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6일 목요일

독서의 힘, 우울증에도 효과 있어

정조 이산은 독서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독서는 체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참으로 정밀히 살피고 밝게 분변하여 심신으로 체득하지 않는다면 날마다 수레 다섯 대에 실을 분량의 책을 암송한다 한들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는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머리로 이해하며 가슴으로 체득하는 일련의 행동임을 뜻한다. 이를 ‘탐독’(耽讀)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글이나 책 따위를 열중하여 읽는 것 혹은 즐기면서 읽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독서를 지루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독서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누군가는 독서를 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독서를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사람에 따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독서가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루할 것 같은 독서가 오히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현실도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Science Times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 판을 통해 발표된 이번 연구는 서섹스대학교 인지신경심리학 전공의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가 진행하였다.
연구팀은 독서, 산책, 음악 감상, 비디오 게임 등 스트레스 해소 방법들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줄여주는지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6분 정도 책을 읽었을 때 스트레스가 68% 감소함과 동시에 심장박동수가 낮아지면서 근육의 긴장이 풀어졌다. 다른 방법들도 물론 효과는 있었으나, 독서에 비해서는 약했다. 음악 감상은 61%, 커피 마시기는 54%, 산책은 42%였다. 비디오 게임은 스트레스를 21% 줄여주었으나, 심장박동수는 오히려 높였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를 독서를 통한 ‘현실에서의 도피’로 꼽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보여주는 상상의 공간에 빠져 근심 혹은 걱정에서 탈출하면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어떤 장르의 책을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서’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있어 가장 좋은 현실도피 방법으로는 다른 어떠한 것들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서가 가장 좋다는 것을 뜻한다. 

독서 치료는 우울증에도 효과 있어 
독서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른바 ‘독서요법 치료’라고 부르는 인지행동치료의 일종으로, 가벼운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이다. 

온라인 저널인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발표된 이번 연구는 일반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되어 글래스고 대학으로 넘어온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치료용 도서가 효과가 있는지를 실험하였다. 참여자의 절반은 우울증 약을 복용했으며, 나머지는 치료용 책을 읽게 하였다. 

치료용 책에는 불면증에 대처하는 방법과 같이 우울증 환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이른바 '대화요법'을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었다. 실험 결과, 책을 읽은 환자들에게서 우울증 증세가 현저하게 완화되었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실험을 시작한 지 4개월 지났을 때와 1년이 지났을 때 각각 우울증 정도를 진단하였다. 그 결과, 항우울제를 복용한 사람보다 효과가 좋을 정도로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교수는 우울증 대처 요령을 담긴 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서가 주는 상상력의 힘 

종종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를 보고 난 뒤, 원작인 책을 사서 읽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는 동안 영화 속 내용만 그대로 그려질 뿐, 별다른 장면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후에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되었을 때에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콘텐츠를 가지고 만드는 두 미디어가 다른 이유는 바로 ‘상상력’의 차이 때문이다. 뇌과학자들은 영화 감상이나 게임을 할 때보다 책을 읽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특히 똑같은 독서를 하더라도 문장구조가 복잡한 고전작품을 읽을 때에는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데이비스 박사팀은 셰익스피어나 윌리엄 워즈워스와 같은 고전 작가들의 작품 원본을 읽었을 때, 뇌의 전기신호가 급증하면서 뇌가 더 활성화되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시각적으로 이미 한정지어지는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제한한다. 하지만 독서의 경우에는 시각적으로 한정지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만들며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다시 말해, 시각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원천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방해하는 것 없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상력이 주는 힘을 통해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작품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문자매체의 시대에서 영상매체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감각적으로 와 닿는 영상매체물을 즐기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감각을 즉각적으로 느끼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매체 시대에도 인문교양서가 꾸준히 출판되고 관심을 끄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는 사람들이 영상매체를 통해 재미와 실용적인 정보를 쉽게 얻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교양서에 목말라 있음을 뜻한다. 급격한 시대변화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세우는 방법으로서 독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daum.net

출처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7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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