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기자나 블로거라면 꼭 알아야 할 2013년 저널리즘 트렌드 8가지

기자나 블로거라면 꼭 알아야 할 2013년 저널리즘 트렌드 8가지

필자:  작성일: 2013-12-23 카테고리: 미디어
저널리즘의 위기, 저널리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이신문의 소멸과정이 시작된 것이 그 주된 원인일 것이다. 보도자료를 베껴 쓰는 홍보저널리즘의 만연 또한 추락의 이유다. 그리고 2013년 충격 고로케 어워드가 웅변하듯 트래픽에 허우적거리는 한국 저널리즘의 퇴폐성 또한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밖의 세계로 눈을 돌리면 2013년은 저널리즘의 매력적인 재구성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특히 종이신문 및 방송사 등 전통 시장주체보다는 이른바 주변부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 글의 제목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리스티클(Listicle: 목록(List)과 기사(Article)의 합성어) 형식을 취해 보았다.

1. 리스티클: 바이럴 저널리즘

버즈피드(Buzzfeed)는 2013년 언론계 최대 유행어(buzzword)다. 2013년 11월 1억 3천만 순방문자(UV)를 기록했다. 비교하자면 영국의 가디언은 2013년 6월 4,050만 순방문자를 기록한다. 뉴스사이트 시작 이후 최대치다. 뉴욕타임즈를 월평균 3,000만 순방문자가 찾고 있는 사실과 비교해 보아도 1억 3천만이라는 수치는 폭발적 트래픽이라 볼 수 있다. 기사 제목 및 형식은 “30세가 되기 전에 꼭 해야 할 10가지”,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12가지 비법” 등이다.
버즈피드
버즈피드
페이스북 등 소셜 공유를 통해 성장하는 버즈피드에 대한 비판 또한 작지 않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매개로 한 기사 어뷰징(오남용)과 유사하며 저널리즘의 품격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를 의식한 듯, 버즈피드는 최근 탐사저널리즘 전문가를 고용했고, 가디언을 떠나는 글렌 그린왈드(Glenn Greenwald)의 독점 인터뷰를 게재했다. 코커미디어(Gawker Media), 바이럴노바(Viralnova), 디스트래픽티파이(Distractify), 쏘트카테고리(Thought Catalog) 등으로 확산하는 리스티클이 2014년에 어떻게 발전할지 지켜볼 일이다.

2. 포장 저널리즘

업월디(Upworthy)는 말 그대로 2012년 해성처럼 등장해서 2013년에 11월 8,700만 순방문자를 기록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다. 창업자는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의 저자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다. 무브온(MoveOn)을 이끌며 2008년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엘리 프레이저는, 진보 자유주의(left-liberal)를 지향하는 업월디를 2012년 5월에 설립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재선 선거운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업월디는 이미 존재하는 동영상에 새로운 제목과 티저/발문을 추가해서 해당 동영상의 확산을 지원한다. 예를 통해 알아보자. “처음 54초를 보시라. 이것이 내가 부탁하는 모든 것이다. 맹세하건대, 54초만 보면 당신은 훅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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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동영상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의 54초를 아래에서 정말 보시길 바란다. 업월디의 작동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물(creation)에 포장(capsule)을 더하는 업월디의 큐레이션(curation) 능력은 탁월하다.

3. ‘브랜드’로서의 기자(Journalist as a Brand)

“기자 또는 블로거 스스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김익현 기자가 훌륭하게 정리하고 있듯이 2013년은 스타 기자의 다양한 자리 이동이 이뤄진 해다.
뉴욕타임즈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긴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 가디언에서 이베이 창업자 오미다르가 새롭게 만드는 매체로 일자리를 바꾼 글렌 그린왈드(Glenn Greenwald), 독일 차이트 온라인(Zeit.de) 편집장에서 가디언 디지털 전략팀장으로 스카웃된 볼프강 블라우(Wolfgang Blau)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블로거로서 대표적 예는 앤드류 설리번 1인 미디어 실험이다. 문제는 이들이 어떻게 저널리즘 혁신에 기여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4. 크라우드 펀딩 저널리즘

킥스타터(Kickstarter)와 인디고고(Indiegogo)의 성공 이후, 저널리즘에 특화된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스팟어스(spot.us)에서부터 사진기자를 위한 엠파시스(emphas.is), 영상뉴스를 위한 브르노(Vourno.com) 등 2013년 영미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독일어 지역스페인어 지역 등으로도 클라우드 펀딩 저널리즘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 De Correspondent, 한국의 뉴스타파, 아르헨티나의 Lavaca 등 (소액)기금에 의해 운영되는 저널리즘 프로젝트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5.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특파원과 독자 사이에는 놓여 있는 길의 특징은 소통의 일방통행이다. 2013년 여름 독일 두 명의 여기자가 독자와 기자 또는 이용자와 블로거를 연결하는 방식을 바꾸는 시도가 있었다.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수습기자인 리자 알트마이어(Lisa Altmeier)와 쉬테피 페츠(Steffi Fetz)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브라질을 찾았다. 두 명의 젊은 기자가 2014년 월드컵이 열리고, 2016년 올림픽의 함성으로 들썩일 브라질을 찾았다. 이용자들은 이들 두 명이 찾고 조사하고 보도할 질문을 던졌고, 이용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거나 정보나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두 명의 기자들과 함께 나눴다 .
이 프로젝트 이름은 ‘크라우드’와 ‘특파원’의 합성어인 “크라우드스판던튼(Crowdspondenten)”이다. 지난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브라질에서 진행된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이들 두 기자가 이용자들과 호흡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세계청년대회를 맞아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를 방문한 교황은 취재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 두 기자를 사로잡았던 주제는 큰 행사 그 자체가 아니었다. 두 개의 큰 행사가 학교와 빈민가에 일으킨 변화가 이들의 주된 취재소재였다. 그 이유도 명확하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메일을 통해 이용자는 취재소재를 제안하거나, 매번 다음번 취재 테마 후보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용자들은 브라질의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취재를 요청했고, 다른 이용자들은 저임금 생활고의 실상을 추적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이용자의 바람에 따라 브라질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의 근무환경과 평판에 대한 글들이 이어졌다.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이용자가 기자만큼 정보력을 가지고 있으며, 깊이 있는 분석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카메라 한 대를 항상 휴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6. 실시간 저널리즘: 라이브 블로그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폭발사건은 저널리즘에 쉽지 않은 도전을 던졌다. 범인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종이신문과 인터넷에서는 범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었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레딧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범인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정보처가 많이 늘어났지만, 사실을 점검할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잠재적 목격자인 시대, 인터넷에서 사실 확인 등 정보의 조직화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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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다수 뉴스사이트에서 진행한 대형 사건 보도에는 스크리블 라이브(Scribble Live)라는 도구를 활용한 ‘라이브 블로그’ 서비스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행사장 발표, 인터뷰, 기자회견 등을 라이브 블로깅으로 전하는 한국 미디어들의 시도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라이브 블로깅의 매력은 대형 사건에서 느낄 수 있다.
현장에서 생방송 중계는 값비싼 장비와 인력을 요구한다. 2013년에는 구글 행아웃과 유튜브 라이브 등을 활용한 생방송 중계가 크게 확산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생방송이 가능한 시대가 시작한 것이다.

7. 모바일 뉴스

아래 그림처럼 시간대에 따라 뉴스를 소비하는 기기가 달라졌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일터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뉴스의 주요 소비기기다. 점심때와 퇴근 이후 시간 역시 뉴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이뤄진다. 모바일 뉴스 소비는 PC 기반 뉴스 소비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기사 또는 뉴스를 끝까지 읽거나 보는 이용자는 얼마나 될까? 특히 만원 지하철을 타고 있거나, 커피전문점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제목만 보거나 앞부분만 보고 다음 기사 또는 뉴스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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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러한 이용자의 소비습관을 존중한 뉴스의 형식은 무엇일까? 두 개의 실마리가 있다. 첫 번째는 서커(Circa)다. 서커는 뉴스를 아주 작은 뉴스 단위(Object)로 생산한다. 특정 제목의 뉴스를 팔로잉하면 사건의 진행 경과에 따라 해당 제목에 뉴스 단위(Object)가 추가된다. 유튜브 동영상, 트윗, 페이스북 포스트, 지도 등이 뉴스 단위(Object)를 이루기도 한다. 서커는 자신들의 시스템을 스스로 ‘객체 지향 뉴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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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실마리는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다. 나우디스뉴스는 2012년 9월 설립된 회사로서 창업자는 허핑턴포스트의 공동창업자인 케네스 리어러(Kenneth Lerer)와 허핑턴포스트 CEO 출신인 에릭 히포(Eric Hippeau)다. 나우디스뉴스가 생산하는 뉴스의 길이는 6초 또는 13초다. 6초 뉴스는 트위터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 바인(vine)에서 유통되며, 13초 길이의 동영상 뉴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용자를 만난다.
2013년 9월 2,000만 순방문자를 기록하며 숨 가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나우디스뉴스가 노리는 고객층은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다. Y세대 또는 M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젊은 층이다. 아빠처럼 CNN을 보지 않으며, 엄마처럼 허핑턴포스트를 소비하지 않는 이들은 야후나 개별 뉴스사이트보다는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나우 디스 뉴스의 편집국장 오키프(O’Keefe)가 표현하듯, 이들은 뉴스를 열렬히 탐하는 세대다. SNS를 통해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등 다른 방식을 통해 관련 뉴스를 열공하는 세대다. 이들은 종이신문을 읽지 않지만, 1시간짜리 긴 방송뉴스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새로운 문법으로 만들어진 짧은 동영상 뉴스를 즐겨보며, 자신의 관심거리를 찾아 월드와이드웹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뉴스 소비자다. 나우 디스 뉴스는, 이른바 미디어 소비의 파편화를 현실로서 인정하고 제한된 젊은 소비자에게 더욱 파편화된 뉴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뉴스서비스다.
Mobile First! 저널리즘에도 필요한 전략이다.

8. 스크롤리텔링과 뉴스 스트리밍

2012년 뉴욕타임즈의 스노우폴은 그 내용과 형식면에서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의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장편 저널리즘(long-form journalism)이라고도 불리는 스노우폴 형식은 모바일에 더욱 사랑받고 있는 사용법인 스크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가디언의 역작 NSA Files: Decoded, 음악 전문지 피치포크(Pitchform)의 Machines for Life, 스위스 NZZ의 후쿠시마 등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스노우폴의 자식들이다.
한편 스크롤리텔링은 뉴스와 뉴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미러(Daily Mirror)가 최근에 공개한 뉴스 URL구조를 살펴보자. 미러의 특정 뉴스를 클릭해서 스크롤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다음 뉴스가 등장하고 그에 맞게 URL이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연관기사를 아주 작은 글씨로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닌, 뉴스 스트리밍(news streaming)과 스크롤을 결합해 추가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스크롤을 통해 더욱 가치가 증가한 스트리밍 방식의 뉴스 제공의 의미는 다음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스트리밍’이 새겨진 한 해.
지금까지 살펴본 여덟 가지 흐름 외에도, 내이티브 광고, NSA 보도, 유료화, 데이터 저널리즘 등 살펴볼 가치가 있는 2013년의 저널리즘 트렌드가 존재한다. 또한, 한국으로 제한할 경우에는 슬로우뉴스, ㅍㅍㅅㅅ뉴스페퍼민트다이버시티 등 팀블로그 형식의 저널리즘 프로젝트가 대중성을 서서히 확보하기 시작한 것 또한 2013년의 유의미한 흐름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의미 있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 또는 슬로우뉴스 독자들이 이어서 기록해주길 바라본다.

출처 http://slownews.kr/17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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