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5일 수요일

내사...

학창시절을 기억하면, 거기 시 몇 편이 어른거립니다. 그 가운데서도 대동강물이 풀리던 때를 노래하던 정지상의 이별눈물은 꽤나 기억에 남을 만한 노래입니다. 눈물이 있어 가뭄 걱정은 없다는 시인의 과장은 정말 중국 사신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사신이 오가던 길목이 그 시를 내걸어놓았더니 사신들이 찬탄을 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묘청의 난에 참가하여 죽임까지 당하였다니.

 

하지만 학창시절의 시로서는 무엇보다도 청록집 시인들,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의 시는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박목월 시인이 <나그네>라는 작품을 조지훈 시인에게 보냈다, 아니 조지훈 시인이 <완화삼>을 박목월 시인에게 보낸 것이다. 그런 논란도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본고사를 준비하던 어떤 시험이던가요? <완화삼>의 한 구절인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이 시를 떠올리게 하는 시조는? 그런 문제와 만나곤 하였지요. (답은 이조년의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입니다. ) 말하자면 선생님께서는 그런 문제를 통해 유구한 시적 전통에 대해서 말씀해주고자 했을 것입니다. (아, 그렇게 심오한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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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38849.html

 

자, 문제가 나갑니다. 쓸데없는 문제입니다. <청록집>의 첫 시는 무엇입니까?

 

이건 정말 쓰잘데기(쓰잘데기는 쓰잘머리의 사투리라고 국립국어원이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쓰잘머리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하였습니다. 도대체 표준어란 무엇일까요?) 없는 질문입니다.

 

답은? <임>입니다. 박목월의 작품입니다. 그 첫대목을 오늘의 한 대목으로 고르고자 합니다.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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