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6일 목요일

금민과의 기본소득 대담/ 류보선 교수, 정리 이건민 상임연구원

지난 11() 11시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에서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지금 바로 기본소득(동아시아, 2020) 저자 금민과의 기본소득 대담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대담자로는 저자인 금민 소장(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과 류보선 교수(군산대, 문학평론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가 참여했다. 동갑내기 대담자들의 대화의 합과 기지가 빛을 발한 시간이었다. 적절한 위트와 유머, 긴장감, 서로에 대한 존중 등이 대담의 흐름 속에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약 100여명이 함께하여 귀중한 자리를 더욱 빛냈다.
 
저자는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가 출간된 4월 초 정도를 기점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논쟁이 활발해지긴 했지만 이는 시대가 변해서이지 이 책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책이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고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출간 후의 삶이 출간 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며 책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주변 반응에 대해서도 글의 구성에 관한 지적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자 자신의 이러한 평가는 겸손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류보선 교수는 기본소득 논의의 지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책”, “앞으로 기본소득 세상이 되면 기본소득의 논의의 새로운 변곡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을 책”, “최근에 나온 기본소득 관련 책 중에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가 가장 압권 아니냐”, “기본소득 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한 단계 비약시켰다등 이 책에 관한 주변의 평가를 소개했다.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사회적 공화주의, 좌파당의 길, 진짜 민주주의(오준호와의 대담집)에 이은 저자의 네 번째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진 지가 오래 된 것을 감안한다면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본격서가 나오는 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셈이다. 이에 대해서 그는 하루 중에서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생각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막상 글 쓰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밝혔다. 좌파당의 길진짜 민주주의는 팜플렛 성격이 강하고 사회적 공화주의는 각론에 대한 서술이 대부분이며 총론은 10여 페이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론서로서는 이번이 첫 번째 책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2013년경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글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일관되고 통일된 체계를 갖춘 서술로 종합하는 것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또한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한 수많은 사람들의 기여와 지지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류보선 교수는 이전 저작들에서의 힘 있고 선동적인 문체가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에서는 매우 분석적인 문체로 바뀌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예전의 문체가 독자로 하여금 삶의 변화를 촉구하는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에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문체의 변화를 인정했다. 그리고 이전의 예언적 문장 쓰기는 대부분 마감에 쫓겨 퇴고를 보지 못하고 글을 넘겼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가능한 한 압축적으로, 분석적으로 글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에 관한 책쓰기는 2013년경부터 진지하게 생각했으며,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했기 때문에 이 책이 분석적인 글이 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장, 힘들여 쓴 주제가 무엇이었냐는 류보선 교수의 질문에 대해 저자는 1부와 2부 중에서는 1부가, 1부 중에서는 1~3장이 핵심적이라고 답했다. 1부에서는 공유부 배당, 공유부 분배정의 등에 관한 철학적 분석과 플랫폼 자본주의, 빅데이터 문제 등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수행했다고 하였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은 공유부이며, 핵심 주장은 공유부는 모두의 것이므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형태로 모두의 몫으로 분배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 개념과 주장은 기존의 사회복지와 기본소득을 뚜렷이 구분시켜 준다고 말한다. 공동체의 유지와 재분배 등을 위해 국가가 재량적으로 접근하는 기존의 사회복지와는 달리, 기본소득은 국가의 재량권이 없으며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확보된 공유부는 모두의 몫으로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분배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특정 개인이나 가구 밖에서 마련되는 외부재원뿐만 아니라 개인소득세와 같은 내부재원역시도 기본소득의 정당한 재원임을 분명히 한다. 모든 소득은 전승된 공유부인 지식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모든 소득에는 공유부가 끼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보선 교수는 공유부, 공통부, 공동부 중에서 어떤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저자에게 물었다. 질문하는 과정에서 류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주는 공통부가 더 적합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저자는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에서는 공통부개념을 사용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공유부라고 썼으나 이 용어 자체가 특정한 소유 방식을 떠오르게 하므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특정한 소유형태에 중립적이라는 것을 더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유부보다는 공통부가 더 낫다고 말했다. ‘공동부가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이 용어는 함께 갖고 있다는 느낌은 주지만 함께 생성(창출)하고 있다는 느낌은 잘 안 준다고 판단했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공통부라는 용어를 채택한 것이다. 류 교수는 현재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정관에는 공유부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므로, 앞으로 공유부’, ‘공통부’, ‘공동부중에서 어떤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할 것인지, 용어 사용에 대한 합의가 요구되는 것인지 등을 둘러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 사람들에게 공통부는 아무래도 낯선 개념이다. 오히려 사유화가 익숙하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국유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류보선 교수는 이전 체계와 비교해서 왜 공통부여야 하는지를 질문했다. 저자는 1장과 2장에서 이 문제를 분석했다고 하였다. 현행 법률을 보면 사유재산권은 배타적·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공공복리에 의해 제한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사유재산권 이론의 전제에는 원래는 인류 모두의 공동의 재산(자산)이었다라고 하는 원천적 공유개념이 자리함을 강조했다. 원천적 공유를 전제해야 동의나 노동투입에 의해서 사유재산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모두의 것이라는 관념은 사적소유권을 성립시킴과 동시에 사적소유권의 제한조건을 부착시킨다. 그는 18세기 말에 펼쳐진 토마스 페인의 지적 혁명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재해석한다. 똑같이 원천적 공유를 전제하더라도 아퀴나스와 비베스에게서는 부자나 정치공동체의 부조의 의무만이 도출되었을 뿐이며, 토마스 페인에 이르러서야 이중적 소유권 이론’(사적 소유가 성립될 경우 원천적 공유가 사적 소유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소유인공적 소유로 이중화된다는 것. ‘인공적 소유상태에서의 노동투입으로 인해 창출되고 증대된 가치는 오롯이 인공적 소유의 몫으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며 자연적 소유의 가치 역시 양적으로 표현될 수 있게 한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양화된 자연적 소유의 가치는 사회적 협동의 몫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통한 공통부배당론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소유(public ownership)를 의미하는 국유화는 국가가 처분, 결정의 권한을 가지는 반면, 공동소유(common ownership)는 공유자(commoner)가 처분, 결정의 권한을 가지며 국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역설했다.
 
류보선 교수는 저자의 핵심적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일반 사람들은 대개 기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며 기원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원을 생각해봐라고 말하면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기획이 아니냐고 물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동의하면서, 일반 대중에게 기본소득을 설득하는 것은 철학적 논변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정책적 논변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의 극심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안인 토지보유세-토지배당 정책을 하나의 예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이 토지보유세() 자체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대추구 행위를 줄이고 자산가격을 낮추며 토지를 더욱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적 논변과 사회정책적 논변은 함께 결합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정치경제학적 분석이 돋보이는 3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08년 이후, 전 세계는 디지털 경제로 넘어갔으며, 현재는 디지털 전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 여기서 데이터의 중심성(centrality of data)’이 디지털 경제의 핵심을 잘 드러내준다. 저자는 3장에서 빅데이터가 새로운 인공적 공통부다라고 주장했다. 알고리즘과 함께 가동되는 빅데이터는 끊임없이 갱신되고 형성되면서 특정 서버에 기록되는 디지털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는 빅데이터의 이러한 사회적인 존재 형태에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데이터의 가치는 보잘 것 없으며 빅데이터는 개별 데이터의 총합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공동소유형 모델, 공유지분권 모델, 빅데이터세 등을 정책 대안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이 책에서 너무 많이 한 말안 하고 있는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류보선 교수의 질문에 대해 저자는 공통부개념이 어쩔 수 없이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말이며 화폐금융제도 개혁을 통한 기본소득 지급방안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아예 다루지 못한 주제라고 답했다. 아울러 소득재분배 효과, 노동시장 효과 등 기본소득의 다양한 효과에 대해서는 다른 연구물들을 요약, 정리,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는데, 이러한 주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생산적 생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최근의 기본소득 논쟁이 2016년 논쟁의 데자뷰인 것처럼 느껴지며 일종의 레토릭 전쟁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희화화된 논쟁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논의로 나아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시간이 반비판을 해주는 측면도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본소득을 더 쉽게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레토릭의 함정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류보선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 저자는 레토릭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에 수긍하면서 향후 논쟁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대답했다.
 
끝으로 저자는 기본소득 운동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기본소득은 순수혜자 측면에서는 칠팔십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갖는 주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급대상 측면에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주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특정 주체에 대한 귀속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주체의 보편성 자체가 오히려 문제시되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하며, 사회마다 나름의 경로를 갈 것이라고 보았다. 정치가 중요하지만, 정치의 토대는 참여와 이해 등 사회의 두께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단순히 좋아요에 그치는 것은 태부족이며 기본소득의 실현을 위한 진지한 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본소득에 대해 확신하는 사람이 최소 25%는 되어야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지금 바로 기본소득(과 대담에서 류보선 교수가 제안한 바와 같이, 향후 발간될지도 모르는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의 영문판이나 화폐금융제도 개혁을 통한 기본소득 지급방안을 주제로 한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 )기본소득 논의의 지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비약시키며 기본소득 운동의 새로운 변곡점을 마련함으로써 바람직하고 해방적인 형태의 기본소득 세상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