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자기 책이 얼마나 대출되는지 너무나 궁금한 작가들/ 김경성 오마이뉴스 기사

노래방에 가면 당연히 곡을 빌리는 값을 내지만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때는 돈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책은 공짜로 빌려보아도 아무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이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책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평론을 하는 사람이 모인 단체인 '어린이청소년책 작가연대(위원장 임정자)'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노래 부를 때 곡을 빌리는 것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따라 책을 빌리는 것에 대한 대여저작권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대여저작권이라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우리가 책을 빌려 볼 때마다 도서관에서 작가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면 도서관이 망하고 말 것' 이라는 오해가 가장 힘든 장애물이라고 한다.  

도서관에서 책이 대출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이 예전에는 기쁜기만 한 일이었는데 도서관이 점점 많아지면서 책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대출되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작가들 생각이라고 한다.

작가가 글을 쓴 대가로 얻는 것은 인세가 전부이고, 인세는 서점에서 책이 판매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인데 도서관에서 대출되어 읽히는 책이 많아질수록 서점에서 판매가 안 되니 그 만큼 작가는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내 책을 읽은 독자는 많은데 정작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죄로 굶어죽으라는 것이다'라는 말이 지나친 비약이라거나 단순한 푸념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많은 문화선진국들이 도서에 대한 대여저작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저작권법에는, '제21조에 저작자는 판매용 음반이나 판매용 프로그램을 영리를 목적으로 대여할 권리를 가진다.'로 정해서 음반과 프로그램에 한해서만 대여권을 허락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용 도서도 추가되어야한다는 것이 작가들 생각이다.

어린이청소년책 작가연대 저작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대출 현황을 먼저 조사해 보기로 하고 공공도서관을 상대로 자기 책이 얼마나 대출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서 물어보는 방법, 대출현황을 공개하는 도서관에 접속해서 검색하는 방법, 전화로 물어보는 방법, 도서관 게시판에 게시글로 물어보는 방법,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방법 등으로 해 보았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도서관을 방문해서 자기 책이 얼마나 대출되었는지 알아본 정제광 작가는 '대출업무 처리를 전산으로 하고 있으니 작가가 물어보면 대출내역을 알려주긴 하지만  도서관마다 물어보러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자기 집 근처에 있는 광진도서관 홈페이에 접속해 대출현황을 검색해 본 이병승 작가는 '검색시스템이 생긴다 하더라도 대출 현황을 검색해 볼 수 있는 도서관은 아직 많지 않을뿐더러 모든 도서관에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서 검색해 보아야 하니 실제로 시도해보는 작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서관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질문을 남겨서 대출현황을 알아본 임근희 작가는 '게시판 답글로 쉽게 알아볼 수는 있지만 모든 도서관마다 글을 올리고 답글을 챙겨 봐야 한다'고, 번거로움을 토로했다.

도서관에 전화를 해서 대출현황을 물어본 김해우 작가는 '바로 알려주기는 하지만 같은 책이라도 여러 권 보유하고 있으면 관리번호가 달라서 각각 물어봐야 알 수 있다'며 한계를 절감한다고 했다.

정부 정보공개사이트에 물어본 김리라 작가는 '질의서를 보낸다 해도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보장이 없다'며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대출현황을 조사해본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국공공도서관이 모두 전산처리를 하고 있으니 한 네트워크로 연결해 작가가 책 이름만 검색하면 전국에서 대출된 현황을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란희 작가는 '도서관에 책 살 예산도 빠듯한데 대출될 때마다 저작료까지 주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면서 돈만 밝히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김소연 작가가 '공공도서관이란 공공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세운 것이므로 책을 읽어서 공공이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국가가 작가에게 보상해야 적절한 공공정책'이라고 하는 말에 작가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에 자리 잡은 어떤 도서관이 분기별로 집계한 대출현황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회가 넘게 대출된 책이 열권도 넘었다. 분기별 20회를 1년으로 치면 80여회이고, 여기에 전국공공도서관 수를 곱하면 어마어마한 대출 횟수가 나온다. 그 수가 서점 판매라면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도, 작가들이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말도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책 판매 부진이나 작가 수입 감소에 공공도서관이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니겠지만 전혀 연관이 없다고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공공도서관을 통해서 공공이 책을 읽고 이익을 보았다면 그 이익을 제공한 책을 쓴 작가와 만든 출판사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야 진정 공공을 위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작가들을 향해서 돈독이 올랐다거나 억지를 부린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 출판계가 처한 현실이다.

개별 도서관이 대출되는 책마다 작가를 찾아서 저작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전국에서 대출된 자료를 하나로 모으는 네트워크를 만든 다음, 공인된 단체나 기관이 국가를 대리해서 저작자에게 지급하면 된다는 작가들 의견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저작물에 보상금을 한국복제전송저작권 협회를 통해서 대리지급하는 방식과 같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작가들은 책 몇 권을 지정해서 전국도서관을 상대로 얼마나 대출이 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해 보려 한다면서 실태를 파악하면 필요성도 더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타인이 불행해져야한다면 그 사회는 결코 행복한 공동체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출처 https://goo.gl/hF3N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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