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그는 19세기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기술자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20세기에 이룩된 놀라운 과학기술의 진보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영감을 받은 몽상가, 앞으로 인류에게 일어날 일을 오래전에 미리 '보고' 글로 쓴 예언자였기 때문이다.'(해설 중)
150년 전 최초로 과학을 응용해 인간이 우주를 탐험하는 소설을 쓴 작가가 있다. 시대를 앞서는 과학적 창의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해 독자들에게 미래를 경험할 수 있게 한 쥘 베른(1828~1905)이다.
그는 폭탄 로켓을 달나라로 보내는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1865년에 썼다. 이 소설에서 그는 유인 우주선이 달에 가는 표준 비행시간, 달 여행의 단계, 로켓 발사 기지, 유인 우주선의 무게와 크기, 역추진 로켓, 우주선의 해상 착수 등을 거의 비슷하게 예언했다. 1세기가 지난 후인 1968년 달까지 날아간 최초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8호의 선장이 쥘 베른의 손자에게 쓴 편지는 그 증거 중 하나다.
'우리의 우주선은 바비케인('지구에서 달까지'의 주인공)의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플로리다에서 발사되어 (중략) 태평양의 착수 지점은 소설에 나온 지점에서 겨우 4㎞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해설 중)
외국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유네스코가 2014년 펴낸 '번역서 연감'에서 쥘 베른을 앞선 저자는 애거사 크리스티뿐이다. 셰익스피어는 쥘 베른의 뒤를 잇는다.
"지상, 바다 밑, 하늘까지 그의 상상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어요. 발명, 개발됐다고 하는 과학적 성과 중 이 양반이 상상하거나 통찰하지 않은 게 없다시피 해요. 스토리에 과학적 성과를 접목해 판타지를 SF로 변화시킨 사람이죠."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등을 번역한 번역가 김석희(62)가 쥘 베른의 상상력을 옮기고 있다. 그는 총 13종(전 20권)으로 구성된 '쥘 베른 걸작선' 중 최근 펴낸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전 3권)을 포함해 11종을 번역했다. '걸작선'이 완성되는 2015년은 그가 쥘 베른 번역에 나선 지 13년째 되는 해다.
"쥘 베른을 번역하기 시작한 건 문학적 취향 때문이죠. 저는 불문과를 다니면서도 불문과 밑천을 가지고 제 문학을 하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학교 다닐 때도 보들레르나 발자크에 닿지 않고 조금은 비껴있는 작가들을 찾아 읽었죠. 저한테 그런 소향이 있구나 생각했죠."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은 쥘 베른이 동경한 바다와 미지의 땅의 이야기다.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한 '그랜트 선장'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담은 해양모험 소설이다. 쥘 베른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 처음 보는 타국의 문화, 예상치 못했던 난관 속에 주인공들을 몰아넣고 이를 통해 인간의 고귀함을 증명한다.
김석희는 "쥘 베른의 문학은 또 다른 기능의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이 묘사로 이루어진 소설은 필름을 넘기듯 읽힌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출판사는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을 '해저 2만리' '신비의 섬'을 묶어 '해양모험 3부작'으로 칭했다. 2015년초 '쥘 베른 걸작선'을 완성한 뒤 이 중 몇 권을 추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편집,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청소년이 과학적 지식을 얻기를 바라며 집필을 이어간 쥘 베른의 의도에 걸맞다.
"과학적 훈련이 안된 사람들이 쥘 베른의 소설을 읽으면 배우는 게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번역도 신나게 했죠." 352·368·356쪽, 각권 1만2000원, 열림원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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