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수의 더 느린질주: 장동석, 역사책의 해, 유홍준, 유시민, 한강, 성석제, 정도전, 명량, 창비, 돌베개, 열린책들

2014년 11월 26일 수요일

장동석, 역사책의 해, 유홍준, 유시민, 한강, 성석제, 정도전, 명량, 창비, 돌베개,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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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5일 경향신문 정원식 기자 보도

2014, 역사책의 해 “퇴행하는 사회, 역사를 통해 배우자”: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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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판평론가 장동석씨 올 흐름 분석
ㆍ유홍준·유시민·한강·성석제 등 주목… ‘정도전’ ‘명량’ 바람도 출판계 강타

올해 안방과 스크린은 KBS 대하사극 <정도전>과 영화 <명량>이 점령했다. 출판계에서도 역사가 강세를 보였다. 출판평론가 장동석씨는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최근호에 쓴 글 ‘2014년의 책, 역사를 말하다’에서 “2014년에는 역사를 읽어낸 책들이 풍성했다”며 올해 출판계의 주요 흐름으로 ‘역사’를 꼽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유홍준·유시민·한강·성석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첫손에 꼽힌다. 유홍준 교수는 올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 3권 ‘교토의 역사’와 4권 ‘교토의 명소’를 잇달아 출간했다. 두 책 모두 출간과 동시에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단순한 여행서와는 달리 해박한 역사 지식과 역사를 보는 안목이 책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답사기 분야에서 유홍준 교수의 힘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정치인에서 저술가로 돌아온 유시민씨의 <나의 한국현대사>(돌베개)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저자의 주관적 관점이 강한 책이다. 유씨는 “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며 객관성보다는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사실들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출간 직후 한국출판인회의 종합베스트셀러 4위에 오른 이 책은 그가 출판계의 검증된 스타 필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소설에서도 역사가 돋보였다. 한강씨의 <소년이 온다>(창비)와 성석제씨의 <투명인간>(창비)이 대표적이다. 두 소설 모두 해당 작가들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내밀한 문체로 담담하게 엮었다. <투명인간>은 평범한 소시민 김만수와 그의 가족들의 삶이 산업화의 거센 물결 앞에서 뒤틀리고 쪼개지는 과정을 그려냈다.

지난해 출간됐지만 올해 영화 개봉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으며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재진입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도 역사를 다룬 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장동석씨는 “100세 노인의 허무맹랑한 과거사 자랑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틀거리 안에서 세계사를 엮어내며 무한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봤다. <정도전>과 <명량> 관련 책들은 드라마와 스크린의 위력에 힘입어 무수히 쏟아졌다. 신간은 물론이고 1990년대에 출간된 책이나 심지어 1960년대에 나온 책이 재출간된 경우도 있었다.

장씨는 “우리는 어제의 일을 거울삼아 모두가 동의하는 오늘의 규범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일을 열어간다”며 “전반적으로 사회가 퇴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역사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이런 경향으로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