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0일 월요일

푸시킨에서 체호프까지 러시아 문학의 맛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이현우 지음
현암사·1만5000원

“나의 삶은 나날이 더 황량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 가지 수단만 남았습니다. 여행을 하는 것 말입니다.”(미하일 레르몬토프 <우리 시대의 영웅>) “너 치통 있어? 이건 내 거야. 나의 고통이야.”(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무엇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지 알고 있니? 그것은 의지, 자신의 의지란다. 무언가를 원하는 능력을 가져라.”(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학은 청년의 것임에 틀림없다. 19세기 초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수놓은, 청춘의 고통의 말들은 지금 시대 청년의 언어와도 다르지 않다.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 생의 에너지를 다 소진할 때까지 어느 곳에도 안착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극적인 대목을 한데 엮은 이 책은 열정과 파멸의 언어로 가득하다. 그 열렬한 자의식의 시기를 통과한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더라? “변증법 대신에 삶이 찾아왔으며 따라서 의식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무엇이 형성되어야 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 쓴 그대로다. 그 시대를 산 러시아 문학의 거장들은 누구 하나 멀쩡한 사람들이 없다. 레르몬토프는 27살에 결투를 하다 죽고, 니콜라이 고골은 자기가 쓴 작품을 태워버리고 반미치광이가 되어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그 남편과 함께, 셋이 한집에 살았던 투르게네프는 “젠틀하지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인간적으로 모자랐던 도스토옙스키보다는 그의 작품이 더 위대했다고 결론 짓는다.
필명 로쟈로 활동해온 서평가이자 러시아 문학 전공자인 지은이 이현우씨는 “푸시킨이 ‘인생의 소설을 다 읽기도 전에 떠난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듯이 우리도 이 인생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지 않고 덮었더라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밝은 슬픔’에서 시작해 도스토옙스키의 ‘정신병동’을 지나 레프 톨스토이의 불화의 세계와 맞닥뜨리노라면 문득 청년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수도, 러시아 고전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들고 싶을 수도 있다.
“그 작품에 대한 기억, 그게 교양입니다”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책은 지은이가 1996년부터 해온 ‘러시아 문학 강의’를 한데 묶은 것이다. 19세기 러시아 거장들은 현대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러시아 작가의 경우 ‘나와 푸시킨의 관계’를 입증해야 인정을 받습니다. 나와 푸시킨의 커넥션, 이게 바로 자기 존재 증명입니다. … 미국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평생을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기를 원했고 그렇게 불렸습니다.” ‘나의 푸시킨’에서 출발하는 책은 러시아 혁명 직전 ‘우수에 찬 체호프’에서 끝맺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04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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