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국립한국문학관, 경향신문의 집중기획--백승찬, 김향미 기자

집중기획-국립문학관을 위한 제언



1. 문학관, 권역별 거점 두고 중앙·지역간 네트워크 활성화를



한국문학계의 ‘숙원사업’이던 국립한국문학관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부지(용산)와 예산 규모(450억원)만 잠정적으로 정해졌을 뿐 문학관 안에 무엇을 넣고 뺄지는 미지수다. 문학계 인사 10명이 국립한국문학관의 방향성, 나아가 한국문학의 진흥을 위해 제언했다. 아울러 문학관 설립에 관한 논란, 근 10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전국 문학관 현황과 해외 문학관 운영 사례 등도 살폈다.
독일 등 역사가 100년이 넘는 해외 문학관에 비하면 한국 문학관의 역사는 길지 않은 편이다. 2000년대 들어 짧은 기간 양적으로 팽창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올해 3월 기준 ‘지역 공·사립 문학관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문학관은 106개(공립 66개, 사립 40개)다. 최근 경기 광명에 개관한 기형도문학관이나 개관을 앞둔 조정래가족문학관(전남 고흥군), 수원에서 건립 예정인 고은문학관 등을 고려하면 수년 안에 110개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근대적 개념의 문학관으로서 가장 오래된 곳은 1981년 서울 성북동 심우장에 들어선 만해기념관이다.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을 기리는 기념관으로 문학인으로서 만해 선생의 자료를 수집·연구하는 역할을 했다. 만해기념관은 1998년 남한산성으로 옮겨 재개관했다. 문학 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전시한 첫 시설은 1990년 문을 연 삼성출판박물관(서울 종로구)이다. ‘문학관’이라는 이름이 처음 붙은 곳은 1991년 목포 옛 시립도서관에 들어선 박화성문학관이다. 1992년 부산에서 문을 연 추리문학관을 현재적 의미의 국내 첫 문학관으로 보기도 한다. 김유정문학촌, 박경리문학관 등 특정 작가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문학관이 있는가 하면 추리문학관, 한국수필문학관 등 장르별 문학관도 있다. 
■ 설립 경쟁 치열, 논란도 잦아 
국내 문학관은 대부분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으로 작가의 작품과 유품 등을 수집·보존하면서 전시·연구 기능을 한다. 유족이나 기념사업회에서 건립했거나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설립한 경우가 많다. 최근 문을 연 기형도문학관은 고 기형도 시인(1960~1989)의 유족들과 광명시, 지역문화활동가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광명은 시인이 자라고 가족과 살았던 곳이다. 유족과 기념사업회는 “작가·시인의 문학사적 가치를 살리고 그 가치를 전승한다는 점에서 문학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잡음도 자주 인다. 2012년 강원 화천군에 개관한 이외수문학관이 작가 인기에 힘입어 지역 명소로 떠오르자 생존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세우려는 곳들이 많아졌다. 지난 9월 경북 예천군이 ‘안도현문학관’을 건립한다고 발표하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예천군은 문체부로부터 안도현 시인의 고향인 예천에 문학관 건립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알렸지만, 문체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도현 시인은 트위터에 “제 이름으로 된 문학관을 만들지 않습니다. 시비를 세우지도 않습니다”라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생존 작가 문학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생존 작가에 대한 문학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학관 건립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 문학관 역할에 대한 논의 필요 
기존 문학관들의 역할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건물만 크게 지어놓고 수년째 전시가 그대로이거나 자료 자체도 부실하고, 기본적인 구성조차 형편없는 문학관이 많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이 같은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국립한국문학관을 세우면서 권역별로 ‘거점 문학관’을 지정해 중앙과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에서 지역 문학관들과 함께 연구·전시 등 공동 사업을 개발하고 특정 프로그램 등은 지역 순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지역 문학관의 열악한 운영 조건 등을 감안해 문학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문학관협회 설립 당시 관여한 정우영 시인은 “신동엽문학관이나 이효석문학관 등은 기획 전시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며 역할을 하려는 시도가 보인다”면서 “지역 문학관도 잘 운영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해당 작가와 문학 작품에 대한 현재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 [해외 문학관 운영 사례]일본 근대문학 연구센터로 정착…독일 카프카 성적표 등 자료 전시
해외에는 국립을 내세운 문학관이나 크고 작은 공립·사립 문학관이 있다. 문학자료의 보존과 연구 등 아카이브 성격이 강한 곳도 있고 작가와 시민의 교류, 참여형 프로그램을 특징으로 한 곳들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국립근대문학관 조성 타당성 연구’(2013)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는 ‘문학관’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문학을 중심으로 한 자료 수집과 보존, 연구, 교육 및 체험, 전시, 작가 레지던스 공간 등의 기능이 혼재돼 있다. 이 보고서는 일본 도쿄근대문학관·가나가와근대문학관, 중국 현대문학관, 국립대만문학관, 러시아 도스토옙스키박물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공립·사립 문학관이 660여개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꼽는 문학관은 도쿄에 있는 일본근대문학관이다. 이 문학관은 메이지유신 이후 100년이 넘는 근대문학 자료가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으로 시작해 1963년 4월 문화계 인사들이 앞장서 설립했다. 당시 1만5000명이 자료를 기증하고 문학관 건립 비용을 기부했다. 현재 명작 원본을 포함해 120만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 문학관은 복각판 간행물을 연구자나 연구기관에 보급하고, 이를 통해 재정수입을 올린다. 공개강좌, 문학전, 사전 편찬 등 작가, 연구자, 시민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사설기관으로 재단법인이 민간출연금으로 운영한다.
1984년에는 가나가와현이 주도해 요코하마에 가나가와근대문학관을 지었다. 대중성이 강한 문학관으로 메이지유신 이후 현재까지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과 관련된 자료들이 연대별로 정리돼 있다. 이 문학관은 소장 자료 데이터베이스(DB)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근대문학 연구센터로 자리 잡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립현대문학관은 1985년 문을 열었다. 약 17만권의 책, 2100여종 9만여권의 잡지, 1만여점의 문학인 육필 원고와 8000여점의 사진, 7800여점의 편지 등 모두 3만여점의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다. 문학박물관, 도서관, 문학자료 연구·교류센터 등의 기능을 한다. 정부가 건립을 추진한 이 문학관은 약 9만2500㎡(2만8000평) 규모에 1126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운영은 중국작가협회가 주도하고 있다. 문학관 옆에는 루쉰문학원이 있어 작가나 연구자들의 집필·연구공간으로 활용된다.
독일은 괴테국립박물관과 실러국립박물관이 대표적인 문학관이다. 이 중 실러국립박물관은 1903년 개관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실러의 작품 세계부터 취미 등 인간적인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책과 유품 등의 원본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2006년 문을 연 현대문학박물관이 있다. 카프카의 성적표, 브레히트의 그림처럼 20세기 중요 문학자료가 전시돼 있다. 문학관 인근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연구자들이 장학금을 받으면서 4주~6개월간 머문다. 연구자들이 박물관·문학관 자료를 통해 학문적 재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 특징이다.
프랑스에서는 문학관 3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프랑스아라공문학관은 문학관의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실현하는 곳이다. 시인 루이 아라공이 1982년 작가의 집을 국가에 기증했고, 1995년 이를 문학관으로 개방했다. 지역관광거점, 보조교육기관, 근접문화공간, 연구지원공간, 문학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3. [문학계 인사 10명의 제언]무엇을 넣을지 숙의, 작더라도 살아있는 문학관 만들어야

■정우영 시인 - 별도 기구 만들어 하드·소프트웨어 공론화
지금 문학관의 하드웨어만 논의되고, 그 안에 무엇을 넣을지 소프트웨어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부지 선정도 미뤄졌는데, 그사이 문학인들 사이에 공론화가 거의 없었다. 이제 설계가 이루어질 텐데, 건물 안에 무엇을 채울지 미리 건축가들에게 알려야 한다. 문체부 관료들로만 해서는 어렵다. 관료들은 문학관만 고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관을 고민하고 추진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찌 보면 예술에 ‘국립’은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많은 문인들이 개인의 문학성뿐 아니라, ‘한국문학’이라는 틀로 세계시민과 만나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기구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나. 결국 국립문학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용산에는 지금 중앙박물관, 한글박물관이 있다. 국립문학관까지 생기면 말과 얼이 용산에 집적돼 세계시민에게 보여질 수 있다. 삼각 공간의 가운데 문학관이 들어와 상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 자료 수집 넘어서는 ‘국민 만들기 작업’돼야

문학관을 만든다는 건 근대적인 사업이다. 근대국가와 근대문학의 성립은 함께하기 때문이다. 근대 영국은 셰익스피어, 근대 독일은 괴테, 근대 이탈리아는 단테, 근대 러시아는 푸시킨과 함께 성립했다. 문학관을 세우는 것은 ‘국민 만들기’ 작업과 분리될 수 없다. 지금 국립한국문학관은 고전문학까지 넣는다고 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문학관의 수집 기능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된 데다 헌책방과 고서점이 붕괴해 자료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문학관이 자료를 모으는 건 당연하지만, 이미 민간이 소장한 것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사려면 엄청난 예산이 든다. 한국문학관은 이를 넘어서는 기능을 해야 한다.
■김성달 소설가 - 고전 포함한 한국 문학 집대성 공간으로
지금 한국의 문학관이란 곳은 대개 비슷하다. 전시 내용도 그렇고 건물의 모양도 그렇다. 지역문학관이라고 하면 서정주든 김유정이든 특색을 살리고 새로운 전시물도 꾸며야 하는데, 늘 그대로다. 내실은 없으면서 건물은 또 크게 짓는다. 밀랍인형 세울 문학관이라면 지양해야 한다. 작더라도 살아있는, 작가의 특색을 살릴 문학관을 만들어야 한다. 고전문학까지 포함해 한국문학에 관한 것을 집대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용산은 문학과 역사의 교접 지역으로서 순기능이 있다. 외세에 눌린 용산의 기운을 되찾기 위해 문학이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 ‘관’ 냄새 대신에 작가의 온기 느껴지게
일본 삿포로에 있는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크지 않은 문학관이었지만 건축이 아름다운 데다 운영이 잘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온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관련 책자 전시, 집필실 재현, 작가에 대한 기록을 넘어, 와타나베작가의 사생활까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만년필, 담배까지 전시돼 있었다. 왜 와타나베가 그런 작품을 썼는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눈에 들어왔다. 이후 와타나베의 작품에 아우라가 생겼고,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작가랑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문학관 역시 ‘관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료를 모으고 여러 판본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면 안된다.
■장강명 소설가 - 작가·독자 만남 주선 등 수요자 중심으로
지금까지 문학을 포함한 예술지원책은 공급자 중심이었다. 문인에게 직접 창작기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수요자, 독자를 지원하는 것 아닐까 한다. 한국문학관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지방도서관, 서점에선 시인이나 소설가를 만나려는 수요가 있고, 문인들도 독자를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서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한국문학관이 둘을 만나게 해주면 어떨까. 지금까지 지원 기능이 ‘상류’에 치우쳤다면, 이제 ‘하류’에도 미쳐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한국문학관이 정의하는 ‘문학’의 폭이 궁금하다. 웹소설, 일반 독자들의 서평, 독서동아리 등도 지원하면 좋겠다. 새로운 읽고 쓰기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이현식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장 - 문학사 서술 지원 등 학예기능 강화 절실
문학관의 기능에 전시, 교육, 자료 수집, 연구 중 어느 것을 넣고 뺄지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에 따라 문학관의 규모, 직원과 학예사의 수, 사무공간 크기도 달라진다. 하드웨어만 생각하고 일단 지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지금 한국문학은 제대로 된 이광수전집, 염상섭전집조차 없는 실정이다. 문학사도 1980년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여지지 않고 있다. 국립문학관이 문학사 서술 지원, 한 작가의 정본 전집 지원도 할 수 있을지 논의했으면 한다. 이런 기능을 포괄하려면 학예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자료 수집에 대해선 온라인 기능을 더해야 한다. 지금은 김소월의 <진달래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의 소장처조차 모호하다. 장기적으로는 자료 수집에 힘쓰되, 당장엔 국립문학관이 자료의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장처에서도 책임의식을 가질 것이다. 또 책은 시간이 지나면 소실되는 만큼, 원본을 스캔해서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 - 이념적 편향과 작가별 ‘나눠먹기’ 없어야
근대 이후 한국문단만 봐도 이념에 따라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문인들이 많다. 참여적인 작가, 미학적인 작가 사이의 갈등도 크다. 한국문학관은 이념적인 편향이 없어야 하고, 작가별 ‘나눠먹기’를 해서도 안된다. 오직 문학 자체에 대한 엄정한 가치 평가를 해야 한다. 당대 한국문학을 대표하고, 민중의 삶과 생각을 잘 담아내는지 평가해야 한다. 문학성을 무시하고 정치적이고 기계적으로 안배하면 안된다. 지방의 문학관을 보면 건물만 번드르르하게 지어놓고 운영 프로그램은 엉망인 곳이 많다. 잘 운영되는 미술관, 박물관을 모델로 삼는 것이 좋겠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한국 사회의 문학 인프라 구축으로 활용
누군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고 한국문학이 업그레이드된다고 할 수 없듯이, 국립한국문학관을 만든다고 문학이 진흥되는 건 아니다. 한국문학관이 한국 사회의 문학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으로 활용됐으면 한다. 문학관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가난한 작가들을 지원하고 문학시장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앙의 큰 문학관 못지않게, 문학 공동체의 인프라가 되는 전국의 작은 도서관, 독립서점도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가들의 전시공간 못지 않게 시민들이 문학을 체험하고 문학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일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 한국 문학사 정립 위해서 오랜 숙의 필요
우리 문학사에는 ‘캐넌’(정전)이 확립돼 있지 않다. 당장 친일 경력이 있는 이광수, 김동인, 서정주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문제다. 예를 들어 한국문학관에 ‘이광수의 방’을 만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문학은 정권을 뛰어넘어야 하기에, 한국문학사를 정립하기 위해선 오랜 숙의가 필요하다. 문학관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문학적 교류가 항상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한국문학에 관심있는 모든 시민들이 이곳에 오면 단행본이든, 논문이든, 문예지든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문학 종합정보센터’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 장기적으로 보면 텍스트 연구를 넘어, 텍스트가 만드는 ‘잡음’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작가는 물론 작가의 비서, 가족, 친구, 편집자의 회고록을 만들어 아카이브화하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없고, 국가가 해야 한다. 민감한 내용은 말하지 않으려 할 테니, 국가가 보증하고 ‘사후 10년에 공개한다’는 식으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오창은 중앙대 교수 - 건물·인물 중심이 아닌 ‘라큐비엄’ 돼야
서구에서도 문학관의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박물관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이제 건물이나 인물 중심의 ‘기념비적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라이브러리), 아카이브, 박물관(뮤지엄)이 결합된, 이른바 ‘라큐비엄’이 늘어나고 있다. 건물이나 자료 중심의 문학관은 라큐비엄과 반대다. 국립한국문학관이 한국문학 연구에 머물지 않고, 언어를 기반으로 한 정신적 근저를 탐색하는 원천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용산에 생태공원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여론과도 배치되지 않을 것이다. 문학을 넘어 생태, 환경, 문화를 포괄하는 콘텐츠와 결합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h2.khan.co.kr/2017112110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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