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8일 목요일

'여강선원'에서 보내온 전자우편 하나

'여강선원'에서 보내온 전자우편 하나. 가보고 싶으나, 가보지 못하는 마음. 먼 곳에 있으나 가까이 있는 벗들이 현장을 지키며 여주보 공사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그 사진들을 함께 보고자 합니다.

 

 

아침 9시 반, 여주보 공사현장 좌안을 달리는 우리의 눈은 준설하는 모습을 계속 고 지나갔다. 여주보 준설선이 보이는 위치에 다다랐을 때마침 강바닥에서 빨아올린 준설토가 시커먼 뻘층과 함께 준설선과 연결된 파이프에서 침사지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시커먼 뻘층이 하얀 모래침사지를 검게 물들인다. 강변 맞은 편 우안에서 진행되고있는 대규모 준설구간은 점점 그들만의 요새로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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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이게 강 살리기 맞는지?


계신리 제방을 타고 다시 상류쪽으로 가면서 강변둔치의 공사구간을 둘러보았다. 군데 군데 잘려진 잡목들이 쌓여있었고 맞은편 공사구간과 이쪽의 구간에 연결되 있는 오탁방지막이 공사분위기를 조성했다. 가까이에서 부처울 습지와 계신리 사이에 강 한가운데 있는 섬의 나무와 흙을 뭉게고 있는 포크레인의 엔진소리가 습지사이로 퍼져나가고 있다. 파괴되고있는 섬의 흙으로 또 다른 섬을 연결하여 침략의 다리를 만들고 있는 이들은 ‘건널수 없기에 아름답다’는 의미를 모르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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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고 물고기 뛰던 하천이 아니라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의 노래소리가 들린다.

이명박의 삽질을 위한 삽질의 노래.


부처울 습지로 들어 가기 전 보이는 강과 접한 식생군락지는 이제 새로 파괴가 시작되고있는 지역이다. 아직 그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구역에서 포크레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진체 잔목을 짖누루는 모습은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구역에서 하는 것이라 그런지 그 포크레인이 더욱 잔인하게 보이게했다. 뭉툭한 포크레인 삽날은 섬 원래의 자취를 계속 지우려하고 있었고 그 섬의 아름다움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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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울 습지가 이제 사라져 갈 위기에 있다.



다음으로 길을 따라 부처울 습지로 이동했다. 부처울 습지를 가기위해 거쳐야만 하는 석불암의 위엄을 보기도 전에 우리의 눈을 끈 것은 오른쪽 편 복대리 습지의 식생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평온해 보이는 복대리 습지의 흑녹색의 풍경은 비밀스런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석불암 앞에서 대신제방 앞의 공사현장이 작게나마 보이고 있으나 아직 까지 공사초기 단계인 이곳 부처울 습지는 이전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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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암에서 바라본 복하천 유입부


길을 찾아 부처울 습지 안쪽으로 내려갔을 때 보이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기지개를 펴면서 봄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잎새와 꽃이 없는 매마른 나뭇가지의 앙상한 아름다움이 봄의 도래를 아쉽게 하고 있다. 모래층 위로 이리 저리 산개한 갈대군락들에는 부처울의 이름처럼 부처의 온화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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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게는 이곳이 삽질의 대상일지라도 야생동물에게는 삶의 마지막 은신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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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 군데 선명하게 나있는 고라니의 발자국과 새들의 발자국, 곳곳에 보이는 이들의 배설물을 보니 우리가 이 공간을 잠시 침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 위를 빙빙돌고 있는 새들이 그런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강으로 눈을 돌리니 빛나는 강변 속에 숨어있는 자그마한 모래절벽으로 강과의 여행을 마친 모래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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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울 습지. 그곳에는 아직도 생명의 신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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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아있는 부처울 습지


그렇게 부처울 습지는 고요하게 이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들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을 멈추고 다음으로 상백리 취수장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산 안쪽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되고있는 공사현장에는 암반파괴공사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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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이전되는 상백리 취수장 공사장. 산을 하나 허물고 있었다.


이호대교 아래에서는 지반 폭파작업의 흔적이 보인다. 처음보는 건설기계가 폭파지점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 아래 준설구간 주위에 있는 여과시설을 거친 흙탕물은 또다른 흙탕물이 되어 강 본류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이 자신없는 것인지 공사관계자는 수질측정을 위한 우리의 강물채취를 강하게 제지한다.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잘못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의 모순은 파괴의 현장에 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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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이수와 치수 외에 4대강 경관까지도 아름답게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강의 생명들을 하나 하나 죽이고 난 후 어떻게 아름다은 경관을 만들것인지 의문이지만 이들이 억지로라도 만들려는 아름다움이란 풍경으로서의 미관연출일 것이다. 풍경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

숲의 속삭임과 강의 노래에 귀기울일 때 우리는 그들이 간직한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4대강의 아름다움은 공유할 수 있어도 죽어있는 4대강 미관이란 욕망은 공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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