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9일 토요일

강진국(姜辰國), 농촌사업을 부대한 농촌문고 창설의 급무(3) 동아일보 1936년 3월 1일 기사(칼럼/논단)

농촌사업을 부대한 농촌문고 창설의 급무(3)

강진국

 

3. 농촌문고의 운용방법 

이러한 의미에서 농촌문고는 문화에 뒤떠러지고 교육시설이 태무(殆無)한 우리 농촌사회에 잇어 그 의의와 사명이 중대할 것은 누누이 설명치 아니하여도 잘 알 수 잇는 일이다. 

농촌문고는 문고 중심으로 첫재로 주야학(晝夜學)을 부설 경영할 것이다.

그 경영방법에는 서학(書學)은 미취학 아동을 중심으로 오전과 오후반을 분리하야 오전에는 주로 문맹퇴치반으로 하야 연령의 제한은 없으나 7, 8세 아동을 주로 초년급에 해당하게 할지며 오후반은 문맹이 아닌 고급반으로 하야 그 지도는 될 수 잇는 대로 문고(文庫)에 접근할 기회와 독서법 기타 자전(字典) 등의 색인방법(索引方法)의 인도로 위주(爲主)할 것이다. 이 오후반이 1년을 졸업할 경우에는 보통학교 4,5학년 정도의 독서능력을 가지게 할 것이다. 또 농기(農期), 즉 하계의 이앙기(移秧期)나 추계의 수확기(收穫期)에는 부락의 사정과 편의에 수종(隨從)하야 2주일 전후의 휴업을 할 것이오 필요 이외의 생도에게는 문고에서 독습(獨習) 지도를 할 것이다. 또 이 기간 중에는 초학급인 오전반을 오후까지 연장할지며 이것이 1년을 지나면 오후반에 진급케 할 것이다. 그러나 장소에 의하여는 부락 혹은 동지(同志)들의 응원으로 단급교대제(單級交代制)가 안닌 복식반(複式班)을 경영할 수도 잇는 것이다. 

다음 야학(夜學)의 경영은 농부를 중심으로 하되 지방사정에 의하여는 부인야학(婦人夜學)을 경영할 것이다. 물론 문맹퇴치를 목표로 할 것이니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4. 교재문제 

다시 교육상 어떤 교재(敎材)가 필요하냐? 이것이 또 고려할 문제나 나는 대체로 보통학교 교과서의 획일적 교재의 효과에 대하야 불소한 의문을 갖은 자이다. 그 교재의 태반이 도시중심의 사실 취급이오 농어촌에 관한 실지 자료가 태무하니 보통학교 교육은 거진 도시 동경의 환상을 농촌아동의 흉리(胸裡)에 은연히 묘사(描寫)케 하며 또 그 상급학교에의 진전을 목표로 한 추상적 교재는 이 진로가 없는 그들에게 군고원(郡雇員)이나 면서기의 자리가 없어 촌로(村路)를 배회하는 실없는 유한계급을 다량히 산출하야 실천주의(實踐主義)인 그들 부형인 농어부의 기대와 실망은 도로혀 교육이란 장애물이 그들의 실천생활을 파괴하는 것처럼 비난의 적()을 삼고 원차(怨嗟)의 초점을 가정(假定)하는 감()이 불무하니 교육의 은택은커녕 그 중요성을 감득하기까지에도 불소한 거리를 가젓을 것은 사실이다. 이 또한 취학불능의 중대한 원인 됨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농촌문고(農村文庫)의 지도교과서(指導敎科書)는 농어촌생활에 실즉(實卽)한 교재를 채택하야 편찬 사용할 것이니 예하면 농어계(農漁界)의 명칭과 그 사용에 관련된 교재라든지 비료의 명칭과 사용방법에 의한 토지개량의 교재를 채택함이라든지 산림보호에 관한 현재와 장래 문제를 취급한 교재라든지 농촌경제와 그 개발책을 교시한 교재라든지 이런 등의 교재를 채취(採取)하야 실천교육(實踐敎育)의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그 채택방법이 다이쇼(大正, *편집자 주석: 다이쇼라는 일본의 연호는 1912년부터 1926년까지이다.) 초년의 법률적 조문 나열식의 무미건조한 교과서를 흉내낼 것이 아니라 상기한 교재정신을 포함한 취미심중(趣味深重)한 에피소드로 그들의 심흉의 감명시켜 그 교육이 곧 그들의 힘이 되고 실생활에 직접 활용되도록 지도하여 갈 것이니 이 지방사정에 감()한 교과서 편찬은 군지부(郡支部)를 통하야 역시 중앙(中央)이 장악하여야 할 사무이다. 

또 농촌문고에 비치할 도서(圖書)는 주로 농산물에 관한 문전(文典)으로 토지개량이며 비료의 제조법과 그 응용방법, 혹은 산림보호법이며 과수원 경영법 등등 □□□업에 관한 것으로 축산물 □□에 관한 것, 채소재배에 관한 것 혹은 농산물에서 원료품을 채취할 소공업지도 등에 관한 문전을 집중할 것이다. 기외(其外) 청년수양에 관한 서적이며 농촌배경의 수양소설(修養小說) 등으로써 농촌청년에 도시망상곡, 허영과 불로소득의 타기(惰氣)는 배격하여야 할 절대금물이오 숭노천유(崇勞賤遊)의 정신사상을 배작환치(培作換置)하여야 할 것이다.

 

5. 소비조합과 농구이용기관의 부설 

다음으로 농촌문고에 부설할 것은 농촌의 소비조합(消費組合)이다. 예하면 비료 등 농촌 수용물(需用物)을 대량구입하야 실비로 배분할 것이며 기타 일용품 등에 관하여도 동일한 방법을 취할 것이다. 이것은 비료장리변(肥料長利邊, 봄에 비료를 대여하고 가을에 5할을 부쳐 현금 혹은 곡물을 받는다) 기타, 농촌수확을 목표로 하는 간교한 상인 혹은 고리배의 착취에 신음을 받는 곤궁한 부락농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복리(福利)를 줄 뿐 아니라 그 현명한 운용은 문고 경영상 다소 보조도 될 수 잇다. 

또 이 기관에 농촌의 필휴품(必携品)인 농구(農具)로서 개개인이 일일이 휴대치 못할 농산 개량에 관한 기구(機具)라든지 기타 간이한 수종의 기계를 비치하고 이것을 질서잇게 농민에게 대여한다면 경제곤궁이 극심한 농민에게 대하야 이후에 더한 구조와 복리가 어디 잇으랴. 구이부득(求而不得)하고 원이무사(願而無謝)한 그들에게 이 시험 그 자체가 기여하는바 공과가 막대할지니 이로 인하야 농촌개량엔 일대혁신과 신세기(新世紀)를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매한 농민과 그들 자제로 하여곰 문맹에서 구출할 임무와 아울러 농촌부진으로 인한 그들의 피궁(疲窮)을 구제하여야 할 책무를 가젓다. 그들은 오인(吾人)에게 영양 카로리를 주기 위하야 한혈(汗血)을 짜내는 자이며 오인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불휴불게(不休不憩)하는 자이다. 

그들의 피곤은 오인의 수쇠(瘦衰)를 초래할 원인이 되고 그들의 궁박(窮迫)은 오인의 안정을 파괴할 결음(訣飮)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진흥책은 현대 정치가의 슬로간이 영고성쇠의 근원이 아닌가! 

정신을 작흥(作興)하고 심전(心田)을 개발함도 그 진흥책의 일조(一助)가 아님은 아니나 출전할 병사에게 무기가 필요한 동양(同樣)으로 그들에게 농구가 필요함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나 사실, 경제가 용이하게 허락지 안는 그들에게는 이것을 구득할 자력(資力)이 없으니 이에 우리 농촌문고는 그 사업을 가장 유의하게 또 주공(奏功)할려면 이 시설로 하여금 항구적 원조와 부단한 지도를 잊지 못할 일이다. 즉 문맹퇴치운동과 불가분한 단일체이며 주종이 없을 중대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문고에 이 사업을 부설함은 다른 한편 농민의 문고에 접근이해할 기회를 빈번히 주며 이로 인하야 받는 그들의 감명은 호의 이상의 감사와 경건을 갖고 문고의 경영과 발전을 원조하야 아낌이 없을 것이다. 비근한 일례를 들면 문고 확장 혹은 기타 유사시에 그들은 육체적 노력으로 물질적 출자(出資)에 대할 것이며 기외 정신적 반사작용이 불소할지니 이런 연후에 문고의 생명은 공고한 지반에 구원히 확립될지며 그 사업은 건전한 발달과 완전한 성과를 맺을 것이다. 즉 사업가 측으로 보아서는 정히 일거양득(一擧兩得)의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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