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6일 목요일

귀한 사진책들, 여기 다 모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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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한 한옥집에 마련된 사진책 도서관, 포근한 기분이 든다.
ⓒ 류가헌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서울 종로구 통의동)이 국내 첫 사진책 전문 도서관을 열었다. 지난달 20일 문을 연 이곳은 도서관이라 하기도 뭐할 만큼 작은 한옥 방 한 칸에, 서가 3개에 꽂힌 1200여 권의 도서가 전부다. 

그러나 이만한 크기의 공간조차 서울은 물론 국내에서 처음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아도 사진집을 사서 보거나 소장하는 문화가 드물고, 고가의 DSLR 카메라 필터와 렌즈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사진책을 보는 데는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현상을 탓하기 이전에, 사진책을 가까이 접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매해 사진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서울에 사진책 도서관은커녕 사진책을 편히 만나고 펼쳐볼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이나 대형서점의 책꽂이엔 사진에 관한 책들이 빼곡하지만 대부분은 '사진 잘 찍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정작 사진 자체만을 다룬 순수 사진책은 드물다.

이에 뜻있는 사진가들과 사진전문출판사들이 힘을 합쳤다. 1970년대 농촌의 모습을 기록한 김녕만의 <마음의 고향>, 강원도 너와집을 찍은 안승일의 <너와집>, 전국 각지의 굿하는 장면을 포착한 김수남의 사진집 등 지금은 절판됐거나 애초에 유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희귀 도서들이 기증을 통해 모였다.

글로 생각으로 다가가는 사진책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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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책들로 풍성하다.
ⓒ 김종성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알려주는 책은 배제했어요. 사진을 카메라, 즉 기계로 접근하기 보다 글과 생각으로 다가가기 위한 공간이에요."  - 사진책 도서관장 박미경

한옥의 방 하나에 꾸려진 작은 도서관이지만, '우리나라 사진가의 사진책을 한자리에 모아 나누어보자'라는 도서관의 뜻은 더없이 크다. 한국 사진가들의 사진집을 포함해 눈빛, 열화당, 사진예술 등에서 발행된 다종다양한 사진책과 사진관련 서적을 열람할 수 있다. 사진책 전문도서관답게 절판으로 찾기 어려운 귀한 사진집부터 1980년대 초 출간된 희귀본 <한국의 고건축> 등 시중에서 만나기 힘든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전문출판사 눈빛은 25년 동안 출판해온 사진책 대부분을 냈고 열화당과 사진예술도 가세했다. 작품집을 중심으로 사진 에세이와 사진 이론서, 사진 비평서 등이 알차게 모였다. 일반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접하기 힘든 작품집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어 좋다. 가나다순으로 잘 정리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골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사진작가들이 직접 제작해 대중 출판 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한 책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황규태, 주명덕, 김옥선, 노순택 등 사진가들과 뜻있는 관람객 등도 사진책을 기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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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나 차를 마시며 사진책을 볼 수 있는 작은 카페도 있다.
ⓒ 김종성

사진책 도서관 옆방에 꾸려진 '사진가의 서재'도 흥미롭다. 젊은 작가들이나 오랜 시간 사진을 해온 저명한 사진가들이 사진가의 서재에 초빙된다. 두 달 단위로 초빙된 사진 작가의 사진들과 책이 진열되고 운이 좋으면 사진작가도 만날 수 있다. 1,2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한다거나 딱딱한 강의가 아닌 사진작가와 차를 마시며 대화형식의 포럼을 진행한다고.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나 어느 정도 사진기술과 기법에 익숙해진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좋은 사진 찍는 법'은 공통의 화두이자 고민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듯,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우선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보아야 한다. 바로 다양한 사진집, 사진 관련 책들이 답이다. 예술이나 사진이나 깊이를 갖게 되는 출발은 바로 '안목'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사진책을 볼 수 있는 작은 카페도 있다. 곧 찾아올 화창한 봄날 따뜻한 볕을 받으며 한옥 마당의 작은 툇마루에 앉아 사진책을 펼쳐보는 즐거움와 여유로움을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코피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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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온빛사진상을 수상한 사진전 <강제된 이름, 코피노>가 열리고 있다.
ⓒ 김종성

사진책 도서관 건너편에서는 요즘 의미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3회 온빛사진상을 수상한 성동훈(31) 사진가의 <강제된 이름, 코피노>. 사진상이나 사진전, 작가의 이름 모두생경하다. 온빛사진상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모여 "사진 찍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상을 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었고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제1회에는 늙은 노모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한설희 작가의 <노모>, 제2회에는 선생님으로서 학교 현실을 기록한 김석진 작가의 <지속되는 과도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주는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다.

코피노는 필리핀에 남겨진 한국인 2세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한국인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나, 한국인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편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가리킨다. 현재 필리핀엔 1만에서 2만 사이의 코피노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7107개의 섬이 만든 나라 필리핀. 그곳엔 그 섬보다 많은 수의 한국 아이들이 살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태어나 자신의 이름 대신 '코피노'로 불리며 살아가는 아이들. 통계조차 없는 이 잘못 끼워진 이야기들의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동안 코피노라는 낙인의 꼬리표를 단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

이 비극적인 현상은 비단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학 연수차 방문한 학생들부터 현지 한국 기업의 근로자들, 휴가차 방문한 관광객들에 이르기까지 코피노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이 현상은 이제 우리 모두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연령대 또한 10대 후반의 청소년부터 많게는 70대까지 세대의 구분 없이 모든 세대에 걸쳐져 있다니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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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훈 사진가의 사진 <강제된 이름, 코피노> 가운데
ⓒ 성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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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훈 사진가의 사진 <강제된 이름, 코피노> 가운데
ⓒ 성동훈

한국 정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차원의 어떠한 실질적 움직임도 없으며 우리들 스스로도 일시적인 자성의 목소리 이외에 별다른 문제인식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낸 이 수많은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마치 남이 만들어낸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양 방관자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많은 단체들이 민간차원에서 아이들을 돕기 위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우리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아시아의 문화 선진국임을 자청한다면 그에 걸맞은 올바른 가치관과 시대정신을 통해 끝도 없이 벌어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 사진가 성동훈의 작업노트 가운데 

눈물샘을 자극하는 휴먼 스토리보다는 기록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 코피노들의 얼굴과 그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삶의 현장까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흑백사진이어서인지 사진속에 더욱 몰입이 되고 마음속이 까맣게 타버릴 듯 아프다. 

작가는 아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이 잘못된 사회적 현상이 언제쯤 끝이 날지 알 수 없지만, 이 비극적인 흔적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 잡힐 때까지 계속해서 사진으로 기록 할 것이라 한다. 코피노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에 주목한 작업도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전시회는 오는 3월 9일(일)까지 한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6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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