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9일 토요일

박창식, 언어프레임,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전쟁, 삶으로서의 은유, 인지언어학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6462.html

2014년 11월 27일, 한겨레, 박창식 기자 칼럼

등록 : 2014.11.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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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낙태를 반대하는 사회운동가들은 자신의 입장을 친생명(pro-life)이라고 홍보했다. 강력한 언어 선택이다. 생명과 친하며 생명을 지킨다는 대의명분에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선택권 우선(pro-choice)이라고 불렀다. 역시 강력한 말의 힘이 느껴진다.
위 사례는 사회운동가들이 자신의 입장을 지지받기 위해 치열한 언어 프레임(틀)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언어 프레임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문제의 세세한 내용보다는 그 문제를 보는 관점과 가치 중심으로 쟁점을 인지한다는 원리 때문이다.
세월호 대참사 국면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언어 프레임 경쟁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밝힌다면 보수 쪽이 다양한 언어 프레임을 훨씬 현란하게 펼쳐보였다. 보수는 초기에 ‘선장과 선원의 책임 프레임’ ‘유병언 비리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었다. <동아일보> 4월18일치 사설, “선장이 제일 먼저 탈출해 젖은 돈 말리고 있었다니”가 대표적이다. <동아> 5월8일치 사설은 “승객의 안전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한 청해진해운의 탐욕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했다.
보수는 ‘전쟁 프레임’까지 동원해 정부의 수습 활동을 긍정평가했다. 한 보수 신문의 칼럼은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적폐를 향한 전쟁 선포였다”고 했다. 전쟁 프레임은 권위주의 동원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보통 쓰인다. 전쟁 시기에는 국가 지도력을 중심으로 결속할 것이 요구된다. 다양한 견해가 분출되어 백가쟁명하는 것은 곤란하다. 전쟁 프레임은 재난 대처 실패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을 구원하는 빛나는 한 수가 되었다.
보수는 ‘정쟁 프레임’과 ‘경제 프레임’도 걸었다. “지금이 세월호 국정조사 놓고 정치다툼 할 때인가” “누가 왜 세월호를 정치 선동에 악용하는가”라는 신문 사설 제목이 그런 예다. “세월호 우울증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돌아갈 때” “소비와 서비스업 활성화로 ‘세월호 충격’ 극복해야”라는 사설도 나왔다.
진보 쪽은 ‘정부 책임론 프레임’과 ‘진실 규명 프레임’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정부가 재난 대응 실패 책임을 모면하려고 시선 돌리기를 꾀하는 상황에서 정부 책임론은 마땅히 제기할 필요가 있다. 진실 규명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진보의 프레임은, 보수의 다채로움과 달리 빈약하고 단순했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긍정적인 가치를 담은 프레임이 강력한 프레임이라고 했다. 가령 자유, 인권, 훌륭한 교육, 안전 등은 긍정적 가치를 담은 강력한 프레임이 된다. 정부의 책임, 진실 규명 등은 그 자체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언어에 가깝다.
세월호 국면에서 보수가 펼쳐 보인 전쟁, 정쟁, 경제 프레임은 공격적이며 나름의 긍정적 가치도 담은 것들이었다. 보수는 긍정의 언어로 강력한 가치 프레임을 구사하는 데 익숙하다. 가령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날, 보수 신문들은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정상성의 회복이라는 프레임을 걸었다.
반면에 진보 쪽은 “세월호법 합의, 진상규명의 출발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상성의 회복과 진상 규명, 두 프레임을 비교해 보시라. 정상성 쪽이 말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세월호 참극의 원인과 책임 소재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 홍보와 달리 국민들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참극에 책임 있는 세력이 교묘한 언술을 써서 심판자 또는 피해자로 둔갑하고 있다. 기울어진 언론 지형과 그릇된 여론몰이 탓이 일단 크다. 하지만 진보의 언어 프레임 빈곤도 마땅히 성찰해야 한다. 진영 다툼이 아니라 진정으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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