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기로에 선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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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중노동... 시민단체 '허리'가 사라진다

[공모-20대 청춘! 기자상] 기로에 선 시민단체 ① 현상
14.12.26 20:40l최종 업데이트 14.12.26 20:40l




구태희(31)씨는 시민단체 상근 활동가다. 그는 '열린사회시민연합'이 서울 은평구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일한다. 구씨는 8년 전 부산의 한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거쳐 '반(半)상근' 형태로 근무한 일이 있다. 해당 단체는 아동교육 등으로 업무가 많은 곳이었지만 상근자를 추가로 채용할 만한 재정적 여건이 되지 못했다.

대학에 다니던 구씨는 수업과 겹치지 않도록 오전과 오후 근무시간을 정하고 주 5일 근무했다. 급여는 월 40만 원 안팎을 받았다. 졸업 후,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반상근을 했다. 이 단체는 부설 기관으로 어린이학교를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 시민단체도 상근자를 채용할 여력이 없어 구씨에게 반상근 계약직을 부탁했다.

그래서 구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다른 두 단체의 업무를 보며 각 50만 원씩, 총 100만 원가량 월급을 받았다. 구씨는 현재의 직장에서 상근자 일을 맡을 때까지 불안정한 신분, 낮은 보수에 고달픈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대 품고 왔지만 열악한 처우, 과중한 업무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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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인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이 이태호 사무처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 김주호

시민단체에서 정규직 상근자로 일한다고 해도 일손이 부족해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김아무개(26)씨는 3개월간의 인턴을 거쳐 지난 6월, 서울의 한 시민단체에 간사로 들어갔다. 김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간사 한 명이 퇴직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김씨 혼자 업무 공백을 다 메우게 되면서 활동가로서의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틈이 없었다. 우편 작업과 전화 상담, 행사 준비에 포토샵으로 포스터를 만드는 등 온갖 업무를 도맡아야 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9시를 넘겨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지만 보수는 월 100만 원도 되지 않았다. 김씨는 4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학생 강아무개(25)씨는 장래 직업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방학 동안 부산의 한 시민단체에서 인턴 활동을 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냉방기도 없는 사무실에서 땀 뻘뻘 흘리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활동가들을 보며 자신의 진로 계획을 수정했다.

"인턴을 하기 전에는 활동가들이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월 100만 원 남짓의 보수에 식비 지원이 안 돼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몇 달째 휴대폰 요금을 못 내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깨달았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요. 그렇게 일하면 나도 의욕을 잃고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청년들이 이처럼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차세대 활동가를 충원하지 못하는 시민단체들이 늘고 있다. 떠난 활동가의 업무를 남은 상근자들이 나누어 맡게 된다. 더 가중된 업무 때문에 남아있던 상근자도 퇴사를 결심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시민사회단체 79%, "활동가 충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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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연대회의 구인 정보란. 대개 인력 충원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단체들이다.
ⓒ 시민단체연대회의

김동춘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 등이 지난 2013년 발표한 '시민사회 활동가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설문에 응한 127개 시민사회단체 중 79%가 "활동가 충원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임금(86.2%), 열악한 근무조건(42.5%), 비전의 부재(19.5%), 낮은 인지도(18.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조사결과 활동가들(평사원급)의 평균월급은 115만2200원이었다. 활동가의 90% 이상이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이지만, 2014년 대졸자 평균 초봉 2363만 원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팀장·부장 등 중간책임자급이 돼도 평균 월급은 151만4900원에 그쳤다. 사무처장 등 책임자급을 보면, 무급자도 섞여 있어 평균임금이 137만1500원으로 낮아진다. 연차에 따른 임금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2012년 기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00명을 표본으로 봤을 때 단체 활동 경력이 평균 4.97년으로 짧았다. 또 대부분 단체가 차세대를 이끌 '허리'가 약한 '모래시계 구조'를 보이고 있다.

"청년들이 (일단은) 계속 유입되지만, 금전적 어려움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을 이유로 금방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력 재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민단체가 노령화되는 문제를 걱정했다. 김광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예산이 한정돼 월급을 많이 줄 수 없기 때문에,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사업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지방일수록, 규모가 작은 시민단체일수록 심각하다.

서울의 대형 시민단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지난 4월 신입간사 13명을 한꺼번에 채용했다. 참여연대 상근 활동가 50여 명의 20%를 넘는 규모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채용은 상근자 정원을 늘린 것이 아니었다. 중간에 퇴사한 간사들이 많아 이를 충원하기 위한 신규인력 모집이었다. 이선미 참여연대 간사는 "중간에 퇴사하는 활동가들이 많은 편"이라며 "고연차와 저연차는 많이 있는데, 중간 허리층이 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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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없고 '각오'만 강요... 젊은 활동가가 떠난다

[응모-20대 청춘! 기자상] 기로에 선 시민단체 ② 원인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사무처장이 지난 2004년 민언련에 입사했을 때, 초봉은 80만 원이었다. 당시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의 월급보다 낮긴 했지만 그렇게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11년차가 된 지금 조 처장의 월급은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김광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청년활동가들이 결혼을 하는 등 (생활)조건이 변할 때 시민사회단체의 급여로는 생계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이직을 많이 한다"며 "보통 입사 후 3~5년 정도에 가장 많이 떠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방값, 학자금 대출, 결혼이라는 현실에 부닥칠 때

활동가들의 경제적 고통은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 있거나 연고 없는 지역에서 월세 등을 부담해야 할 때 더욱 커진다. 7년 가량 부산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3월,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구태희(31)씨도 마찬가지다.

구씨는 값싼 방을 구하기 어려워 1년 가까이 친구 집에 얹혀 살았다. 그러다 서울시에서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희망하우징'의 청년관리자가 돼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2만 원에 쓸 수 있는 방을 구했다. 그러나 퇴근 후에도 관리자로서 건물점검, 부엌청소, 공공요금 납부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월 1회 학생들과 반상회도 열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겨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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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태희(31·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 활동가가 내부 사업 평가 발표를 하는 모습.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매년 전체 사업 평가를 실시한다.
ⓒ 구태희

"대부분 청년활동가들이 첫 번째는 주거, 다음으로 학비 혹은 결혼 문제에 부딪칩니다. 경제적 상황이 제일 괴롭게 만드는 거죠. 주거도 다 돈 문제잖아요."

민주화 바람과 함께 청년기를 보낸 40~50대 '운동권 세대'와 달리 요즘 20~30대는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를 보다 중시하는 세대다. 시민운동에 대한 사명감이 두드러졌던 윗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활동가들은 '일의 의미'와 '삶의 질'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시민단체 안에서도 가치관과 표현방식이 다른 세대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민관협치기구인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활동하는 구연아(28)씨는 "(선배 활동가들은) 광주항쟁 시대를 겪어 온 분들이어서 우리도 그만큼 각오를 하길 바라는 점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만큼 목숨을 걸 각오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 시민단체에 들어갔다 퇴사한 김아무개(26)씨는 "(선배들이) 개인적인 안부도 묻지 않더라"며 "여느 대기업처럼 상사 혼자 이야기하고 (후배들은) 듣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휴식과 간식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적 교류가 없는 로봇들 같았다"고 말했다.

복지팀에 복지 없고, 노동팀에는 노동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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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인턴이나 저연차 상근 활동가들은 주업무 외 행사 준비 등의 단순 잡무에 시달린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 함규원

이런 세대차는 민주적이어야 할 시민단체가 전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낳는다. 김주호(29) 참여연대 간사는 "시민단체의 평화팀에 평화가 없고 복지팀에 복지가 없고 노동팀에 노동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활동가로서 주체성 있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틀에서 억눌리게 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시민의 권복희(37) 사무국장은 "선배들은 다 안다는 식의 소통 분위기가 청년 활동가들이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가로 막는다"며 수직적 의사소통의 폐해를 꼬집었다.

정권 교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시민단체의 운명이 바뀌는 현실도 청년활동가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한 환경단체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한 후 이에 따른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독립사업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상 두 개의 단체로 쪼개졌다.

해당 단체의 관계자는 "시민단체에도 정통성이란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시민단체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원도의 한 도시에서 환경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매년 해당 시에서 1억 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아 활발한 사업을 해왔으나 지자체장 교체 등으로 2012년부터 지원금이 끊겼다. 그러자 두 명의 청년간사가 일을 그만 두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청년활동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민언련 조영수 사무처장은 "(활동가로서) 미래 비전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보통 활동가로 5년차가 되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무처장직은 정년까지 지속하기에는 노동의 신체적, 정신적 강도가 높다.

단체의 대표를 맡게 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쌓은 전문성을 활용할 만한 직업이 많지 않다. 정계로 진출하거나 단체를 설립해 독립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어느 쪽이든 경제적으로나 업무량으로나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 사무처장은 "시민단체에 오래 있었던 선배들 중 (시민활동을) 그만둔 분도 많은데 그 분들이 후배들에게 비전을 줄 만한 곳으로 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복희 사무국장은 "60세가 넘어도 이 영역에 있고 싶은데 45세 이후에 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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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이끄는 '진짜' 풀뿌리 운동을 꿈꾼다

[공모-20대 청춘! 기자상] 기로에 선 시민단체 ③ -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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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운동플랜 B 사이트 메인 화면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닌 고충과 그들의 이야기가 메인 화면에 오롯이 담겨 있다
ⓒ 시민운동플랜B

"지금 시대에 '시민운동'은 무엇이고, '누가' 시민운동을 하고 있고,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시민운동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운영 중인 온라인미디어 <시민운동플랜B>의 홈페이지 소개글이다. 지난해 6월 <플랜B>가 출범하자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있던 활동가들이 모여들어 위기의 원인과 현황, 대안에 대해 열띤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시민운동의 현실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공론장에 모여 고민과 대안을 얘기하다

이 사이트는 조아신(41·필명)씨 등 활동가 4명이 만들고 조씨가 소속된 단체 '더체인지'가 운영한다. 상근자들의 애환을 담은 '근자씨에게'와 중견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연재하는 '중견씨에게' 등의 코너를 통해 시민운동 현장의 속 깊은 얘기들을 전달한다.

조씨는 "시민운동에 관한 성찰과 회고의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장, 시민운동의 다양한 이슈들이 공론화되는 장, 시민운동을 넘어 공익활동 전반에 관한 아이디어와 경험, 계획이 모이는 장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고충을 덜어줄 조직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2월 창립된 사단법인 시민은 각 단체를 지원하고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된 사업목표다. 매달 들어오는 회원들의 회비와 기금을 모아 '시민펠로우' 사업 등을 펼친다. 시민펠로우 사업은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중견활동가들의 경험을 정리한 뒤 그 내용을 전자문서나 책자, 강연 등의 형태로 후배들과 공유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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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권복희 사무처장이 업무를 보는 모습. 권 사무처장은 "사실 생긴지 얼마 안 된 조직이다 보니 하나하나 다 실험 단계에 있다"며 "내년 (시민펠로우) 2기 때부터는 누구의 교실, 배움이라고 강좌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다솜

권복희 사무국장은 "공익 활동에 필요한 공공재를 잘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의 규모가 작다 보니 활동가들 교육이 어려운데 그런 부분들을 보완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 협력기관인 '엔피오(NPO·비영리조직)지원센터'가 발족했다. 이 센터는 '서울시 시민공익활동의 촉진에 관한 조례'를 바탕으로 설립된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이다. 주로 공익활동 교육 프로그램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공익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사진강좌를 열어 행사 사진 등을 잘 찍는 노하우를 가르쳤고, 인포그래픽이나 포토샵 등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강좌를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활동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가시화하고 있다.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소액대출과 상호부조, 자녀학자금 지원과 활동가 재교육 등의 사업을 목표로 400여 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경제적 안전망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내용의 '시민사회공익활동가 공제회법'을 만들도록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 

기부금 조세감면 확대 등으로 재정기반 확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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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0일에 NPO지원센터가 실시한 미트쉐어 홍포 이미지. NPO지원센터에서는 미트쉐어를 통해 활동가들끼리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 NPO지원센터

이처럼 시민단체 내부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함께, 시민운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재진 등의 2002년 논문 <각국 엔지오(NGO) 활동 실태에 관한 비교연구>에 따르면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의 시민단체들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해외의 시민단체들은 회비와 기부금을 내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일반 회원들의 저변이 넓기 때문에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 편이다.

독일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독일환경자연보호연합(BUND)은 단순 사무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부서 직책을 자원봉사 회원으로 채워 운영하고 있다. 독일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시민사회단체 회원으로 가입돼 있을 만큼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조직의 인적 충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에 '시민'이 없고 활동가만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 사회와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도 총회에 참석하고자하는 회원이 너무 많아 각 지부에서 선발된 대의원에게만 참가 자격을 주는 시민단체가 많다. 회원의 열의가 높고 각 지부로 권한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수직적 조직에서 '비민주적 의사결정', '소통부재'의 논란을 빚는 일이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선진국과 국내 시민단체의 가장 큰 차이는 재원조달이다. 선진국일수록 시민단체 수입에서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 비중이 높고 공적영역에서의 지원과 기업후원이 투명하게 이뤄진다. 이를 촉진하는 것은 개인과 기업의 기부를 조세감면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는 제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세제개편에서 중산층 이상의 기부금에 대한 공제혜택이 종전보다 줄어들게 돼 부정적 파장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공익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진하고 자원봉사와 기부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부금 공제 확대 등의 제도적 보완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활동가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증제를 도입하고 공직 진출의 길도 열어 직업적 장래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정희 부산대 NGO학 협동과정대학원 참여교수는 "활동가들을 자원봉사자가 아닌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학회 등에서 경력자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하고, 미국처럼 지자체의 개방형 공직이나 공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 공익적 가치를 공유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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