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독립연구자의 코멘트
1.
2020년 6월 16일 오후10시55분
북한은 어디로?
1. 현재의 모든 상황은 미중 간 경제전쟁, 21세기형 투키디데스 함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1.1. 미중간 대립의 심화는 미중 협력의 산물이었던 국제제재를 누그러뜨릴 빌미를 제공한다.
1.2. 중국은 현재의 제재를 더 완화시킬 수 있다(현재도 원유 수입 등의 통계를 보면 제재는 지켜지지 않고 있긴 하다).
2. 현 상황은 미국, 한국, 북한에 고유한 트릴레마를 부과하고 있다.
2.1. 미국은 트릴레마(1) 세계 차원의 핵 비확산, 2) 동아시아의 군사 전진배치(한미동맹 포함), 3) 전쟁의 억제) 중 북한이 ICBM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고 동아시아 군사 전진배치와 전쟁의 억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 현실주의의 예언
2.1.1 북한의 존재와 도발은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을 용이하게 만들고, 2) 전진배치에 한국을 묶어두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북한을 위해 1)을 어길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의 완전 항복(CVID, PPID)를 전제로 대화를 했다. 미국은 꽃놀이 패처럼 언제나 2), 3)을 택했고, 이에 대한 북한 필살의 패가 핵보유, 즉 1)이다.
2.2. 한국은 위에 대응하여 1) 비핵화, 2) 한미동맹, 3) 평화를 원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2)를 포기해야 할텐데 문정부는 결국 미국을 따라 갔다.
2.2.1. 한국은 더 적극적으로 1)과 3)을 선택했어야 했다.
2.3. 북은 1) 핵보유국(냉전적 평화), 2) 경제발전, 3) 정치적 안정 중 둘 이상을 선택할 수 없었는데, 결국 경제발전을 포기했다. 사실상의 핵 보유에 의한 정권 안보와 경제발전을 바꾼 것이다.
3. 중미 갈등 속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무리하게 압박할 이유가 없어졌다. 중국은 북한이 2), 3)을 택해서 동아시아에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없애길 바란다(미국의 2)). 그러나 그게 안 될 상황이라면 미국과의 협력적 압력=제재를 풀 것이다.
4. 결국 한반도는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갔다. 북은 ICBM 실험을 할 수 없으니 (미국 선제타격의 레드라인이다) 자신의 보복의지를 알리기 위해서 당분간 한반도에서 "저강도 치킨 게임"을 할 것이다. 뭐.. 연락사무소 폭파는 정말 내 예상 이하로 자제한 거다(북한은 점증하는 벼랑끝 게임을 할 의사가 없다). 한국의 반응을 봐서 휴전선 아래로 뭔가 날리는 거까진 할 거다.
4.1. 이번 사태 전체를 통해서 한국 정부가(또는 안보 참모들이) 어떻게 해야 진정한 평화(한반도 비핵지대화, 중립지대화)를 이룰 수 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
4.2. 비핵화와 평화를 선택하려면 1번의 투키티데스 트랩을 잘 이용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중립화에 만족할 텐데, 미국도 그걸 수긍하게 해야 한다. 이런 구도에서 일본은 정말 우리 편이다. 북한의 비핵화만 해도 일본 정부는 OK이고, 한반도 미군이 일본으로 일부 움직이는 것도 대환영일 것이다.
4.3. 한국의 또 하나의 걸림돌은 국내 지배세력(민주당 포함)이다. 한미동맹 없으면 북한한테 먹히고, 조금 나은사람들의 중국 걱정! 걱정하지 말라. 미군은 일본 열도 선에 남아 있고, 이게 미국과 일본이 원래 원했던 바다.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다고 한국이 적화될 가능성은 제로다!
5. 이 정부를 정말 위한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 환경변화에도 아직 답을 못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5.1. 정권 3년 내내 "적폐 쇼". "반일 쇼"로 미통당이라는 수준 이하의 집단과 제로섬 게임만 했기에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5.2. 불행하게도 경제위기와 방역위기까지 겹쳐 있으니... 참...
으으 동네 후배(유호근)이 불러서 마구 쓰고... 이제 상도동으로 출발!
2.
2020년 6월 22일 오후2시25분
북한은 어디로? 2
1. 현실주의자들의 예언대로 되었다. 결국 “북의 핵보유(공식적으론 부정 또는 무시) - 미군의 한반도 전진배치 - ”공포에 기초한 균형“=‘차가운 평화’”로 귀결되었다.
1.1. 중국은 진정으로 북의 “비핵화”를 원했다. 미국의 개입 근거를 약화시키므로... 하지만 한반도 전략보다 더 상위의 차원에서 “신냉전”이 전개되고 적어도 몇 년간 완화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미 조야의 또 하나의 초당적 합의). 그렇다면 2017년 이후 대북 경제제재의 실질적 강화를 계속 할 이유가 없다. 반면 북한의 경제적 붕괴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사건이다.
1.2. 트럼프의 재선 전략으로서의 대북 정책(술수?)은 무산되었다. 이 정도로 강력한 미국의 초당적 대북 강압외교, 미국민의 압도적 혐오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볼턴은 책까지 팔아 먹을 수 있으니 만만세다.
1.3. 북은 미국의 선제타격에 대비한 신호를 보낼 것이고(SLBM, 인공위성 실험, 한일을 겨냥한 단거리 공격 능력의 강화), 미국은 대북 제재를 계속 강화할 것이다 ->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한다.
1.4. 한국은? 또 당파적 싸움만 한다. 통합당은 1)핵무장 주장, 2)동맹 강화(순종만이 살 길이다), 두 갈래로 민주당을 압박하면서 부활을 노릴 것이고, 민주당은 1)NPT, 2) “내가 더 동맹에 충실”이라면서 서로의 진영을 강화한다 -> 뭐... 나라 전체론 둘 다 망하는 길...= 딱 이조 후기의 당파 싸움...
2.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복기하는 건, 현재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2.1. 중미의 협력도 미국 내부(= 정치+언론)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한편으로 미국의 전반적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선 별로 성과가 없을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된다 해도 오바마 시대의 “우아한 무시” 밖에는 별 할 일이 없다(근거 없는 제재 강화는 좀 자제?).
2.2. 가장 큰 의문은 “영변 핵시설 파괴 & 미국의 부분적 제재 완화“라는 공식이 있었는가, 이다. 한국 정부가 정말 이걸 제안하고 북한은 이에 따라(물론 중국의 확인을 거쳤을 텐데) 행동한 것인가?
2.2.1. 하노이 협상 무산 후 한국 정부가, 오히려 미국의 ”최대의 압박“= 군사훈련 재개, 국방예산과 미국 무기 수입 확대를 그래서 적극적으로 받아 들인 거라면(미국의 심사를 거슬러서 될 일은 없다는 반성?), 북한의 현재 행동은 게임이론 상 지극히 합리적이다(거친 형식은 내부용이다. 이 쪽의 비라를 공개한 것도 계산된 행동). 남한은 자율적 정책 결정 능력이 없다를 증명했고, 그걸 믿고 무오류의 존엄이 ‘최악의 실수’를 범한 것이므로...
3. 북한은 어디로?
3.1. 김정은의 전면적 개혁은 물 건너 갔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계획은 이제 불가능하고, 북한 인민을 먹여 살리는 건 북한 인민 자신의 시장활동이다. 이걸 2005-2009년처럼 되돌리려고 한다면, 북한 역사 최초로 ”인민 봉기“ 가능성이 고개를 들 것이다.
3.2. 북한 경제개혁의 핵심은 모든 상품의 조달선 다원화이다(”경성 생산제약의 완화“). 이건 잘 규제된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 수출(입)은 국내 체제의 개혁을 점진적으로 하면서 경제행위자들이 국제 수준의 시장훈련을 할 필수적 기회이다.
3.2.1. 김정은의 경제 개혁은 이런 기본선(=중국식 개혁)을 따라 일어나고 있다. ”비핵화“는 개방, 그리고 국제관계 쪽에서도 중국식을 따르겠다는 결의였지만, 이젠 무산됐다.
3.2.2. 구 사회주의권의 생산성 향상에 수출은 지극히 중요하다. 어쩌면 제일 중요하다(과거 박정의 정권의 수출제일주의를 비판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수출은, 제1차 상품이 아닌 제조업 수출은 온갖 잡동사니의 혼종일 수 밖에 없는 경제가 시장과 혁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여기 성공하면 천박한 의미의 ”경제적 성공(기적?)“을 이룰 수 있다.
3.2.3. 북한의 현재 행동은 중국이 제재완화를 하는 걸 전제로 한다. 현재 북한은 수출입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미중관계가 악화될수록, 오히려 국제관계는 확대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 중국은 북한에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의 자제를 매우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3.3. 결국 북한의 경제성장은 중국의 제재 완화 정도에 달렸는데, 현재 북한의 정책으로 봐서 앞으로 10년간 1~4%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3.3.1. 북한 경제의 대중의존은 더욱 심해진다. 중국은 현상유지를 원할 테니 다른 압박을 가하지는 않을 듯 하다.
3.3.2. 남한 역시 1~2% 성장에 머무를 것이므로 앞으로 10년 동안도 GDP 40배 정도의 격차가 유지될 것이다.
4. 남한은 어디로?
4.1.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중립화, 그리고 동아시아 ”제3지대의 확대“가 답일 것이다.
4.1.1. 현재는 최악! 2017년 이전으로의 회귀 정도가 아니다. 핵을 보유하고 조금씩 수량과 성능을 개선하는 북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풀려면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위치를 정하고, 북한을 비핵화=중립화=경제발전으로 이끌 조건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4.1.2. 이제 국제관계에서도 중재자 정도가 아니라 ‘해결자’로 나서야 한다. 작은 나라도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해서 강대국들이 실행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실력이 안 되지만 불행하게도 그 밖의 길은 없다. 물론 문정부와 민주당은 그럴 능력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4.2. 문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하고, 엉켜버린 매듭도 풀어야 하는 딜레마에 부딪혔다. 결국 모든 눈치를 보면서 하나 마나한 일만 되풀이할 것이다. 물론 마찬가지 수준 또는 그 이하의 통합당이 있어서 상호 비방의 이전투구에 자신의 지지자들을 몰두하게 할 수 있다. 당파 싸움이 별 게 아니다.
5. 개인적으론 ”망했다“
5.1. 평생 영향력은 없더라도 한국경제의 ‘정책가’로 살았다. 죽기 전에 북한의 정책도 한번 만들고 싶었다.
5.1.1 40년 체험과 통계로 생겨난 한국경제에 대한 느낌이 북한에 대해서도 만들어질 수는 없다. 이론과 논리 실험을 극단으로 해 보는 수 밖에...
5.2. 2017년 여름 내내 북핵 게임을 공부했다. 그 땐 그게 필요했으므로...
5.3. 2018년 평창 이후 경제개혁만 공부했다. 그리고 하노이 대참사가 벌어졌다. 한 동안 그 이유를 알아야 했다.
5.4. 2020년 논문 발표를 앞두고 다시 핵위기 해법을 정리해야 했다. 이번엔 투키디데스 함정, 트릴레마까지 넣어서 겨우 겨우 엉터리 틀을 만들었다.
5.5. 그리고 또 다시 한달, 모두 쓸 모 없는 일이 됐다. 위에 썼듯이 ”악화한 2017년 이전 상황“이 앞으로 최소 10년간 전개될 것이다. 북한 정책 만들어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뭐.. ”이런 게 있다“고 뻔뻔스럽게 얘기하기엔 너무 먼 얘기고, 북한에 가서 확인하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됐다.
5.5.1. 북한에 대한 모든 걸 얘기하고 싶어, 일반적인 논문 형식을 완전히 무시했는데, 이젠 그렇게 해야 할 명분도 없어졌다. 완전히 다시 쓰든가(핵게임 수학 논문 또는 작은 경제개혁의 조건?), 포기해야 할 것이다ㅠㅠ 으으으ㅠㅠ
5.6. 얻은 것도 있다. 온갖 분야, 원없이 읽어 봤다. 다운 받고 못 읽은 90%의 논문들..나의 보물 창고^^
5.6. 북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당파적 정치가들, 그리고 극히 일부의 지식을 이들의 요구에 맞춰 막말 하는 ‘전문가들’, 영원하시라. 앞으로 10년은 그대 들의 세상이다. 양쪽 지지자들과 함께...
3.
6월 22일 오후8시36분 ·
볼턴 회고록.. 별 내용 없다. 그냥 트럼프는 공화당의 철학을 배반한 놈이다. 자기 이익 밖에 모른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극혐... “북한은 수십년 동안 어리숙한 미국을 꼬셔 핵 팔아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 그는 하노이협상을 무산시켰다(싱가포르에서는 실패). 6~9개월 내 북핵 선 해체가 아니면, 선제타격 밖에 답이 없다고 믿는다.
장사꾼 트럼프가 훨씬 낫다. 북핵 부분은 ch4. Singapore Sling, ch11. Checking into the Hanoi Hilton, the checking out, and the Panmunjom (+ch.10 China)
(이런 놈들과 협상한 외교팀에 심심한 위로를...)
4.
2020년 6월 23일 오전 12:29 ·
지금까지의 느낌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는 있을 수 없다”이다. 물론 볼턴은 매파 중에서도 강성이지만 이런 생각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도 만연... (리버럴 헤게모니의 매파와 비둘기파의 차이 정도?) 북한도 한국을 제외한 협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깨달아야 한다. 몽니 부리면 그걸 빌미로 깨진다. 청와대의 반응은 의외다. 청와대 안보실, 외교팀에 위로를 보낸다... 또라이들의 이런 방해를 뚫고 여기까지 왔다! 물론 이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확실한 건 미국의 몽니도 확연히 약해질 거란 사실!!!
아! “백악관도 이렇게 엉성하게 일하는구나!!!” 트럼프만 그런 건지도, 또 한반도에 대해서만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볼턴 회고록 1/5이 넘는 분량을 한반도가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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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칼럼 ‘볼턴’ ‘부부장 김여정’을 보는 분노와 참담함
2018년 5월 유명한 ‘도보다리’ 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왔다. 남북정상회담 얘기에 이어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화제에 올랐다. 두 정상 사이에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이 있는 인천 송도까지 거론하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권하자 트럼프가 “좋다”며 즉각 공개하려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상의한 뒤 확정하라고 조언했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뒤집혔다. 그래서 결정된 게 싱가포르였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싱가포르 회담 전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라고 적었다. 폼페이오는 ‘심장마비가 올 정도’라고 했다고 썼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북-미 협상을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한 볼턴 입장에선 이런 통화 자체를 우리의 ‘통일 어젠다’에 휘둘리는 것으로 봤을 수 있다.
볼턴 회고록은 집필 동기가 의심스럽고 진위 논란도 있지만 간과하기 힘든 대목들이 적잖다. 예상대로 볼턴은 애초 싱가포르 회담 자체가 불발되기를 ‘희망’했고 하노이 회담이 불가피해지자 ‘절망’했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주문대로 핵 이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며 북한에 허들을 높인 사실도 자랑스레 적어놓았다. 트럼프는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바람에 회담을 망쳤다’고 트위트를 날렸으나 여러 정황상 그 역시 이벤트 이상의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했는지 의문이다. 하노이 회담 때도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 보느라 밤을 새우고, 이를 덮는 데 협상 타결과 결렬 중 어떤 게 ‘더 큰 기사가 될지’ 궁금해했다는 대목도 등장한다. 사실이라면, 한반도 운명이 걸린 협상을 초조하게 지켜봤던 우리로서는 분노할 만한, 참담한 장면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원로들과 만나 북핵 협상에 대해 미국에선 ‘대통령이 하려 해도 참모들이 반대하니 안 되더라’고 말한 모양이다. 그런데 참모만 문제가 아니다. 고인이 된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는 ‘군산복합체와 이들의 지원을 받는 보수적 학자들, 보수파 의원들’을 ‘한반도 평화를 반기지 않는 비토세력’(<중앙일보> 2018년 4월10일치 ‘시론’)으로 꼽은 적이 있다. 박한식 미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또 무기 구매를 종용·강요하기 위해 북한을 악마화하고 있다(<한겨레> 2020년 6월8일치 ‘평화에 미치다’)고 분석했다. 이런 구조와 세력이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내부 사정뿐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관심을 끌었을지는 몰라도 위험한 도박이다. 당장 한국 상황을 보자. <노동신문> 담화문에 등장하는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은 우리 국민에게 불과 1년 전까지 정상회담 때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던 그 김여정이 아니다. 난폭하고 패륜적인 ‘말폭탄’을 앞세운 생경한 ‘김여정’의 등장은 ‘주적’으로 대치해온 냉전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어렵게 협상을 이끌어온 민족화해·평화 세력 입지는 쪼그라들고 그간의 회담·합의를 ‘위장평화쇼’로 매도해온 ‘적대적 공존’의 냉전 세력은 기가 살았다. ‘3일만 참자’는 선제타격론이나 전술핵 도입 등 비현실적인 주장을 펴던 이들이 “거봐라. 내 말 맞지” 하고 있다.
볼턴 회고록은 툭하면 ‘한국 정부 과속에 미국이 분노한다’며 미국에 발맞추라고 정부 발목 잡던 수구보수 언론·야당에도 성찰을 요구한다. 한반도 평화는 ‘트럼프-볼턴’ 패거리의 안중에 없는 게 드러났는데도 ‘동맹’ ‘동맹’ 하며 미국만 따르자는 건 볼턴 편에 서자는 얘기다. ‘폭파’ 이후 수구보수 언론들은 ‘인내’ 표현까지 꼬투리 잡아 ‘환상에서 벗어나라’며 대통령을 성토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시절 북한이 대북전단용 풍선에 고사총을 쐈을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북한과 마주 앉아 합의를 일궈내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긴 호흡으로 남북 대화를 이어갈 원칙과 분명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조선일보> 2014년 10월16일치 사설)고 조언했다. 때로 응징이 필요해도 결국 ‘인내’와 ‘대화’ 외엔 방법이 없음을 이들도 잘 안다. 그런데도 정권 따라 말을 바꾸니 언론이 욕먹고 기레기 소리 듣는 것이다.
정부는 좀더 적극적으로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한다. 북한 역시 선을 넘으면 안 된다. 그래야 남북이 좀더 주도적으로 나설 돌파구가 열린다. 트럼프나 볼턴 수준의 인물들에게 우리 운명을 통째로 맡겨서야 되겠는가.
김이택 대기자 ri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04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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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0년 6월 22일 오전 3:47 ·
Bolton, The room where it happened, ch4.
0. 볼턴이 매파라는 건 익히 알았지만 그의 논문을 본 적이 없어서.. 뭐.. 그러려니 했다. 다만 “부시가 얼마나 예뻐 했으면 상원의 휴원 기간에 유엔대사로 임명하고, 개원과 더불어 인준을 받지 못할 것이기에 사임하는 해프닝을 벌였을까?”(이건 드라마 “종이로 지어진 집”에서 미국 대통령이 자기 처를 임명할 때 이용한 수법..) 정도의 흥미...
0.1. 현역 중 내가 생각하는 미국 최고의 나쁜 놈(전략가)은 죌릭(Zoelik, R)이었는데 그는 실로 실력이 있다. 이에 비하면 볼턴은 그냥 꽝이다.
1. 만일 내가 절대 권력의 사법부라서 그의 책 출간 여부를 가린다면, “불가”라는 판결을 내릴텐데, 그 이유는 국가안보 상의 기밀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얼마나 수준 낮은 나라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2. 한반도 관련해서는 11장이 더 있고(하노이 회담 결렬의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 더욱 흥미로울 터), 10장의 중국도 봐야겠지만 4장만 봐도...
2.1. 이들은(그의 책에선 폼페오와 켈리도 거의 100% 같은 편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무조건 미국의 “양보”(concession)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테고, 특히 대통령이 만나는 건 사력을 다해서 막아야 한다.
2.2.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화당 정부에서 계속 기용된 걸 보면 분명히 인정받는 구석이 있을 테고, 외교 전문가임에 틀림없을 텐데... 일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에게 핵을 계속 보유하라고 유혹하는, 아니 강요하는 나라로 묘사된다(그런 메모를 만들어서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대화 형식을 빌어서 “석유 대주고 다 할 테니 핵을 보유해라. 얼마 안 있으면 남한이 네 품에 안길 거다..” 하하 이게 말이 되는가? 시진핑한테 핵을 보유한 김정은은 얼마나 골치 아픈 존재일까? 볼턴 같은 자가 동아시아에 개입하는 빌미가 되는 북핵을 정말 시진핑이 지지할까? 왜?? 그냥 나쁜 나라(놈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2.2.1. 반면 트럼프는 중국의 도움 없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 그는 미중 무역전쟁을 빨리 끝내고 나서 시진핑이 북의 비핵화를 돕도록 요청하려고 한다. (바이러스 때문에 더욱 마찰이 심해졌으니 이 도움은 불가능해졌을 텐데...)
2.3. 트럼프는 여러번 공언했지만 정말로 합동군사훈련(전쟁 놀음)을 쓸데 없이 돈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미군도 줄이고 싶어한다. 볼턴과 폼페오, 그리고 매티스가 목숨 걸고 반대한다. 그들의 합리화는 “유사 시의 준비성은 반복되는 훈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신참과 신무기는 지속적인 훈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2.4. 이건 확인해 봐야 할 사안. 싱가포르 회담이 볼턴과 폼페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끝나고 폼페오와 김영철이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폼페오는 비핵화 확률은 제로라고 확신한다.
확인하고 싶은 것은 김영철이 “비핵화를 한 후에 비로소 검증(verification)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 폼페오와의 협상이 깨졌다는 주장. 먼저 ‘신고(declaration)’을 해야 미국의 기존 지식과 비교할 수 있을 텐데..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를 하고 나서 검증을 한다면, 이 비교가 불가능하므로 미국이 받아 들일 수 없었다는 것...
전문가들께.. @정욱식 북한이 이런 주장을 했고, 그 때문에 싱가포르 회담 이후의 발전이 없었다는 이 주장은 그럴 듯 한 건가요?
3. 볼턴은 마구 깎아내리기 위해 썼겠지만, 즉흥적이고 이기적인 트럼프만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전문가들인 볼턴, 폼페오, 매티스는 정말 황당하다. 이건 리버럴 헤게모니 학자들과도 딴 판인데.. 정말 한심하다.
4. 트럼프도 고생이지만 이런 놈들과 협상한 우리 외교팀, 특히 생각 있는 분들은 정말 고생하셨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니ㅠㅠ
4.1. 미국의 외교 안보 수준이 정말 이 정도인가? 의심스럽다. 볼턴이 트럼프를 엿먹이겠다는 의도는 역력한데, 더불어서 자신과 동료들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폭로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텐데...
4.2. 김대중-임동원이 클린턴(부시)-페리를 설득해서 페리프로세스(페리 스스로는 “임동원 프로세스”라고 불렀다)를 실행하도록 한 건, 이런 미국 상황에 비춰 기적에 가깝다.
4.3. 아.. 하나 더... 볼턴이 여러 번 반복하는 얘기. 미국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문재인은 '통일'이라는 독자의 전략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둘은 서로 다르다는 주장... 통일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의문이지만(궁극적으론 그렇다 해도 지금은 평화공존이다), 그래서 문정부는 "비핵화"를 부차적으로 생각한다? 이것도 사실이 아닌 듯...
트럼프가 절대로 하면 안 될 일 중 하나로 볼턴은 "종전 선언"을 꼽는다. 이건 또 왜 이리.... 뭐든.. "진전이 있어 보이면 안 된다" 빼곤 설명할 길이 별로 없다.
어쨌든 볼턴 등에겐(실은 미국 정치가들 대부분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5. 11장이 더 중요하다! 하노이 무산의 원인이 튀어 나올지도 모르니... 내 논문에도 조금은..
6.
2020년 6월 22일 오전 11:53 ·
Bolton, The room where it happened, ch11.
1. 11장은 하노이 협상이 무산된 과정을 보여준다.
1.1. 하노이 협상은 시작하기 전에 이미 깨졌다. 볼턴에 따르면 폼페오와 함께 준비한 세 번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트럼프는 빅딜, 스몰딜, 무산(walk away) 중 walk away도 승리의 일종이며(또 트펌프는 “차이기 전에 찬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선택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1.2. 트럼프는 스몰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국 무산을 택했다(여기에는 탄핵 과정이 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2.1. 볼턴은 “북한과의 외교라면 남한이 북한을 먹는 것 뿐”이며 “그들 간의 전쟁은 미국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밝혔는데, 트럼프가 그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삼아서 대북협상을 맡긴 이유? 누구나 인정하는 매파 중 매파를 앉혀 놓고도 북한과 핵협상을 잘 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볼턴-폼페오-켈리 등의 협공에 밀렸다(오직 비건 만이 예외다)
1.2.2 싱가포르 협상 때 볼턴은 사력을 다해서 트럼프의 실수(=협상 성공=쓸데없는 양보)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반면 하노이 협상 때는 여유가 있다. 하노이에 가기 전에 이미 협상은 무산됐다(트럼프의 언급에도 이렇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1.3. 이제 볼턴이 나갔으니(어떤 과정을 통해서? 책 뒷 부분에 나올 텐데 더 이상 읽기 싫다. 아시는 분?), 이제 일말의 희망이 생긴 걸까?
2. 볼턴(또는 미국 매파)의 협상 원칙 = 무산의 빌미 찾기
2.1. 볼턴은 “행동 대 행동”이 과거 세 정권의 협상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어느 단계에서나 협상을 무산시킬 수 있고, 그 시간 만큼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다.
2.2. 그러므로 CVID(그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가 협상의 전제조건인데, 그 첫 수순은 북한의 포괄적 기본 신고(basic declaration)이다. 미국의 기존 정보와 비교해서 속였다면 협상은 끝이다.
즉, 볼턴(과 폼페오)은 북한이 핵 및 생화학 무기의 소재와 양 등을 상세하게 밝힌 문서를 제출해야 협상 시작이라는 것이다.
2.2.1. 그 이상의 내용은 안 나오지만, 다른 과정, 예컨대 검증과정에서 북한의 속임수가 드러나도 협상은 끝이다. 즉 "행동 대 행동"에서 북한이 협상 (무산)의 주도권을 쥔다면, 이 게임 룰에선 미국이 언제나 협상을 무산시킬 수 있다.
2.2.2. "비핵화"의 룰이 핵심 쟁점인데, 미국은 이 첫번째 요구를 했을 뿐 그 룰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하지 않았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2.3.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했는데, 볼턴은(트럼프도) 그에 대한 답을 찾은 적도 없다.
2.4. 즉 볼턴과 (좀 나은 거 같지만) 폼페오 등이 이런 원칙을 고수하는 한, 그리고 트럼프가 지지하는 한, 협상의 성공이란 사실 불가능하다.
2.4.1. 우리 정부는 과연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북한은?? 그런데도 협상에 목을 매단 이유는???
2.4.2.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 폐기 대 2016년 이후 제제의 해제” 하나의 옵션만 가지고 하노이에 간 이유? 이 책에 따르면 오직 트럼프의 결단 만이 이 스몰딜을 성공시킬 수 있었는데, 문정부는 이 옵션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북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걸까?
3. (사실과 상관없이) 청와대가 이 책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나온다.
3.1.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아젠다를 위해 사력을 다 하고, 어떻게든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3자 협상으로 확대하고(하노이 협상 때 연이은 협상을 원했다고), 또 양 쪽이 다 싫어하는 데도 끼고 싶어했다(판문점 조우 때).
3.2. 이 주장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앞으로 2년 극적으로 핵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ㅠㅠ), 미군 주둔 비용 등 다른 사안도 겹쳐 있는 만큼 “할 말은 하는 외교”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4. 다른 포스팅에 말했지만 이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북한의 핵보유 – MAD에 의한 평화 – 대중 포위를 위한 미군의 전진배치”로 정해졌다.
4.1. 바이든이 집권해도 이 기조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4.1.1. 북핵협상에 대한 태도가 대중국 전략과 연관되어 있는 한, 민주당 정권도 위 상황 = 현상유지를 택할 것이다.
4.2. 대안은 “한반도 비핵지대화 – 한반도 중립화와 집단 안전보장에 의한 평화 – 주한 미군의 일부 철수 등 한미동맹의 후퇴”이다.
4.2.1. 이 방향에서 전체의 정책기조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차기 정부가 더 장기젂인 시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은 이 기조에 대 찬성일 것이다.
4.2.2. 김정은의 제1목표는 경제발전이고, 중국이 아무리 구멍을 열어 준다고 해도 현재의 국제제재 하에서의 발전은 한계가 있다. 즉 북한은 언제든 협상에 나설 유인을 지니고 있다.
4.3. 현재론 미국 반대로 불가능한 대안이지만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더불어 미국의 대전략 논쟁에서 ‘후퇴’가 우세해지고 있다.
4.3.1. 특히 달러의 지위가 흔들린다면 이 대안은 갑자기 힘을 얻을 수 있다.
5. 김대중-임동원은 어떻게 페리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했을까? 물론 상대의 성격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우리 쪽의 전략이나 전술 면도 잘 살펴 봐야겠다.
7.
2020년 6월 23일 오후 4:31 ·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 보니 볼턴은 작년 9월 10일 사임했다고(트럼프는 해고라고 주장).. 마지막까지 아웅다웅...
뉴욕타임즈는 이란, 북한, 그리고 당시의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외교정책에서의 근본적 차이 때문이라고..
뭐.. 트럼프는 뭔가 단기적 이익만 얻을 수 있다면 deal과 victory를 선언하고 싶은데, 매파 중 매파인 볼턴은 모든 협상을 무산시키고 폐기하려 했을 테니까....
음.. 볼턴이 없었으면 하노이 스몰딜이 이뤄졌을 거라는 가설도 가능? 애구.. 엄청난 의미를 지닐 역사가 이렇게 한 놈 때문에 바뀔 수도 있는 건가??
지금 중국 보고 있는데, 보는 시각은 비슷한데 처리 방법은 완전히 다름... 트럼프는 중국 기업을 공격하다가 시진핑하고 전화해서 살려주고 대신 농산물 수입을 얻어내는 방식... 당연히 볼턴은 중국과의 전면전 주장!
하하하 전략도, 전술도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미국 외교전략.. 개판!!! 아니면 오바마 때처럼 "전략적 인내", 만만하면 군사작전...
미국은 망했다...
8.
2020년 6월 23일 오후 10:08 ·
내가 우석훈이라면 "당인리"에 이어 "하노이"를 쓰겠다.
등장 인물 빵빵하고, 성격도 매우 유별나다.
- 왜 트럼프는 내심 "WALK OUT"을 두었으면서 회담을 연기하지 않고 하노이에 갔을까?
*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싱가포르를 가서 victory를 선언했던 기억... 밑져야 본전인데 혹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게 빅딜도 얘기하지 않았을까?
- 왜 김정은은 "영변핵시설 폐기 vs 2017년 이후 제재의 해제"라는 하나의 옵션만 가지고 갔을까?
* 북한은 이 협상이 어렵다는 걸 알았을 텐데, 왜 북한답지 않게 "결렬"의 근거를 만들지 않고 갔을까? 문정부를 믿어서?
- 왜 하노이 이후에 문정부는 북한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동을 해야 했을까?
* 트럼프도 정말로 싫어하는 한미연합작전을 왜, 외교적 노력 없이 그냥 해야 했을까? (규모를 줄이거나 북한에 양해를 구했을 수 있겠다)
* 왜 국방 예산을 확 늘려서 미국 무기를 사들일까?
* 트럼프의 지론이라고는 하지만 왜 10배 이상 달라는 미군 주둔비용 협상에서 끌려 다닐까?
- 또 왜, 문정부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한일관계를 대중에게 맡겨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 돌파구가 아니었을까? 물론 외교를 이렇게 하면 안 되지만...
* 그게 결과적으로 180석을 얻었지만, 국내 정치, 시민사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지 방향도 잡기 어렵지만, 동원할 사람들도 적어졌다.
- 청와대에는 이 모든 상황을 읽을만한 사람도 존재하고, 각각 조연들도 존재하고, 볼턴 자서전 덕에 미국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대충 알 수 있고...
- 각각 백악관, 청와대, 김궁전(음.. 이건 상상 필요) 모두 등장하는 세계적 대하소설? 어때요??
* 그리고 이 사건은 미중 대립 상황에서 하나의 변곡점으로 나중에 평가받을 지도 모른다.
- 논문이 안될 거 같으니까, 소설을 써야 하나 싶은데, 능력은 없고...
9.
2020년 6월 23일
https://firenzedt.com/?p=7519
대체로 이런 흐름... 볼턴 회고록(“사건의 현장, 백악관”)을 참조하여 유추하면 이 정도가 아니었을까?
이 부분은 희망사항... (그러면 당장 좀 나아질텐데...)
“(트럼프는) 어떻게든 현상 타파를 위한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미국 상황이 그런 시도를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볼턴이 방해했던 온건파의 비건 식 스몰딜, ‘행동 대 행동’ 방식을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트럼프로서도 볼턴은 이미 자기 곁을 떠났고, 게다가 ‘볼턴 회고록’이 자신에게 덮어씌울 부정적 영향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그의 반대 때문에 실패했던 북미협상을 비건 식으로 되살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 하지만 북한도 트럼프 재선에 베팅하지 않을 거 같고, 트럼프가 북핵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을 만한 여력도 없을 듯. 차라리 바이든 국무부 장관 후보를 찾아 원래 국무부 안 = 스몰딜 = 문정부안의 실행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나을 듯....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 여야를 떠나 미국 정치 주류는 “북 핵보유(묵인)-미군 전진배치-공포의 균형”을 택했고, 트럼프가 예외적 존재... 샌더스가 “미국 후퇴&평화주의”로 우리한테 제일 유리한 후보였고...
- 불행하지만 전체 그림은 중-미 갈등의 봉합선에 따라 결정될 듯... 우리가 이 흐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남북은 물론 아세안을 포함하는 “제3지대”=비핵 중립 세력을 만들어야... 이건 여태 시도한 적 없는 큰 그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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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2일
[한승동 칼럼] 볼턴 회고록과 트럼프의 속셈, 그리고 북이 남의 뺨을 세게 때린 까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2018년 4월~2019년 9월)을 지낸 존 볼턴(John Bolton)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사진)을 훑어보다가 몇 가지 흥미로운 생각을 떠올렸다.
이번 주에 출간 예정인 회고록 가운데, 특히 그가 따로 하나의 장(章)을 할애해 자세히 다룬 ‘하노이회담’에서 ‘판문점회담’까지의 미국과 남북한, 그리고 일본의 움직임, 저자의 평가 등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하노이회담이 성사됐다면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궤도를 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선 세력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존 볼턴이다. 일본 아베 정권도 적극 가담했다. 볼턴 스스로 그것을 회고록에서 자랑스레 떠벌인다. 이는 최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이례적인 대남 비난 담화문으로 촉발된 남북 간의 대립·긴장 사태와도 연결돼 있다.
볼턴의 회고록을 토대로 우리 나름의 시각에서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비건의 국무부 협상안을 폐기시킨 볼턴
먼저,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했던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방식의 북한 비핵화방안은 합의될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고 있던 스티브 비건(Steve Biegun) 부장관이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국장을 지낸 앨리슨 후커(Allison Hooker)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리려고 작성한 대북 협상안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대북제재 부분 해제’를 골자로 한 것이었다. 만일 그것이 수용돼 합의내용으로 발표됐다면, 김정은이 가장 갈망했던 경제제재 완화, 경제난 해소로 이어졌을 수 있고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지금과는 전혀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와 북한이 함께 준비했던 그 협상안이 하노이 회담 직전에 폐기됐다. 거기에 볼턴이 앞장섰다. 그의 회고록은 그런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데, 저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왜곡이나 과장, 생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명(實名)들을 거론한 그의 직설적인 주장들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결정되는지 날것으로 보여준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부터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활약한 볼턴은 비건과 후커가 작성하고 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Pompeo) 국무장관이 승인한 협상안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방식과 다를 바 없는, “마치 북이 작성한 듯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NSC와 국방부 등의 우익인사들을 총동원해 폐기시키고 말았다. 그들이 누구인지 볼턴은 구체적으로 지명한다.
볼턴과 보수우익의 끈질긴 폐기 공작
예컨대 하노이회담 보름 전인 2019년 2월 12일 북미정상회담에 대비한 제1차 브리핑(the first Hanoi prep session)이 백악관 웨스트윙의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열렸다. 상황실 회의에는 NSC 참모들이 운영하는데, 참석자는 대통령과 주요 참모진들로, 국가안보보좌관, 국토안보부 보좌관,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포함된다.
회의 초반에 역대 대통령들의 대북협상 관련 행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필름이 상영됐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가 등장했고 2018년 6월의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의 행적, 그리고 북이 어떻게 여전히 미국을 속이고 있는지(deceiving)를 보여준다.
말미엔 미국 보수우익의 우상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해 19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레이캬비크(Reykjavik, 아이슬란드 수도)에서 핵군축회담을 벌일 때의 협상전략을 얘기한다. 협상 초기에 레이건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는데, 그것이 결국 회담 성공의 관건이 됐다는 얘기.
이런 필름을 보여준 NSC 참모들의 의도는 뻔했다. 대통령에게 북한과 합의하려는 국무부 안(案)을 거부하라는 것이고, 필요하면 회담장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오라는 얘기다.
두 번째 브리핑은 그 사흘 뒤인 2월 15일 열렸다. 북의 호전적인 전쟁게임을 발췌 편집한 필름이 상영됐다.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하고 있었는데 북은 여전히 그 지경이라는 걸 대비시키면서, 국무부 식의 자잘한 협상(small deal)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고, 북의 완전한 핵 해체 선언(complete denuclearization, full baseline declaration)을 이끌어내는 빅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때 볼턴이 끌어들인 우익인사들이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합참의장 조지프 던포드(Joseph Dunford)를 비롯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가 금방 그만두었던 패트릭 섀너헌(Patrick Shanahan) 당시 국방차관, 공화당 강경우파 믹 멀배니(Mick Mulvany) 의원, 반(反)이민에 앞장선 트럼프의 극우 정책보좌관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국가안보 부보좌관 찰스 쿠퍼먼Charles Kupperman, 그리고 마이클 펜스(Michael Pence) 부통령 등이었다. 비건 등 국무부 온건파들로선 중과부적이었다.
제3차 브리핑은 21일 열렸고, 그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베는 김정은이 들고 나올지 모를 ‘와일드 카드’ 대비책도 세워둬야 한다면서, 좌우간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회담 사흘 전인 2월 24일 하노이로 떠난 볼턴은 재급유를 위해 기착한 앵커리지에서 비건과 후커가 작성한 북미선언(US-North Korea statement) 초안을 받아들고는, ‘마치 북한이 작성한 것 같다’며 그것을 용인한 폼페이오에 대해 화를 내면서 에어포스 원에 트럼프와 동승한 멀배니, 밀러 등과 연락했고,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뒤집기 공작’을 벌였다.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결렬이냐
하노이회담 이틀 전인 2월 25일, 트럼프는 마침내 협상안을 ▲빅딜(big deal) ▲스몰딜(small deal) ▲회담장 나가버리기(walk away) 세 가지로 정리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빅딜은 김정은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없을 테니 불가능한 안이고, 스몰딜은 대북 제재만 약화시키고 미국에겐 실익이 없다고 했다.
결국 회담장 나가기, 즉 결렬을 선택한 것인데, 여기에는 그의 개인 변호사들 중 한 명으로 하원 청문회장에 나가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작정이던 마이클 코언(Michael Cohen)의 발언과 언론 관련 보도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는 하노이회담 일정과 겹친 코언의 증언과 언론 보도에 온통 신경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것은 볼턴이 보기에도 사적 이해와 국가적 이해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심한 행위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세 번째 안, 즉 회담장 박차고 나가기로 작심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트럼프로선 코언의 증언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가라앉히려면 매우 극적(dramatic)이거나 예상 밖의(unexpected) 일이 터져 주면 좋을 텐데, 강경우파 볼턴의 생각으론 트럼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 즉 결렬시키는 게 그 답이라고 생각했다. 트럼프 자신도 더 큰(bigger)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결렬을 택했다.
예컨대 북의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방식에 가까운, 영변 핵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스몰딜에 대해 트럼프는 그것이 북에게 시급한 경제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뿐 미국에겐 별 이득이 없고, 영변을 폐기하더라도 다른 핵시설들이 있어 소용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만일 스몰딜에 합의할 경우, 국내에서 쏟아질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들의 비판·비난 폭탄도 그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아쉽지만 더 안전한 카드를 그는 택했을 수 있다. 폼페이오도 결국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회담은 다음에 또 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결정에 동조했다.
이게 볼턴이 밝힌 하노이 회담 결렬의 또 다른 뒷얘기다.
하노이회담 결렬 4개월 뒤 열렸던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회동 이후 다시 비건의 스몰딜 방안이 부활 조짐을 보이자, 볼턴은 이를 서둘러 고사시키고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우익들이 바라마지 않는 대북 강경책을 되살리는 데에 앞장섰다.
남측 정부에 기댔던 김정은의 좌절
두 번째는, 하노이회담 당시 북한이 준비해 간 협상안이 그렇게 폐기되면서, 오늘날 위기로 반전되며 폭발한 남북 간 긴장의 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의 북측 협상안은 비건과 후커가 작성한 미 국무부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북측과 국무부의 그런 의견접근에는 양국을 오가며 회담을 주선한 한국 정부의 역할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어쩌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회담장에 극적으로 이끌어낸 한국 정부의 제안, 즉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 맞교환이라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이 미국의 동의를 얻어 사실상 거의 확정된 것으로 믿고 회담장에 나갔을 수 있다.
회담이 끝난 뒤 확인된 것이지만, 당시 김 위원장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도 없이 트럼프를 만났다. 합의될 것이라 확신했고, 그만큼 한국 정부를 믿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그 믿음이 무너졌다면?
북이 남을 세게 때린 이유?
세 번째, 결국 회담은 결렬됐고,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김정은은 크게 낙망했다. 북한 내 정치적 입지, 즉 최고존엄의 위상까지 흔들렸을지 모른다.
그해 6월 30일의 남북미 3개국 정상들의 판문점회동에도 불구하고 북이 갈망했던 대북제재 완화 내지 해제는 불발로 끝났으며, 남북철도 연결이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조차 미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말잔치는 요란했지만 실제로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 코로나19 재난으로 대외교역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북의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됐고, 미국의 반대를 뚫지 못한 한국 정부의 한계 속에 아무런 변화 없이 이대로 계속 갈 경우 경제적 파산상태를 지나 자멸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지 않았을까.
북은 어떻게든 현상을 깨뜨릴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상당 기간 준비해온 끝에 발표한 김여정 담화와 그 후속조치들이 아닐까. 한국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과 분노(‘분노의 표시’가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로 바뀌면서, 그것을 코로나19 재난으로 위기에 봉착한 트럼프 재선 가도에서 그의 관심을 다시 북미관계 변수로 돌리려는 회심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만일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어떻게든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상황에 처했다면, 지금이 미국을 겨냥해 신호를 보낼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대처 실패로 인한 대규모 인명 손실에다 인종차별로 인한 대규모 시위사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경제위기까지 가중돼, 그토록 자신했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만일 또 다른 반전의 카드가 절실해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판단한다면, 뭔가 반전효과를 낼 묘수를 찾지 않을까. 북핵 카드는 이전까지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조그만 가능성에도 눈을 돌려야 할지 모를 트럼프의 위기가 북측에는 호재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만만한 남(南)을 호되게 후려쳐서 한반도 위기상황을 조성한 뒤 미국의 관심, 트럼프의 관심을 끌고, 그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시도하려 하지 않았을까.
민주당 쪽과는 아예 코드가 맞지 않는 북한의 그런 시도가 트럼프 재선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북으로선 먼저 민주당 집권을 막아서 좋고, 나아가 트럼프 2기 정부와의 더 유리한 딜(deal)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현상 타파를 위한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미국 상황이 그런 시도를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볼턴이 방해했던 온건파의 비건 식 스몰딜, ‘행동 대 행동’ 방식을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트럼프로서도 볼턴은 이미 자기 곁을 떠났고, 게다가 ‘볼턴 회고록’이 자신에게 덮어씌울 부정적 영향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그의 반대 때문에 실패했던 북미협상을 비건 식으로 되살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일본의 끝없는 방해공작이 노리는 것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대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끊임없는 관여와 개입이다. 회고록의 이 한반도 관련 장에서 아베는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초지일관 대북 제재를 해제해선 절대 안 되며, 대북 군사적 압박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일본과 일체가 돼 추진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일본을 위한 정책일 수 있다. 말하자면 미국은 철저히 일본 편이다. 회고록에서 저자 볼턴은 이런 기막힌 말까지 한다.
“문(대통령)은 역사가 한일관계의 장래에 방해물이 돼서는 안 되는데, 일본이 이따금 역사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물론 역사문제를 제기하는 건 일본이 아니라 문이다. 그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 내 생각엔 다른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처럼 문은 내정(內政)의 어려움에 처할 때 일본을 쟁점으로 삼으려 애썼다.”
미국 우익들은 일본 우익들의 황당한 역사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징용공)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 판결을 내린 한국 대법원과 그 판결 이행작업, 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 쪽의 맞대응을 부정적으로 보는 게 그렇다.
볼턴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국내정치 문제에서 난관에 봉착한 한국 정치인들이 여론의 관심을 일본으로 돌리려는 간교한 정치공작일 수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들에 비춰볼 때 볼턴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보수주류 대부분이 그런 시각일 거라고 판단된다.
지난해 말 한일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가 가까워졌을 때 동아시아로 날아와 한국의 종료 결정을 뒤집은 것도 볼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과 전쟁을 하게 될 경우 한국이 일본과 협력해서 함께 싸울 수 있는지 물었다. 그들에게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필요한, 미국의 지휘를 받는 한일의 통합된 군사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과 합동군사훈련을 할 수 있고 함께 싸울 수도 있지만, 일본군이 한국 영토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고 볼턴은 썼다. 대답을 잘못했다가는 목이 달아날지도 모를 전근대 주종관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하는 잔인한 문답이다.
심지어 볼턴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판결과 그 이행작업을 ‘1965년 한일협정을 무너뜨리려는 문 대통령의 계획적인 도발’이라 주장하는 일본 쪽 주장에 동조하는 듯하다.
아베 신조가 징용공 배상판결을 한일협정, 국제법을 위반한 거라며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공격하는 것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볼턴의 회고록은 시사한다.
그것은 북한 때문이다. 1952년에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미일 안보조약을 근거로 한 1965년 한일협정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기하지 않았고, 그것을 이유로 한국에 배상도 하지 않았다. 한일협정 체결 당시 일본이 한국에 건넨 돈은 그래서 배상이 아니라 독립축하금 내지 경제협력지원금 명목이었다.
장차 북일관계를 정상화할 때, 한일협정과 유사한 협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협정을 맺을 경우 일본이 져야 할 부담은 엄청나게 커진다. 일본 우익들이 한일협정과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집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장차 북일관계 정상화도 한일관계 정상화(?)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계산에서다.
북 미사일 발사와 분담금 50억달러
그리고 또 한 가지. 북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등 측근들에게 늘 했던 얘기 중의 하나가 “북 미사일 발사로 50억 달러를 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볼턴은 썼다.
트럼프 정권은 일본에 대해 지금 25억 달러인 방위비분담금을 80억 달러로 올리라 요구하고 있고, 한국엔 지금의 10억 달러 수준을 50억 달러로 올리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주한미군 연간 총운영비가 50억 달러다! 말하자면,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으니 그 비용을 다 대라는 얘기다)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 인상안이 한국 쪽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있지만, 북의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결국 받아낼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여정 담화문 발표로 야기된 최근 위기야말로, 적어도 그런 점에선 트럼프 정권이 내심 환호하고 반기지 않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혹시 한국 정부가, 아직 차마 발표는 못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장담대로 이미 그렇게 굽히고 들어간 게 아닐지 걱정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한승동/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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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0년 6월 23일
하노이의 비극(다시 책 확인해야겠지만 귀찮아서 기억으로)
볼턴 회고록 보면 대북 특사 비건 보고서가 두번 나온다. 두번째는 비건이 주도했을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이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볼턴이 이 문서를 무효로 만든다. 국무부 안을 일개 보좌관이? (폼페오 바보? 그가 이 책을 제일 강하게 욕할 만하다)
여기에 “영변 핵시설 vs 2016 이후 제재해제”를 첫 “행동 대 행동”으로 하자는 내용이 담겼던 듯... 이 초안은 먼저 문정부에 제시됐고 이 정도 선이면 좋은 출발이라고 남북이 합의했던 게 아닐까?
북한은 당연히 “속았다” “무능하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중재자 집어치우고 미국한테 가서도 관철시킬 주체적 안을 내 놓으라”고 하는 게 당연...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하노이 이후”,
왜 문정부는 북한과의 약속을 어겼을까? 미국에 항의해서 더 대담한 대북 사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미국 말 더 잘 듣자. 반보라도 앞서 가면 될 일도 안 된다”로 바뀌었을까?
“하노이 이후”에 대한 반성이 이후 인사, 정책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비건과 소통한 하노이 책임자를 문책하고 더 친미적인 인사가 주도권을 잡았다?
외교부는 아베 실책(! 제 생각)이 나오자 옳다꾸나, 반일로 나갔고? 그것도 볼턴에게 혼나서 철회하고 (지소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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