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1일 수요일

먹먹한 느낌과 우울함

이계삼 선생의 칼럼을 읽었다. 제목은 삼성, 김예슬, 그리고 <무진기행>. 그 가운데 한 대목을 옮겨놓는다. 먹먹한 느낌과 우울함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런 일이 있었지. 김예슬 씨의 책을 읽다가 문득 내가 지금 이 학교에서 하는 일들의 무의미함을 생각하며 좀 우울한 마음이 되어 수업에 들어갔을 때였어. 바깥 날씨는 간만에 아주 화창해져서 환장할 것처럼 따스하고 좋았지. 교정 저편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고, 먼산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점점이 흩뿌려져 꽃천지가 되어 있는데, 오후 쉬는 시간 10분잠에서 부스스하게 깨어나는 고3 아이들을 보니 먹먹한 기분이 되더라구. 그래서 내가 제안을 했지. 책상을 창쪽으로 돌리고, 오늘 한 시간은 '째자'고 말야. 잠시간의 환호성이 지나간 뒤에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시 몇 편 읽고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던 중에, 어느 한 여학생의 눈에 눈물이 흐른 자국을 보게 된 거야. 고3 시절이 그런 거겠지. 너도 거쳐왔던 시간이지만, 밤11시까지 야자를 하고, 집에서 몇시간 자지도 못하고, 하루 열 몇 시간 내내 재미없는 공부를 '당해야' 하는 시절을 지나면서 아이들은 몹시 센치해져있었던 거겠지.

 

그때서야 나는 <무진기행>과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연결지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논리로도 도덕으로도 환원할 수 없는, 이 '집요한 욕망'의 체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정직한 에로스'의 힘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학벌, 취업, 사회적 삶, 이런 따위 가면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만났을 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우울 혹은 슬픔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환기하는 어떤 인간적인 삶의 가능성을 나는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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