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어떤 문학진흥인가/ 최재봉 한겨레 기자

“이 법은 문학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문학 창작 및 향유와 관련한 국민의 활동을 증진함으로써 문학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016년 2월 제정된 문학진흥법은 제1조에서 ‘목적’을 이렇게 밝혀 놓았다. 문학 진흥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며, 문학계의 숙원 사업인 국립한국문학관 건립과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세우는 것이 이 법의 핵심 취지다. 이 법 제5조는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세부 사항을 명시해 놓았거니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한 문학진흥기본계획이야말로 문학진흥법의 첫 단추요 알짬이라 하겠다. 지난 8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이하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는 그 첫 단추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자리였다.

공청회에서는 문체부와 함께 계획을 준비한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대표해 강형철 부위원장이 계획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고, 문인단체 관계자들과 소설가 방현석(중앙대 교수) 등이 토론을 벌였다. 필자 역시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 자리가 ‘1차’ 공청회라고는 하지만, 문체부와 문학진흥정책위원회는 추가 공청회 없이 이날 나온 의견 등을 참조해 12월 상순까지는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는 일정이어서 이날 발표된 내용이 문학진흥기본계획의 뼈대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 문학진흥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추진할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계획에 대한 기대는 컸다. 8일 공개된 계획안은 문학진흥법 제1조에서 규정한바 문학 창작과 향유를 중심으로 추진 과제와 전략을 밝혀 놓았다. 토론자들은 계획에서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고 보완하거나 추가해야 할 점들을 제시했다.

계획안 발표와 토론을 지켜보면서 먼저 든 생각은 ‘누구를 위한 문학진흥인가’ 하는 것이었다. 다른 예술 장르도 그렇지만 문학 역시 창작자와 향유자의 존재를 전제로 삼는다. 문학이 진정 진흥되려면 양쪽 모두에게 동기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계획은 독자의 문학 향유를 고무하고 지원하는 방안보다는 창작자의 권리와 복지 증진 쪽에 기울어진 느낌이었다. 문인단체 관계자들의 토론에서는 창작 지원금과 단체 지원금 증액을 향한 목소리가 높게 들렸다.
문인들의 소득을 늘리고 없던 자리를 만드는 것이 문학진흥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문인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왜곡·변질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보다는 독자가 문학을 누릴 기회를 늘리고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사회 전체에 문학이 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 결과 문학 창작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창작 저변을 튼실히 하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옆을 잠정 확정했다는 사실도 공청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당장 이날 공청회장에서도 이런 방침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 등이 플래카드 시위를 벌이고 유인물을 나눠 주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도 일단 반대 의견을 밝혔다. 문체부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관련 당사자 간 협의를 거쳐 문학관 부지를 내년 6월까지 확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일정대로라면 문학진흥기본계획 확정까지는 불과 보름 정도가 남아 있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문학진흥의 본뜻을 살리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계획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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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0445.html#csidx6400dbbaf2873038b2ca986e7f3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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