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제2의 새마을운동?


[사설] ‘제2 새마을운동’, 시계 태엽 거꾸로 돌리자는 건가


[세계일보]'제2의 새마을운동'이란 용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튀어나왔다. 자못 복고풍이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농림수산식품부가 2011년부터 추진 중인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 시작된 정부 주도의 농촌 근대화 운동이다. 도시와 기업에 확산돼 국민적 생활·의식 개혁 운동으로 발전했다.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밑바탕이 됐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앞다퉈 수입할 만큼 성공한 한국형 발전모델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새마을운동의 대표 구호인 '잘살아 보세'를 강조하면서 경제 부흥을 역설했다. 당선 인사에서도 "다시 한번 '잘살아 보세' 신화를 만들어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맨주먹으로 일어나 산업화 역정의 터를 닦은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21세기 정부 차원의 구호로 새마을운동이 제시되는 것은 생뚱맞다. 2013년과 1970년대는 전혀 다르다. 40여년 전 한국 농가 인구는 전체의 44% 수준이었다. 농촌의 절대빈곤 탈출과 농어촌 근대화가 절실한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농가 인구가 6%대다. 7분의 1로 준 것이다.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2011년)에 그친다. 이런 인구·산업 구조하에서 옛 운동을 다시 전개해 어떤 편익을 얻을 것인가. 자원배분의 왜곡이나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날로 위축되는 농어촌에 대한 대책과 관심은 물론 필요하다.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따른 농어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농식품부가 힘을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인 깃발을 펴들면서 40년 전의 각오를 되새기는 것까지 어여삐 봐줄 수는 없다. 시계 태엽을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을 자초할 헛구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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