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누군가에게 독서는 ‘독’이다

누군가에게 독서는 ‘독’이다

<독서독인>/박홍규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조회수 : 10,640  |  장동석 (출판평론가)  |  webmaster@sisain.co.kr

‘내 인생의 책’을 묻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잠시 당황한다. 책으로 밥을 먹고사는 처지에 콕 집어 한 권의 책을 말해줄 수 없을뿐더러,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 한 권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연이어 묻는다. “책을 읽는 목적이 뭐냐?” 책이 좋아 책더미에 묻혀 살 뿐, 딱히 목적이 궁색한 나로서는 서평가인 로쟈 이현우씨의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권’입니다. 우리가 좀 ‘덜 비열한 인간’이 되거나 더 나아가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라면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 다수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인생이 아직도 비열한 인생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가 ‘책만 읽어서’가 아니라 ‘책을 덜 읽어서’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충분히 읽지 않아서’라고 말해야 할는지도 모릅니다.”(<책을 읽을 자유>)

그렇다. 책은 덜 비열한 인간, 나아가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읽는 ‘좋은 것’이다. 그래서 국가까지 나서 책을 읽자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믿음을 깨는 책 한 권이 얼마 전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독서 자체가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박홍규 교수의 <독서독인>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 </font></div>히틀러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한 인물이다. 
히틀러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한 인물이다.

박홍규 교수의 <독서독인>은 문제적 저작이다. 특히 1부 ‘독서, 권력을 훔치다’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른 건 몰라도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었던 나폴레옹과 마오쩌둥을 아주 조금 좋아했다. 하지만 생각이 짧았다. 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가 되어 독재의 길을 걸었고, 검찰을 동원해 모든 출판물을 검열하고 어떤 작가들은 구속했다. 박 교수는 나폴레옹을 일러 “독서가 낳은 괴물”이라고 말한다.

마오쩌둥은 어땠을까. 마오쩌둥은 <논어>는 물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 고전을 탐독했다.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박홍규 교수는 “마오쩌둥의 마르크스주의도 결국은 진화론적인 서양의 과학적 사상의 일종이고 특히 그 폭력주의를 허용할 수 없다”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레닌과 스탈린, 히틀러, 괴벨스, 무솔리니, 호찌민, 폴 포트도 박홍규 교수의 서릿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레닌은 스위스, 독일, 영국으로 이어진 망명 생활 내내 도서관을 드나들었지만 권력의 화신으로 퇴화했다. 스탈린 역시 감옥에서도 전장에서도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전제 권력자이자 대량 학살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독서를 통해 권력에 맞선 이도 소개 

가장 문제적 인간은 히틀러다. 히틀러는 정치·군사·예술·소설은 물론 점성술과 심령술에 관한 책까지 섭렵한 인물이다. 흔히 반유대주의 책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히틀러는 <돈키호테> <톰 아저씨의 오두막> <걸리버 여행기> 등 다양한 고전을 읽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무참하다. 20세기 역사에서 히틀러만큼 참혹한 발상을 한 사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권력을 훔친 사람들과 더불어 2부에서 독서를 통해 권력에 맞선 사람들을 소개한다. 레닌과 스탈린, 마오쩌둥 등 권력을 훔친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던 마르크스는 오히려 책을 통해 권력에 맞선 사람이었다. 간디는 책을 통해 “창조적이며 실천적인 정치가”로 재탄생했고, 루쉰은 “불평등과 부자유의 사회를 비판한 자유인”이었다. 이 외에도 톨스토이, 체 게바라, 마틴 루서 킹, 스콧 니어링 등이 권력에 맞선 사람들이다.

<독서독인>을 읽으며 책과 독서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나는 단지, 책이 좋아 책을 읽는 것일까. 덜 비열한 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비열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일까. 출판평론가 혹은 북 칼럼니스트의 고민이 깊어가는 밤이다. 

출처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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