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너무 잠잠하다. 모두 코로나 이후 세계를 예측하고 대비하느라 '언택트' '뉴 노멀' 등을 들먹이며 분주한데 정작 문화에 관한 담론이 너무 없다. 우리는 시대 변화를 그저 정치·경제·사회 틀로 분석하기 바쁘지만 이 셋을 모두 아우르는 큰 우산은 다름 아닌 문화다. K방역과 K정치가 자연스레 K문화로 이어져야 더 확실하고 장기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 정부가 만들어 세계에 알린 슬로건이 있었다. 바로 'Dynamic Korea(역동적인 대한민국)'였다. 그때 많은 논객은 관이 주도해 떠안긴 구호라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지만 나는 오히려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붉은 악마'의 신명 나는 응원 속에 우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인의 뇌리에 우리의 역동성을 각인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처음으로 전 세계에 선보인 대규모 거리 응원 뒤에 쓰레기를 한 톨도 남기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줬다. 고삐 풀린 역동성이 아니라 질서 정연함을 동반한 절제된 역동성이었다. 우리 TV가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이고 우리 자동차의 승차감이 남다르게 느껴졌으리라. 국가 호감도는 이렇게 곧바로 국력으로 이어진다.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대한민국 이미지는 전례 없는 고공 행진 중이다. 이번에도 우리 국민은 그 흔한 사재기도 하지 않으며 타인까지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선보였다. 미국 하와이대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는 우리에게 "더 이상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 국가가 돼라"고 주문한다. 문화는 사회 변화의 귀결보다 그 선봉에 섰을 때 때로 훨씬 막강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코로나 이후 세계를 선도할 대한민국 문화 슬로건 창제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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