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관악구 독서 전령사 ‘혜윰나래’를 아시나요

관악구 독서 전령사 ‘혜윰나래’를 아시나요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책 읽는 모습 아이에게 보여주자” 학부모 독서모임 시작
ㆍ봉원중 독서동아리만 25개… 전국서 가장 큰 규모로 발전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효성교회 교육실. 40~50대 여성 10여명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둘러앉았다. 손에는 정도언 서울대 교수의 심리학 서적 <프로이드의 의자>가 들려 있었다. 진선미씨(43)는 “시기심에 관한 대목을 읽으면서 내 안의 시기심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경희씨(48)는 “나 자신을 치유해야 아이를 돌볼 에너지도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서동아리 ‘혜윰나래’의 토론은 200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각’이라는 우리말 ‘혜윰’과 날개를 의미하는 ‘나래’의 합성어로 이름 지은 이 모임은 서울 관악구 봉원중학교 최초의 학부모 독서모임으로 시작됐다.

서울 관악구 독서동아리 ‘혜윰나래’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구청 ‘용꿈 꾸는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 관악구 제공

‘생각의 날개를 펴자’는 의미로 시작한 12명의 회원들은 2주에 한 번씩 모여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공유했다. 목적은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은 자녀들이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됐다. 올해로 6년째인 혜윰나래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독서모임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봉원중학교가 독서동아리만 25개를 보유,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된 것이다.

회장 호경환씨(48)는 “대다수 회원이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모임을 시작했다가 이젠 책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학교나 지역의 책 관련 행사장을 찾아가 ‘책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6m 크기의 용(龍) 모형에 책 구절을 적어 거리를 누볐다. 대형 중고 병풍을 개조해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 가족’을 주제로 한 독서신문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형 냉장고 박스를 이어붙여 완성한 이동도서관에 직접 제작한 책 70권도 비치,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저자와의 만남, 문학기행도 열었다.

회원 박선미씨(49)는 “책 행사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보고 들은 주민들이 이후 또 다른 독서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활동은 반향이 컸다. 2009년 불과 1개에 불과하던 봉원중 독서동아리는 2011년 22개, 2012년 39개로 늘었다. 지금은 25개로 다소 줄었지만 전국 최다 규모다. 

관악구 주민들이 만든 독서동아리는 45개에 달한다. 관악구는 주민들의 독서동아리가 늘어나자 지난해부터 17만~30만원씩 활동비까지 지원하기 시작했다. 혜윰나래는 올해 드라마·퀴즈쇼·노래 등으로 구성한 북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022238125&code=9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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