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일 금요일

뿌리 뻗는 「양서 읽기」 운동|양서 협동 조합 이모저모 / 중앙일보 1978년 11월 13일자 방인철 기자

[중앙일보] 입력 1978.11.13 

[출처: 중앙일보] 뿌리 뻗는 「양서 읽기」 운동|양서 협동 조합 이모저모


독서 불모의 풍토 속에서 「양서 읽기」를 위한 이용 조합 설립 운동이 젊은 직장인·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식 명칭은 「양서 협동 조합」. 이미 부산에는 지난 4월 부산 양서 판매 이용 협동 조합(이사장 이흥록 변호사)이 발족되었고 대구엔 지난달 대구 양서 협동 조합(대표 박명규)이, 또 서울에도 서울 양서 협동 조합이 12일 하오 5시30분 YMCA 대강당에서 창립 총회를 가졌다.

부산·대구 이어 서울서도 젊은 직장인·학생 150명이 발기|“악서 추방”내걸고 조합원끼리 공동 기금 모아… 출판·판매까지도 구상
부산의 경우 지난해 9월 한 교회에 다니던 청년 10여명이 뜻을 모아 시작, 지금은 3백여 명을 헤아리고 대구는 1백명의 조합 식구를 갖게끔 자랐다.

서울은 창립 준비위원 대표 오균현씨(30·H종합상사 사원)가 지난 5월 부산 협동 조합을「모델」로 서울에서도 뜻 맞는 친구들끼리 해볼 것을 결심, 추진 한지 6개월만에 1백명 가량의 조합원을 모아 창립의 결실을 보게 됐다.


조합의 1차 목적은 어디까지나 양서 보급. 조합원끼리 공동 기금을 출자, 양서를 소개·출판·판매·이용하기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양서를 읽음으로써 가치관의 혁명을 기하고 ▲조합원 상호간의 협동과 신뢰를 도모하여 공동체적인 유대를 강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성인 교육 및 사회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등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임시로 서울 양서 협동 조합 사무실 겸 서점을 꾸민 곳은 신촌역 앞(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0의7). 발기 위원회에서 모은 돈 2백50만원으로 10평 남짓한 2층 방을 전세 내어 쓰고 있다. 여기엔 지난달 26일부터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저녁 두 차례 조합 창립 준비 위원들이 모여 자체 교육을 받아 왔다. 준비위원은 모두 30여명. 오씨 또래의 회사원·대학생·은행원·교사 등 대부분 30대 안팎의 젊은이들이다.


창립 준비위원 부대표 격인 김쾌상(34·기독교 충상지 편집장)씨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경쟁이 아닌 협동의 원리』를 익힌다면서 『합동은 자본보다 더욱 큰 부를 만들어 내고 인간 개조, 구조 개혁, 기술 혁신을 함께 해결하는 미래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 동안 대표 오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합 설립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도 많이 썼다고 한다. 월급의 절반을 떼어 협동조합의 정신을 익히기 위해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는 것에서부터, 뜻 있는 친구들을 불러모아 발기 위원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고 자진 조합의 핵이 되도록 하기까지는 『넘겨야 할 고비도 많았다』고 오씨는 돌이킨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입금 2천원과 1좌(1천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들의 당면 과제는 서울 중심지에 조합 활동의 창구격인 서점(양서의 집)을 내는 것.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여 중간 「마진」을 없애고 싼값에 양서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의 도서 정찰제 실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어 조합원들의 이용고에 따라 이윤을 배당, 돌려주는 방식을 취하겠다고 오씨는 말한다.


또 이들은 도서 선정 위원회를 두고 양서를 엄정하게 선별하는 작업에 힘써 악서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매월 신간·양서 정보·서평들을 회보에 실어 권위 있는 양서 추천 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조합원은 일단 가입하면 ▲조합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가하고 ▲매월 1권 이상의 출자를 하며 ▲매월 1권 이상의 책을 이용(구입)할 의무를 진다. 이들은 협동조합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남는 이익금을 한 푼 남김없이 재투자하여 자본금과 책을 늘려 갈 방침이다.

규합은 또 순이익금의 20%를 사회 개발비로, 10%를 교육 사업비로 적립하여 조합원 및 일반인을 위한 성인교육에 쓸 것을 정관에 못 박고 있으며 자본금이 늘어남에 따라 ▲직영 출판사 ▲합동 운동 연구소 ▲사회 개발 연구소 ▲성인교육 「센터」 ▲협동 대학 「설립」의 「프로그램」까지 짜 놓았다.


이들의 양서 조합 「캠페인」은 이미 많은 문학계 인사들의 호응을 얻었고 인천·광주 등지에서도 뜻을 같이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와 조합원을 늘려 가고 있다. 이들 인사들을 보면 ▲박완서(소설가) ▲임헌영(문학평론가) ▲윤형두(범우사 대표) ▲소흥렬(이화여대 교수) ▲이효재(동) ▲김용복(동) ▲김정양(연대 교수) ▲김일순(연대 교수) ▲이만열(숙명여대 교수) ▲염무웅(문학평론가) ▲임재경(한국일보 논설위원) ▲김정례(한국여성유권자 연맹회장) ▲조영황(변호사) ▲이재헌(치과의사) 등이다. 【방인철 기자】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496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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