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8일 금요일

부산가톨릭대, 전국중학생독서토론한마당


경연·경쟁 아닌 '독서·토론·글쓰기 체험' 1박2일


- 전국 24개팀 72명 참가… 찬반 토론
- '신념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논제
- 인천 부흥중, 부산 선화여중에 勝
- 에세이 심사·고전학자 초청강연도
- "학교에서도 토론교육 받았으면…"

반대 쪽의 공세는 매서웠다.

"생명은 다른 모든 권리의 기본이자 근원이다. 신념을 가진 '사람'이 있기에 신념도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도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했다. 신념은 주관의 세계인데,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그렇지 않은 정보에는 적대적이거나 인색한 경우가 많다. 특히 사이비종교나 명예살인, 히틀러처럼 잘못된 신념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찬성 쪽의 대응논리도 탄탄했다.

"인간의 목숨은 유한하지만 신념은 몇백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 신념이 희생을 동반하더라도 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행복과 인권을 가져다 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신념은 다른 신념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가톨릭대 로사리오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전국 중학생 독서토론 한마당(주최 부산가톨릭대)의 결승토론 현장. 작가 김훈의 소설 '흑산'에서 가져온 논제 '신념은 목숨보다 중요하다'를 놓고 찬성 쪽 토론자로 지정된 인천 부흥중 '낙서'(樂書·서예빈 한소은 공수빈)팀과 반대토론 역할을 부여받은 부산 선화여중 '우리'(정현희 제나영 신지수)팀의 토론은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 앞에서 뜨겁게 전개됐다.

판정관들은 주어진 판정시간을 넘겨가며 20여 분 심사를 펼친 끝에 "두 팀 모두 훌륭한 토론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 반대팀이 상대적으로 반증의 의무를 치밀한 논리로 끝까지 전개하지 못한 점과 찬성팀이 일관되게 논증을 이어간 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승팀은 인천 부흥중의 '낙서'팀이다"라고 발표했다.

■독서·토론·글쓰기 어우러진 문화한마당

부산가톨릭대는 올해로 3년째 전국중학생독서토론한마당을 1박2일 일정으로 열고 있다. 지난 13일 끝난 제3회 한마당도 1박2일이었다. 한마당 기간 부산가톨릭대는 에세이심사방식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전국 중학교 24개 토론팀(팀당 3명) 72명과 지도교사 24명, 판정관 36명, 행사진행을 맡은 데레사여고와 성모여고 토론동아리 학생 36명 등으로 북적댔다. 부산가톨릭대는 참가자의 숙박과 식사, 진행비용 등을 모두 지원했다.

행사기획과 현장진행을 맡은 경상대사범대 부설중학교 신관수 교사는 "경연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경쟁 자체보다는 독서와 토론, 글쓰기가 어우러지는 문화체험 한마당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서 교사의 설명대로, 참가팀들은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 권의 대상 도서를 읽고 에세이를 써내 심사를 받아야 했다. 1박2일에 걸친 한마당 기간에는 고전학자 고미숙 박사의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초청강연이 있었고 지도교사들은 워크숍을 열었다. 학생들의 어울림마당도 개최됐다.

■"토론교육 받고 싶어요"

첫날인 지난 12일 24개 참가팀은 이 대학 로사리오관 강의실에서 각각 세 번에 걸쳐 리그전 형식으로 예선을 치렀다.

현장에서 만난 부산 토현중 송채연 박지윤 김유림 양은 "준비방법을 잘 몰랐고 준비기간도 짧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서도 "토론준비를 위해 자료를 찾으면서 배운 게 참 많았다. 학교에서도 이런 토론교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운영위원인 대양전자정보고 서형오 교사는 "수년 동안 학교에서 토론교육을 하면서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들이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논리를 세워 토론하면서 바람직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의견은 지난 12일 열린 지도교사 워크숍에서 대다수 교사들이 밝혔다. 판정관으로 참가한 국문학자 이순욱 박사도 "중학생이어서 설익은 데도 있었지만 이 같은 토론의 경험 자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진행방식의 고민도 있다. 서형오 교사는 "지금의 방식은 논제를 미리 정하고 참가팀에 각각 찬성과 반대의 역할을 부여해 토론을 진행한다. 이 경우 중학생들이 원래 갖고 있던 생각과 상관없이 해당 주제에 대한 찬반 논리를 현장에서 세워야하므로 어려운 점이 있다. 개선방안을 연구 중이다"라고 밝혔다.

부산가톨릭대 원성현 입학홍보처장은 "자라나는 꿈나무인 중학생들이 독특한 형태의 이 한마당을 통해 커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 교육에 보탬이 되는 행사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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