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동아일보 2014 키워드로 본 출판계

[2014 문화계 되감아 보기] 

<1> 키워드로 본 출판계

《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경기 불황 등으로 문화계는 전반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순신 장군, 도민준과 천송이, 장그래, 연민정, 엑소, 100세 노인이 없었다면 맥 빠진 한 해가 될 뻔했다. 이번 주부터 출판을 시작으로 영화 가요 방송 공연 종교 등 여러 분야의 올 한 해를 되짚어본다. 》

이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동명의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결국 2014년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열린책들 제공
책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많이 본 책에는 그 사회의 이면이 투영된다. 올해 한국인들은 어떤 책을 많이 읽었을까? 동아일보 출판팀이 교보문고, 예스24,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2014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와 흐름을 분석해 올해의 출판 키워드를 뽑았다. 

○ TV셀러, 스크린셀러… ‘미디어셀러’의 해


올해 출판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 ‘미디어셀러(media-seller)’다. 영화, 드라마의 원작이거나 TV 프로그램에 저자와 작품이 소개되면서 주목받은 베스트셀러를 뜻한다.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103년 발간)은 올해 6월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미 비포 유’도 영화화가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진 케이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소개되면서, ‘미생’ 역시 동명 TV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대중이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면서 책이 그 파생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소설의 부진

올해는 ‘소설의 해’였지만 한국 소설은 부진의 늪을 헤맸다.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10위 중 6개가 소설이었다. 교보문고 측은 “1981년 베스트셀러를 처음 집계한 이래 소설 분야가 10위 권 내 절반을 넘은 해는 1981년과 2002년, 올해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소설은 찾기 힘들었다. 은희경 성석제 이외수 황정은 등 국내 작가들의 신간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도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또 연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소설 중 올해 출간된 소설은 ‘여자 없는 남자들’(무라카미 하루키)뿐이다. 소설 분야 판매 권수와 금액 신장률도 전년 대비 3.2% 하락했다. 

○ 도서정가제 개정: 제2의 단통법 논란 


신·구간 모두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가 지난달 21일 시행됐다. 무차별 할인 경쟁으로 왜곡된 출판시장을 바로잡고 책 가격 거품을 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할인 폭만 줄어들고 정가는 낮아지지 않았다며 새 정가제를 ‘제2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고 비판했다. 새 정가제 시행 전 재고 책을 밀어내기 위해 온라인 서점에서 최대 90%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과열 현상도 빚어졌다. 새 정가제 시행 후에도 편법 할인이 등장하고 도서 가격을 낮추는 재정가에 출판사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 등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 피케티 신드롬: 자본의 부활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43)의 ‘21세기 자본’이 세계적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자본’ 관련 도서가 줄을 이어 출간됐다. 9월 ‘21세기 자본’이 출간된 전후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자본론 공부’(김수행), ‘21세기와 자본론’(황태연), ‘욕망 자본론’(신승철), ‘맑스를 읽다’(로베르트 쿠르츠), ‘자본의 17가지 모순’(데이비드 하비) 등 ‘자본론’ 관련 책들이 붐을 이뤘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1세기 자본’ 출판사인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는 “88만원 세대, 하우스푸어, 양극화 심화 등 사회 현실이 자본 읽기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수년간 대세를 이뤘던 자기개발서는 판매 부수가 17.2% 감소했다. 눈에 띄는 멘토형 저자도 없어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 독서 인구 고령화


‘책 읽는 청춘’을 찾기 힘든 한 해였다. 예스24 연령대별 판매 분석에 따르면 올해 40대(39.7%)가 가장 많은 책을 구입했다. 이어 30대(33.0%), 20대(14.5%), 50대(8.7%), 10대(3.0%), 60대 이상(1.0%) 순이었다. 예스24 관계자는 “지난 15년 동안 40대 구매자가 30대를 앞지르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베스트셀러 종합 100위권 도서 전체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8% 감소하는 등 출판계 불황이 이어졌다.

▼ 북 버킷… 스눅… 컬러링북… 2014년 출판계 달군 신조어들 

교보문고, 예스24,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2014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와 흐름을 분석해 뽑은 올해의 출판계 키워드. 글자 크기가 크고 굵을수록 주요 키워드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올해 출판계는 다양한 유행을 낳았다. 우선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얼음물 뒤집어쓰기 릴레이인 ‘아이스 버킷’을 본뜬 ‘북 버킷’이 유행했다. 북 버킷은 ‘나에게 영향을 준 책 10권 소개하기’로 책 제목과 그 이유를 간단히 적고 다음 인물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선 해리포터, 국내에선 인문철학, 고전 등 묵직한 책들이 많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책(Book)을 합친 신조어 ‘스눅(SNook)’이 선보였다. SNS에 올린 글을 묶어 출간한 종이책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형태의 출판을 뜻하는 용어가 생겨난 것. 대표적인 스눅은 평범한 20대 청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묶어 출간한 에세이집 ‘어떤 하루’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색을 칠하는 단순한 작업이 힐링을 돕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컬러링북 ‘비밀의 정원’은 연간 베스트셀러 8위(한국출판인회의 통계)까지 올랐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책들도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내릴 수 없는 배’ ‘눈먼 자들의 국가’ ‘세월호와 대한민국의 소통’ 등이 잇따라 출간됐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 관련 책이 상반기에만 40여 종이 출간됐다.

김윤종 zoz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출처 http://news.donga.com/3/07/20141215/68539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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