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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일 월요일

북유럽의 학교(중)

'한겨레21'의 시리즈 기사. "북유럽의 학교"라는 기사를 스크랩한다. 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다. 오늘도 가평에 가면서 계속 교육 문제를 논했다. 스크랩하는 순서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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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8.html

 

가장 약한 학생을 지원하라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영재’보다 ‘배려하는 교육’을 내세우는 핀란드,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의 건강한 수업시간

 

“우리나라에 영재교육은 없다. 아주 똑똑한 천재를 키우는 것보다 뒤처진 아이들을 함께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정책이고 원칙이다.”(마리아 타우라 핀란드 미래위원회 위원장)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가장 약한 학생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 의미의 평등과 형평성이 핀란드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평등이란 어떤 지역에 살더라도 동등한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요우니 발리예르비 핀란드 이베스퀼라대학 교수)

»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어린이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식판을 정리하고 있다.

집 같은 분위기, 이주 학생엔 모국어 교육

실제로 그랬다. 우리가 방문한 핀란드종합학교(초·중등학교)에서 이런 핀란드의 교육적 특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헬싱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친환경 학교다. 학생 친화적인 건물을 짓기 위해 디자인 공모전까지 거쳤다는 목조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북유럽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디자인의 핵심 목표는 가정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사투 혼칼라 교장은 설명한다. ‘돌봄과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학교’라는 이 학교의 교육관을 디자인에 반영해달라는 교사들의 요구에 따른 건물이라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부터 9학년까지 모두 420명의 학생들이 있는 이 학교에서 눈에 띄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었다. 학습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외국인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이 학교에선 장애아나 외국인 또는 뒤떨어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핀란드에선 1970년대 이래 장애아와 비장애아 등 모든 차이를 가진 아이들을 통합해 교육하는 게 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인격적 자존감과 학습을 위한 흥미와 동기, 앞서는 학생과 뒤지는 학생 간의 인격적 교류가 교수나 학습의 효율성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교육학적 관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안승문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은 지적한다. 그러나 장애아와 비장애아의 완전한 통합으로 가기까지 아이들의 상황을 섬세하게 살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참관했던 7∼9살 집중장애아들을 위한 수업에는 장애아 10명을 위해 정규교사 1명과 보조교사 2명이 배치돼 있었다. 이 반 아이들은 30분간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블록 쌓기 등 집중훈련에 좋은 놀이를 한다. 장애아를 위한 교실에는 아이들이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도를 낮추기 위해 전등에 가림막을 씌워놓았다. “아이들의 집중도가 향상되면 정규반에 보내기 시작해 점차 수업 시간을 늘려간다”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특수반 담임 교사는 설명했다. 이 반의 미러는 상태가 좋아져 하루 5시간씩 정규반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정규반으로 가는 것은 아이들의 상태를 봐서 교사가 부모와 상의해 결정한다. 특수교육 대상자 역시 교사가 학부모와 협의해 정하지만, 중증 장애가 있는 학생이라면 병원의 진단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에 추가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배려 또한 남달랐다. 8∼9살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한쪽에서 탄자니아 출신인 토미는 모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정신에 따라 핀란드에선 외국계 학생들에게 모국어 수업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일반적으론 각 자치단체 교육청에 등록된 모국어 교사들이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하지만, 학생 수가 아주 적은 경우엔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기도 한다고 혼칼라 교장은 설명했다.

» 핀란드 교육제도

무학년제·집중학습으로 ‘속도 조절’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것은 장애아나 외국인 어린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연령대 정규반 수학 시간. 교실에는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담당 선생님은 일부 뒤처진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이 집중지도를 하러 데리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교실 밖을 나오니 특수교육 담당 선생님이 아이 4명에게 열심히 동전으로 수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뒤처지는 아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니 국제학생평가에서 하위 수준의 성적을 거둔 학생의 비율이 가장 낮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학생들의 처지를 배려하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이유는 교사들에게 주어진 자율성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가 정한 교과과정을 따라야 하지만 학교는 자체 교육 내용을 조직할 자유가 있다”고 혼칼라 교장은 설명한다. 이에 따라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최상의 학습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무학년제도다. 각 학생은 자신의 학습 내용과 학습 속도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다만 그런 선택을 통해 9학년을 마칠 때에는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교사 2~3명이 팀으로 수업

“무학년제도란 핀란드의 발명품이 아니라 이미 1930년대 미국과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모든 아이들은 배울 능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전진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게 이 제도의 철학”이라고 설명한 혼칼라 교장은 핀란드에선 1990년대 이래 이 제도가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무학년제도에 따라 학생들은 각각 개별화된 학습목표를 갖게 되며, 그 목표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부모의 3자 대화에서 결정된다. 교사와 학생은 수시로 합의한 목표에 도달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목표에 미달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학습 방식을 적용하는 등 다시 목표 달성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무학년제의 유연한 학습이 가능하려면 교사들의 협력이 긴요하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에서 우리가 참관한 어느 교실에도 선생님 혼자 있는 곳은 없었다. 늘 두세 사람이 함께 팀을 구성해 가르쳤다. 정규교사 외에 별도로 뽑은 보조교사들이 있지만, 정규교사가 다른 교사의 수업에 보조교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실에는 혼자 뒤처진 아이는 없다. 한 교실 안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수학을 공부하더라도 한쪽에서 탄자니아 출신의 어린이가 모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것 역시 이런 팀 티칭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 학교에서는 팀 티칭을 통한 선생님들 사이의 협력 못지않게 교사와 학생 사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협력을 중시한다. 학습그룹을 서로 도와주는 방식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이 학교가 중시하는 학습 방식이 모둠 수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따라 학습 속도는 빠르기도 하고 늦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함께 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게 교육이다. 우리는 개별 학생이 아닌 모둠을 학습의 기본 단위로 삼는다. 모둠 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배우는 일은 사회화 과정에서도 긴요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혼칼라 교장은 설명했다.

이 학교가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들을 한 건물에 배치한 것도 같은 뜻에서다. 유치원생들은 초등학생들과 함께 지냄으로써 자연스레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되고, 초등학생들은 동생들을 돌보는 등 공동체적 삶을 배우게 된다.

» 산수 과목에서 뒤처진 아이들을 특수교사가 따로 데리고 나와 가르치고 있다.

“선행학습은 금물, 괜히 산만해지죠”

모둠을 중시하는 핀란드에선 선행학습을 금물로 여긴다. 헬싱키에 사는 한국 동포 곽수현씨는 선행학습을 시켰다가 학교에 가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한 동포의 아이를 예로 들었다. “다른 핀란드 아이들은 1시간 걸려 푸는 문제를 5분 안에 다 풀곤 나머지 시간에 친구를 괴롭히고 산만해져 결국 문제학생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 아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모둠의 분위기를 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종합학교의 저학년 단계에선 언어 교육만큼이나 집중력 교육을 중시한다. 집중력이 미래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고 보아서다. 라토카르타노가 집중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특별 배려라 할 만큼 신경을 쏟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집중장애 담당 특수교사는 설명한다. 그런 교육이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핀란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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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7.html

 

대학 가려고 학원 다닌다고?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특화과정·무학년제 통해 전공 선택·대입 대비 스스로 하는 핀란드 인문계 고등학생들

 

엘리나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 인근 소도시 야르벤파에 위치한 야르벤파고등학교 2학년이다. 우리 방문단이 이 학교를 찾았을 때 엘리나는 미술실 한구석에서 데생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한 데생 수준에서도 짐작이 갔지만, 역시 미술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단다. 미술 실기 지도를 받기 위한 사설학원이 있는지 물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뭐냐고 되묻는다. 핀란드에선 사교육이란 말이 그처럼 낯설기 때문이다. 헬싱키에서 8년째 살고 있다는 한국 동포 곽수현씨도 “제가 영어가 부족해 학원을 찾아봤는데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헬싱키 시 당국에서 제공하는 성인학습 과정의 영어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그게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 야르벤파고등학교 미술실에서 만난 엘리나는 미술대학에 가는 데 학교 공부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학교·지역 예술센터에서 미대 준비

엘리나 역시 학교 미술 시간에 배우는 것 이외에, 빈 강의 시간 틈틈이 미술실에 와서 스스로 연마하는 것이 미술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의 주된 방법이다. 더 필요하다면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예술센터 등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야르벤파고등학교가 음악과 미술에 대한 특화과정을 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이처럼 학교마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종합학교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핀란드 내 고등학교 가운데 5곳에 우선순위를 매겨 지원할 수 있다. 각 자치단체 교육위원회는 지원자들의 종합학교 졸업 성적과 지원율 등을 감안해 학생들을 배정한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마다 경쟁률이 다르다. “우리 학교는 인기가 있는 편이어서 경쟁률이 5~6 대 1이 될 정도로 꽤 높다. 2008학년도 우리 학교의 커트라인은 10점 만점에 8.08이었다”고 에스포 소재 포요이스 타비올라고등학교의 토이니 라우타마키 교장은 밝혔다. 에스포에는 10여 개의 고등학교가 있고, 이 학교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도 있단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학교가 성적순으로 서열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각 학교별 특성화 과목 역시 아이들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야르벤파의 음악과 미술처럼 포요이스 타비올라는 드라마와 미디어학이 특성화 과목이어서 이 분야로 진출을 꿈꾸는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라우타마키 교장은 자랑했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가 채택한 무학년제가 고등학교에선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타비올라나 야르벤파 모두 그랬다. “과거에 학급은 30명으로 구성된 항구적인 반이 있었다. 개인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경우에 따라선 다 아는 내용도 함께 들어야 했다. 그러나 무학년제 채택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속도와 목표에 따라 수업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라우타마키 교장은 설명했다.

 

학생들은 의무과목과 선택과목을 조합해 자신의 시간표를 만들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2년에서 4년 사이에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보통 70% 정도는 3년 만에 졸업하고, 4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은 10% 정도, 그리고 2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은 아주 낮아 3~5%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야르벤파고등학교의 유카 오텔린 교감은 말한다. 이러니 학생들은 동료가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하며, 뛰어난 학생은 뛰어난 대로, 좀 늦는 학생은 늦는 대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다. 우리처럼 특수목적고나 수준별 수업 등 모두에게 상처 주는 제도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수월성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 원형 공간을 중심으로 회랑식으로 배치된 야르벤파고등학교 내부 모습.

그렇지만 무학년제로 바뀌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소속감과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는 문제였다. “학생들의 학습목표 관리를 돕는 담임교사제를 운영함과 동시에 학교 단위로서 소속감을 키우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다”고 야르벤파고등학교 앗소 타이팔레 교장은 설명했다. 이 학교 건물 역시 이런 고민의 소산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학급이 없으면 공동체 의식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선생님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면서도 협동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이런 구상에는 교장은 물론 교사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70%는 3년 만에 졸업, 나머지는 2~4년

그래서 학교 가운데 학생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원형 공간(아레나)을 중심으로 두고 거기서 5개의 회랑이 뻗어가도록 건물을 만들었다. 보통 때는 식당으로 사용되는 아레나는 음악·드라마·예술 등의 공연장으로도 변신해 학생들이 공동체의 소속감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된다. 공간이 이렇게 열려 있으니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 역시 활발하다. 수업 외에 음악·예술·스포츠·드라마 등 특별활동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각 회랑은 역사회랑, 과학회랑, 예술회랑 등 전공 과목별로 나뉘어 있어 인접 분야 교사들 사이의 협업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또 각 회랑의 앞쪽에는 컴퓨터 등이 비치돼 있어 수업이 없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인터넷 등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오후 시간에도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학습에 전념하고 있었다. 튜터라는 명패를 달고 우리를 안내한 한넬에게 한국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 지쳐 보이는데 이곳 학생들은 밝아 보인다고 했더니 “공부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궁금한 것을 탐구해 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고 답했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일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시험은 봄·가을에 두 번 치러진다. 학생들은 한 번에 필요한 시험을 다 볼 수도 있고, 3번까지 연달아 나눠 볼 수도 있다. 먼저 본 시험 결과가 흡족하지 않으면 재시험을 볼 수도 있다. 단순히 학생들을 서열화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필요한 실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임을 알 수 있는 제도다. 대학 진학률은 평균 45% 정도지만, 핀란드에선 어떤 수준에서라도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에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헬싱키 거주 한국인 아티스트인 안애경씨는 말한다.

야르벤파·에스포(핀란드)=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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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6.html

 

직업교육은 ‘옴니아’로 통한다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산업지역 에스포의 거대한 직업학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기술 익히는 학교

 

핀란드의 직업교육 역시 남달랐다. 이 나라 최대 기업 노키아가 위치한 산업지역 에스포에는 옴니아란 거대한 직업교육 기관이 있다. 쏟아지는 눈이 북구의 겨울을 실감케 하는 1월 하순, ‘옴니아’라는 명패가 걸린 건물 앞에 도착했다. 대로 건너편에도 옴니아란 이름이 붙은 건물이 여러 채 있는 등 규모가 엄청났다.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서자, 상점이 먼저 눈에 띈다. 모자나 티셔츠, 문방구 등 소품에서 드레스까지 다양하게 전시된 상품은 이 학교 학생들이 만든 것이란다.

이 학교 국제홍보 담당자인 마리트 자렌킬라는 우선 옴니아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학교 소개를 시작했다. 영상의 첫머리에는 “모든 길은 옴니아로 통한다”고 씌어 있었는데, 이 말은 전혀 빈말이 아니었다. 우리 식의 실업고등학교에서부터 성인을 위한 직업교육까지 통합돼 실시되는 곳으로, 누구라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숙련된 기술을 익히려면 옴니아를 통하면 되는 것이다.

»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옴니아 목공과에 들어온 니나는 앞으로 실내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인문계 졸업생·대학 합격자도 몰려

옴니아는 크게 4개의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직업학교와 성인교육센터, 도제훈련센터, 청소년워크숍이 그것이다. 현재 이 학교에는 직업학교에 4500명, 도제훈련센터에 1500명, 성인교육센터에 1500명 등 모두 7천 명 이상이 재학하고 있다. 성인교육은 자신의 직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가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옴니아 직업학교의 유하페카 사리넨 교장은 “졸업생이 여기서 교육을 받고 나가 노동현장에 투입됐을 때 가장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들의 희망과 노동현장의 요구에 맞춰 각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리나 토이바넨 교사에 따르면, 핀란드에선 직업학교가 인기 있는 편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40%가량이 직업학교를 선택하고 심지어 인문계 고등학교를 마친 뒤 다시 직업학교에 오는 경우도 있단다. 1990년대 들어 직업학교를 졸업해도 기술대학뿐 아니라 일반 대학에도 갈 수 있게 된 것이 이런 현상에 영향을 끼친 듯하다고 토이바넨 교사는 분석한다.

보건이나 미용 분야처럼 특히 인기 있는 분야에는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몰려 그 수를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20%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생들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이 학교의 건축과는 정원이 40명이지만 지난해는 160명이 지망했고, 목공과는 40명 정원에 180명이 지망해 평균 경쟁률이 4 대 1을 넘었다. 목공과의 경우, 정원의 50%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라고 목공과 지도교사는 설명했다. 실제로 목공을 배우고 있는 니나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이 학교로 진학했다고 한다. “목공을 실제로 해본 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같은 목공과의 안나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왔는데, 장래 가구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교육을 국가의 책임으로 여기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회를 보장해주는 유연한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이토록 자신감에 차게 만드는 것이다.

» 옴니아 건축과 학생들이 만든 작은 통나무집. 학생들이 만든 집은 일반에게 판매된다.

핀란드의 직업학교는 스웨덴과는 달리 일반 인문계 학교와 완전히 분리돼 있다. 학생 선발은 이론 테스트와 교사 평가, 상담 등을 거쳐 하는데 성적보다는 선택한 학과에 대한 학습동기를 높이 산다고 안 켐파이넨 교사는 설명한다. 학생들은 3년의 재학 기간에 120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그중 90학점은 직업에 관련된 것이고, 20학점은 공통의무 과목, 나머지 10학점은 자유선택 과목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학생들은 공통과목 등을 듣지 않아도 돼 2년 만에 마칠 수 있다.

학생들의 실습실에는 모든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건축과 1학년생들이 주로 학습하는 공작실에선 일부 학생들이 창고처럼 보이는 작은 집을 짓고 있었다. 1학년생은 두 그룹으로 나눠 이론과 실습을 번갈아 공부한다. 실습은 주로 학교 내 공작실에서 기본 교육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건축을 기후조건에 맞추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야외수업을 하기도 한다. 2학년이 되면 학교가 확보한 부지에 직접 주택이나 건축물을 지어본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학교의 사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습 과정에서 지은 건물은 일반에게 매각된다. 지난해 팔린 가격은 50만유로(7억~8억원)였단다. 물론 이 집에 대해서는 학교가 10년 동안 보증해준다. 3학년이 되면 실제 건축회사에 가서 수습 교육을 받는데, 월급을 받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면 그 회사에 취직하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고 건축과 담당 교사는 설명했다.

현장실습 성적은 실습 회사에서 실제 업무를 가르친 담당자가 학생들의 작업 과정을 관찰해 평가한 것과, 학교 교사와 실습 회사 담당자가 공동으로 낸 시험문제로 평가한다.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관찰·협의한 내용도 함께 평가에 포함된다. 이렇게 졸업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두 종류의 자격증을 얻는데 하나는 이론 강의, 또 하나는 기술에 관한 자격증이다.

수억원에 팔려나가는 건축과 실습물

그러나 핀란드 직업학교 역시 문제는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취동기가 낮은 게 문제예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학습동기를 높일 것인지가 우리에게도 큰 과제”라고 사렌킬라 선생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학교가 헬싱키 같은 대도시 주변에 있다 보니 알코올이나 마약에 손대는 학생도 있고 직장을 얻으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렌킬라 교사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탈락 이유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이라며 학교에 들어온 지 두 달 만에 그만두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20% 정도나 돼 교육청이 대책을 요구한다면서 괜찮은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여기나 저기나 교육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에스포(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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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5.html

 

차이 없음’의 수준 차이 나네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형평성’을 중시하는 핀란드, 한 명의 엘리트가 아니라 고르게 똑똑한 학생들이 자산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피사)을 실시한 이래 핀란드 교육이 전세계의 관심의 초점이 됐다. 2006년까지 세 차례 실시된 평가에서 모두 수위권에 속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주요 평가항목이던 2006년 핀란드는 과학과 수학에서 1위를 했고, 읽기는 2위였다.

 

물론 한국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누구도 피사 성적이 한국 교육체제의 승리라고 말하지 않는 반면 핀란드에선 어디 가나 자신들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의 결과라고 자신 있게 자랑한다. 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아이들의 성적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고르게 높다는 점이다.

» 헬싱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모둠으로 나뉘어 수업하고 있다.

‘시골 학교 우선’ 적극적 차별정책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은 사회경제적 배경과 상관관계가 높다. 피사 성적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평가한 헬싱키대학 교육평가센터의 토미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학교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피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나라의 예로 독일을 들었다. 2006년 성적 분석 결과 독일은 학교간·학생간 편차가 가장 심한 나라에 속했다고 한다. 학교간 편차가 50%나 된 것으로 나타난 우리나라 일제고사 성적 결과를 보면 우리도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반면, 핀란드는 거의 모든 학교가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렇다고 아주 높은 성적을 거둔 우수학교도 없었다. 이런 결과는 OECD국가들의 평균 학교간 격차가 34%인 데 비해 핀란드는 5%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조사결과와 부합한다.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이를 교육에서 평등과 형평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해온 결과라고 단언했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에서 보았듯이 개별 학교는 뒤처지는 아이를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개별학교 단위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학교와 지자체에 대한 예산 투자에서 적극적인 차별정책을 편다. 외따로 떨어진 작은 학교에 도시 학교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게 그 예”라고 요우니 발리예르비 이베스퀼라 대학 교수는 설명한다.

형평성이 교육의 가장 큰 가치로 정착한 이유는 520만 밖에 안되는 적은 인구 탓이 크다. “작은 나라가 성공하려면 교육이 유일한 수단이고, 우리는 잠재적인 재능을 잃어버릴 만큼 여유가 없다는 데 대한 폭넓은 이해가 존재해 왔다”고 발리예르비 교수는 말한다.

국가 통제 없이 교사 전문성 신뢰

이런 생각에 따라 국가가 학생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은 지극하다. 1860년대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이라는 목표를 내건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아동·청소년교육은 국가의 의무사항이 됐다. 의무교육은 물론 고등학교도 무상이어서 학생들에게는 급식과 교재비까지 제공된다. 법에 따르면 학교와 집의 거리가 5㎞ 이상인 경우에는 교통비도 지급한다. 북쪽의 라플란드처럼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택시로 학생들을 통학시킨다. 이런 무상 통학지원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22%에 이른다고 헤이키 텔라키비 핀란드 지방자치단체연합회 국제국장은 밝혔다.

그렇다고 형평성만으로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교육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사들의 전문성이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희망자의 10%만 될 수 있을 정도로 인기직업이다. 초·중등학교 교사도 최소한 석사학위 이상이 필요하다. 교사의 인기는 교육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이 인정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기 때문이라고 토이니 라우타마키 포요이스 타비올라고등학교 교장은 설명한다. 카라야라이넨 교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 “전문 직종으로 교사들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교사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창의적인 교수법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1992년 검인정교과서 제도가 없어지고 학교가 교육과정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게 된 것과 관련된다고 발리예르비 교수는 지적한다. 그 후 학교는 교사·학생·학부모가 힘을 합쳐 스스로 교수요강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책임성을 갖고 교육에 임하기 시작했단다. “국가가 통제하지 않으니 교사들 스스로 좋은 학습방법을 더 열심히 연구하고 서로 나누게 됐다”고 사투 혼칼라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교장도 이를 확인했다.

덧붙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한 교육철학을 갖고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추진한 지도부의 존재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북유럽 교육을 연구해온 안승문씨는 핀란드 교육개혁은 20년간 국가교육청장으로 재임하며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이끈 에르키 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교육개혁의 원칙을 지켜냈다. 그 결과 90년대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부분적인 개혁은 있었지만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이념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학교 단위에서도 지속 가능한 교육이 가능한 구조다. 야르벤파고등학교 앗소 타이팔레 교장은 그 학교에서만 29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유카 오텔린 교감은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를 옮기는 게 드물어 교사와 학교, 공동체 사이의 일체감이 높다”고 오텔린 교감은 말한다. 교육환경의 안정성이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낳고 이것이 다시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 평가제도 역시 핀란드 교육의 버팀목이다. 핀란드의 교사평가나 학교평가는 결코 타율적이지 않다. “학교에 대한 평가의 기본원리는 학생이나 교사에 대한 평가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평가는 목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교사나 학교가 먼저 목표를 정한다”고 혼칼라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교장은 설명한다.

그렇게 각 학교가 목표와 달성 기준을 정한 뒤 1년에 한번 결과 보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내 승인을 받으면 된다. “보고서라고 해야 15쪽 정도다. 시 학교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보고 필요하면 간단한 논평을 하고 학교는 그 논평을 반영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학교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학교위원회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혼칼라 교장이 밝힌 학교평가 과정이다. 핀란드의 평가는 문제를 지적하고 벌주기 위한 게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텔라키비 국제국장의 발언과 같은 이야기였다.

타이팔레 야르벤파고등학교 교장은 평가가 지원으로 이어진 예를 하나 들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우리 학교에는 좀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 즉, 학교에 더 많은 간호사와 심리학자와 상담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간호사와 상담사의 증원을 지자체에 요구했고, 지자체에서는 증원을 허가했다.”

자율적 목표, 지원 위한 평가 제도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 핀란드는 표준화를 지향하고 읽기·수리 등 문자해독 능력을 강조하며 교사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요구하는 세계의 일반적인 교육 사조와 달리, 유연성과 다양성을 지향하고 광범하고 폭넓은 지식을 강조하며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교육을 추구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분석했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북유럽의 학교(상)

 

'한겨레21'의 시리즈 기사. "북유럽의 학교"라는 기사를 스크랩한다. 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다. 오늘도 가평에 가면서 계속 교육 문제를 논했다. 스크랩하는 순서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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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379.html

너만의 색깔로 쑥쑥 자라거라 [2009.02.20 제748호]
[북유럽의 학교 (상) ]
스웨덴 현장 교사들이 만든 ‘2000년대 학교’ 푸투룸스콜라,
무학년제 혼합능력 학급에서 맞춤 교육 받는 학생들

새 정부 들어 교육현장의 고통이 극에 달했다. 일제고사로 초등학생까지 경쟁에 내몰리고 지난 30년간 한국 교육의 근간이던 평준화 틀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대안을 찾기 위해 교육계 안팎의 인사들과 1월 말 교육 선진국 핀란드와 스웨덴을 방문했다.

여정은 스웨덴부터 시작했다. 스웨덴은 1990년대부터 학교선택제와 자율학교를 통해 공교육의 변화를 유도해왔고 그 결과 다양한 학교 모델을 창출했다. 푸투룸스콜라(미래학교)와 쿤스캅스스콜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푸투룸은 교사들 스스로 스웨덴 교육의 장점인 통합교육과 시대적 요구인 개별화 학습을 연결해 혁신을 이뤄낸 미래형 공립학교 모형이다. 반면 쿤스캅스콜란은 기업이 설립한 자율학교로, 지식 위주의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웨덴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두 학교를 비교해 살펴보고, 스웨덴 교육개혁의 방향도 짚어본다. 편집자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50km쯤 가면 인구 1만8천 명의 하보코뮌(코뮌은 광역지자체)이 있다. 이 코뮌 내 발스타시에 있는 조그만 학교가 스웨덴은 물론 덴마크·노르웨이·독일의 공립학교 교육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의 이름은 푸투룸스콜라(미래학교)다.

»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푸투룸스콜라의 나무 모양 로고에는 다양한 색이 섞여 있다.

 

개교 10년, 수천 명 방문·교육 모형 수출

 

여러 가지 측면에서 푸투룸은 이왕의 학교와 다르다. 지난 1월 말 눈발이 날리는 어둑한 아침에 우리 방문단을 맞은 나지막한 학교 건물은 겉에서 보기엔 마치 가건물처럼 허술했다. 그러나 건물 안은 여느 학교와 달랐다. 건물 내부는 노랑·분홍·초록의 세 색깔로 나눠져 있고, 각 부분에 커다란 강당(또는 무대)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빙 둘러 배치돼 있었다. 전통적인 교실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우리를 맞은 에니카 에코블럼 교장이 학교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푸투룸스콜라 내에는 초등학교 2개와 유치원 6개가 있고, 초등학교에 1007명, 유치원에 452명이 재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 출신이 아니고 작은 중소기업에서 교육을 담당하다 4년 전 이 학교 교장으로 스카우트됐단다.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한스 알레니우스 교사는 푸투룸을 하보 지역의 첫 번째 사회적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 개교한 이래 8500명의 방문객이 찾아왔고, 스웨덴에서만 푸투룸을 본뜬 학교가 25곳이나 생겨났고, 덴마크·노르웨이·독일 등 이웃나라에도 같은 교육 모형을 수출하고 있다니 그럴 만도 하다.

» 학교에서 한 학생이 컴퓨터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의 개별적 발달을 도모하는 학교’를 지향하는 푸투룸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에 지은 크바른바크라는 낡은 학교를 개축하게 된 발스타시의 시장은 700만유로(현재 가치로 약 120억원)를 들여 단순히 개축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는 당시 이 학교에 근무하던 알레니우스 교사에게 “미래를 위한 학교”를 구상해보라고 요청했다. 88명의 교사들은 이 요청을 받고 고민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단순히 수선할 것이냐 아니면 새롭게 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인터넷 문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미래를 향한 교육을 위해 학교를 재구성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학교 이름도 ‘미래’(푸투룸)라고 붙였다. 새로운 사고의 반영이고 새로운 정보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학교의 대응이기도 했다”고 일레니우스 교사는 당시를 회상했다.

물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사 88명을 13개 그룹으로 나눠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다른 학교들도 둘러보았다. 몬테소리 교수법도 연구하고 프레네 교수법도 연구했다. 여러 콘셉트를 혼합·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 안 되겠다며 떠난 사람, 그저 관망하는 사람. 하지만 열정이 냉소를 이겨내고 마침내 1999년 문을 열 수 있었다.

일레니우스 교사는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 어린이 둘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학교 소개를 시작했다.

“학교에 처음 들어와 기뻐하는 6살짜리 아이들이다. 우리 목표는 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날에도 이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담임과 30분간 ‘공부 회의’

» 분홍학교 교사들이 주간 학습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 학교의 모든 방은 이렇게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푸투룸의 개별화 교육은 ‘2000년대 학교’(School 2000)란 교육학 이념에서 출발했다. 이 이념은 학습을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획득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또 모든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학습 역시 각자의 필요에 알맞은 개별화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해 푸투룸이 선택한 조직은 학교 내 작은 학교, 학급이 아닌 모둠 중심 수업, 유연한 혼합능력 학급 등이었다.

이 학교라고 전통적 학습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습 능력과 속도가 다른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소그룹의 모둠으로 나눈다.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유연한 교수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 7명이 오늘 고등학교로 수학을 배우러 갔다. 물론 우리는 학생들의 수업 비용을 그 고등학교에 낸다.” 일레니우스 교사가 든 사례다. 그렇다고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무학년제의 혼합능력 학급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학습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다.

이렇게 수업이 개별화되다 보니 학생들은 스스로 수업을 기획·관리해야 한다. 매일 아침 학생들은 담임 교사와 30분 동안 회의를 한 뒤 그날 할 공부를 결정한다. 학습목표 달성 계획과 그에 따른 학습량이 정해지면 학생 각자가 목표를 달성할 책임을 진다. 학교는 학생의 요구에 맞출 수 있도록 학습 시간과 주제를 가능한 한 유연하게 정한다. 또 유치원에서부터 9학년까지 10년 동안 같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책임지게 함으로써 교사가 학생 하나하나를 충분히 파악해 지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학교 내 작은 학교다. 방문단은 푸투룸스콜라의 초등학교 한곳을 찾았는데, 이 학교 안에는 노랑·초록·분홍으로 3개의 작은 학교가 있었다. 각각의 작은 학교에는 유치원에서 9학년까지 모두 150여 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고, 각 학교에 강당을 중심으로 모둠학습실이 빙 둘러 배치돼 있다. 작은 학교들은 교과과정이나 학생 지도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교사들의 책임감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에코블럼 교장은 말했다.

» ‘사랑과 종교’ 수업에 사용된 교재. 종교와 생물 등 다양한 분과를 통합한 프로젝트 수업의 한 모형을 보여준다.
분홍 학교의 한 교실에 들어갔을 때 학생 5~6명이 컴퓨터로 뭔가를 쓰고 있었다. 8학년생과 9학년생을 대상으로 사랑과 종교에 관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선생님이 설명했다. 학습주제를 결정하는 데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참여한다. 오늘은 사랑이란 주제를 놓고 각 종교의 차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 수업 과정을 통해 문학은 물론 생물학까지 폭넓게 공부한다. 하나의 주제를 이렇게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 공부하다 보니 보통 한 주제를 여러 주에 걸쳐 다루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이 수업 역시 매주 3시간씩 6주간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다양한 교재가 사용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바로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기도 했다. 강의식 수업보다 학습 효율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 학교의 수업 방식은 이렇게 프로젝트 수업을 위주로 한다.

이런 수업 방식은 아이들이 접하는 현실에서 학습 소재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이슬람에 대해 공부하고, 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중국에 관해 공부하는 식이다. 한번은 여행회사를 아이들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해보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심취했다가 그 회사가 가상의 회사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크게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초록반의 한 선생님은 전했다. 미래학교의 이런 실험이 가능한 이유는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교육목표만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나 절차, 수업 내용은 학교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 섞이니 ‘돌봄’ 학습 돼

에코블럼 교장은 이 학교는 학생들의 사회적 능력 개발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통합교육과 모둠학습, 혼합능력 학급, 지역사회와 연결된 학습 등이 이를 위한 노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학교에는 10% 정도의 학습장애아들이 있지만, 이들은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통합 수업을 받는다. 또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을 섞어놓는 혼합능력 학급을 통해 아이들은 돌봄의 가치를 배운다. 실제로 탈의장에서 1~2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유치원생이 옷 입는 것을 돕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탈의실에서 아이들이 옷을 챙기고 있다.

일레니우스 교사는 모둠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둠학습은 아이들의 사회적 능력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 내에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며 협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함께 섞이게 해 아이들의 사회적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적 배제를 방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스웨덴 공립학교의 기본정신이다. 스톡홀름 시내 생트에릭스고등학교의 로스 구스타브 욘슨 교장은 “출신 배경이나 성향이 달라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서로 만날 수 없게 되는 아이들이 매일 만나면서 사회의 다양성을 직접 체험하고, 나와 다른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스웨덴 통합교육의 장점이라고 자랑한다.

15년 전 이 학교 구상 작업부터 시작해 전세계에 푸투룸 모델을 전파하는 데 열심인 일레니우스 교사는 새로운 학교 운동이 성공하려면 먼저 교육적 이념을 잘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사람들은 학교를 먼저 세우고 나서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까를 묻는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연히 먼저 이론적 모델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직을 생각하고, 그 조직에 맞는 학교를 디자인해야 한다.”

스톡홀름(스웨덴)=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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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378.html

 

기업이 된 학교의 두 얼굴 [2009.02.20 제748호]

[북유럽의 학교 (상) ]
스웨덴 최대 투자회사가 자금 댄 자율학교 쿤스캅스스콜란

… ‘좋은 성적’과 ‘인성 교육’ 엇갈려

 

자율학교인 쿤스캅스스콜란은 1999년 지식에서 스웨덴 최고의 학교가 되겠다는 교육목표를 내걸고 설립됐다. 자율학교 도입 당시 정부에 조언을 제공했던 앤더스 홀틴은 에릭슨의 대주주이기도 한 스웨덴 최대의 투자회사에서 자금을 끌어들였다. 투자자들이 건축비의 50%를 부담해 2000년 첫 학교를 연 이후 해마다 새로운 학교를 늘려가 지금은 22개 중학교와 10개 고등학교에, 1만 명의 학생과 750명의 교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학교군이 됐다. 이미 초기 투자분을 다 회수했고 연간 5~7%의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수익을 내는 비결은 학교 그룹의 통합적 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학교 운영이라고 ‘키스타 쿤스캅스스콜란’의 아사 쿠스타프손 교장은 말한다.

» 키스타 쿤스캅스스콜란의 정문으로 방문단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권상한

1인실~회의실, 교실 크기 제각각

이 기업학교군에 속하는 키스타 쿤스캅스스콜란은 스톡홀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키스타 지역의 한복판에 있다. 12∼16살의 아이들이 다니는 이 학교는 우리나라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셈이다.

지난 1월 말에 찾아간 이 학교는 산업지역에 소재한 탓인지 외관상 다른 기업 건물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학교 하면 으레 있음직한 운동장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도 기존 학교의 교실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 건물은 설계 당시부터 학교의 설립 이념을 반영해 만들어졌다고 쿠스타프손 교장은 설명한다. 강당과 회의실, 카페테리아, 크기가 다른 개별 학습실 등으로 이뤄진 학교 건물은 “모든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학습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란다. 그러나 학교를 함께 둘러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사설 학원 같은 느낌이 들 뿐이라며 “화분 하나, 꽃나무 하나 없는 무미건조한 학교에 왜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보내려고 하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학생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작은 방을 보고는 “감옥 같다”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다.

그럼에도 학부모나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 기업학교군에 속하는 쿤스캅스고등학교의 학부형인 리잔 시주는 “아들이 이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의 학습에 점점 더 책임감을 갖게 됐고 일반 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자랑한다. 키스타 쿤스캅스스콜란의 소개책자는 학부모나 학생들의 80% 이상이 학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서 종교와 스웨덴어를 가르치는 말린 베르너 교사는 학생들이 보여주는 높은 목표달성률이 만족의 원인일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이 학교군에 속한 학교 가운데 8곳이 해당 지역 일제고사에서 1위를 했고 3개 학교는 2위를, 2개 학교는 4위와 5위를 했다. 자율학교라고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국가교육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 체인의 성적은 훌륭한 편이라고 베르너 교사는 주장한다.

 

최고의 학교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쿤스캅스스콜란이 사용하는 도구는 개별화 학습과 목표관리, 지식 포털의 활용이다. “우리는 선생님이 주도하는 공장식 학교 모델에 대한 대안이다. 학생들은 집단적 필요가 아닌 자기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학습을 조직한다. 이렇게 개별화된 접근을 통해 더 많은 책임감을 주면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동기 유발이 돼 더 많은 흥미를 갖게 된다”는 게 이 기업학교군 설립자인 홀틴의 주장이다. 모든 학생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단계별 개인 학습목표를 정하고 이를 관리해나간다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관리 전략을 학교 수업 방식에 적용하는 셈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각 학생에게는 졸업할 때까지의 목표가 정해지고, 그 목표는 주·학기·연간 단위의 목표로 세분된다. 매 학기가 끝나면 부모와 학생, 교사가 만나 성취도를 점검한다. 또 매주·매분기 학생들이 세운 목표와 성취 결과, 교사와의 대화와 토론 내용 등이 웹상에 기록돼 부모나 학생이 언제나 접근할 수 있다”고 쿠스타프손 교장은 설명한다.

» 개인별 학습을 추구하는 이 학교에는 작은 개별 학습실들이 이어져 있다. 1·2인용 학습 공간의 모습. 사진 한겨레 권태선

‘지식 포털’ 이용해 재택 학습 가능

학생들은 아침 8시30분께부터 학교에 온다. 그러나 모든 학생에게 통용되는 정해진 시간표나 전통적인 교실이 없는 이 학교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일을 한다. 몇몇 아이는 인터넷으로 뭔가를 찾고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겉으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체계적인 계획이 있다”는 게 베르너 교사의 주장이다.

“학생들의 일과는 매주 선생님과의 대화로 시작한다. 지난주의 목표 성취를 점검하고 새로운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학습전략을 의논한다. 이런 대화 내용은 모두 학생들이 휴대하는 기록장에 기록된다. 개인별 학습계획과 학교의 학습일정과 기록장이 모두 하나의 개인적 학습계획이 된다”고 베르너 교사는 덧붙였다.

이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학과 담임으로서의 역할은 부차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맡고 있는 아이들의 성과 관리를 위한 개인 교사로서의 역할이다. 아이들 스스로 필요한 학습을 해나가도록 도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아이들이 지식을 얻는 경로도 단순히 교사의 강의로 국한될 수만은 없다.

이 학교 체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지식 포털에는 학생들이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각종 교재, 도표, 숙제, 기타 자료 등이 가득 차 있다. 이러니 학생들은 반드시 학교에 나와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칼은 하루에 몇 시간만 학교에서 공부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등을 통해 집에서 스스로 공부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학습 방법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모든 게 개인의 책임이라 오늘 못하면 다음날 보충하면 되지만, 언제나 그렇게 잘되지는 않는다”고 시인한다.

개별화 교육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런 교육 방식은 반스웨덴적인 교육이다.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만 관심의 초점이 되기를 바라고,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과 어울리는 인성 교육이 약화된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더 이상 공동체적 가치를 배우지 못할 때 사회적 수준에서 어떤 효과가 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스톡홀름 사범대학 잉아노티얼 교수는 지적한다.

“반스웨덴적 교육, 특혜 학교” 비판도

이 학교가 거둔 성적에 대해서도 다른 평가가 나온다. 교사 1인당 담당해야 할 학생 수의 차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 일반 공립학교는 학급당 평균 인원이 30명이지만, 자율학교는 평균 20명 수준이다. 키스타 쿤스캅스스콜란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스웨덴 교사들은 학부모의 선택권이라는 미명 아래 특정 학교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스톡홀름(스웨덴)=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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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377.html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상을 수여하는 장소인 스톡홀름 시청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명사들을 위한 연회장인 ‘유진 왕자 갤러리’가 있다. 구스타프 5세 국왕의 동생이던 유진 왕자는 벽을 보고 앉은 이들이 반대쪽 창에 비치는 호수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없는 일은 불공평한 일이라며 벽면에 프레스코 형식으로 호수의 풍광을 그려넣게 했다. 또 시 청사를 장식한 상당수 흉상은 명사들이 아니라 이 건물을 짓는 데 참여했던 노동자들이다. 스톡홀름 초등학교의 한인숙 교사는 민주주의와 평등

» 쿤스캅스스콜란 복도에서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해 공부를 하고 있다. 복도 맞은편에는 크기가 다른 학습공간이 이어져 있다. 사진 권상한

91년 정권 잡은 우파 ‘경쟁’ 강화

평등과 민주주의는 스웨덴 교육의 근간이기도 하다. 스웨덴 교육법은 모든 학교 활동이 기본적으로 민주적 가치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아무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에 거주하는 어느 누구도 차별 없이 공부해야 하며, 국가는 그런 기반을 마련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신념이 건물 하나를 짓는 데도 드러난다고 말한다.

 

» 쿤스캅스스콜란 복도에서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해 공부를 하고 있다. 복도 맞은편에는 크기가 다른 학습공간이 이어져 있다. 사진 권상한

91년 정권 잡은 우파 ‘경쟁’ 강화

평등과 민주주의는 스웨덴 교육의 근간이기도 하다. 스웨덴 교육법은 모든 학교 활동이 기본적으로 민주적 가치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아무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에 거주하는 어느 누구도 차별 없이 공부해야 하며, 국가는 그런 기반을 마련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평등이란 대원칙에 기반한 스웨덴 교육 체제도 지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학교선택제, 자율학교, 학교 평가 등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말들이 이 사회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웁살라대학 교육학과장인 레나트 비칸데르 교수는 그 배경을 1990년대 이래 스웨덴 사회를 휩쓴 시장중심경제로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오랜 사회민주주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이래 스웨덴은 유럽에서 영국 다음으로 급속하게 시장경제화된 나라다. 이후 스웨덴 사회에서는 분권화·평등·효율성이 화두가 됐고 이것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1991년 정권을 장악했던 우파 정부는 학교선택제와 자율학교 등을 도입해 교육에서 경쟁원리를 강화해왔다. 1994년 사민당이 다시 집권했지만 학교선택제 등의 물길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학부모의 90% 이상이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황선준 스웨덴 국가교육청 재무담당관이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이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서 거둔 성적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가장 많이 들이는데도 이웃 핀란드에 훨씬 뒤처지는 중위권에 머문 것은 스웨덴 교육제도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됐다고 비칸데르 교수는 전한다. 교육 문제는 2006년 스웨덴 우파연합이 개혁을 화두로 내걸고 사민당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평등주의 교육 대신 엘리트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현 정권이 등장한 이래 이곳에서도 일제고사, 학교평가, 학교선택제 등 최근 우리 교육현장을 뒤흔드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현 정부가 교육의 책임성을 높이고 교사 간,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평가 강화를 위해 현재 5학년과 9학년 때 보는 국어·수학·영어 일제고사를 6학년과 9학년 때 실시하고 대상도 전체 교과목으로 확대했다. 또 3학년에 읽기·쓰기·수학 일제고사를 보기로 했다. 국가가 제시한 교육목표 달성이 어려운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서란다. 현재 8학년과 9학년에서만 3단계(최우수·우수·통과)로 내왔던 성적 산출은 2009년부터는 6학년부터 9학년까지 계속 이뤄지며 등급도 7단계로 세분된다.

학생들의 성적은 교사나 학교 평가의 근거가 돼 교사와 학교의 경쟁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스톡홀름대 사범대학 잉어노티얼 교수는 학업 성적 경쟁을 추구하는 이런 방식은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에 필요한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대신 20세기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사들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대신 타율적인 평가를 통해 통제하는 정책은 영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현 정부의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직종의 직업교육을 받더라도 기본 소양을 갖춤으로써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가꾸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1992년에 도입됐던 종합고등학교도 수술대에 올랐다. 황선준 국가교육청 재무담당관은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의 98%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평균 중도 탈락률이 25%에 이르고 직업예비 과정은 그 비율이 더 높은 게 개혁의 동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종합고등학교에선 건설기능 인력이 될 학생도 자연과학 전공 학생과 같은 수준의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데, 이런 학습 부담 때문에 많은 탈락자가 생긴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직업준비 과정 학생들에게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국가로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사회과학 전공자에겐 국가가 1인당 8만크로나를 부담하는 반면 자동차 전공 학생에겐 112만크로나를 투입한다). 스웨덴 정부는 앞으로 고등학교를 인문계와 직업고등학교, 도제학교로 3분할할 예정이다. 기능인력 양산을 목표로 설립되는 도제학교는 현장실습 중심이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어렵게 된다.

» 스톡홀름 시내의 생트에릭스고등학교. 스웨덴의 전형적인 고등학교로서 인문계와 5개 직업과정이 개설돼 있다. 미용과 학생들의 실습 모습(왼쪽)과 무용과 학생들의 연습 모습. 사진 왼쪽부터 권태선·권상한

‘선택권’ 내세워 자율학교 확대해

스웨덴 초·중등 교육 지형을 뒤흔드는 것은 무엇보다 학교선택제와 자율학교 확대다. 현 정부는 1992년 당시 우파 정부에 의해 도입된 학교선택제를 초등학교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초등학교는 주거지 인근에 배정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음악에 재능이 있는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음악으로 특성화된 학교가 있을 경우 그쪽으로 보낼 수 있다. 또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지만 교과과정은 자율적으로 정하는 자율학교도 선택이 가능해졌다. 이때 학생의 주소지 지자체는 학교 소재지 지자체에 해당 학생의 교육 비용을 지급한다. 이러다 보니 지원 학생이 너무 적어 문을 닫는 공립학교도 생겼고, 타비 같은 시처럼 공립학교를 개인에게 팔아버리는 곳도 나타났다.

1992년 우파 정부가 바우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누구라도 국가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설립을 희망하는 주체가 교육목표와 과정 등을 수립해 국가교육청에 18개월 전에 신청해 인가를 받으면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자율학교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지방정부에서 바우처를 받아 학교에 내고, 학교는 지방정부로부터 바우처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어서 학생들에게 따로 받는 수업료는 없다. 학생 선발은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성적 등을 선발 기준으로 할 경우, 학교 순위가 생겨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스웨덴의 자율학교는 다양하다. 발도로프, 몬테소리, 프레네 등 다양한 교수법을 내세우는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종교적 특색을 가진 학교들도 있다. 스웨덴 교육부는 “자율학교가 부모와 학생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학교 간 경쟁을 불러일으켜 스웨덴 학교 제도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민당 정권 아래서 주춤하던 자율학교는 새 정권이 들어선 뒤 급속히 늘어 2008년 현재 초·중등 과정을 합해 모두 900여 개교에 이르고 전체 학생의 10%에 육박하는 13만5천 명 정도가 재학하고 있다. 2007년 한 해에 300여 개 자율학교가 생겨났다. 자율학교와 학교선택제가 인기를 끄는 것은 기존 학교 시스템이 경직된 탓이 크다. 공립학교 교사 출신으로 자율학교로 자리를 옮긴 말린 예르너는 “공립학교에서는 새로운 학습 방식을 도입하기 어려웠다. 학생 30명을 혼자 담당해야 하고,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다른 선생님의 동의를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스톡홀름 공립초등학교 교사인 한인숙씨는 학교선택제와 자율학교의 확대로 학교 간 경쟁과 교사들 사이의 경쟁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인정한다. “교사들 사이에 프로젝트 수업 등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의 지위에 따른 차별 심화

이런 긍정적 영향이 있음에도 자율학교와 학교선택제에 대한 비판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국가교육청의 조사 결과 스웨덴 교육의 근간인 평등의 가치가 파괴되고 인종이나 학생의 성적,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이 심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황선준 국가교육청 재무담당관은 밝혔다. 이민자만 다니는 학교, 스웨덴인만 다니는 학교 등이 생겨나고 극우적인 종교학교도 등장하는 등 사회적 격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단다.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학교시설을 줄이는 등 편법으로 운영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게 황 담당관의 설명이다.

앞서 소개한 프투룸스콜란은 자율학교와 학교선택제로 대변되는 사회의 변화 요구에 대한 공립학교의 창조적 대응 사례다. 교사들 스스로 스웨덴 교육의 장점인 통합교육과 새로운 시대적 요구인 개별화 학습 등을 연결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 모형을 만들어냈다.

쿤스캅스스콜란은 자율학교 가운데 평판이 높은 학교다. 1999년 처음 설립된 뒤 10년 만에 30여 개 학교를 거느린 기업학교군이 됐고, 영국 등 외국에도 진출했다. 지식 위주의 교육이란 비판을 받지만 어쨌거나 성공한 모델이다.

두 학교 가운데 과연 어느 모델이 한국 교육에 바람직한 대안일까.

 

스웨덴 교육 개요

국정교과서·대학 등록금 없는 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라 할 만한 스웨덴 교육복지는 유아교육에서 시작된다. 우선 출산한 여성은 480일간의 휴가를 받는다. 휴가는 한꺼번에 써도 되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눠 써도 된다. 아기가 1살이 되면 유아원에 보낼 수 있다. 5살까지 다니는 유아원 비용은 대부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보호자는 평균 100크로나(약 16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여기에 잘 짜인 방과후 프로그램까지 있어 여성 취업률 75%를 뒷받침한다. 보육 비용은 부모나 보호자의 전체 수입의 2%를 넘어서는 안 된다.

유아원을 마치면 1년간 취학준비 과정을 거쳐 9년제의 의무교육 과정에 들어간다.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들의 98%가 3년짜리 고급중등과정(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스웨덴 고등학교의 특징은 통합교육이다. 고등학교 과정은 3개의 인문과정과 14개의 실업과정으로 나눠지지만, 모든 고등학교는 인문과정과 실업과정을 함께 개설해야 한다. 어떤 직업교육을 받더라도 기본적 수준의 인문교육을 받아야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인재로 클 수 있다는 생각에서 1992년 도입했다.

» 스웨덴 교육모형

초·중등 교육과정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국가이지만, 그 목표 달성 방법은 각 학교나 교사가 정한다. 국가가 정한 교과서도 없어 각 학교에서 연구팀을 조직해 교재를 만든다. 의무교육에서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했는지는 5학년과 9학년의 일제고사를 통해 확인한다.

대학에는 등록금이 없고 학생들은 교재비와 생활비만 부담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취업으로 간주해 일정한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도 대학 진학률은 40%를 밑돈다.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기에 굳이 대학 진학에 목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스웨덴이 특히 자랑하는 것은 성인교육이다. 성인교육 참여율은 53.5%로 아이슬란드(69.1%), 덴마크(58.5%), 핀란드(55.9%)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는 26.7%에 지나지 않는다. 성인교육센터에는 기초교육과 고등학교 과정은 물론 추가 교육과정이 개설돼 이곳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사람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언제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정신을 구현한 이 평생교육제도는 스웨덴을 평생학습 사회로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스톡홀름(스웨덴)=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