 확산시키고 독서문화 저변을 넓히기 위한 독서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디지털 문화, 실종된 '독서문화'

책은 풍성한 지식과 정보의 창고이자 문화의 소통이 이뤄지는 매개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독서에 대한 목마름과 문화적 욕구를 가졌음에도 경제적 어려움과 여건 미비 등으로 인해 독서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독서문화에서 소외된 계층이 많다.

광주·전남지역을 비롯,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난 1년 동안 한 사람이 평균 20.8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1인당 연간 평균 독서권수는 20.8권으로 조사됐다. 연령이 높을수록 독서량은 감소했으며 독서인구 비율은 61.8%에 달했다. 무엇보다 독서층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지난 90년대 이후 디지털시대에 진입에 따른 정보통신기기 보급과 정보소비 행태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스마트폰 등장에 따른 증가세가 독서행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 기관의 스마트폰 보유에 따른 한·중·일·대만 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대중교통 이동 시 주요활동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독서를 하는 사람이 줄어든 대신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76%(중복응답)로 휴대폰 이용 경향이 가장 많았고 중국(75.9%) 역시 높았다. 대만(54.3%)과 일본(54.1%)도 그 뒤를 이은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전자책(e-book)으로 인해 독서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았다.

◆광주·전남지역 서점업계 위협

이같은 급격한 독서율 감소와 정보문화 확산은 지역 서점업계 존립과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광주지역 문화의 한 축으로 수십년 동안 자리해 온 토종서점이 전국 체인망을 가진 대형 서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지역 출판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또 서구 상무지구 등 신도심으로의 인구이동으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와 서점환경 급변으로 동구 계림동 일대 서점들이 잇따른 폐업으로 사라지고 있다.

전국 체인망을 갖춘 영풍문고가 광주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 내에 개점하면서 지역 대표 향토서점의 매출도 급감했고 지역의 대표적 서점이었던 삼복서점이 지난해 폐업했다. 전남대 후문에 자리했던 '청년글방'과 동구 계림동에 분포했던 헌 책방도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또 약 50만권 가량의 장서를 보유한 충장서점 등도 대형서점과 힘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서점의 공세와 함께 할인 마트내에도 200평이 넘는 규모의 전문서점 코너가 속속 생겨나고 인터넷을 통한 출판유통 증가와 책 판매 급증으로 인해 지역 서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이 기존 출판 시장을 위협, 인터넷 서점과 관련 쇼핑몰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작지만 소중한 희망

이같은 독서문화 양상과 열악한 출판시장 여건 속에서도 작지만 울림이 큰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책과 가까이 하고 싶어도 온전히 책을 접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해 (재)아름다운 가게 광주·전남본부가 한 기부자로부터 무상 임대받은 북구 용봉동 1390-3번지 2층 공간에 지역 1호로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광주용봉점'(아낌없이 주는 나무)이 '나눔의 기쁨, 책 읽는 즐거움'을 기치로 지난 2009년 6월 개점,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별칭은 자신의 몸을 내어 주어 인간생활에 유용한 책을 만드는 나무의 상징성과 이 공간을 기증해 준 기부자, 책과 씨앗기금 기부를 위해 '책주주'로 참여한 많은 시민들의 나눔과 실천의 정신이 담겨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인터넷 헌책방의 활성화와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서울 및 수도권 4개 매장(헌책방 블로그 http://cafe.naver.com/bsbooks.cafe-보물섬, 광화문책방, 신촌책방, 강남책방)의 성공에 착안, 지난 2003년 12월 아름다운가게 지역1호 광주첨단점 개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 이뤄지게 됐다.

여기에 문화기획자로 활동 중인 규랑씨가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공간디렉팅을 맡았고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공정무역커피 판매를 위한 기자체 일체 기부, 이 그룹 임직원들의 1만5천여권 헌책기증캠페인 등을 통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공정무역 '아름다운 커피' 판매를 통해 네팔과 칠레, 우간다 등 제3세계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생산원가를 지불하고 판매수익금으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이를 위해 '비워야 채워지는 것, 바로 서재입니다'를 모토로 애서가와 책 수집가, 나눔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뜻있는 시민들의 참여와 기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서점은 그동안 수천여명이 넘는 시민들과 무등일보 등이 도서기증운동에 참여해 4만여 권이 넘는 책을 기증했으며, 6만여 권의 중고도서가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문의 062-514-8975) 광주 서구 상무지구 서점이 '지역문화센터 지역서점 사업' 공모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서적 판매는 물론 다양한 문화행사를 갖는 등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 자리한 한림서적(대표 박평기)은 최근 한국서점조합이 중소형 서점 육성발전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시행 중인 '지역문화센터 지역서점 사업'에 선정됐다. 한림서적은 창업 10년 이상 된 서점을 대상으로 한 이번 사업에 서울 '그날이 오면', 부산 영광도서와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돼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한림서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센터 지역서점 사업에 선정돼 내년 2월까지 독서클럽과 시낭송회, 작가와 대화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갖는다.

인터넷 카페 '독서유랑 한림'(http://cafe.daum.net/inomad)을 통해 독서클럽을꾸려 팀별 토론과 독서 치료를 지원하고 미취학 아동과 장애인, 다문화가족을 초청해 서점 견학을 할 계획이다. 서점 앞 특설무대에서는 독서 토크와 통기타 가수 공연 등 문화행사를 열고 지난 2월 15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는 시 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책읽는 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구체적 실천과 독서 생활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활필수품이지만 '중독' 수준에 가까운 휴대폰(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책을 읽는 습관과 횟수를 늘리는 등 독서의 생활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허형만 목포대 국문과 교수는 "책은 유용한 지식과 정보가 들어있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사고와 정신을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살려야 한다"며 "크게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책부터, 집에 있는 책부터 차분히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글=최민석·사진=임정옥기자

글=최민석·사진=임정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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