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5일 목요일

institution and human worth

김우창 교수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우선 김우창 교수는 조셉 스티글리츠가 미국 정부의 금융위기에 대한 조처가 '위선'이라고 비판한 점을 주목한다. 금융위기의 문제가 "단순히 경제나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고 문화의 문제"라는 것. 이 테제는 김우창 교수 다운 테제다.  

 

경제와 정치의 문제를 도덕/윤리/문화의 문제로 여기는 김우창 교수의 견해는 "이번의 미국발(發) 세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김우창 교수가 보기에 "하나의 커다란 기획을 세운다면, 인간적 삶의 신장을 위한 쉼 없는 조정과 균형의 노력이 필요 없어진다고 착각하는 제도가 실패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대안이 뭐라고 규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기에 이렇게 부정법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현 시점의 고뇌일 것이다. 하지만 김우창 교수는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입각점을 제기한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잊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물음에 열려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부의 축적이 인간됨의 모든 것이라는 강박'에 대한 물음과 비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김우창 교수는 도정일 교수의 '시장전체주의'라는 용어가 아니라 '시장원리주의'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밑에 김우창 교수가 참조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조셉 스티글리츠의 글,  '위선의 결과(fruit of hypocrisy)을 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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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칼럼]금융위기 - 제도와 인간 가치

입력: 2008년 09월 24일 17:56:12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9241756125&code=990311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줄지어 도산한다는 뉴스가 신문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도산과 파산의 폭풍이 영국과 기타 유럽 여러 나라의 경제를 흔들고 아시아에 밀려오고 있다. 무언가 대사변이 일어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물론 경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그 원인이나 연계관계 그리고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 일이 범상스러운 일이 아님을 몸으로 느낄 수는 있다.

 

소위 서브프라임 주택 융자 위기가 이야기되더니, 금융관계회사라는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리먼브라더스에 이어 AIG 보험회사 등이 파산하거나 도산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세상을 어지럽게 했다. 다만 지금 말한 회사 중에 셋은 미국정부의 긴급조처로 파산을 면하게 되었고, 이어 미국정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위기로부터 금융회사들을 구출하기 위하여 의회에 7000억달러의 긴급예산 배정을 요구하였다. 이 액수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투입한 경비에 비교된다고 하니까, 그 규모의 크기가 얼마나 막대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조처로 일단은 사태가 수습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의 위기는 몇 개의 큰 사고가 아니라 오늘의 국제 금융시장 체제 전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종말의 시작을 가리킨다는 관점도 대두하고 있다.

- 공익을 망각한 美금융기관들 -

시장원리주의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지켜왔던, 미국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회사 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조치를 하나의 거대한 위선에 해당한다고 비판하였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이 위험도를 적당히 호도했던 것은 사기이며, 정부가 그것에 대하여 눈감아 왔던 것은 무능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 결과가 이번의 사건인데, 평소에 금융시장 규제를 반대해온 회사들이 이제 와서 정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위선적인 일이다. 이렇게 말하는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러니까,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해당 기업체가 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오늘의 경제 체제 전체가 그러한 기업들의 파산으로 붕괴할 것으로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선이라는 말의 진의(眞意)는, 적절한 규제 없이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시장인데, 그것을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품의 안전성 보장을 적극화하는 몇 가지 안을 내놓았다. 거기에는 “붕괴를 허용하기에는 너무 비대한 회사”가 출현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것을 분할하는 것과 같은, 공정 경쟁 확보를 위한 법을 강화하는 안도 있고, 금융회사의 보수 규정을 엄격화하는 일도 포함된다. 후자는 기업 간부들의 보수가 단기적 수익률에 연결되어 그것이 부정직하고 위선적인 기업 운영의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오늘의 금융시장을 대체할 전적으로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비판하듯이, 금융업의 경영형태가 사기와 위선을 포함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면, 금융업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나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고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근본과제는 기업으로 하여금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게 하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그것은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요구를 경제 질서로 풀어내는 일이다. 물론 스티글리츠의 관점에도 윤리적 도덕적 고려가 들어 있다. 결국 그의 비판이 기초하고 있는 것도 정직성, 공정성, 공익성 등의 기준이다. 그리고 기업에도 그러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윤리 도덕의 경제제도화를 보장할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처음 주목을 많이 받았던 것은 주택 금융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회사이다. 패니메이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것으로 저금리 주택자금을 일반 서민에게 대여하여 서민의 주택 소유를 용이하게 하고, 그로 인하여 자극된 주택 건설로써 30년대 공황기의 고용 확대를 기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회사의 소유주는 주주들이면서도,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았다. 프레디맥은 앞의 회사와 비슷한 목적을 가졌으면서, 그 독점 방지를 위하여 60년대에 추가로 설립된 회사이다. 그러니까 두 회사는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하여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에 이 회사들은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로 변하게 되었다. 이것은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회사들이 공익 회사로서 감독기관의 감독을 벗어나기가 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재난 원인의 하나인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상환 능력이 불확실한 서민에게 주는 주택 담보 융자-도 정부의 보호 아래 회사가 쉽게 들여 올 수 있었던 외국 자본과의 연결로 인하여 확대된 것이다.)

AIG가 위의 회사들과 같은 성격의 회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AIG의 명분상의 주업은 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험은 원래 사회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그것은, 노동의 부담을 공동체가 나누어 지는 두레나 품앗이처럼, 사람이 겪게 되는 여러 위험을 협동적으로 분담하는 일을 기업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때 그것은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본주의의 위험을 줄이는, 사회복지 기업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당초의 기능은 근래에 와서 많이 약화되고, 사실 AIG 같은 경우, 보험이 그 주업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자본의 비대화, 공권력의 태만과 변질, 그리고 기업 활동을 공동체적 기반으로부터 분리해 낸 세계화와 더불어 가속화되었다.

- ‘인간성 실현’ 없는 제도는 몰락 -

이미 비친 바와 같이, 이번의 미국발(發) 세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자본주의를 대체하려고 하였던 것이 공산주의 실험이었는데 그것이 결딴난 지금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안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대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거에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커다란 기획을 세운다면, 인간적 삶의 신장(伸張)을 위한 쉼 없는 조정과 균형의 노력이 필요 없어진다고 착각하는 제도가 실패하는 제도이다. 물론 사회에는 인간성 실현의 이상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존재하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잊지 않는 한, 이 이상은 간단하다면 간단한 것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물음에 열려 있는 것이라야 한다.

물어야 할 물음의 하나는 무한한 경제발전 또는 부의 축적이 인간됨의 모든 것이라는 강박적 느낌을 향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 전체에도, 개인의 삶에 대하여서도 물어야 한다.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CEO의 작년 보수는 4500만달러였다. 미국의 최고 경영자와 일반근로자의 봉급 차이는 30년 전에 30배, 작년에는 344배였다. 작년에 하버드대학 4학년생의 47%가, 금년에는 37%가 금융업계로 진출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돈의 폭풍이 오늘의 세계를 휘몰아간다. 규모는 다를망정, 그 폭풍의 위력이 우리 사회에서 덜 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 폭풍이 어찌 마음에만 불고 제도를 휩쓰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무엇이 인간의 인간됨을 드높이는가를 묻는 마음은 제도에 균형을 주는 중요한 기제이다.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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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ruit of hypocrisy

Dishonesty in the finance sector dragged us here, and Washington looks ill-equipped to guide us out

Joseph Stiglitz , The Guardian, Tuesday September 16 2008

출처: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08/sep/16/economics.wallstreet

 

Houses of cards, chickens coming home to roost - pick your cliche. The new low in the financial crisis, which has prompted comparisons with the 1929 Wall Street crash, is the fruit of a pattern of dishonesty on the part of financial institutions, and incompetence on the part of policymakers.

 

We had become accustomed to the hypocrisy. The banks reject any suggestion they should face regulation, rebuff any move towards anti-trust measures - yet when trouble strikes, all of a sudden they demand state intervention: they must be bailed out; they are too big, too important to be allowed to fail.

 

Eventually, however, we were always going to learn how big the safety net was. And a sign of the limits of the US Federal Reserve and treasury's willingness to rescue comes with the collapse of the investment bank Lehman Brothers, one of the most famous Wall Street names.

 

The big question always centres on systemic risk: to what extent does the collapse of an institution imperil the financial system as a whole? Wall Street has always been quick to overstate systemic risk - take, for example, the 1994 Mexican financial crisis - but loth to allow examination of their own dealings. Last week the US treasury secretary, Henry Paulson, judged there was sufficient systemic risk to warrant a government rescue of mortgage giants Fannie Mae and Freddie Mac; but there was not sufficient systemic risk seen in Lehman.

 

The present financial crisis springs from a catastrophic collapse in confidence. The banks were laying huge bets with each other over loans and assets. Complex transactions were designed to move risk and disguise the sliding value of assets. In this game there are winners and losers. And it's not a zero-sum game, it's a negative-sum game: as people wake up to the smoke and mirrors in the financial system, as people grow averse to risk, losses occur; the market as a whole plummets and everyone loses.

 

Financial markets hinge on trust, and that trust has eroded. Lehman's collapse marks at the very least a powerful symbol of a new low in confidence, and the reverberations will continue.

The crisis in trust extends beyond banks. In the global context, there is dwindling confidence in US policymakers. At July's G8 meeting in Hokkaido the US delivered assurances that things were turning around at last. The weeks since have done nothing but confirm any global mistrust of government experts.

 

How seriously, then, should we take comparisons with the crash of 1929? Most economists believe we have the monetary and fiscal instruments and understanding to avoid collapse on that scale. And yet the IMF and the US treasury, together with central banks and finance ministers from many other countries, are capable of supporting the sort of "rescue" policies that led Indonesia to economic disaster in 1998. Moreover, it is difficult to have faith in the policy wherewithal of a government that oversaw the utter mismanagement of the war in Iraq and the response to Hurricane Katrina. If any administration can turn this crisis into another depression, it is the Bush administration.

 

America's financial system failed in its two crucial responsibilities: managing risk and allocating capital. The industry as a whole has not been doing what it should be doing - for instance creating products that help Americans manage critical risks, such as staying in their homes when interest rates rise or house prices fall - and it must now face change in its regulatory structures. Regrettably, many of the worst elements of the US financial system - toxic mortgages and the practices that led to them - were exported to the rest of the world.

 

It was all done in the name of innovation, and any regulatory initiative was fought away with claims that it would suppress that innovation. They were innovating, all right, but not in ways that made the economy stronger. Some of America's best and brightest were devoting their talents to getting around standards and regulations designed to ensure the efficiency of the economy and the safety of the banking system. Unfortunately, they were far too successful, and we are all - homeowners, workers, investors, taxpayers - paying the price.

 

· Joseph E Stiglitz is university professor at Columbia University and recipient of the 2001 Nobel prize in economics josephstiglit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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