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4일 화요일

문장의 위기

오늘은 조금 꼬집어서 한 대목 인용하고자 합니다. 아직 저도 문장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어리벙벙이지만, 이런 문장을 만나면 정말 괴롭습니다. 요령부득입니다. 지행네트워크 연구활동가라는 하승우라는 분의 글입니다. <녹색평론> 2009년 3-4월호(통권 105호) 161쪽의 내용입니다. 제목은 '협동조합운동과 대안경제'입니다. 인용해보겠습니다.

 

"경제에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조차 신문이나 인터넷의 경제란을 유심히 살필 정도로 위기감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런 위기들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부족, 생태계 파괴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아주 근본적인 위기를 뜻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말 괴롭습니다. 두 문장 가운데 두번째 문장의 주어는 "이런 위기들"인데 "이런 위기"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이런 위기"의 내용으로 읽어야 할 터인데, 과연 그런 것입니까?  "위기감이 퍼지고 있"는 현상을 파악하는 그 심도는 사람들의 관심사 변화의 정도로 파악되고 있음이 첫번째 문장의 내용일 것입니다. 과연 현실 위기, 위기감의 내용이란 그런 것입니까? 궁금합니다.

 

다시 두번째 문장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문장이 아닐뿐만 아니라 사유의 결과도 아닙니다. "이런 위기들은.... 아주 근본적인 위기를 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부족, 생태계 파괴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라는 일종의 부사절은 군더더기일 뿐입니다.  글쓴이가 진정 깊이 있는 사유의 영역에 기후변화와 에너지부족, 생태계 파괴를 다 포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런 문장이 씌어졌을 것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www.marxists.org/subject/praxis/index.htm 이 이미지는 '프락시스'라는 이름을 이미지로 검색한 결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슨 특별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프

 

지행, 즉 앎과 함, 인식과 행동, 사유와 실천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엉성한 인식으로는 그 어떤 행동도 실천도 마냥 엉성해질 뿐입니다.

 

부끄럽습니다.저는 하승우라는 분을 여직 만나뵌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적하는 것은 문장의 위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바라건대 부디 지렁이나 굼벵이가 땅 위를 기어가듯 사유의 흔적을 남기면서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온몸을 밀고 나가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세상의 잘못을 겨우 눈꼽만큼이나마 바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부질없는 글도 그런 기대의 표현입니다. '협동조합운동'이나 '대안경제'의 내용도 잘 모르면서 이런 지적을 하는 것,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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