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3일 목요일
기적의도서관 1호, 그후 7년
천혜의 갯벌을 보유한 아름다운 생태도시 전남 순천. 인구 27만 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의 별명은 ‘도서관 도시’다. 책을 읽고 싶으면 시내 어디에 있든지 10분이면 도서관에 갈 수 있다. 48개의 도서관이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시민들에게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이웃을 만나고, 문화를 즐기는 ‘사랑방’이다. 어린이들은 젖먹이 때부터 책과 뒹굴며 또래와 어울린다. 주부들은 도서관 자원봉사로 나눔의 기쁨과 배움의 행복을 누린다. 고령자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며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
2006년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책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마다 아이들과, 주민들과 함께 책을 읽어 ‘책 읽어 주는 시장님’으로 불리는 노관규(50) 순천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도서관은 빈부 차이,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모든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입니다. 어릴 때부터 읽기를 습관화하고 어른이 돼서는 평생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죠.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곳입니다. 중소도시의 경쟁력은 바로 도서관에서 나옵니다.”
순천시가 ‘도서관 도시’로 변신한 데는 ‘기적의도서관’ 힘이 크다. 2003년 11월 10일 순천에 ‘제1호 기적의도서관’이란 명칭과 함께 생긴 이 어린이 전용 도서관은 도서관이란 곳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확 바꿨다. 건축가 정기용씨가 “나는 이 도서관이 어린이로 하여금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작은 우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말한 곳이다.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의 저자인 부산대 최정태 명예교수는 곧 선보일 신간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에서 순천 ‘기적의도서관’ 성공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시작부터 운영까지 민과 관이 함께 마음을 모은 거버넌스의 새 모델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젖먹이 아이부터 초·중학생, 엄마·아빠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도서관이라는 점을 꼽았다. 권위적이고 도식화된 도서관이 아닌 친환경·주민친화적인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매혹적인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지금까지 소외되고 있던 지역주민을 도서관 안마당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을 들었다. 순천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긴 지 올해로 7년. 과연 기적의도서관은 어떻게 또 다른 기적을 만든 것일까.
2009년 10월 6일 화요일
김해기적의도서관--정기용
"나는 '책읽는도시'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책을 통해 가꾸어보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김해기적의도서관'을 설계했습니다. 김해는 역사와 신화의 땅이며, 또 김해는 생태와 환경의 도시가 되고자 합니다.
생태와 환경이 중심이 되면서, 신화와 역사가 중심이 되는 어린이도서관의 건립은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김해 장유면 율하지구에는 높이 솟아 있는 아파트가 빼곡하게 차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도서관은 낮게 엎드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창문은 그냥 창문이 아니라, 태양열 전지입니다. 옥상에는 어린이들이 올라가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옥상정원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시민들께 '기적의도서관'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시민들의 열정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한 것은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건축가가 단독으로 구상하고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건축이 아니라, 도정일 선생님, 시장님, 그리고 시민들이 협력해서 설계한 결과인 것입니다. 거버넌스 공간생산의 대표적인 사례가 '기적의도서관'인 것입니다. 건축가가 혼자 잘났다고 하면서 만들어내는 건축이 아니라, 정말로 어린이를 보살피고, 삶을 보살피고, 사람을 보살피는 건축, 그런 도서관을 가질 만한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가 펼쳐질 것이고, '기적의도서관'이 건립될 것입니다.
교육개혁은 교육부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을 꺼내들고 그 책을 읽을 때, 교육이 개혁이 되는 것입니다. 어린이가 책을 읽으면, 그 엄마들이 읽을 것이고, 엄마들이 읽으면 아빠들이 읽게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읽게 됩니다. 제가 설계한 순천, 진해, 서귀포, 제주, 정읍 도서관들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적의도서관'에서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어린이도서관에서 가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그것은 '혁명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김해기적의도서관에서 다음, 다음, 또 그 다음의 대통령도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6월 15일 월요일
김해기적의도서관 주민설명회
2009년 6월 10일 오후1시, 김해 장유도서관(문화센터)의 공연장. 김해기적의도서관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장용일 김해시 평생학습지원과장의 '책읽는도시 김해'의 정책 설명에 이어, 제가 '책읽는사회'의 활동과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의 진행경과와 그간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건축가인 정기용 선생님께서 김해기적의도서관 설계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정기용 선생님은 오전에 병원에 다녀오시고 또 늦은 오후에는 다른 일정이 있으셔서 너무나도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셨습니다. 이 날 정기용 선생님의 프레젠테이션은 어쩌면 다시 보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어떤 감동적인 한 순간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 기본설계가 최종 완성되지 않은 단계이지만, 이를 주민들 앞에 내놓고 설명을 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 제대로 된 공공건축을 하기 위해 이런 설명회를 마련한 김해시나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정기용 선생님은 프레젠테이션 첫머리에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건축생산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실현해나가는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의 특징을 요약적으로 정리해주셨습니다. "도서관이 없는 나라가 나라인가에 대하여 고민하는 시민단체"와 "아줌마의 힘", "매체의 힘" "시민의 역량"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건축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지는 것일 뿐이라는 말씀은 정기용 선생님의 역량에 비추어 겸양의 말씀일 것입니다만,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너무나도 중요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기용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김해기적의도서관 설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셨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말씀들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세계인으로 태어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국민이 되고, 학원에 간다. 중고등학교 기간 동안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체로 어린시절의 '세계인'의 능력 즉 잠재력 상상력을 거의 다 상실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어 평생을 지탱해 주는 것은 그나마 어린 시절의 순수한 체험과 감동들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만난 책의 세계에서 얻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만난 같은 또래 사이에서, 자연 속에서, 또 다른 수 많은 공간들과의 교감 속에서이다. 그 기억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여 가는 이 세계에 대한 개별화된 교감 속에서 아이들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의 소득이나 학력과 관계없이 이 도서관은 모든 아이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른들이 이 시대에 어린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밤 하늘의 별을 보고 가야만 했던 시절의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했던가! 저마다 가슴속에 불씨를 안고 해와 달과 별과 나무와 구름과 돌과 개미와 새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절은 얼마나 그리움으로 남았는가!"
나중에 이 설명회에 참석했던 분들 몇 분의 질의 응답이 있었습니다만, 다들 기대 이상의 도서관 모습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덧붙여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히 김해시의 도서관 정책팀 관계자분들께서는 그간 책읽는도시 김해를 추진하면서 겪여야 했던 수고로움의 값진 보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저에게 말씀 주셨습니다. 그 말씀에 저 또한 큰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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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도서관'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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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는 오는 6월 10일(수) 오후1시 장유문화센터 공연장에서 기적의도서관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김해 기적의도서관은 장유면 율하리 1407번지 근린공원 내 연면적 1,450㎡, 3개층으로 조성되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이다. 어린이 전문도서관인 만큼 영유아자료실(북스타트룸), 어린이자료실, 동아리방, 북카페, 다목적 공연장 등의 주요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번 주민설명회에서는 기적의도서관의 설계 기증단체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안찬수 사무처장이 기적의 도서관이 무엇이며 지역사회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설계자인 기용건축 정기용 소장의 기적의 도서관 기본설계와 특징에 대한 설명이 더해질 예정이다.
김해시민과 장유 주민을 비롯하여 도 시의원, 자생단체장, 작은도서관장, 관내학교장 등을 초청하여 여러 의견도 듣고 나눌 예정이다. 기적의도서관은 주민설명회 직후에 착공하여 내년 4월에 개관할 계획이다.
출처: http://www.today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888 |
삼매봉도서관
2009년 6월 5일 아침. 올레길을 걷고 아침을 먹고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도서관운영사업소가 있는 삼매봉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삼매봉도서관(http://smbl.seogwipo.go.kr/SM/index.html)은 1986년에 서귀포시가 설립한 공공도서관입니다. 김숙희 서귀포기적의도서관 관장(사서직)도 10년 넘게 이 도서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개관한 지 20여 년이 지나 시설물이 다소 낡은 듯했습니다만, 지역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한 아주 자랑스러운 곳이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문예회관으로 개관했다가 2004년 기적의도서관이 개관하면서 도서관운영사업소(기적의도서관, 시립도서관, 동부도서관, 문예회관)가 만들어졌고, 이후 문예회관을 '삼매봉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건평 2,584제곱미터(491평)으로 철근콘크리트슬라브로 지상 3층 건물로서 2008년 12월 31일 현재 장서가 약 7만 권(비도서, 전자책 포함)입니다. 건물 안내도를 보니 종합자료실은 중간에 증축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이하게 장서가 3층에 배가되어 있었는데, 건물이 하중을 견딜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건물의 중정에는 창문을 통하여 외부의 식물들을 한껏 끌어들이고 있어서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열람실의 모습은 언젠가는 대대적인 재단장이 필요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기적의도서관전국협의회
2009년 6월 4일부터 5일까지 서귀포기적의도서관에서 '기적의도서관전국협의회'가 열렸습니다. 이번이 5회째입니다. 첫번째는 2004년 가을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책읽는사회'가 중심이 되어 열렸고, 그 이후로는 순서대로 2005년에는 기적의도서관 1호관인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2006년에는 제천, 2007년에는 진해, 2008년에는 제주에서 기적의도서관전국협의회가 열렸습니다.
각 기적의도서관 관장님들께서 1년 동안 펼쳐왔던 도서관 활동 가운데 함께 나눌 만한 내용의 활동을 소개하고, 도서관-지역사회-어린이문화 등등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추진할 사업들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특히 많은 관장님들께서 바뀌어서 신임 관장님들의 인사와 교류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병남 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업소 소장의 인사말씀과 서귀포시 소개.
*각 기적의도서관 관장님들의 발표 순서. 사진은 김영란 정읍기적의도서관 관장님의 발표.
*점심 식사 시간.
*기념 사진 한 컷. 앞줄 왼쪽부터 허순영(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장용일(김해시 평생학습지원과장), 최지혜(부평기적의도서관 관장), 김수영(진해기적의도서관 관장), 정애숙(금산기적의도서관 관장), 이병남(서귀포시 도서관운영사업소장), 김영란(정읍기적의도서관 관장), 뒷줄 김선영(책읽는사회 간사), 얼굴이 가려져 있는데 이정걸(울산북구 기적의도서관 관장), 정창순(청주기적의도서관 관장), 민경록(청주기적의도서관 사서), 조강숙(김해시 도서관정책팀장), 이종권(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강정아(제천기적의도서관 사서) 주혜진(진해기적의도서관 사서) 손소영(책읽는사회 간사), 김숙희(서귀포기적의도서관 관장).
제주기적의도서관의 양형진 관장은 상을 당하시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올해의 기적의도서관전국협의회에는 11호관이 될 김해기적의도서관의 관계자이신 김해 분들도 참석하여 건립과 운영에 대해서도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조강숙 김해시 도서관정책팀장, 장용일 김해시 평생학습지원과장, 이종권 제천기적의도서관 관장님.
2009년 4월 14일 화요일
`고소한 영혼의 밥 냄새`
신은미. 당찬 여성이다. 심지가 깊고, 성격은 괄괄하다. '머스마' 같은 구석도 있다.
한때 '기적의도서관' 실무를 맡아 밤낮 없이 일하던 도서관학도다. 대학 졸업식을 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서관문화를 만들어내고자 시민단체에 몸담아 일하다 대안학교로 훌쩍 떠났다. 2년 정도 기숙사 사감 선생님으로 일하다 올해부터는 학교도서관 담당 선생과 행정실 일을 함께 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오늘 이 당찬 여성이 학교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쓴 글을 만났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소식지 <학도넷> 2009년 봄호에 '학교도서관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꼭지에 제천간디학교도서관 담당교사로서 글을 실었다.
제목도 재미있다. '나무밥 짓는 영혼의 부엌을 꿈꾸며'. 학교도서관의 이름이 '나무밥'이라서 그런 것일까? '영혼의 부엌'이라는 단어에서는 역시 숨겨져 있는 여성스러움(이 단어에 무슨 성차별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이 묻어난다. '머스마' 같은 구석이 있었을 뿐이지, 그이의 마음속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영혼을 보살피고자 하는 여성 특유의 모성적 면모가 숨겨져 있었던 것일 터이다.
오늘의 한 대목은 신은미 '샘'의 글에서 뽑았다.
도서위원들과 분주함과 설렘으로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또 대안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얻게 되는 외부의 궁금증을 대하면서 왜, 뭘,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 책 읽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동시에 도서관 이름이 '나무밥'인 이유도 다시금 곱씹었다. 밥 먹듯이--일상적으로, 꾸준하게, 편안하게, 맛있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왜, 무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답이 될 것도 같다.
낡고 춥고 어설픈 도서관이지만, 어디선가 고소한 영혼의 밥 냄새가 난다. 화목한 식구들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밥 먹으러 가야겟다. 도서관으로......
*사진 출처: http://gandhischool.org/
그런대 신 '샘'. 진짜로 왜 도서관 이름이 '나무밥'인거유?
어느 학교도서관 개관식이었던가? 제천간디학교의 양희창 선생이 작사한 "꿈꾸지 않으면"을 함께 불렀던 기억이 소록소록 난다. 그런데 그 학교가 어디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참 기억이란 건.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2008년 10월 12일 일요일
Guyon Chung-architecture of correspondance
건축가 정기용.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를 비롯한 도서관 관련 일을 진행하면서 정기용 선생을 가까이서 뵈었다. 정 선생을 모시고 지방으로 출장 가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다. 정 선생은 몸이 고단하여 잠시 눈을 붙였다가도 일어나서, 도시, 건축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시곤 하였다. 그런데 그 말씀을 통해 나는 도시, 건축물, 공간에 대한 내 안목의 치수를 키울 수 있었다.
언젠가 고속도록 휴게소에서의 일이다. "이 휴게소라는 것들은 다 돌아앉아 있어야 한다"고 하신다. 지금의 고속도로 휴게소란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차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뱉어낸다. 지금의 휴게소에는 고속으로 질주하던 사람들의 심신을 쉴 수 있도록 배려한 동선이 없다.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자들이 음식과 물건에 접근하게 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휴게소를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이 고속도록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가 고속으로 사람들의 휴식을 처리하는 듯하다. 이건 편의나 편리와는 거리가 멀다. 고속도로 위에서의 휴게는 달리던 차의 굉음이나 빠르게 지나치던 풍경을 잠시 잊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고속도로 휴게소의 본질이 있다면, 그리고 그 본질에 맞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연을 향해 배치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도로를 향해 배치되어 있는 휴게소는 언뜻 편리한 듯싶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장 불편한 휴게소다.
이후 고속도록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주차장에 꽉찬 차량과 사람들의 혼잡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괴롭다. 그리고 사람들의 '쉬는 모습'이 달리 보인다. 정 선생님은 지나치듯 말씀을 하신 것이지만 이렇듯 휴게소 하나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주셨던 것이다.
정기용 선생이 쓰시는 단어에는 어떤 시적 광채가 있다. '공간의 시인'이라는 별칭이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다. 그 언어에서는 인문적, 사회적 사유의 두께가 느껴진다. 어느 날인가 도정일 교수님은 정기용 선생에 대해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능력을 돈과 맞바꾸지 않으려는 사람"이라 평하였다.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의 건축물들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기용 선생이 몇 해 전에 암투병을 하게 되었다. 홍성태 교수 등이 이에 문집 만드는 일을 시작하였다. 모두 5권으로 기획되었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책인 <서울이야기> <사람/건축/도시>가 작년에 발간되었고, 이번에 <감응의 건축>이 나왔다. (아마도 네번째 책은 '기적의도서관'이 될 듯싶다.) 2008년 10월 10일 오후 6시, 대학로 아르코극장 옆의 한 공간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잠시 다녀왔다.
<감응의 건축>은 '무주군 공공건축 프로젝트(1995-2006)'에 대한 책이다. 지난해 도정일, 정기용, 김정헌, 조한혜정, 박원순 등을 모시고 무주군을 방문한 바 있다. 그때 실로 10여 년 동안 한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의 의지와 한 건축가의 지난한 공공건축 기획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직접 볼 수 있었다. 몇몇 건축물 가운데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설운동장의 등나무와 납골당이었다. 공설운동장에 무슨 행사가 열려도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내빈석에는 그늘이 있지만 일반 스탠드에는 땡볕이 쏟아졌던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에 감응하는 것, 그러니까 등나무가 자라고, 그 그늘 속에 사람들이 쉬고, 보고, 산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공설운동장의 등나무 프로젝트였다. 조그마한 산자락에 위치한 납골당은 바로 아래 건너다보이는 인삼밭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납골당과 인삼밭이 조형적으로 감응하고 있었다. 사람과 자연과 풍광이 감응하도록 하고, 민과 관이 감응하도록 하고, 땅과 하늘과 바람이 감응하도록 하는 것이 감응의 건축이다.
감응은 커뮤니케이션이고, 소통이고, 만남이다.
감응은 응답이고 떨림이며 공감이다.
감응은 몸과 마음과 영혼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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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1:
Guyon Chung studied craft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Architecture
D'Amenegement at Ecole National Superior Des Art Decoratifs(ENSAD),
architecture at Unite Pedagogique D'Architecture No. 6(U.P.A.6) Paris,
Institute D'Urbanism at Universite Paris?. After getting architect
diploma(D.P.L.G) in France, opened an architectural firm in Paris. Working
as a chief architect of Guyon Architects Association, a member of steering
committee at Seoul School of Architecture, and invited professor of
architect department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 at present.
Recently, awarded Achun Architect Award by Korea National Architect
Association. His magnum works are a catholic church, Kaywon School of Art
and Design, Dong-myong High School and outbuilding plan of the French
Embassy in Korea.(출처: http://www.nettime.org/Lists-Archives/nettime-l-0112/msg000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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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2:
South Korea in the last decades has experienced an unprecedented series of transformations at all levels in society: in the economics, in the culture, and in the politics. More specifically its capital Seoul has become in the last few years one of the densest urban zones in the world. After a long period of dictatorship and along with an extraordinary process of economic development that characterized the last years, South Korea opened up to experimentation in all major arts, not least architecture. And architecture is at the center of the exhibition curated by Francisco Sanin, which presents an overview on the research which revolves around that emerging yet configured urban landscape that constitutes this unique city and is continuously engulfing the entire population of the South Korean peninsula.
Six among the most well-known Korean architects are the protagonists of this evolution. Their work represents an ongoing research and exploration, a critical view to the processes taking place in this unique context. Chung Guyon, Joh Sung-yong, Kim Young-joon, Min Hyun-sik, Seung H-sang, Yi Jong-ho represent the generation of those who have been able to trigger a debate, an interaction, a research which is aimed at rousing Korea from a feverish moment of great political turmoil. Their architecture testifies the consequences of this transformation. It ripened over time and is permeated by the several investigations and relations with the international experience.
SeOUL SCAPE. Towards a New Urbanity in Korea’ is part of the program of traveling exhibitions produced and organized by iMage (www.image-web.org).
http://www.arqchile.cl/seoul_scap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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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3: http://cafe.naver.com/paju97.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6686
「 건축정책 국제컨퍼런스 2007 」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rchitectural Policy and Innovating Projects 2007.
○ 주 제 : “좋은 건축ㆍ좋은 도시를 만드는 건축정책”
○ 일 시 : 2007년 5월 10일(목) ~ 11일(금) / 2일간
○ 장 소 : 서울역 옛 역사
○ 주 최 : 건설기술ㆍ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대한주택공사
○ 주 관 : 새건축사협의회
○ 후 원 :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대한건축학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도시설계학회, 한국조경학회,
국토도시계획학회,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 개최 취지
•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에 대한 희망은 크다. 시민들은 활기찬 길, 아름다운 건축, 쓰기 좋은 공공 공간, 쾌적한 환경을 소망하고,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를 꿈꾼다. 또한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생기고 인재들과 관광객이 찾아든다. 건축과 도시는 중요한 공공 인프라인 것이다.
•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업들 뿐 아니라 그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 지자체 차원의 건축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은 국토정책, 지역개발정책, 도시정책, 주택정책에 더하여 이제 건축정책이 보완되어야 한다.
• 선진사회, 특히 21세기형 ‘기술 강국, 문화 강국’을 지향하는 나라들에서는 1990년대부터 ‘건축정책’의 기치를 들고 삶의 공간에 대한 국가아젠다를 설정해왔다. 그 결과, 도시의 품격, 시민의 자긍심, 매력 장소의 창출, 전문분야의 경쟁력, 공공 투자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함으로써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크게 높인 바 있다.
• 이번 국제컨퍼런스에서는 건축정책에 대한 선진 사례들과 다양한 실천 프로젝트 사례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하고 우리의 건축정책 도입의 필요성과 미래방향을 모색함으로써, 건축도시공간문화를 통한 21세기 국가 발전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고자 한다.
* 발표 주제 및 토의 논제
■ 건축정책
‣ 어떠한 정치적 여건과 사회문화적 여건에서 건축정책과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가?(예: 네덜란드, 영국, 핀란드, 한국)
‣ 공공공간의 질 향상을 위하여 어떤 건축정책이 채택되어야 하나?
‣ 건축정책을 실현함에 있어 공공•민간협조체제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조직과 체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 시민적 지지와 정치적 지지를 받아 건축정책을 실현할 방법은?
‣ 건축정책을 수립•실현하는 관련 전문가들의 역할은 변화하는가?
‣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리더십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세계시장화와 지역보호주의 간에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가?
■ 혁신적 건축정책 실천 프로젝트
‣ 각 사례는 어떤 디자인 전략과 실천전략을 채택했는가?(예: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이탈리아 등)
‣ 건축정책의 실천 프로젝트 진행시 관련 전문가들의 협력 체계는 어떻게 구축하였나?(예: 싱가포르, 독일 등)
‣ 공공•민간파트너십은 어떤 진행 과정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가능하였나?(예: 베를린 포츠담 플라츠)
‣ 커미셔너/MA/MP는 어떤 제도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어떤 정책적 환경이 필요했나?(예: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아산배방신도시 등)
‣ 시민과 정치 리더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을 얻어내는 방법은?(예: 한국 무주, 일본 구마모토 등)
‣ 지역친화적 건축과 지속가능한 개발은 어떻게 가능한가?
‣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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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4:
◇감응의 건축/정기용 지음/384쪽·2만5000원·현실문화
이 책은 전북 무주군에서 1996∼2006년 일어났던 유쾌하고도 희망 가득한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 변화는 대부분 농촌인 이곳의 공공 건축물을 사람과 자연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것. 문화재위원이자 건축가인 정기용 성균관대 석좌교수의 ‘무주 공공 건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10년간 농촌의 삶을 반영한 공공 건축물 30여 개를 설계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지론은 건축이 “어디서 자연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답게’는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라는 말과 같이 ‘따로 살지만 이웃과 함께 하는, 잊혔던 공동체의 힘을 다시 살리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촌 지역의 공공 건축은 삶과 동떨어져 사람들에게 감응을 주지 못했다.
저자의 프로젝트를 통해 무주 공설운동장은 등나무운동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운동장은 자연을 건축에 부수적인 조경으로 홀대하는 현대 건축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운동장의 스탠드를 자연스럽게 자라는 등나무 그늘로 뒤덮어 건축에서 자연이 주인임을 상기시켰다.
이는 주민들의 요구에 감응하는 것이었다. 당시 무주군수는 공설운동장에서 군내 행사를 많이 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오지 않았다. 한 노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여보게 군수, 우리가 미쳤나! 군수만 본부석에서 비와 햇볕을 피해 앉아 있고 우린 땡볕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무슨 벌 받을 일 있나”라고 화를 냈다.
저자는 스탠드 위에 둥그런 파이프 구조물을 설치해 등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했고 등나무는 빠른 속도로 자라 어느새 자연과 인공 건축이 하나가 됐다.
무주군 안성면사무소는 농촌 주민들의 뜻을 받든 대표적 사례다. 면사무소를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을까. 독서실? 강당? 휴게실? 아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면사무소는 뭐 하러 짓는가, 목욕탕이나 지어주지”라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안성면에선 목욕을 하기 위해 승합차를 빌려 대전까지 가야 했다. 이렇게 면사무소에 지어진 공중목욕탕은 마을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주군 부남면사무소와 복지회관 사이에는 천문대가 생겼다. 두 건물은 입구가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어 건물 사이 땅은 거의 쓸모없게 놓여 있었다. 저자는 부남면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만들 겸 쓸모없는 땅을 이용할 겸 두 건물 사이에 천문대를 세웠다.
무주군의 버스정류장 벽에는 넓은 창을 만들어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의자는 ‘一’자가 아니라 ‘ㄱ’자 모양으로 만들어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얼굴을 보며 자연스레 대화하게 했다.
유명 건축가를 지방의 작은 군으로 이끈 계기는 뭘까. 저자는 1990년대 초 지인들과 전국을 돌았다. 외국 도시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에 대해선 제대로 모른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전국을 돌던 어느 날 무주를 만났다.
‘아니, 한국 땅에 이처럼 변치 않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경이 남아 있다니!’ 저자는 이 아름답고 좋은 땅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건축물을 짓기로 한 것. 그는 “단순히 집을 설계하고 짓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정신이 원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감응한다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