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4일 목요일

감금된 프랑스 : 프랑스 락다운으로부터 55일/ 2020 0513 14:27 아까이소라

오늘은 510, 감금 55일 째.
 
프랑스 파리의 작은 원룸 안까지는 햇살이 들어오지 않기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끼려 창문을 한껏 열어 젖히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어 본다. 살면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한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지쳐간다. 아니, 벌써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다. 내일이면 감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이전처럼 마음 놓고 밖을 나다닐 수 있을까?
 
317일 정오 이래, 프랑스는 7주 동안 락다운 상태에 있었다. 프랑스어로는 Confinement(우리말로 감금이라 한다). 324일 이후로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가장 최근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201511월 비극적인 파리 연쇄 테러 이후였다.
 
이번 비상사태는 어떤 국제 테러조직의 위협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본래는 두 달을 예상하였으나 52, 비상사태 기간이 두 달 연장되어 오는 7월까지 프랑스는 국가 보건 비상사태시스템 하에 있게 되었다. 511일 락다운이 해제될 예정이기는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에게 올여름 휴가 계획을 짜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락다운 해제를 목전에 둔 프랑스 상황은 지금도 크게 긍정적이지 않다. 510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는 139063명이고 26380명이 사망했다. 치사율, 즉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19%로 세계 1위이다(한국의 코로나 19’ 치사율은 2.35%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유증상자가 모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확진자 수는 지금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대규모 검사는 락다운이 해제되는 내일부터 가능하고, 이에 따라 프랑스 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락다운 해제를 앞두고 있는 현재, 드디어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걱정과 우려, 불안감 등이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중이다. 락다운 실시 직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지난 37, 프랑스 북서부의 해안도시 랑데르노(Llanderneau)에서 스머프 축제가 열렸다. 스머프로 분장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축제를 즐겼다. 또 락다운 실시 직전까지 적잖은 프랑스 사람들이 '마지막 자유'를 즐기겠다며 식당과 술집에 모이는 바람에 번화가는 한참이나 북적였다. 이러한 장면들은 한국 미디어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프랑스인들은 코로나19의 판데믹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리의 한 대학교 중국학과 수업에서 마스크 착용을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는데, 참여한 학생들 중 프랑스 출신들은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고 했고, 중국 출신들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락다운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사회 분위기 자체가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었다. 코로나는 별 것이 아닌데 그저 사회 시스템이 덜 발전되어 있는 몇몇 나라에서 관리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난리가 난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인들에게 안전불감증이 있거나, 프랑스인들이 시쳇말로 개념이 없는 게 아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만든 데는 정부의 책임이 컸다. 락다운 실시 열흘 전인 37, 마크롱 대통령과 영부인이 직접 극장을 찾아 프랑스인들에게 연극 관람을 장려했다. 311일에는 수년 전 파리 테러 때를 상기시키며 "여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은 즐거운 일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락다운을 발표한 며칠 후인 3151차 지방선거를 강행하기까지 했다. 프랑스에서는 1차 선거에서 한 정당 혹은 정파가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했을 시,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보통 1차 선거 일주일 후에 진행되지만, 20202차 지방선거는 현재 올해 10월 혹은 내년 3월 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락다운이 실시된 이후였다. 언론에서 연일 관련 내용을 본격적으로 보도했고, 프랑스 정부도 시민의식을 강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외출 통제를 예로 들어보자. 락다운이 시작된 후 시민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 외출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외출 목적 및 거리 제한 면 등 관련한 규정도 점차 촘촘해졌다. 또한 위반 시 처벌 사항도 보다 엄격해졌다.
 
일련의 과정 중 정부가 강조한 것은 시민의식이었다. 이로써 프랑스 사회는 코로나 19’의 위험을 실감하게 되었으나, 그와 동시에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데에 프랑스인들의 시민의식 부족이 한몫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현 상황을 초래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공격하고 불평할 대상을 제공하였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이제껏 실정을 인정한 적이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413일 특별 연설에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프랑스도 그래서 이렇게 힘든 거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415일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푸앙>과의 인터뷰에서는 1차 지방 선거를 강행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프랑스 과학자문위원회가 1차 지방 선거 진행이 프랑스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경고했다면, 절대로 선거를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 답했다. 책임을 시인한 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락다운을 실시하고 강도 높은 제한 조치를 취한 이후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상승했다. 설문조사 기관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락다운 이전에 비하여 적게는 7포인트에서 많게는 14포인트까지 상승했다. 3월 말에는 평균 38.7%의 지지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지도 상승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굳은 결기를 보여 주었고, TV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낸 것이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락다운 직전까지만 해도 마스크 무용론을 펼치며 코로나 19’ 확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 실책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5월 초,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도는 전과 같지 않다.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마리안느>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72%가 정부의 코로나19’ 정책 투명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현재 프랑스 시민이 믿을 것은 정부밖에 없으므로 지지를 보내지만, 수면 아래 불신과 불만이 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차 지방선거 강행 건은 현재의 코로나 사태가 조금 진정된 뒤 프랑스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보건부장관은 의사 출신의 아녜스 뷔쟁이었다. 그런데 여당의 기존 파리 시장 후보가 섹스 스캔들로 낙마하자, 이 자리가 뷔쟁에게 돌아갔다. 뷔쟁은 2, 파리 시장 후보가 되기 위하여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관직에서 사임하였다. 문제는 1차 지방선거에서 18.3%의 득표율로 패배한 이후였다. 뷔쟁이 프랑스 정부가 1월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폭로해버린다. 그에 따라 프랑스 전역의 600여 명의 의사들이 국무총리와 뷔쟁을 고소했다. 의도적으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은폐하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은 채 보건 위협에 처한 국민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락다운이 몇 주째 지속되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프랑스인들도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온갖 혐오가 표출되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혐오는 물론이거니와,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의료 인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 역시 볼 수 있다.
 
락다운이 시작된 이래, 매일 8시가 되면 프랑스 사람들은 창가로 나와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일견 연대의식이 엿보이는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의료진들이 이웃으로부터 경계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어떤 의료진은 이웃으로부터 "당신으로 인하여 같은 건물에 사는 우리가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이 높으니, 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만이라도 다른 곳에 가서 지내거나 이사를 가주면 좋겠다"는 메세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프랑스 미디어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었고,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나의 지인이 직접 당한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불안을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불평할 다른 대상을 찾는 것.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혐오가 그 예일 것이다. 프랑스 사회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제기된 것은 비교적 오래되었지만, 최근까지 '농담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식으로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시아인 인종혐오는 늘 있었다.
 
코로나19’가 프랑스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기 이전부터 아시아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당시만 해도 이러한 아시아인들의 모습을 조롱했다. 아시아인들은 마스크가 있으면서도 대중교통 이용시 폭력적인 시선을 피하고자 마스크를 감히 쓸 수 없는상황이었다.
 
지난 2월 파리의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승객들에 의해 쫓겨난 적도 있다. 44일에는 프랑스의 뉴스 채널 BFMTV의 한 앵커가 중국의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장면을 보도하던 도중,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저 사람들 포켓몬 장례 치룬다"고 말하는 것이 방송에 나가버린 해프닝도 있었다 해당 앵커는 "마이크가 꺼진 줄 알았다",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하였으나, 여전히 TV에 문제없이 나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 중 또 다른 하나는 영웅 혹은 구원자를 찾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마르세이유의 지중해질병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디디에 라울 박사가 구원자로 떠올랐다. 라울 박사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용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 한 그 약물로, 라울 박사와 연구진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하여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 19’ 치료제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찬동하는 측은 라울 박사를 영웅시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연구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하며 위험성에 대하여 경고하는 중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49일 마크롱 대통령이 라울 박사가 있는 마르세이유에 직접 찾아가 연구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준 것이다. 413일 대통령 특별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라울 박사를 '위대한 과학자'로 칭하기도 하였다. 최근 라울 박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마르세이유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올 봄 안에 마르세이유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원자의 등장에도 불구,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은 락다운 해제를 눈 앞에 둔 지금까지도 크게 가시지 않은 듯 하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7주간이나 락다운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 시간 동안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방책을 마련해야했다. 하지만 병상 수 부족, 마스크 수급, 코로나 검사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넘쳐난다.
 
우선 병상 확보 문제. 2003년에서 2017년 사이, 프랑스의 공공의료 시설에서 총 69,000개의 병상이 줄어들었다. 또한 마크롱 정부 출범 2년 차인 2018년 추가로 4,200여 개의 병상이 줄어들었다. 대도시와 연결되는 교통편이 발달한 도시에서는 종합병원이 문을 닫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 의료접근성에 대한 불평등이 점차 커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의료진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가 행동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마크롱 정부는 병상 축소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현재 프랑스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3.1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로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12.3. 따라서 현재 프랑스는 코로나19’ 환자이건 아니건 중상 및 응급 환자가 아니면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430일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파리의 중증 환자 병상 이용률은 병상 수 대비 120%가 넘어섰고, 파리 남동쪽에 있는 중증 환자 병상 이용률은 225%에 달한다(다른 지역에 비하여 코로나 19 환자가 적은 곳은 중증 환자 병상 이용율이 20% 미만인 곳도 있다). 병상 확보 문제는 특히 수도권 및 독일 근교 지역인 동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서쪽 지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다.
 
마스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급 부족을 우려한 프랑스 정부는 이미 3월 초에 일반 시민의 마스크 구입을 제한한 바 있다. 53일까지 프랑스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처방전을 구비해야 했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도 락다운이 길어지고 프랑스 상황이 악화되면서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거나,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좌절하기 일쑤였다. 따라서 가내수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 가정에서 천마스크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4월 말, 락다운 해제를 앞두고 프랑스의 공적마스크가 등장했다. 프랑스의 공적마스크는 필터 기능을 갖춘 천마스크다. 물론 KF94 마스크와 같은 등급의 것(프랑스는 FFP2)을 공적마스크로 하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극히 드물고, 대부분 국가의 공적마스크가 천마스크인 것이 사실이지만, 프랑스에서 현재 공적마스크로 인증받은 제품들을 보면 참담하다.
 
생산원가는 한 장에 600원 정도로, 판매가격은 2유로에서 5유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장에20유로에 판매되기도 하였는데, 프랑스 정부에서 마스크 가격의 상한가를 제한할 계획이 없다고 하며 물의를 빚었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마저 이를 수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딴게 프랑스의 9.9 유로짜리 공적 마스크다. 젠장할!!!!!!!! pic.twitter.com/FgBcsNoOgG
 
빨간테이프
@cassette_rouge
이딴게 프랑스의 9.9 유로짜리 공적 마스크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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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22 - 20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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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자체에서는 공적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할 방침이다. 덴탈마스크 역시 54일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덴탈마스크는 한 장에 95센트(1300원 정도)로 최대 가격이 정해진 상태다.
 
마스크 수급이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락다운 이후 프랑스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경찰과 군, 보안요원 등의 인력이 동원되어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실천되는지를 감시하고,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경우 처벌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극적인 태세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월 초, 프랑스 정부는 마스크의 비효용성을 강조했고, 413일 특별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대중에 대한 마스크 보급을 언급하면서도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굳이 한 마디 더 얹은 바 있기 때문.
 
다른 발언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28,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환자가 아니라면 마스크는 소용이 없다."
 
34, 시베스 엔디예 정부 대변인, "일반 시민은 마스크를 사서도 안 되고 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정부 방침에 따르면 처방전이 있어야만 마스크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용 마스크는 부족할 리가 없다. 수 해 전부터 비축해 놓은 의료용 마스크가 충분히 있다."
 
36,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은 불필요하며 권고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311, 제롬 살로몬 보건국장, "일반 대중은 마스크를 써서는 안 된다. 소용이 없다. 괜히 보호받고 있다고 안심시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318, 제롬 살로몬 보건국장, "마스크는 효용이 없다. 거리 두기가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예방책이다."
 
43, 제롬 살로몬 보건 국장, "일반 대중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현재 대체 마스크가 생산 중에 있다."
 
47,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일반 대중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도 아니고 권고 사항도 아니다."
 
413, 마크롱 대통령, "511일부터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공적 마스크를 마련할 것이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군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은 일반화될 것이다."
 
422, 제롬 살로몬 보건국장, "나는 이전부터 대중의 마스크 착용에 찬성했다."
 
428, 에두아르 필립 국무총리,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연구진들이 처음에는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착용하는 것이 착용하지 않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프랑스보다 훨씬 이전에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을 경험한 국가의 상황을 지켜보며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답답해진다.
 
코로나 검사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다. 지난 4월 말, 에두아르 필립 국무총리는 락다운 해제 이후 주당 70만 건의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것이라 발표했다.
 
참고로 해당 발표 직전, 프랑스 전역에서 실시된 테스트는 일주일에 25만 건이었다. 이만 해도 주목할만 한 변화인 게, 지난 320일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하루에 4천 건을 테스트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3월 말 이후 프랑스 지자체들이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하는 등 여러 국가를 벤치마킹하여 검사 건수가 주목할 만큼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아직까지 프랑스에서는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유증상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락다운 해제 이후다.
 
마지막으로 역학조사의 문제다. 지난달부터 프랑스 정부가 ‘Stop Covid’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보건부장관은 락다운 해제가 예정된 511일까지 준비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개인의 자유 제한이라는 주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기술적 문제는 프랑스 전체 인구의 2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특히 70세 이상의 44%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해당 어플리케이션은 아이폰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개인의 자유 제한과 관련하여서는 지난 46, 프랑스의 한 변호사가 경제지 <레제코>에 기고한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치명적으로 희생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경향신문> 412일자 기사에서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대한 전문가도, 방역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한 말이 프랑스 신문에 버젓이 실리는 것을 보면, 프랑스 미디어가 전문가를 초빙할 만큼 인력 풀을 구성하지 못했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스피커가 자국우월주의에 비추어 한 말에 굳이 한국 사회가 관심을 줄 필요가 없어 보인다)
 
락다운 7주 동안 프랑스는, 어떻게든 락다운 해제를 준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락다운 해제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락다운이 해제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사회 전반의 동의가 있어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20201분기에 국내총생산이 6% 감소, 2020년 전체로는 9%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부정적인 수치다. 20194분기에 국내 총생산의 0.1% 감소를 경험한 프랑스 경제는 전에 없는 악재를 겪게 될 것이다. 국가 채무는 115% 증가할 전망이다.
 
락다운이 해제되면 프랑스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둔 채 외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카페나 식당, 극장 등의 장소는 별다른 지침이 있을 때까지 폐쇄된 채로 유지된다. 코로나19' 치명율이 높은 노약자들을 돌보고 있는 시설은 511일 이후에도 락다운 상태를 사실상 유지할 방침이다.
 
 
일반인들도 자택에서 100km 이상 장거리 이동은 불가하고, 거주지가 속해 있는 지방 경계를 넘어가야 할 때는 특별한 사유가 필요하다. 5천 명 이상이 참여하는 여러 스포츠, 축제, 공연, 문화행사 및 집회는 9월 이전까지 개최가 불가능하다. 실내스포츠와 그룹 스포츠 역시 불가하고, 결혼식 역시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 대중교통 수단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운행률을 최대 70%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락다운 해제 이후 해외 입국자는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유럽 국가 중 쉔겐 조약을 맺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는 자가격리 하지 않아도 된다. , 한국 사정이 얼마나 나아지든 상관 없이 한국에서 프랑스에 들어온다면 필수적으로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프랑스인들은 큰 불만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개학이라는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락다운 해제 직후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개교한다.
 
학생을 등교시킬지 원격수업을 할지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로 하였으나, 유치원생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초등학생은 코로나 유증상자일 경우 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착용을 허용하기로 하였다. 교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울 때에 한하여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였다. 탁아소는 개원하되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고, 유아는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다. 탁아소 근무자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아무리 해당 연령대의 코로나19’ 위험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프랑스에서 코로나19와 관련성이 의심되는 가와사키병 아동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학교 문을 여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아동을 매개로 지역사회 감염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으며, 교사와 교직원의 안전도 보장하기 힘들 것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한다면, 교실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따라서 개학해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 비중도 높다. 문제는 자녀를 봐줄 곳이 없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돈이 없는데 직장에 나가야 하는 가정은 선택지가 없다는 데에 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도권의 시장들은 개학을 늦출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55, 마크롱 대통령은 의료진 자녀를 수용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만났다. 이는 TV를 통해 송출됐는데, 정부가 아동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은 계속해서 친구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거나 장난을 쳤고, 아이들 앞에 선 마크롱 대통령은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에서 개학이 얼마나 위험할 것인지를 미리 보여 주고 만 것이다.
 
프랑스라는 배는 코로나19’라는 폭풍우를 만나 거세게 흔들리고 있으며, 이곳저곳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한 구석에서 벌써 물이 들어차고 있다. 프랑스 해외 영토 문제다. 보통 프랑스하면 유럽에 있는 프랑스 영토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세계 곳곳에 프랑스의 해외 영토가 있다. 과들루프, 레위니옹, 마르티니크, 마요트, 프랑스령 기아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생마르탱, 누벨칼레도니 등 프랑스 제국주의 및 식민지배의 결과로 아직까지 프랑스 땅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다.
 
편의상 유럽의 본토와 해외 영토를 나누도록 하자. 본토의 입장에서 해외 영토는 여러 측면에서 사각지대에 불과하다. 선거가 있을 때 정도만 언론의 깜짝 주목을 받을 뿐이다. 지난 419일 에두아르 필립 국무총리가 프랑스 해외 영토 상황을 설명했는데, 이 때 수록된 해외 영토 지도의 좌우가 바뀌어 있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수라지만 해당 자료를 프랑스 정부에서 만들었다는 점, TV를 통하여 생방송으로 프랑스 전역에 송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 해외령 주민들이 느꼈을 소외감은 예상이 가능하다.
 
프랑스 본토도 코로나19’로 인하여 허덕이는 상황에서 프랑스 해외령은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월부터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해, 3월 말에는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다. 410일에는 1,08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의 수치는 집계가 어렵다. 수치만 보면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해외 영토의 사정을 알고 나면, 이 수치에 눈 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마요트'는 아프리카 동쪽의 코모로 제도의 섬이다. 이곳 전체 인구의 84%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30%의 가정에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식수를 구하려면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물까지 가야 하는 상황에 적지 않은 이들이 고작 3평 남짓한 공간에 거주하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곳 역시 프랑스 영토인지라 본토 식의 락다운이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매일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 생존의 문제가 안전 및 보건의 문제에 앞서는 곳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마요트는 코로나19’ 외에도 뎅기열로 인해 이미 병원이 포화상태다. 따라서 510일 현재, 이 지역의 확진자는 890, 사망은 11명으로 수치 상으로 크게 심각하지 않음에도 불구, 프랑스 전역에서 락다운이 해제되는 511일 이후에도 마요트는 한동안 감금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118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심 도시는 타히티다. 관광지로 유명한 보라보라 섬도 이 지역에 속한다.
 
328일 이후 현재까지 락다운에 들어갔으나 416일에는 확진자가 55, 510일에는 60명으로 코로나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중심도시인 타히티의 병상 수가 40개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적절한 예방 조치였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락다운 이후 폴리네시아의 경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국내총생산의 13%을 차지한다. 먹거리 공급도 되지 않는 지역들이 생겨, 락다운도 예외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을 위하여 식재료를 채집 및 수렵하기 위해서는 외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락다운은 그저 허울에 불과했던 것.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마요트를 제외하면 프랑스 해외령의 코로나19’ 확산 정도는 심하지 않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워낙 미비하여 적절한 대처를 취하기가 힘들다. 프랑스 본토도 병상 수가 부족한데, 해외령의 병상은 본토의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1만 명당 마르티니크에는 55, 과들루프에는 48, 레위니옹에는 39, 마요트에는 14개의 병상이 있다. 특히 마요트에 있는 대부분의 병상에는 인공호흡기가 없어 음압병상은 기대하기도 힘들다.
 
어려운 상황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본토에서는 전투함 두 대를 보냈다. 해외령 주민들은 이 배가 선상병원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파견된 군인들은 치안유지에 역점을 두었고, 전투함이 실어온 의료물품의 상태도 열악했다고 전해진다. 레위니옹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이 전투함을 통하여 한국의 KF94에 해당하는 마스크를 전달받았으나, 곰팡이가 펴 있었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사용기한은 2005년까지였다고 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오늘은 2020년이고 이곳도 프랑스지만 프랑스는 우리를 버렸다."
 
자크 비양 레위니옹 도지사의 말이다.
 
511일을 기해 프랑스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락다운이 해제되고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앞으로 점점 내일의 프랑스는 어제의 프랑스와도 1년 전의 프랑스와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프랑스의 어두운 면을 이전보다 많이 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 글에 담지는 못 했지만 코로나19’ 실업급여나 예술인에 대한 지원, 락다운 기간 동안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긴급 수용 시설 확충 등 프랑스 곳곳에서 여러 정책을 가동중이다.
 
따라서 추후 프랑스가 어떤 모습일지는 쉽게 단정내리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프랑스발 주요 소식이 생기면 다시 돌아오겠다. 그동안 건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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